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링커 1979년 - 작가 - 요한(windkju)
글 수 29
무한곡선
9.
수없는 곡선이었다. 곡선이 여기에서 저기로 마음대로 이지러졌다. 곡선이 마주칠때마다 부서지며 새로운 곡선을 만들어 냈다. 어떤 것은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어떤 것은 직선에 가까운 곡선이었다. 나는 그 곡선에 끝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곡선을 그러쥐었다. 그리고 둘을 이어붙였다.
창조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미난 일이었다. 다른 곡선들도 이어붙였다. 또 새로운 것이 태어났다. 창조였다. 곡선이 이어지며 하나의 무한대를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다른 곡선이 와서 부딪힐때 그 무한대도 역시 부서졌다. 다시 곡선이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요함으로 다른 곡선들을 이어붙였다. 그러나 그것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선 이가 누구인지 알았다. 한 소녀가 곡선의 끝에 서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니나였다. 나는 거대한 역사의 조류를 알았다. 인류의 시작과 끝을 깨달았다. 창조를 맡은 이가 누구던가. 바로 나였다. 그랬다. 내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니나가 끝이었다. 내가 만드는 모든 창조는 니나에게 끝이 맺어졌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끝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니나가 말했다.
「시간의 흐름을 거대한 스케치북이라고 생각해봐. 그 스케치북에 그림을 화가가 있다면, 언젠가 그는 그 그림을 완성하게 될꺼야. 빈 여백이 남아있지 않게 되겠지.」
그래. 언젠가는 끝이 되겠지.
「인류라는 하나의 생명체가 그 화가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그 스케치북 위에 가필하고 있는거야. 처음의 붓질에서 마지막의 붓질까지 말이야. 덧그리는 것은 안돼. 이미 자리를 채우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빈 여백에 밖에 그리지 못하는 거야.」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인류는 시간이라는 스케치북을 그리고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 스케치북은 언젠가는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붓질을 하는 사람은 모든 그림을 조망하며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조류를.
「그래. 그래서 나는 모든 역사를 알 수 있었어. 모두 나였으니까. 거대한 1인극이지. 인류라는 생명체가 일인극으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 그렇다면 가장 처음 붓질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밖에 없다. 창조를 맡고 있는 사람은 나이다. 나는 다른 모든 것에 구속받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모든 곳이 여백이니 진한 붓질로 온통 낙서를 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달랐다.
「나는 너와 달리, 여백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그래서 내가 행동할 수 있는 반경은 없어.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모습대로. 다른 사람들이 그려놓은 모습대로 나는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거야. 너는 자유지만, 나는 속박이야.」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자유를 주는 방법을 생각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스케치북이 한정되어 있다면, 다음장을 넘길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붓질을 뺏어버리면 된다. 다른 사람이 그릴 여백을 니나에게 그리도록 하게 하면 된다. 그럼으로써 니나는 그 여백만큼 자유로워진다.
「그래. 그렇게 한다면 나는 자유로워 지겠지.」
나는 내 자신의 더미를 만들어서 역사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죽음과 삶을 이어서 죽었지만 살아있는, 천명인 동시에 한명인 사람을 만드는 약을 남겼다. 나라는 진짜 창조와 조슈라는 가짜 창조를 연결해서 진짜도 가짜도 아닌 창조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륙의 끝과 끝을 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니나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
「정말 그것 때문에 그렇게 한거야? 왜 하필 나에게 그런 자유를 주려고 하는거야?」
그거야. 당연히.......
침을 삼켰다.
「깨어나 조슈!」
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널 사랑하니까.
10.
찰라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여전히 미카엘은 제레미를 씹어먹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계획대로였다. 저대로 제레미를 먹고 완성체가 된 미카엘을 죽이면 1000명분의 영향력을 니나가 가지게 된다.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의아한 듯 니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니나.」
니나는 나의 말투에 당황한듯 뒷걸음질쳤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나는 니나에게 편하게 말하고 있었다. 예의 존댓말이 아니었다. 그거야 내가 요한이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넌 요한이구나.」
「그래. 내가 요한이야.」
나는 나를 요한이라고 말했다. 인정했다. 깅거이 돌아온 나는 이미 조슈가 아니라 요한이었다. 링커는 나의 대답이 기쁜지 무릎을 굽히며 소리쳐 외쳤다.
「돌아오신 주인님을 환영합니다.」
「그래. 그동안 수고 많았다.」
「아닙니다. 주인님의 일을 도와드리는 것이 저희 링커의 역할입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우선 저것을 처리하자.」
나는 미카엘을 가리켰다. 미카엘은 제레미의 몸을 거의다 씹어먹고는 어느새 마지막 핏물까지 쪽쪽거리며 빨아먹고 있었다. 수축되어 미카엘의 몸속에 들어간 제레미의 몸은 그대로 하나가 될 것이다. 내 예상에 맞게 미카엘은 바들거리며 몸을 부여잡았다. 곧 증기같은 것이 몸에서 스며나왔다. 그러더니 증기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처음보는 광경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오! 저렇게 보여지는 거구나!」
갑작스럽게 니나가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나는 의아함에 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슬픔으로 아롱져 있었다. 그녀의 작은 입술이 열렸다.
「저대로 놔둘 셈이야?」
「물론.」
「그게 요한의 결정이야? 아니면 조슈의 결정이야?」
니나의 물음에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당연히 요한의 결정이지. 아직도 모르겠어? 난 이미 요한이야.」
「무엇을 위해?」
「당연히.......너를 위해서지.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 너도 답답하잖아. 역사의 틈에서 기억하는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말이야.」
니나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우리둘은 행복해질 수 있을꺼야. 자유로움에서 말이야.」
그 순간 니나가 고개를 들었다.
찰싹.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방금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니나가 벌개진 얼굴로 손을 매만지고 있었다. 늘 그녀가 불안함으로 손을 매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의 빰을 때리느라 손이 아픈것이다.
「뭐야?」
「이 바보자식아! 처음과 끝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녀는 발악하듯 외쳤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깨닫고야 말았다. 처음과 끝은 만날 수가 없었다. 처음과 끝이 만나버리면 그것은 이미 곡선이 아니다. 무한대이다. 무한대라는 것은 제로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처음과 끝은 만날 수 없다. 만나는 순간 없던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절대로 나와 니나는 이어질 수 없는 사이이다.
완성의 순간에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치명적인 바보짓을 해버렸다는 것을.
11.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렵지 않았다. 창조를 맡고 있는 나이기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방향성만 주어진다면 나는 어디로든 나갈 수 있는 붓이다.
나는 폐곡선 두 개를 쥐었다.
역사의 붓질이 하나 더 해졌다.
회중시계를 와륜의 중심부를 향해 집어던졌다.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와륜의 힘과 창조의알을 통하면 충분히 미카엘의 작용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니나와 만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역사의 붓질이 하나 더 해졌다.
와륜의 중심부에 폐곡선이 스며들었다. 곧 와륜은 거대한 척력을 발휘하며 웅웅대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척력은 모든 연금술의 위력을 무력화 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창조의알이 있어야 했다. 눈치를 챈 것인지 안내자가 가방을 내밀었다.
「돌아오시길 빕니다. 주인님」
그는 웃고 있었다. 나도 그에게 마주 웃어주었다. 가방속에서 창조의알을 꺼냈다. 창조의알이 창조주를 만나 빛나고 있었다. 조슈는 알고 있었을까. 나의 계획에서 창조의알은 별 쓸모가 없었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는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될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옥같은 땅속에서 창조의알을 캐왔는지도.
증기가 사그라들고 있었다. 흩어지는 증기를 배경으로 미카엘의 그림자가 비쳤다. 그는 괴이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잭 오 랜턴의 웃음 같았다. 나는 창조의알을 쥐고 잠시 니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짓을 하는거야?」
그녀가 물어왔다. 나는 그녀에게 웃어주었다.
「다시 만나자. 니나.」
역사의 붓질이 하나 더 해졌다.
나는 의아해하는 니나를 두고 창조의알을 쥔채 미카엘에게 달려들었다. 증기가 격한 바람에 흩어졌다.
「우아아아!」
역사의 붓질이 지워졌다.
------------------------------
무한곡선편 끝났습니다. 에필로그만 올리면 끝이군요.
9.
수없는 곡선이었다. 곡선이 여기에서 저기로 마음대로 이지러졌다. 곡선이 마주칠때마다 부서지며 새로운 곡선을 만들어 냈다. 어떤 것은 소용돌이치고 있었고, 어떤 것은 직선에 가까운 곡선이었다. 나는 그 곡선에 끝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곡선을 그러쥐었다. 그리고 둘을 이어붙였다.
창조는 어렵지 않았다.
나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 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재미난 일이었다. 다른 곡선들도 이어붙였다. 또 새로운 것이 태어났다. 창조였다. 곡선이 이어지며 하나의 무한대를 만들어냈다. 그렇지만 다른 곡선이 와서 부딪힐때 그 무한대도 역시 부서졌다. 다시 곡선이 되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집요함으로 다른 곡선들을 이어붙였다. 그러나 그것역시 마찬가지였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 선 이가 누구인지 알았다. 한 소녀가 곡선의 끝에 서 있었다. 그 소녀의 이름은 니나였다. 나는 거대한 역사의 조류를 알았다. 인류의 시작과 끝을 깨달았다. 창조를 맡은 이가 누구던가. 바로 나였다. 그랬다. 내가 시작이었다.
그리고 니나가 끝이었다. 내가 만드는 모든 창조는 니나에게 끝이 맺어졌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끝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니나가 말했다.
「시간의 흐름을 거대한 스케치북이라고 생각해봐. 그 스케치북에 그림을 화가가 있다면, 언젠가 그는 그 그림을 완성하게 될꺼야. 빈 여백이 남아있지 않게 되겠지.」
그래. 언젠가는 끝이 되겠지.
「인류라는 하나의 생명체가 그 화가라면, 우리는 끊임없이 그 스케치북 위에 가필하고 있는거야. 처음의 붓질에서 마지막의 붓질까지 말이야. 덧그리는 것은 안돼. 이미 자리를 채우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빈 여백에 밖에 그리지 못하는 거야.」
그녀의 말에 공감했다. 인류는 시간이라는 스케치북을 그리고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그 스케치북은 언젠가는 완성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붓질을 하는 사람은 모든 그림을 조망하며 평가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역사의 조류를.
「그래. 그래서 나는 모든 역사를 알 수 있었어. 모두 나였으니까. 거대한 1인극이지. 인류라는 생명체가 일인극으로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어. 그렇다면 가장 처음 붓질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나밖에 없다. 창조를 맡고 있는 사람은 나이다. 나는 다른 모든 것에 구속받지 않고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모든 곳이 여백이니 진한 붓질로 온통 낙서를 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달랐다.
「나는 너와 달리, 여백이 거의 남아있지 않아. 그래서 내가 행동할 수 있는 반경은 없어. 다른 사람이 기억하는 모습대로. 다른 사람들이 그려놓은 모습대로 나는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거야. 너는 자유지만, 나는 속박이야.」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에게 자유를 주는 방법을 생각했다.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스케치북이 한정되어 있다면, 다음장을 넘길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붓질을 뺏어버리면 된다. 다른 사람이 그릴 여백을 니나에게 그리도록 하게 하면 된다. 그럼으로써 니나는 그 여백만큼 자유로워진다.
「그래. 그렇게 한다면 나는 자유로워 지겠지.」
나는 내 자신의 더미를 만들어서 역사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죽음과 삶을 이어서 죽었지만 살아있는, 천명인 동시에 한명인 사람을 만드는 약을 남겼다. 나라는 진짜 창조와 조슈라는 가짜 창조를 연결해서 진짜도 가짜도 아닌 창조자를 만들었다. 그리고 대륙의 끝과 끝을 이었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니나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그렇게 했다.
「정말 그것 때문에 그렇게 한거야? 왜 하필 나에게 그런 자유를 주려고 하는거야?」
그거야. 당연히.......
침을 삼켰다.
「깨어나 조슈!」
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널 사랑하니까.
10.
찰라의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 여전히 미카엘은 제레미를 씹어먹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막을 생각이 없었다. 계획대로였다. 저대로 제레미를 먹고 완성체가 된 미카엘을 죽이면 1000명분의 영향력을 니나가 가지게 된다. 어쩐지 웃음이 나왔다. 그러자 의아한 듯 니나가 나를 바라보았다.
「왜 그래? 니나.」
니나는 나의 말투에 당황한듯 뒷걸음질쳤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나는 니나에게 편하게 말하고 있었다. 예의 존댓말이 아니었다. 그거야 내가 요한이니 당연한 걸지도 모른다.
「넌 요한이구나.」
「그래. 내가 요한이야.」
나는 나를 요한이라고 말했다. 인정했다. 깅거이 돌아온 나는 이미 조슈가 아니라 요한이었다. 링커는 나의 대답이 기쁜지 무릎을 굽히며 소리쳐 외쳤다.
「돌아오신 주인님을 환영합니다.」
「그래. 그동안 수고 많았다.」
「아닙니다. 주인님의 일을 도와드리는 것이 저희 링커의 역할입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까요?」
「우선 저것을 처리하자.」
나는 미카엘을 가리켰다. 미카엘은 제레미의 몸을 거의다 씹어먹고는 어느새 마지막 핏물까지 쪽쪽거리며 빨아먹고 있었다. 수축되어 미카엘의 몸속에 들어간 제레미의 몸은 그대로 하나가 될 것이다. 내 예상에 맞게 미카엘은 바들거리며 몸을 부여잡았다. 곧 증기같은 것이 몸에서 스며나왔다. 그러더니 증기가 폭발하듯 솟구쳐 올랐다. 처음보는 광경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오오! 저렇게 보여지는 거구나!」
갑작스럽게 니나가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나는 의아함에 니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은 슬픔으로 아롱져 있었다. 그녀의 작은 입술이 열렸다.
「저대로 놔둘 셈이야?」
「물론.」
「그게 요한의 결정이야? 아니면 조슈의 결정이야?」
니나의 물음에 나는 어이가 없어졌다.
「당연히 요한의 결정이지. 아직도 모르겠어? 난 이미 요한이야.」
「무엇을 위해?」
「당연히.......너를 위해서지. 너에게 자유를 주고 싶어. 너도 답답하잖아. 역사의 틈에서 기억하는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자신이 말이야.」
니나가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
「우리둘은 행복해질 수 있을꺼야. 자유로움에서 말이야.」
그 순간 니나가 고개를 들었다.
찰싹.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방금 무슨일이 일어난거지? 니나가 벌개진 얼굴로 손을 매만지고 있었다. 늘 그녀가 불안함으로 손을 매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나의 빰을 때리느라 손이 아픈것이다.
「뭐야?」
「이 바보자식아! 처음과 끝이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그녀는 발악하듯 외쳤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깨닫고야 말았다. 처음과 끝은 만날 수가 없었다. 처음과 끝이 만나버리면 그것은 이미 곡선이 아니다. 무한대이다. 무한대라는 것은 제로와 마찬가지이다. 그러니까 처음과 끝은 만날 수 없다. 만나는 순간 없던 것이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절대로 나와 니나는 이어질 수 없는 사이이다.
완성의 순간에 깨달아 버리고 말았다.
치명적인 바보짓을 해버렸다는 것을.
11.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어렵지 않았다. 창조를 맡고 있는 나이기에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방향성만 주어진다면 나는 어디로든 나갈 수 있는 붓이다.
나는 폐곡선 두 개를 쥐었다.
역사의 붓질이 하나 더 해졌다.
회중시계를 와륜의 중심부를 향해 집어던졌다. 미리 예상하고 있었던 것일까? 와륜의 힘과 창조의알을 통하면 충분히 미카엘의 작용을 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니나와 만날 수 있는 방법도 있었다.
역사의 붓질이 하나 더 해졌다.
와륜의 중심부에 폐곡선이 스며들었다. 곧 와륜은 거대한 척력을 발휘하며 웅웅대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척력은 모든 연금술의 위력을 무력화 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된다. 창조의알이 있어야 했다. 눈치를 챈 것인지 안내자가 가방을 내밀었다.
「돌아오시길 빕니다. 주인님」
그는 웃고 있었다. 나도 그에게 마주 웃어주었다. 가방속에서 창조의알을 꺼냈다. 창조의알이 창조주를 만나 빛나고 있었다. 조슈는 알고 있었을까. 나의 계획에서 창조의알은 별 쓸모가 없었다는 사실을. 어쩌면 그는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될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옥같은 땅속에서 창조의알을 캐왔는지도.
증기가 사그라들고 있었다. 흩어지는 증기를 배경으로 미카엘의 그림자가 비쳤다. 그는 괴이하게 웃고 있었다. 마치 잭 오 랜턴의 웃음 같았다. 나는 창조의알을 쥐고 잠시 니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짓을 하는거야?」
그녀가 물어왔다. 나는 그녀에게 웃어주었다.
「다시 만나자. 니나.」
역사의 붓질이 하나 더 해졌다.
나는 의아해하는 니나를 두고 창조의알을 쥔채 미카엘에게 달려들었다. 증기가 격한 바람에 흩어졌다.
「우아아아!」
역사의 붓질이 지워졌다.
------------------------------
무한곡선편 끝났습니다. 에필로그만 올리면 끝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