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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문학관 - 작가 : nitrocity1
글 수 40
노드.
순수한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사람 크기의 마름모꼴 입방체.
크리스탈 자체의 가격 뿐 아니라, 특수한 마법으로 처리, 가공하고, 게다가 이를 설치하는데 드는 설치비까지 따진다면 노드 하나 건설하는데 왠만한 마을 하나는 사고도 남을 돈이 소모된다.
그러나 우리 마법사들에게 있어서는 비싼 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거대한 보석. 그것이 바로 노드다. 노드는 설치된 곳 주변의 자연에서 흘러드는 마나를 흡수, 저장해서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내가 머물고있는 마스터 타워로 전송해주는 기능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한된 영역 내에 너무 많은 노드를 설치하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만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모든 영토를 노드로 뒤덮었을지도 모른다.
마나가 많으면 많을수록 쓸 수 있는 마법의 수나 위력이 정비례해서 증가하기 마련이고, 때문에 모든 마법사들은 노드의 설치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 자연 친화적이라고 불리는 녹마법사들이 마나응집력이 강한 장소라면 그곳이 숲이건 동물 집단 서식지건 가리지 않고 싹 밀어버린 다음 노드를 건설한다는 사실이나, 비도덕적인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백마법사들이 수많은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하는 피의 제단을 구해서라도 마나 수입을 늘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는 사실은 우리 아크메이지(대마법사)들에게 마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극단적인 예가 된다.
그래서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빛나는 노드인지, 아니면 아래쪽에서 희미하게 찰랑거리는 마나만을 담고있는 노드인지만 봐도 그 나라가 강대국인지 약소국인지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쨍그랑!"
노드의 윗부분이 완전히 박살나며 사라지고, 균형을 잃은 노드는 반짝이는 파편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그러나 깨진 노드에서 흘러내려 대지를 적시며 반짝거려야 할 마나는 단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이익! 이게 도대체...!"
노드 파괴의 주범인 내 손에서는 아직도 검붉은 색의 기운이 사라지지 않고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나는 그 뜨거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드디어 일어나버리고 만 건가? 마나 폭주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예상대로 잘 돌아가고 있었다. 흑마 연합, 신성기사단과 연달아 치룬 전투는 언제나처럼 소규모의 국지전에 지나지 않았고, 끝없는 좀비의 물결에 먼저 지쳐버린 그들은 수많은 좀비들을 소멸시킨 것을 무슨 공적이라도 세운것처럼 광고를 해대며 돌아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부서진 건물들의 복구와 마나 충전, 사라진 좀비 군대의 충당이 이어지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마나도 어느정도 여유분이 생기고, 모든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치밀한 계산끝에 불모지의 개척을 시작했다. 거의 모든 국력을 개척에 집중시켰지만, 내게 올라온 보고를 종합해보면 마나가 충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개척을 완료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섰다. 고개도 제대로 못들고 부들부들 떨며 서있는, 아니 거의 엎드려있는 한 네크로맨서를 보자, 더욱더 화가 치솟았다.
"설명해보실까, 아르완경.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 말이야."
"마, 마스터... 그건... 정말 사소한 착오로.."
"그러니까, 그 사소한 착오에 대해서 들어보자는 말이다! 무려 200만이나 남아있던 마나를 다 쓸어가고 130만에 이르는 좀비를 모두 연기로 바꿔버린 그 빌어먹을 '사소한' 착오가 뭔지 들어보자구!"
아르토리우스 아르완(Artorious Arawn). 다른 것은 몰라도 언데드의 제작 능력과 마나 관리 능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했기에 견습 마법사이던 놈을 특별히 가르쳤고 지금은 꽤 상위 네크로맨서로 랭크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따위 실수를 하다니.
"그,그것이 계획대로라면 약 10만 마나정도가 남아있어야 합니다만..."
"그래, 그렇지? 내 계산도 그래. 아무리 총력을 기울인 개척이라고 해도 마나는 충분히 남아있는 시점에서 끝낼 수 있게 해두었단 말이다. 그런데!"
나는 부서진 노드의 파편을 걷어차며 말했다.
"이건 뭐냔 말이다! 이 텅 빈 노드는!"
"저, 그런데, 보고에서 올라왔던 것 중에 미묘한 착오가 있었기 때문에..."
"미묘한 착오?"
"네, 마스터께서 접하신 보고에는 암흑의 미사로 인해 생성되는 좀비와 스켈레톤에 대한 자료가 빠져있었습니다. 그 소규모로 생성되는 좀비와 스켈레톤으로 인해 전체적인 계산이 어긋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래, 겨우 600여마리의 좀비와 스켈레톤때문에 테라의 10대 강국에 드는 내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단 말인가.
"이 일의... 이 일의 책임자는?"
"네?"
"그 빌어먹을 '사소한' 착오를 일으킨 장본인이 누구냐고 묻고있는거다, 지금."
"네, 세부적인 책임 소재를 따진다면 마나 총괄과 전투 유닛 관리의..."
땀을 뻘뻘 흘리며 허겁지겁 서류를 뒤적이는 아르완. 저런 놈을 내정 총 책임자로 두고 있었다니, 나도 참 한심한 놈이다. 이번 일이 끝나는대로 깔끔하게 처리해 버려야겠...
"마비!"
아르완의 마법 지팡이가 갑자기 내게로 향하더니 푸른 기운의 마나가 나의 온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후후.. 마스터, 너무 방심하셨군요..."
방금까지의 쩔쩔매며 당황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다 끝났다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아르완이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어째서..."
"왜냐구요? 이유야 많죠. 우선 마스터가 선택한 방법은 위험성이 너무 많았어요. 다른 종족도 아니고 좀비만으로 군대를 구성한다... 방어에는 좋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처럼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약간의 오차만 줘도, 펑! 모두 다 날아가버리는 겁니다."
아르완은 점점 더 나와의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더니 품속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영토만 해도 무려 6000에이커가 넘는 강대국인데, 겨우 몇천... 아니 몇백 마나가 없으면 모든 방어 병력이 사라져버리는 겁니다. 게다가..."
아르완이 꺼내서 양손으로 쥐는 저건... 나같은 상위 네크로맨서만을 전문적으로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고대의 강력한 룬문자와 백마법의 언데드 소멸 의식으로 처리된 단검...
"이렇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식으로 아크메이지마저 처리되어 버리면 언제나 숨통 눌려가며 살던 이웃의 조그만 나라들은 환영하게 된다는 거죠. 엄청난 양의 겔드를 의뢰비로 써도 좋을만큼..."
아르완이 치켜든 단검에 비친 햇빛이 번뜩이며 내 눈을 아프게 했다.
"견습마법사로 썩고 있던 나를 거두어서 이렇게 키워주신 건 감사하지만, 가끔씩은 조심할 줄도 아셔야 한다는겁니다. 특히 당신 주변의 심복들부터 조심해야지요. 뭐, 이렇게 귀중한 충고를 드렸으니 이정도면 당신의 목숨값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죽어서 좋은 곳에 가라고는 차마 못하겠고, 지옥에서 다시 만납시다. 크흐흐... 그럼, 이만. 안녕히!"
"휘익!"
아르완이 힘껏 내지른 단검은, 그러나 내가 한걸음 뒤로 물러섰기 때문에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어, 어떻게? 분명 마비 마법에 직격당하는 것을 봤는데?!"
"넌 뭔가 잘못알고있는 것 같군, 아르완"
난 내 옷의 매듭을 몇개 끌러 겉옷에 가려있던 목걸이가 드러나도록 했다. 은빛 삼각형 두개가 서로 엇갈려 육망성을 이루고, 가운데는 번뜩이는 눈 모양의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
"그것은, 마력 무효화 아티팩트!"
"그래, 난 언제나 조심하고 있지. 네놈의 충고따위가 없어도 말이다. 게다가 네가 나의 심복이라니, 어쩌다가 그런 괴상한 생각을 하게 된것인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또하나..."
살기를 극도로 끌어올리자 검은 기운의 마나가 내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난 믿는 도끼따위는 없다. 언제라도 부숴버릴 수 있는 도끼라면 많지만."
"흐, 흐이이이익!!"
창백하게 질린 아르완.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나더니 황급히 마나를 모으며 외쳤다.
"테, 텔레포...쿨럭!"
그러나 주문을 채 완성시키지도 못하고 그의 입에선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날 너무 우습게 보는군, 아르완. 난 배신자를 살려보낼 수 있을 정도로 너그럽지 못해."
"털썩"
목에서 서서히 혈선이 그어져 몸통과 분리되는 동시에 생명력이 빠져나간 육체또한 땅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의 그림자가 있던 곳에서 거대한 낫을 든 검은 망토의 누군가가 일어섰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마스터?"
"겨우 이정도에 다친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지. 그나저나 이놈의 배후는 도대체 누구야?"
"지금부터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야... 그럴 필요없어. 주변의 소국들이라고 했으니 그것들을 모조리 다 쓸어버리면 되겠지. 주범을 잡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다른 놈들이 똑같은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켄톤은 낫에 묻은 피를 털어버리는 한편,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아르완의 영혼을 자신의 망토 속으로 흡수하며 말했다.
"네... 그러면 언제 정벌하시겠습니까?"
"지금은..."
나는 마스터 타워로 텔레포트 할 준비를 끝마치고 대답했다.
"지금은 전력의 재정비가 먼저다. 이대로 있다간 주변 나라들의 밥이 되어버릴 것이 뻔해. 아르완 놈. 제일 골치아픈 방법으로 배반해 버렸어. 명상의 준비를 해라. 피해를 최소화 할 방법을 생각할 동안 약간이나마 시간을 벌어야지."
"네... 그러면 연화좌의 준비를 시켜놓도록 하겠습니다.."
텔레포트를 하는 나의 귀에 아르완의 영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켄톤에게 붙들려서 고생 좀 하겠군, 아르완. 영원히 말이야. 영원히...
순수한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사람 크기의 마름모꼴 입방체.
크리스탈 자체의 가격 뿐 아니라, 특수한 마법으로 처리, 가공하고, 게다가 이를 설치하는데 드는 설치비까지 따진다면 노드 하나 건설하는데 왠만한 마을 하나는 사고도 남을 돈이 소모된다.
그러나 우리 마법사들에게 있어서는 비싼 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거대한 보석. 그것이 바로 노드다. 노드는 설치된 곳 주변의 자연에서 흘러드는 마나를 흡수, 저장해서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내가 머물고있는 마스터 타워로 전송해주는 기능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만약 제한된 영역 내에 너무 많은 노드를 설치하면 효율이 떨어진다는 점만 아니었다면 나는 이미 오래 전에 모든 영토를 노드로 뒤덮었을지도 모른다.
마나가 많으면 많을수록 쓸 수 있는 마법의 수나 위력이 정비례해서 증가하기 마련이고, 때문에 모든 마법사들은 노드의 설치와 관리에 총력을 기울인다. 자연 친화적이라고 불리는 녹마법사들이 마나응집력이 강한 장소라면 그곳이 숲이건 동물 집단 서식지건 가리지 않고 싹 밀어버린 다음 노드를 건설한다는 사실이나, 비도덕적인 일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백마법사들이 수많은 사람을 제물로 바쳐야하는 피의 제단을 구해서라도 마나 수입을 늘리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는 사실은 우리 아크메이지(대마법사)들에게 마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극단적인 예가 된다.
그래서 마나가 소용돌이치며 빛나는 노드인지, 아니면 아래쪽에서 희미하게 찰랑거리는 마나만을 담고있는 노드인지만 봐도 그 나라가 강대국인지 약소국인지 알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그리고...
"쨍그랑!"
노드의 윗부분이 완전히 박살나며 사라지고, 균형을 잃은 노드는 반짝이는 파편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그러나 깨진 노드에서 흘러내려 대지를 적시며 반짝거려야 할 마나는 단 한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이익! 이게 도대체...!"
노드 파괴의 주범인 내 손에서는 아직도 검붉은 색의 기운이 사라지지 않고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었지만 나는 그 뜨거움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분해 있었다.
"드디어 일어나버리고 만 건가? 마나 폭주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은 예상대로 잘 돌아가고 있었다. 흑마 연합, 신성기사단과 연달아 치룬 전투는 언제나처럼 소규모의 국지전에 지나지 않았고, 끝없는 좀비의 물결에 먼저 지쳐버린 그들은 수많은 좀비들을 소멸시킨 것을 무슨 공적이라도 세운것처럼 광고를 해대며 돌아갔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부서진 건물들의 복구와 마나 충전, 사라진 좀비 군대의 충당이 이어지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마나도 어느정도 여유분이 생기고, 모든일이 원활하게 돌아가는 것을 확인한 나는 치밀한 계산끝에 불모지의 개척을 시작했다. 거의 모든 국력을 개척에 집중시켰지만, 내게 올라온 보고를 종합해보면 마나가 충분히 남아있는 상태에서 개척을 완료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소리를 지르며 뒤돌아섰다. 고개도 제대로 못들고 부들부들 떨며 서있는, 아니 거의 엎드려있는 한 네크로맨서를 보자, 더욱더 화가 치솟았다.
"설명해보실까, 아르완경.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 말이야."
"마, 마스터... 그건... 정말 사소한 착오로.."
"그러니까, 그 사소한 착오에 대해서 들어보자는 말이다! 무려 200만이나 남아있던 마나를 다 쓸어가고 130만에 이르는 좀비를 모두 연기로 바꿔버린 그 빌어먹을 '사소한' 착오가 뭔지 들어보자구!"
아르토리우스 아르완(Artorious Arawn). 다른 것은 몰라도 언데드의 제작 능력과 마나 관리 능력은 뛰어나다고 생각했기에 견습 마법사이던 놈을 특별히 가르쳤고 지금은 꽤 상위 네크로맨서로 랭크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따위 실수를 하다니.
"그,그것이 계획대로라면 약 10만 마나정도가 남아있어야 합니다만..."
"그래, 그렇지? 내 계산도 그래. 아무리 총력을 기울인 개척이라고 해도 마나는 충분히 남아있는 시점에서 끝낼 수 있게 해두었단 말이다. 그런데!"
나는 부서진 노드의 파편을 걷어차며 말했다.
"이건 뭐냔 말이다! 이 텅 빈 노드는!"
"저, 그런데, 보고에서 올라왔던 것 중에 미묘한 착오가 있었기 때문에..."
"미묘한 착오?"
"네, 마스터께서 접하신 보고에는 암흑의 미사로 인해 생성되는 좀비와 스켈레톤에 대한 자료가 빠져있었습니다. 그 소규모로 생성되는 좀비와 스켈레톤으로 인해 전체적인 계산이 어긋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만.."
눈 앞이 캄캄해졌다. 그래, 겨우 600여마리의 좀비와 스켈레톤때문에 테라의 10대 강국에 드는 내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 발생했단 말인가.
"이 일의... 이 일의 책임자는?"
"네?"
"그 빌어먹을 '사소한' 착오를 일으킨 장본인이 누구냐고 묻고있는거다, 지금."
"네, 세부적인 책임 소재를 따진다면 마나 총괄과 전투 유닛 관리의..."
땀을 뻘뻘 흘리며 허겁지겁 서류를 뒤적이는 아르완. 저런 놈을 내정 총 책임자로 두고 있었다니, 나도 참 한심한 놈이다. 이번 일이 끝나는대로 깔끔하게 처리해 버려야겠...
"마비!"
아르완의 마법 지팡이가 갑자기 내게로 향하더니 푸른 기운의 마나가 나의 온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후후.. 마스터, 너무 방심하셨군요..."
방금까지의 쩔쩔매며 당황해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다 끝났다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아르완이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어째서..."
"왜냐구요? 이유야 많죠. 우선 마스터가 선택한 방법은 위험성이 너무 많았어요. 다른 종족도 아니고 좀비만으로 군대를 구성한다... 방어에는 좋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처럼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약간의 오차만 줘도, 펑! 모두 다 날아가버리는 겁니다."
아르완은 점점 더 나와의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더니 품속에 손을 넣으며 말했다.
"영토만 해도 무려 6000에이커가 넘는 강대국인데, 겨우 몇천... 아니 몇백 마나가 없으면 모든 방어 병력이 사라져버리는 겁니다. 게다가..."
아르완이 꺼내서 양손으로 쥐는 저건... 나같은 상위 네크로맨서만을 전문적으로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고대의 강력한 룬문자와 백마법의 언데드 소멸 의식으로 처리된 단검...
"이렇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식으로 아크메이지마저 처리되어 버리면 언제나 숨통 눌려가며 살던 이웃의 조그만 나라들은 환영하게 된다는 거죠. 엄청난 양의 겔드를 의뢰비로 써도 좋을만큼..."
아르완이 치켜든 단검에 비친 햇빛이 번뜩이며 내 눈을 아프게 했다.
"견습마법사로 썩고 있던 나를 거두어서 이렇게 키워주신 건 감사하지만, 가끔씩은 조심할 줄도 아셔야 한다는겁니다. 특히 당신 주변의 심복들부터 조심해야지요. 뭐, 이렇게 귀중한 충고를 드렸으니 이정도면 당신의 목숨값정도는 되지 않겠습니까? 죽어서 좋은 곳에 가라고는 차마 못하겠고, 지옥에서 다시 만납시다. 크흐흐... 그럼, 이만. 안녕히!"
"휘익!"
아르완이 힘껏 내지른 단검은, 그러나 내가 한걸음 뒤로 물러섰기 때문에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어, 어떻게? 분명 마비 마법에 직격당하는 것을 봤는데?!"
"넌 뭔가 잘못알고있는 것 같군, 아르완"
난 내 옷의 매듭을 몇개 끌러 겉옷에 가려있던 목걸이가 드러나도록 했다. 은빛 삼각형 두개가 서로 엇갈려 육망성을 이루고, 가운데는 번뜩이는 눈 모양의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
"그것은, 마력 무효화 아티팩트!"
"그래, 난 언제나 조심하고 있지. 네놈의 충고따위가 없어도 말이다. 게다가 네가 나의 심복이라니, 어쩌다가 그런 괴상한 생각을 하게 된것인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또하나..."
살기를 극도로 끌어올리자 검은 기운의 마나가 내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난 믿는 도끼따위는 없다. 언제라도 부숴버릴 수 있는 도끼라면 많지만."
"흐, 흐이이이익!!"
창백하게 질린 아르완. 뒤로 펄쩍 뛰어 물러나더니 황급히 마나를 모으며 외쳤다.
"테, 텔레포...쿨럭!"
그러나 주문을 채 완성시키지도 못하고 그의 입에선 피가 뿜어져 나왔다.
"날 너무 우습게 보는군, 아르완. 난 배신자를 살려보낼 수 있을 정도로 너그럽지 못해."
"털썩"
목에서 서서히 혈선이 그어져 몸통과 분리되는 동시에 생명력이 빠져나간 육체또한 땅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리고 그의 그림자가 있던 곳에서 거대한 낫을 든 검은 망토의 누군가가 일어섰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마스터?"
"겨우 이정도에 다친다면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지. 그나저나 이놈의 배후는 도대체 누구야?"
"지금부터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야... 그럴 필요없어. 주변의 소국들이라고 했으니 그것들을 모조리 다 쓸어버리면 되겠지. 주범을 잡는다고 해도 언젠가는 다른 놈들이 똑같은 짓을 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켄톤은 낫에 묻은 피를 털어버리는 한편, 육체에서 빠져나가는 아르완의 영혼을 자신의 망토 속으로 흡수하며 말했다.
"네... 그러면 언제 정벌하시겠습니까?"
"지금은..."
나는 마스터 타워로 텔레포트 할 준비를 끝마치고 대답했다.
"지금은 전력의 재정비가 먼저다. 이대로 있다간 주변 나라들의 밥이 되어버릴 것이 뻔해. 아르완 놈. 제일 골치아픈 방법으로 배반해 버렸어. 명상의 준비를 해라. 피해를 최소화 할 방법을 생각할 동안 약간이나마 시간을 벌어야지."
"네... 그러면 연화좌의 준비를 시켜놓도록 하겠습니다.."
텔레포트를 하는 나의 귀에 아르완의 영혼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다. 켄톤에게 붙들려서 고생 좀 하겠군, 아르완. 영원히 말이야. 영원히...
컥, 마법사들이 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가야됩니까? 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