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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문학관 - 작가 : nitrocity1
글 수 40
쿠와르 행성.
극동지역 제 19섹터에 위치한 소행성. 인구 1억 3천만. 원래는 쓸만한 자원도 없고, 지정학적 위치도 좋지 않은 변두리 사막행성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행성에 사는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리오'라는 과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번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리오의 개발과 대량생산을 주도했던 미르 주식회사는 국력 순위 67위의 거대 식량개발 기업으로, 국력 순위 11위인 운송업체, 갤럭시 로테이션의 자(子)회사이기도 하다. '미르'는 최소한의 관리 인력을 상주시킴으로 해서 쿠와르 지역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원주민들에 대한 착취가 심해지고, 비인간적인 노동 여건을 방치함으로 해서 결국 폭동이 일어나는 사태를 맞이했다.
'15월의 폭동'과 '쿠와르 해방전쟁'의 두차례에 걸친 대규모 반란은, 결국 '쿠와르 해방전선'이 집권하며 막을 내렸고, 쿠와르 행성은 이미 전 우주적인 고급 기호식품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굳힌 리오의 판매대금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준의 자체 무장세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르의 요청을 받은 갤럭시 로테이션사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정규군 함대가 19섹터로의 워프를 준비중에 있으며...
"전문 분석가들은 앞으로 한달 이내에 쿠와르 행성이 항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크린에 뜬 정보를 모두 읽은 라제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대대적인 공격을 받을 것이 뻔한 행성에 기어들어가서 원거리 폭격을 맞는 기사를 보내달라는 건가..."
그녀가 투덜거리며 다시 바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뉴트럴 컴퍼니.. 접속."
"네, 감사합니다. 경쟁사에 대한 테러에서부터 성간 국가의 전면전까지. 가치 중립, 이념 중립의 신념으로 오로지 계약 이행, 임무 완수만을 생각하는 뉴트럴 컴퍼니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쁘장한 오퍼레이터가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삭막한 말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는 것에 약간의 혐오감을 느끼며 라제스가 말했다.
"무장 경호원이 필요한데요.."
"목적지와 경호 수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어느 곳으로 가실 생각이신가요?"
"에.. 쿠와르 행성에.. 취재차.."
"휘유..."
오퍼레이터가 휘파람을 불며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유서는 써놓으신건가요? 아시겠지만, 현재 쿠와르는 D급 분쟁지역입니다. 생명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곳이거든요."
"알고 있으니까, 저한테 가장 알맞는 서비스나 추천해줘요."
"물론, 가장 비싼 서비스가 가장 좋은 거죠. 돈만 낸다면야 함대급 병력이 호위하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예상 금액은 얼마정도로 예상하고 계신건가요?"
"에에.. 그게..."
'함대급'이라는 말에 기가 질린 라제스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취재비용에서.. 필요경비도 빼야 하니까..."
"만약 제가 그 입장이라면, 필요경비를 최대한 줄여서 호위비용으로 넣겠네요. 일단 죽으면 다 소용없잖아요?"
생긋 웃으며 소름끼치는 대사를 내뱉는 오퍼레이터를 보며 라제스는 가까스로 최종 금액을 말했다.
"으음.. 그러니까.. 850드램... 정도?"
"흐음... 850드램이라... D급 분쟁지역은 모든 정규적인 교통수단의 통행이 중단된 곳입니다. 따라서 무장 수송기를 통해 잠입해야 할텐데요. 드롭쉽의 호송 비용은 따로 계산하시겠습니까?"
"아, 아니요.. 통행료 포함해서 850드램... 인데요..."
"하아..."
난처하다는 듯이 터치스크린을 두드리던 오퍼레이터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스타 파이터를 타고 잠입해야 하고... 취재가 목적이라면 분쟁이 거의 끝날때까지는 있어야 할테니, 대략 한달 정도로 기간을 잡는다고 해도... 경호원은 가디언 타입의 파워 슈츠를 장착해야 하니까.. 렌탈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혼자서 중얼거리며 잠시 뭔가를 계산하던 오퍼레이터가 단정짓듯이 말했다.
"복귀 비용까지 포함해서 20일간 호위 비용이 1080드램. 그 이하로는 절대 예산을 책정할수가 없네요."
"그, 그렇게나 비싸요?!"
"최소 경비만 산출한 거라구요. 물론 손님의 생사를 따지지 않고 초보 경호원에 화물 수송기를 추천한다면 400드램으로도 가능하지만, D급 분쟁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이정도 금액은 각오하시는게 좋을 텐데요."
"네에..."
그제서야 지금 거래하는 것이 자신의 목숨값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라제스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죠. 적금 해약하고 대출 받아서라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네, 그러면 스타 파이터를 호송기로, C플러스급 계약직 에이전트가 20일간 호송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목표 지역은 쿠와르 행성. 맞습니까?"
"네.."
"그러면 결재를..."
오퍼레이터가 옵션 항목들을 선택하며 스크린에 띄웠고, 라제스는 현금 카드를 긁으며 잔액이 붉은색 마이너스 표시로 바뀌는 것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희망 출발일자를 통보해주시면 언제라도 출발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리고, 세부 계약서는 개인 고유 계정으로 전송했으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밝고 명랑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접속이 끊어지자, 라제스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한참동안 검은색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또... 오라구?"
갑자기 두통이 오는 것을 느끼며 라제스 릴은 이마를 누른 채 고개를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사흘 후.
다른 이유로 인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안고 라제스가 소리질렀다.
"이것 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
"이 음악 좀 어떻게 할 수 없냐구요!!!"
"......!!!!"
"이 빌어먹을 소음 좀 줄이라구요!!"
갑자기 낮아진 락음악과, 이와 반비례해서 발성한계까지 끌어올린 라제스의 목소리가 대조를 이루며 전투기 조종석 안을 가득 메웠다.
"하아~ 역시 이번 손님도 수준높은 음악세계를 이해 못하시는군.."
"수준높은 음악세계? 이 찢어지는 고함소리가?"
"당신.. 정말로 뉴로다이브 사람 맞기는 한거야? 도대체가 '문화'라는 단어와는 담을 쌓은듯한 발언을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거지?"
"그쪽이야말로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예요? 나는 전장 상황분석반이라구요."
전투기의 파일럿이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음악을 끄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왜 나는 요즘들어 계속 이렇게 골치아픈 운송 임무만 걸리는 거지.. 이래서야 밀수업자로 지내던 때와 다를게 하나도 없잖아.."
"에에? 밀수업자였어요?"
"그러면, 제국 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 파일럿이라도 기대했던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라제스는 불신감이 가득한 눈초리로 파일럿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쿠와르 행성에서의 호위도 당신이 하는 건 아니죠?"
"하핫.. 나도 목숨은 아깝다구. 우주전이라면 모를까, 지상에서 풋내기 여기자를 매달고 돌아다니면서 살아남을 자신은 없으니까."
"흥! 피차일반이네요. 나도 그 시끄러운 소음을 들어가면서 20일씩이나 버틸 자신은 없어어어어~~~"
갑자기 전투기가 급선회를 시작했고, 라제스는 앞좌석에 자신의 머리를 부딪히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앗! 갑자기 뭐예요!"
"조용히! 이제부터 지뢰지대다."
"지,지뢰지대?! 미쳤어요? 왜 하필이면 지뢰지대로..."
"걱정마. 대부분 프리깃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지뢰니까. 스타파이터로 잠입한다면 이쪽이 훨씬 더 낫지. 정규 루트로 들어간다면 검문검색에 걸려서 취재 장비를 다 빼앗기게 될텐데, 설마 그렇게 되는걸 바라지는 않겠지?"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라제스의 모습을 보며, 전투기 파일럿이 즐거운 듯이 외쳤다.
"좋아! 그러면 파티 시작이다. 렛츠고!"
"!!!!"
볼륨한계까지 끌어올린 음악이 다시 콕핏안을 가득 메웠고, 그와 동시에 전투기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을 시작했다. 뒷좌석에 앉은 라제스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는 거대한 지뢰들을 보며 절망적인 비명을 질렀지만, 그 역시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보컬의 목소리에 의해 하나의 코러스로 묻혀 버렸다.
극동지역 제 19섹터에 위치한 소행성. 인구 1억 3천만. 원래는 쓸만한 자원도 없고, 지정학적 위치도 좋지 않은 변두리 사막행성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 행성에 사는 박테리아가 만들어내는 '리오'라는 과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단번에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리오의 개발과 대량생산을 주도했던 미르 주식회사는 국력 순위 67위의 거대 식량개발 기업으로, 국력 순위 11위인 운송업체, 갤럭시 로테이션의 자(子)회사이기도 하다. '미르'는 최소한의 관리 인력을 상주시킴으로 해서 쿠와르 지역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원주민들에 대한 착취가 심해지고, 비인간적인 노동 여건을 방치함으로 해서 결국 폭동이 일어나는 사태를 맞이했다.
'15월의 폭동'과 '쿠와르 해방전쟁'의 두차례에 걸친 대규모 반란은, 결국 '쿠와르 해방전선'이 집권하며 막을 내렸고, 쿠와르 행성은 이미 전 우주적인 고급 기호식품으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굳힌 리오의 판매대금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준의 자체 무장세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그러나, 미르의 요청을 받은 갤럭시 로테이션사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정규군 함대가 19섹터로의 워프를 준비중에 있으며...
"전문 분석가들은 앞으로 한달 이내에 쿠와르 행성이 항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스크린에 뜬 정보를 모두 읽은 라제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대대적인 공격을 받을 것이 뻔한 행성에 기어들어가서 원거리 폭격을 맞는 기사를 보내달라는 건가..."
그녀가 투덜거리며 다시 바쁘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뉴트럴 컴퍼니.. 접속."
"네, 감사합니다. 경쟁사에 대한 테러에서부터 성간 국가의 전면전까지. 가치 중립, 이념 중립의 신념으로 오로지 계약 이행, 임무 완수만을 생각하는 뉴트럴 컴퍼니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예쁘장한 오퍼레이터가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삭막한 말을 아무 거리낌없이 하는 것에 약간의 혐오감을 느끼며 라제스가 말했다.
"무장 경호원이 필요한데요.."
"목적지와 경호 수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어느 곳으로 가실 생각이신가요?"
"에.. 쿠와르 행성에.. 취재차.."
"휘유..."
오퍼레이터가 휘파람을 불며 놀랐다는 듯이 말했다.
"유서는 써놓으신건가요? 아시겠지만, 현재 쿠와르는 D급 분쟁지역입니다. 생명보험도 적용되지 않는 곳이거든요."
"알고 있으니까, 저한테 가장 알맞는 서비스나 추천해줘요."
"물론, 가장 비싼 서비스가 가장 좋은 거죠. 돈만 낸다면야 함대급 병력이 호위하는 것도 가능하니까요. 예상 금액은 얼마정도로 예상하고 계신건가요?"
"에에.. 그게..."
'함대급'이라는 말에 기가 질린 라제스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취재비용에서.. 필요경비도 빼야 하니까..."
"만약 제가 그 입장이라면, 필요경비를 최대한 줄여서 호위비용으로 넣겠네요. 일단 죽으면 다 소용없잖아요?"
생긋 웃으며 소름끼치는 대사를 내뱉는 오퍼레이터를 보며 라제스는 가까스로 최종 금액을 말했다.
"으음.. 그러니까.. 850드램... 정도?"
"흐음... 850드램이라... D급 분쟁지역은 모든 정규적인 교통수단의 통행이 중단된 곳입니다. 따라서 무장 수송기를 통해 잠입해야 할텐데요. 드롭쉽의 호송 비용은 따로 계산하시겠습니까?"
"아, 아니요.. 통행료 포함해서 850드램... 인데요..."
"하아..."
난처하다는 듯이 터치스크린을 두드리던 오퍼레이터가 대답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스타 파이터를 타고 잠입해야 하고... 취재가 목적이라면 분쟁이 거의 끝날때까지는 있어야 할테니, 대략 한달 정도로 기간을 잡는다고 해도... 경호원은 가디언 타입의 파워 슈츠를 장착해야 하니까.. 렌탈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혼자서 중얼거리며 잠시 뭔가를 계산하던 오퍼레이터가 단정짓듯이 말했다.
"복귀 비용까지 포함해서 20일간 호위 비용이 1080드램. 그 이하로는 절대 예산을 책정할수가 없네요."
"그, 그렇게나 비싸요?!"
"최소 경비만 산출한 거라구요. 물론 손님의 생사를 따지지 않고 초보 경호원에 화물 수송기를 추천한다면 400드램으로도 가능하지만, D급 분쟁지역에서 살아남으려면 최소한 이정도 금액은 각오하시는게 좋을 텐데요."
"네에..."
그제서야 지금 거래하는 것이 자신의 목숨값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라제스는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없죠. 적금 해약하고 대출 받아서라도 그렇게 하는 수밖에.."
"네, 그러면 스타 파이터를 호송기로, C플러스급 계약직 에이전트가 20일간 호송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목표 지역은 쿠와르 행성. 맞습니까?"
"네.."
"그러면 결재를..."
오퍼레이터가 옵션 항목들을 선택하며 스크린에 띄웠고, 라제스는 현금 카드를 긁으며 잔액이 붉은색 마이너스 표시로 바뀌는 것을 착잡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거래가 완료되었습니다. 희망 출발일자를 통보해주시면 언제라도 출발하실 수 있도록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리고, 세부 계약서는 개인 고유 계정으로 전송했으니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밝고 명랑한 인사를 마지막으로 접속이 끊어지자, 라제스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한참동안 검은색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어이없다는 듯이 한마디를 내뱉었다.
"또... 오라구?"
갑자기 두통이 오는 것을 느끼며 라제스 릴은 이마를 누른 채 고개를 흔들며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사흘 후.
다른 이유로 인해서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싸안고 라제스가 소리질렀다.
"이것 좀 어떻게 할 수 없어요?!"
"....!!?"
"이 음악 좀 어떻게 할 수 없냐구요!!!"
"......!!!!"
"이 빌어먹을 소음 좀 줄이라구요!!"
갑자기 낮아진 락음악과, 이와 반비례해서 발성한계까지 끌어올린 라제스의 목소리가 대조를 이루며 전투기 조종석 안을 가득 메웠다.
"하아~ 역시 이번 손님도 수준높은 음악세계를 이해 못하시는군.."
"수준높은 음악세계? 이 찢어지는 고함소리가?"
"당신.. 정말로 뉴로다이브 사람 맞기는 한거야? 도대체가 '문화'라는 단어와는 담을 쌓은듯한 발언을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거지?"
"그쪽이야말로 뭔가 착각하고 있는 것 아니예요? 나는 전장 상황분석반이라구요."
전투기의 파일럿이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음악을 끄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아... 왜 나는 요즘들어 계속 이렇게 골치아픈 운송 임무만 걸리는 거지.. 이래서야 밀수업자로 지내던 때와 다를게 하나도 없잖아.."
"에에? 밀수업자였어요?"
"그러면, 제국 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 파일럿이라도 기대했던 건가?"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라제스는 불신감이 가득한 눈초리로 파일럿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쿠와르 행성에서의 호위도 당신이 하는 건 아니죠?"
"하핫.. 나도 목숨은 아깝다구. 우주전이라면 모를까, 지상에서 풋내기 여기자를 매달고 돌아다니면서 살아남을 자신은 없으니까."
"흥! 피차일반이네요. 나도 그 시끄러운 소음을 들어가면서 20일씩이나 버틸 자신은 없어어어어~~~"
갑자기 전투기가 급선회를 시작했고, 라제스는 앞좌석에 자신의 머리를 부딪히며 비명을 질렀다.
"꺄아앗! 갑자기 뭐예요!"
"조용히! 이제부터 지뢰지대다."
"지,지뢰지대?! 미쳤어요? 왜 하필이면 지뢰지대로..."
"걱정마. 대부분 프리깃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는 대형지뢰니까. 스타파이터로 잠입한다면 이쪽이 훨씬 더 낫지. 정규 루트로 들어간다면 검문검색에 걸려서 취재 장비를 다 빼앗기게 될텐데, 설마 그렇게 되는걸 바라지는 않겠지?"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라제스의 모습을 보며, 전투기 파일럿이 즐거운 듯이 외쳤다.
"좋아! 그러면 파티 시작이다. 렛츠고!"
"!!!!"
볼륨한계까지 끌어올린 음악이 다시 콕핏안을 가득 메웠고, 그와 동시에 전투기가 엄청난 속도로 가속을 시작했다. 뒷좌석에 앉은 라제스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는 거대한 지뢰들을 보며 절망적인 비명을 질렀지만, 그 역시 스피커에서 울려나오는 보컬의 목소리에 의해 하나의 코러스로 묻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