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epilogue-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붉은 띠를 맨 사람들이 천안문 광장에 늘어서 있었다. 비가 오고 있음에도 그들의 불꽃은 사그라들지 않는 듯 했다. 함성소리가 거칠게 들려오다가 다시 잦아들기를 반복했다.

처형대 위에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무릎을 끓고 앉아 있었다. 처형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의 얼굴에는 이미 희망이 없었다. 양 리도 비를 맞으며 처형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랫동안이었다. 이 시간을 기다려온지도.

마침내 중국은 과거의 유산을 끊고 새로운 길로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구시대의 경찰은 처형되어야할 존재였다. 그리고 주도적인 역할이었던 양 리 역시 구시대의 척결대상이었다.

마침내 이루고 만 것이다.

목숨을 바쳐서 미래를 산다. 말 그대로였다. 양 리는 그렇게 생각했다. 우울한 비만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날은 아주 맑았으면 했다. 새시대를 여는 날은 아주 맑은 날이었으면 했다. 그러나 어쩔수 없었다. 양 리는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한 사람의 목이 베어진 모양이었다. 양 리는 씁쓸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다시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몇십명의 사람들이니 아주 간략한 처형식이었다.

우울하게 젖은 머리카락을 목을 흔들어 뒤편으로 넘겼다. 그때 눈에 이상한 것이 들어왔다. 이 자리에 있어서는 안되는 사람이었다. 진작에 도망친 사람의 모습이 보이는 것을 보며, 양 리는 자신이 환각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환각은 어느새 양 리의 눈앞에 서 있었다. 그가 말했다.

「양 리. 도망갑시다.」

양 리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러자 옆에 서 있던 한 소녀가 웃으며 양 리의 어깨를 두드렸다.

「여기서 죽긴 싫잖아. 그치?」
「나는.......」

양 리의 말을 소녀의 손이 멈췄다.

「기다릴 시간이 없어. 우리는 바벨을 무너뜨리러 가야 한단 말이야. 빨리 결정해. 뭐? 간다고. 조슈. 양 리도 간다고 했어.」
「좋습니다. 그럼!」

조슈가 품에 넣어뒀던 무엇인가를 꺼냈다. 그것은 나무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나무에 다닥다닥 기계가 달라붙어있었다. 조슈는 놀라운 것을 보여준다는 듯 한껏 손을 휘저으며 그것을 높이 쳐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바닥에 내리꽂았다. 증기가 솟구쳐 올랐다.

양 리의 입이 벌어졌다.

높이 솟아오른 증기는 양 리의 모습이 감췄다.

그리고 증기가 사라졌을 때는 이미 아무도 없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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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습니다.

쓰기 시작한지가 7월 28일이니...

거의 한달이군요. 한달 동안 죽어라 두드린 덕분에 결국 장편하나 완결했습니다. 현재까지 원고지 총매수는 대략 840매정도 되는 군요. 현재 이 원고는 넥스비전과 시드노벨 양쪽에 투고해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후우. 힘든 한달이었습니다.

처음 구상한지는 2004년이었으니, 벌써 2년이 훌쩍 넘었군요.
제대로된 장편을 써본건 pop!이라는 소설이 처음이었으니 이게 완결한 두번째 장편이 되는 셈입니다. 그동안 죽어라 단편만 써오다가 장편을 쓰려니 확실히 단편과는 달리 장편은 인내심 싸움이더군요. 일단 인내심 싸움에서 이겼다는 것에 의의를 두렵니다.

앞으로, 크로스로드에 낼 단편을 하나쓰고, pop! 리메이크 후에.

링커 후속작 더 딥퍼 1980년 편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아예 안들릴것처럼 말하는 것 같군요.. 계속 들려서 간간히 소설 올릴거에요.)

그럼 이때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2007년 9월 3일.
글쟁이. 요한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