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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문학관 - 작가 : nitrocity1
글 수 40
쏜살같이 도심을 질주하는 한대의 장갑차. 그 안에서는 사흘동안 호텔에만 박혀있다가 오래간만에 한산한 거리를 거칠것 없이 달리며 신이 난 라제스가 소리지르고 있었다.
"달려, 달려! 더 밟으라구. 힘차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자니까?"
"라제스.. 벌써 저녁이예요. 하루 종일을 꼬박 침대 위에서 늦잠을 자며 보낸 사람에게는 전혀 안어울리는 대사같은데..."
"뭐, 어때! 날씨도 선선하고 좋네!"
"30분만 지나면 추워지기 시작할걸요."
"너어.. 자꾸 찬물 끼얹는 소리만 할꺼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던 카림은 문득 생각난 듯이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 예정은 어떻게 됩니까? 벌써 진압군은 위성 궤도로의 진입을 시작했다는데?"
"우선 반란 진압군과 쿠와르 해방군의 전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겠지. 쓸만한 영상을 찍으면 기사를 써서 송신장치를 이용해 본사로 보내는거야."
"그렇다면 저 언덕이 좋겠네요."
카림이 APC의 속도를 올리며 도시 뒷편의 모래언덕으로 향했다.
"이곳이라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거든요."
"그렇네.."
하나 둘씩 불이 켜지며 조금씩 밝아오는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꼭대기에서 라제스는 도시 전체를 압도하는듯한 고층 빌딩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곳이 쿠와르 해방전선의 본부, 맞지?"
"네. 원래는 미르 사의 지점이었지만요."
"그래..."
석양을 등지고 서늘한 저녁바람을 맞으며 전반적인 기사의 초고를 써내려가던 라제스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자신이 써놓은 원고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잠깐.. 원래 다가브 시는 미르 사의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발전한 거지?"
"네."
"그렇다면, 기본적인 방어력도 상당하겠네?"
"그렇죠. 오르비탈 캐논까지는 아니라도, 요격 미사일이나 장거리 레이져 정도는 꽤 있을걸요?"
"지상군 병력은?"
"에?"
"확실히 요즘 전쟁은 위성궤도를 장악하는 쪽이 승리하긴 하지만.. 다가브 시의 방위력이 지나치게 대공 방어망에만 집중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지상 병력이 아무리 많아도 함대에서 원거리 포격을 가하면 단번에 전멸이라구요. 대공 방어에 신경을 쓰는 건 당연한..."
"아니야, 그렇지 않아."
라제스는 지금껏 자신의 써놓았던 기사중의 한 단어 - '다가브'라는 단어를, 펜의 뒷쪽에 달린 수정액으로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아르사브'라는 단어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말도 안돼요. 물론 아르사브는 거의 무방비 상태의 도시이긴 하지만, 쓸모없는 사막도시를 점령해서 어디에 쓰겠어요?"
"점령이 아니야. 단순한 발판일 뿐이지."
곧바로 쉴새없는 속기로 뭔가를 계속 써가며, 라제스가 말을 이었다.
"생각해 봐. 얼핏 보기엔 다가브 시를 직접 공격해서 재빨리 함락시키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갤럭시 로테이션도 치밀한 대공 방어망에 의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될거야. '미르'에서 돈을 쏟아부어 만든 대공 방어망이 있을테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아르사브를 통해 지상군이 진격하는게 더 낫지 않겠어?"
"에이.. 설마. 이번 원정군은 전함과 순양함 뿐이라구요. 그런 대규모 지상군을 실어나르기 위한 수송선 같은 건 포함되어있지 않으니까요."
"순양함에는, 코르벳급 수송선도 탑재가 가능한 걸로 아는데? 게다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상륙이라구, 아르사브는."
"물론 상당히 흥미로운 이론이지만, 전쟁은 그렇게 '의외의 요소'로 승리할 수 있는게 아니라구요."
"너, 설마.. 갤럭시 로테이션이 이번 작전을 '전쟁'으로 본다고 생각하는 거니? 아마 훈련용 미션 정도로 여길 걸."
"그렇다고 지금 곧장 아르사브로 출발하자는 거예요? 만약 라제스의 예상이 맞는다고 해도, 그쪽에 가봤자 통신 장비를 셋팅할 시간도 없다구요. 게다가 갤럭시 로테이션이 정공법으로 치고 들어오면? 헛걸음이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통신 장비와 촬영 장비는 여기에 두고 간다."
"에에에?"
"다행히 이곳은 시내가 한눈에 보이니까. APC안에 셋팅해놓고 가면, 무인 촬영을 하더라도 쓸만한 장면들을 건질 수 있을거야."
"하지만 차를 여기에 놓고 간다면, 아르사브에는 어떻게 갈거예요?"
"파워 슈츠의 부스터를 이용하면 되잖아? 지금 해방군의 모든 대공 방어망은 이곳에 집중되어 있으니, 파워 슈츠 한대정도가 아르사브로 이동한다고 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을거야."
"하아... 할 수 없군요. 이것도 일이니까..."
카림이 APC안에서 파워 슈츠를 입고 나오며 투덜거렸다.
"사람을 매달고 부스터를 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자, 자. 그만 투덜대고... 난 어디에 붙어서 갈까?"
"부스터 윗쪽에 발판과 손잡이가 보이죠? 안전 고리를 걸고 손잡이를 꽉 잡으세요. 왠만한 비행기 정도의 속력은 우습게 나온다구요."
"좋아, 재미있겠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마세요. 전쟁이 아니라 안전사고로 의뢰인을 죽였다는 오점을 남기기는 싫으니까."
"아앗!"
라제스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거.. 별이 아닌 것 같은데.."
"네에..."
파워 슈츠의 헤드셋에 달린 망원 렌즈로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던 카림 역시 맞장구쳤다.
"순양함이군요. 앞으로 서너시간 후면 행성 공역을 통과해서 전투지역에 들어서겠네요."
"카림, 빨리 출발하자! 이러다가 늦겠어!"
"네, 네..."
부스터가 요란한 굉음과 함께 가동을 시작했고, 곧이어 카림의 파워슈츠가 엄청난 속도로 아르사브를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다가브를 떠난지 30여분도 지나지 않아, APC를 타고 몇시간에 걸쳐 이동해야 했던 거리를 주파하며 라제스와 카림은 아르사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때 내 말 맞지?"
"그렇군요. 다들 원정군의 함대에만 정신이 팔렸지, 우리를 노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네요."
"그것뿐만이 아니야."
의기양양하게 손을 뻗어 밤하늘을 가리키는 라제스의 손 끝에는 아까보다도 훨씬 더 커진 빛무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시, 이쪽으로 오고있는 것 같은데?"
"그, 그렇네요."
하지만 눈치를 챈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한적한 소도시였던 아르사브 곳곳에도, 어느새 군인들과 무장 차량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는 라제스에게 카림이 물었다.
"아무래도 저 사람들.. 헛수고하는 것 같죠?"
"그러게.. 용케도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는 했지만, 차량 탑재용 무기나 개인 화기 정도로 전함을 격추시킬 수는 없을텐데 말이야. 적어도 미사일 터렛이나 고정 대공포가 없으면 상륙용 콜벳도 막기 힘들걸."
"아.. 시작된 것 같은데요."
고성능 헤드셋 디스플레이어를 통해 갤럭시 로테이션의 함대를 바라보던 카림이 중얼거리자, 라제스 역시 재빨리 비디오 카메라의 망원 렌즈를 하늘로 향했고, 육안으로는 단지 빛나는 점으로 인식되는 전함의 모습이 기능 한계까지 확대 촬영을 하는 카메라의 모니터에 세부적으로 잡히며 전황을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크기의 우주 순양함 세척과 그 앞에 포진해있는 크고 작은 전함들. 모두가 갤럭시 로테이션사의 로고를 보란듯이 그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접근을 계속하던 그 전함들이 일제히 기수를 돌리며 정렬한다고 생각한 순간.
"시작한다."
라제스의 중얼거림과 함께...
"번쩍!"
희미하게 깜빡이던 별무리에서 단번에 태양도 무색할 정도의 빛이 쏟아져 나왔고, 그 첫번째 빛줄기가 아르사브 외곽지역에 모여있던 공격형 장갑차의 무리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온빔의 충격파가 일차적으로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며 도착했고, 곧이어 십여줄기의 눈부신 죽음의 세례가 초고온의 열폭풍을 이끌고 쿠와르 해방전선의 기갑부대를 녹여버렸다.
"꺄앗!"
뜨거운 기운이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것을 보며 라제스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그녀가 살짝 눈을 떴을 때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폭풍을 막아낸 카림의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아, 고, 고마.."
"괜찮아요. 일이니까."
카림은 잠시 파워슈츠를 점검한 후,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한번의 공격에 아르사브에 배치되어있던 전차는 다 녹아버렸군요."
"정말.."
라제스는 비디오 카메라로 계속 녹화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시 외곽지역에 집결하고 있던, 최소한 2~30여대는 되어보이던 전차와 장갑차중에서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남은 것은 한대도 없었다. 이온빔의 직격탄을 맞은 차량은 조각조각 박살나버렸고, 운 좋게(어떤 면에서는 운 나쁘게) 공격 중심지역에서 벗어나있던 차량들은 초고온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며 연료와 탄약, 그리고 사람과 복합장갑의 순서로 차례차례 불타버렸다.
"이래서야, 2차 공격은 필요도 없겠는걸."
"저 위에 있는 녀석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군요. 수송용 코르벳함이 전개하기 시작하네요."
약간 더 가까워진 순양함 중 한척이, 무수히 많은 코르벳함을 뱉어내기 시작했다.
"달려, 달려! 더 밟으라구. 힘차게 하루 일과를 시작하자니까?"
"라제스.. 벌써 저녁이예요. 하루 종일을 꼬박 침대 위에서 늦잠을 자며 보낸 사람에게는 전혀 안어울리는 대사같은데..."
"뭐, 어때! 날씨도 선선하고 좋네!"
"30분만 지나면 추워지기 시작할걸요."
"너어.. 자꾸 찬물 끼얹는 소리만 할꺼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던 카림은 문득 생각난 듯이 물었다.
"그래서, 앞으로 예정은 어떻게 됩니까? 벌써 진압군은 위성 궤도로의 진입을 시작했다는데?"
"우선 반란 진압군과 쿠와르 해방군의 전투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야겠지. 쓸만한 영상을 찍으면 기사를 써서 송신장치를 이용해 본사로 보내는거야."
"그렇다면 저 언덕이 좋겠네요."
카림이 APC의 속도를 올리며 도시 뒷편의 모래언덕으로 향했다.
"이곳이라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거든요."
"그렇네.."
하나 둘씩 불이 켜지며 조금씩 밝아오는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 꼭대기에서 라제스는 도시 전체를 압도하는듯한 고층 빌딩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곳이 쿠와르 해방전선의 본부, 맞지?"
"네. 원래는 미르 사의 지점이었지만요."
"그래..."
석양을 등지고 서늘한 저녁바람을 맞으며 전반적인 기사의 초고를 써내려가던 라제스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지, 자신이 써놓은 원고를 못마땅한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잠깐.. 원래 다가브 시는 미르 사의 지점이 있었기 때문에 발전한 거지?"
"네."
"그렇다면, 기본적인 방어력도 상당하겠네?"
"그렇죠. 오르비탈 캐논까지는 아니라도, 요격 미사일이나 장거리 레이져 정도는 꽤 있을걸요?"
"지상군 병력은?"
"에?"
"확실히 요즘 전쟁은 위성궤도를 장악하는 쪽이 승리하긴 하지만.. 다가브 시의 방위력이 지나치게 대공 방어망에만 집중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지상 병력이 아무리 많아도 함대에서 원거리 포격을 가하면 단번에 전멸이라구요. 대공 방어에 신경을 쓰는 건 당연한..."
"아니야, 그렇지 않아."
라제스는 지금껏 자신의 써놓았던 기사중의 한 단어 - '다가브'라는 단어를, 펜의 뒷쪽에 달린 수정액으로 지워버렸다. 그리고 그 빈 자리에 '아르사브'라는 단어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말도 안돼요. 물론 아르사브는 거의 무방비 상태의 도시이긴 하지만, 쓸모없는 사막도시를 점령해서 어디에 쓰겠어요?"
"점령이 아니야. 단순한 발판일 뿐이지."
곧바로 쉴새없는 속기로 뭔가를 계속 써가며, 라제스가 말을 이었다.
"생각해 봐. 얼핏 보기엔 다가브 시를 직접 공격해서 재빨리 함락시키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갤럭시 로테이션도 치밀한 대공 방어망에 의해 상당한 피해를 입게 될거야. '미르'에서 돈을 쏟아부어 만든 대공 방어망이 있을테니까. 그럴 바엔 차라리 아르사브를 통해 지상군이 진격하는게 더 낫지 않겠어?"
"에이.. 설마. 이번 원정군은 전함과 순양함 뿐이라구요. 그런 대규모 지상군을 실어나르기 위한 수송선 같은 건 포함되어있지 않으니까요."
"순양함에는, 코르벳급 수송선도 탑재가 가능한 걸로 아는데? 게다가 상대의 허를 찌르는 상륙이라구, 아르사브는."
"물론 상당히 흥미로운 이론이지만, 전쟁은 그렇게 '의외의 요소'로 승리할 수 있는게 아니라구요."
"너, 설마.. 갤럭시 로테이션이 이번 작전을 '전쟁'으로 본다고 생각하는 거니? 아마 훈련용 미션 정도로 여길 걸."
"그렇다고 지금 곧장 아르사브로 출발하자는 거예요? 만약 라제스의 예상이 맞는다고 해도, 그쪽에 가봤자 통신 장비를 셋팅할 시간도 없다구요. 게다가 갤럭시 로테이션이 정공법으로 치고 들어오면? 헛걸음이잖아요."
"그래. 그러니까 통신 장비와 촬영 장비는 여기에 두고 간다."
"에에에?"
"다행히 이곳은 시내가 한눈에 보이니까. APC안에 셋팅해놓고 가면, 무인 촬영을 하더라도 쓸만한 장면들을 건질 수 있을거야."
"하지만 차를 여기에 놓고 간다면, 아르사브에는 어떻게 갈거예요?"
"파워 슈츠의 부스터를 이용하면 되잖아? 지금 해방군의 모든 대공 방어망은 이곳에 집중되어 있으니, 파워 슈츠 한대정도가 아르사브로 이동한다고 해도 별로 신경쓰지 않을거야."
"하아... 할 수 없군요. 이것도 일이니까..."
카림이 APC안에서 파워 슈츠를 입고 나오며 투덜거렸다.
"사람을 매달고 부스터를 쓰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자, 자. 그만 투덜대고... 난 어디에 붙어서 갈까?"
"부스터 윗쪽에 발판과 손잡이가 보이죠? 안전 고리를 걸고 손잡이를 꽉 잡으세요. 왠만한 비행기 정도의 속력은 우습게 나온다구요."
"좋아, 재미있겠는데?"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마세요. 전쟁이 아니라 안전사고로 의뢰인을 죽였다는 오점을 남기기는 싫으니까."
"아앗!"
라제스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거.. 별이 아닌 것 같은데.."
"네에..."
파워 슈츠의 헤드셋에 달린 망원 렌즈로 하늘을 유심히 바라보던 카림 역시 맞장구쳤다.
"순양함이군요. 앞으로 서너시간 후면 행성 공역을 통과해서 전투지역에 들어서겠네요."
"카림, 빨리 출발하자! 이러다가 늦겠어!"
"네, 네..."
부스터가 요란한 굉음과 함께 가동을 시작했고, 곧이어 카림의 파워슈츠가 엄청난 속도로 아르사브를 향해 이동했다.
그리고 다가브를 떠난지 30여분도 지나지 않아, APC를 타고 몇시간에 걸쳐 이동해야 했던 거리를 주파하며 라제스와 카림은 아르사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때 내 말 맞지?"
"그렇군요. 다들 원정군의 함대에만 정신이 팔렸지, 우리를 노리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네요."
"그것뿐만이 아니야."
의기양양하게 손을 뻗어 밤하늘을 가리키는 라제스의 손 끝에는 아까보다도 훨씬 더 커진 빛무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역시, 이쪽으로 오고있는 것 같은데?"
"그, 그렇네요."
하지만 눈치를 챈것은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한적한 소도시였던 아르사브 곳곳에도, 어느새 군인들과 무장 차량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는 라제스에게 카림이 물었다.
"아무래도 저 사람들.. 헛수고하는 것 같죠?"
"그러게.. 용케도 시간에 맞춰 도착하기는 했지만, 차량 탑재용 무기나 개인 화기 정도로 전함을 격추시킬 수는 없을텐데 말이야. 적어도 미사일 터렛이나 고정 대공포가 없으면 상륙용 콜벳도 막기 힘들걸."
"아.. 시작된 것 같은데요."
고성능 헤드셋 디스플레이어를 통해 갤럭시 로테이션의 함대를 바라보던 카림이 중얼거리자, 라제스 역시 재빨리 비디오 카메라의 망원 렌즈를 하늘로 향했고, 육안으로는 단지 빛나는 점으로 인식되는 전함의 모습이 기능 한계까지 확대 촬영을 하는 카메라의 모니터에 세부적으로 잡히며 전황을 모니터하기 시작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크기의 우주 순양함 세척과 그 앞에 포진해있는 크고 작은 전함들. 모두가 갤럭시 로테이션사의 로고를 보란듯이 그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접근을 계속하던 그 전함들이 일제히 기수를 돌리며 정렬한다고 생각한 순간.
"시작한다."
라제스의 중얼거림과 함께...
"번쩍!"
희미하게 깜빡이던 별무리에서 단번에 태양도 무색할 정도의 빛이 쏟아져 나왔고, 그 첫번째 빛줄기가 아르사브 외곽지역에 모여있던 공격형 장갑차의 무리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온빔의 충격파가 일차적으로 거대한 진동을 일으키며 도착했고, 곧이어 십여줄기의 눈부신 죽음의 세례가 초고온의 열폭풍을 이끌고 쿠와르 해방전선의 기갑부대를 녹여버렸다.
"꺄앗!"
뜨거운 기운이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것을 보며 라제스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시간이 충분히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이를 이상하게 여긴 그녀가 살짝 눈을 떴을 때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폭풍을 막아낸 카림의 뒷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아, 고, 고마.."
"괜찮아요. 일이니까."
카림은 잠시 파워슈츠를 점검한 후,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한번의 공격에 아르사브에 배치되어있던 전차는 다 녹아버렸군요."
"정말.."
라제스는 비디오 카메라로 계속 녹화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시 외곽지역에 집결하고 있던, 최소한 2~30여대는 되어보이던 전차와 장갑차중에서 형태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남은 것은 한대도 없었다. 이온빔의 직격탄을 맞은 차량은 조각조각 박살나버렸고, 운 좋게(어떤 면에서는 운 나쁘게) 공격 중심지역에서 벗어나있던 차량들은 초고온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가며 연료와 탄약, 그리고 사람과 복합장갑의 순서로 차례차례 불타버렸다.
"이래서야, 2차 공격은 필요도 없겠는걸."
"저 위에 있는 녀석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군요. 수송용 코르벳함이 전개하기 시작하네요."
약간 더 가까워진 순양함 중 한척이, 무수히 많은 코르벳함을 뱉어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