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링커 1979년 - 작가 - 요한(windkju)
글 수 29
와륜
10.
황궁은 고요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빗방울의 동당거림처럼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를 들으며 미카엘은 장난끼 어린 발걸음으로 황궁을 걸었다. 양 리는 그의 옆에서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가끔 나를 뒤돌아 보았다. 그의 눈에는 빗자국같은 얼룩이 묻어있었다.
나는 병사들에게 단단히 결박되어 끌려가고 있었다. 반항을 해보려 했지만 무의미했다. 달아날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달아날 수 있을까. 미카엘에게서.
미로같은 길을 걸어 마침내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앞을 지키고 있는 호위무사가 서 있었지만, 미카엘은 거침이 없었다. 마치 세상이 그의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침묵한 호위무사는 망설임없이 미카엘의 뒤를 따랐다. 빗방울을 튕기며 들어선 대전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용의 장식이 길게 대전 끝까지 이어져 있다. 그리고.
화려한 장식으로 둘러쌓인 제단위에 황제가 앉아 있었다. 고개를 엎드리고 있던 사람들과 무슨 회담을 하고 있었던 듯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회담을 방해한 것이 기분 나빴는지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멈추라는 의미인 듯 느껴졌다.
그러나 미카엘은 걸음을 멈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황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황제도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소리쳤다.
「너는 누구냐! 누구기에 짐의 안전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느냐!」
미카엘은 그대로 걸어갔다. 호위무사와 양리가 그를 따르고 있었다. 엎드려 있던 사람들중 몇 명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카엘은 여전히 황제에게 가고 있었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멈춰라!」
그러나 미카엘은 제단을 오르고 있었다. 미카엘이 올라감에 따라 황제는 긴 도포를 끌며 뒤로 쓰러질듯 비틀거렸다. 그러나 물러날 수 없었다. 용으로 장식된 의자가 그를 막고 있었다. 마침내 미카엘이 제단의 꼭대기에 올랐을 때. 그는 그제서야 걸음을 멈췄다. 심술궂은 표정이 마치 장난감을 앞에둔 아이같다.
「너냐?」
황제는 심장이 멎을 듯 숨을 헐떡였다. 미카엘은 용으로 장식된 의자를 움켜쥐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너냔 말이야.」
「지.....지,짐은.......」
미카엘의 물음에 황제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바닥에 엎드려 있던 자들도 충격에서 깨어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백발이 성성한 이가 소리쳤다.
「저 황제를 능멸하는 자를 처단하지 않고 뭣들 하느냐!」
그러나 그는 흐름을 모르고 있었다. 양 리와 한 호위무사의 짧은 눈짓이 오가고, 호위무사는 검을 뽑아 그대로 그 신하를 베어버렸다. 피의 선이 길게 그어졌다. 그러자 연달아 소리치려 했던 신하들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황제도 그 광경을 보고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결국 의자에 넘어질듯 쓰러져 버렸다. 미카엘은 그 황제의 옷을 부여잡았다.
「너구나.」
「지,짐은 화,황제다.」
「그래. 너야. 앞으로의 세상에 너는 필요없어.」
미카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껏 고개를 숙였다. 마치 절을 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것은 경의의 표시가 아니었다. 고개를 든 그의 손에는 작지만 치명적인 권총이 들려있었다. 총구가 황제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 리였다. 그의 입술은 흥분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핏발이 선 눈으로 그가 말했다.
「미래가 열린다.」
탕!
피이잉-
기성이 울렸다. 강한 소리에 귀가 먼 것처럼. 핏자국이 황제의 뒤편에 발악하는 새처럼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스르륵. 황제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미카엘은 흥분으로 상기된 얼굴로 황제의 몸을 들어 제단아래로 던져버렸다. 버려진 개처럼 던져진 황제의 시체는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었다. 시체는 충격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양 리마저 그 잔혹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시체를 던진 미카엘은 황제의 제단에 털썩 앉았다. 황제의 자리였다. 그리고 그는 너무나 그 아름다운 제단에 어울렸다. 그는 한껏 머리를 쓸어넘기며 권총을 아래로 던졌다. 그의 얼굴은 희열과 광기로 빛나고 있었다. 대전에 그의 맑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장난처럼 웃어제낀 그가 말했다.
「자. 이제부터 내가 세상의 왕이다.」
양 리와 호위무사가 그 순간 무릎이 부서질 듯 부복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경하드리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덩달아 바닥에 엎어진 나는 세상이 부서지는 기분을 느꼈다. 너무나 사실적인 기분이었다.
11.
「파티를 열어야지. 이렇게 기쁜날 파티를 열지 않을 수 있나. 양 리. 어서 유실자를 데려와. 식사시간이야.」
미카엘의 말에 양 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곧 미스 벤자민이 도착할 겁니다.」
미카엘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양 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 선별작업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를 함께 할 관리들을 미리 선별해서.......」
「귀찮아. 그런건 너희들이 알아서 하면 되잖아. 난 배가 고프다.」
「폐하!」
쿵!
미카엘이 의자를 후려쳤다. 그러자 의자 손잡이가 떨어져나갔다. 양 리의 어깨가 움찔하며 움직였다. 나 역시 미카엘의 가공할 힘에 두려움을 느꼈다. 첫 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미카엘은 아름답지만 어린아이 같은 인물이었다.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것에 담긴 의미는 무시무시했다. 절대적인 힘. 명령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알겠습니다.」
절을 한 양 리가 대전을 나갔다. 그때 나를 붙들고 있는 호위무사가 낮게 중얼거렸다.
「고개를 들지 말고 들으세요.」
말하지 않아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여전히 나는 바닥에 엎어져 있었으니까. 그는 내가 고개를 들지 않자 말을 이었다.
「곧 제레미가 올테지만, 아마도 미카엘은 제레미를 먹지 못할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당신은 몽골로 가야합니다.」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 호위무사는 누구이기에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가 말한 내용은 분명 미카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다. 미카엘에게 공조된 사람이 아닌건가? 의문에 말을 잊고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러자 황급히 그는 나의 머리를 찍어 눌렀다. 그 순간 보았다. 그의 손목에 그려진 꼬리를 문 뱀을.
「니나를 기다리세요. 곧 그녀가 옵니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 니나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다시 고개를 들려 했다. 하지만 머리를 누르고 있는 그의 힘은 강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중얼거렸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잠시면 됩니다.」
그 때 미카엘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오오. 그러고 보니 재미난 장난감을 잊고 있었군.」
미카엘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의 생각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어렴풋이 추측했었다. 강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 생각이 공유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마치 자석처럼 가까이 있게 되면 더 강한 힘이 느껴지는 것처럼. 흘러들어온 미카엘의 감정(생각)은 나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했다. 그는 인간을 집어삼키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마치 식욕이 모든 것을 지배한 듯한 인상이었다.
「이리 가까이 데려와.」
호위무사가 나를 잡아 끌었다. 그는 마지막에 나에게 속삭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리를 믿으세요.」
나는 호위무사를 힐끔 바라보았다. 방금 말한 것이 거짓인것처럼,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는 무심한 태도로 나를 끌어 미카엘의 제단 아래로 데려갔다. 고개를 들자 미카엘의 환한 얼굴이 보였다. 그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장난처럼 말했다.
「무서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이 두려웠기에. 미카엘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넌 한번도 ‘먹는 것’을 보지 못했나 보지? 하하. 난 수백번 보았는데 말이지. 꽤 재미있어. 특히 머리를 먹을 때가 참 재미있지.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데 말야. 오. 맙소사. 그 표정을 봐야 한다니까.」
나는 토악질이 나는 기분을 느꼈다. 사람을 먹는 다는 것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는 미카엘이. 또 그의 생각이 넘쳐흘렀다. 그는 먹는 것을 상상하는지 피로 얼룩진 추억을 건져내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러자 미카엘이 제단에서 뛰어내려왔다.
그의 손이 나의 얼굴을 쥐고 강제로 고개를 돌리게 했다. 그의 맑은 눈에 나의 모습이 가득 비쳤다. 나의 모습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왜? 재미없어? 진짜란 말이야. 꽤 맛있어. 머리는 꽤 먹기 힘든데 아드득 하고 씹히는 맛이 있어서, 늘 가장 처음에 먹게 돼. 아아, 맛있는건 미뤄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너도 꽤 맛있겠는걸」
갑자기 그의 음색이 낮아졌다.
「참기 힘들어. 널 빨리 먹고 싶어져버렸어.」
그는 마치 씹어먹을 듯 입을 오물거렸다. 장난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나는 두려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드는 상상이 나에게도 보여졌기 때문이었다. 피투성이가 되며 나의 머리를 아드득 하고 씹어먹는 그의 생각이 그대로 보여졌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도 나의 생각이 보여진 모양이었다.
「나의 생각이 보이고 있지? 하. 하하. 재미난 현상이야. 특히 이게 재미있어. 생각이 보여지니까 두려움을 느낄 수가 있거든. 벤자민이 참 재미난 약을 만들었어. 이건 생각을 공유하는 약 따위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이건 말야.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만드는 약이야. 흐흐. 아주 사랑스럽다니까.」
그 때 양 리의 다급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유실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자 미카엘의 관심은 바로 양 리에게로 옮겨져 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양 리가 데리고 있는 제레미에게로 였다. 미카엘은 나의 얼굴을 놓고는 대전을 뛸듯이 걸어갔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양 리와 제레미가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이 공포로 얼룩져있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나는 나의 생각을 의심해야 했다.
맛있어 보였다.
빌어먹을. 악마의 약의 효력이었다.
12.
「어서와. 유실자. 아니 너의 이름은 알 수 있을 것 같군. 그래. 제레미였었지?」
제레미는 몸을 떨며 뒤로 물러나려했다. 그러나 양 리가 그를 붙들고 있었다. 미카엘은 깔깔대며 웃더니 제레미의 목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힘은 실리지 않은 듯 제레미는 낮게 말했다.
「미카엘.」
「그래. 오래간만이군. 누리살 이후에 처음 본 건가?」
제레미는 누리살이라는 이름에서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는 애써 용기를 짜내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군.」
「왜 도망친거지? 넌 늘 특별대우였잖아. 그렇지 않아?」
미카엘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말했다. 제레미도 누리살에 대해 떠올리고 있었다. 저주받은 땅이었다. 서로를 먹으면서 점점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그 식육의 땅에서 제레미는 도망쳤다. 미카엘은 그때를 떠올리며 즐거운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제레미에 대해서 즐거운 마음을 느끼지 못했다.
「미스 벤자민의 몸이 불쾌했던 거야? 꽤 즐겁지 않았어? 그 여자 꽤 잘할 것 같이 생겼잖아.」
「그만둬. 미카엘.」
「오호라. 아니라고는 말 못할텐데. 밤마다 그녀의 방에 들어갔었잖아. 덕분에 너는 도망칠 수 있었겠지. 아. 혹시 그래서 일부러 그녀의 방에 들어갔던거야?」
미카엘은 이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제레미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갈듯 발버둥쳤지만 양 리가 붙들고 있는데다 미카엘이 목을 쥐고 있어서 그렇지 못했다. 순간 미카엘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너만 특별대우였어. 하지만 봐. 가장 많이 먹은 건 나야.」
「크흑.」
숨이 막힌듯 제레미의 몸이 바둥거렸다. 그 바둥거림 때문에 결국 양 리는 제레미를 놓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레미는 미카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먹으로 미카엘의 팔을 치고 있었지만, 제레미의 몸은 들려갈 뿐이었다. 공중으로 떠오른 제레미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흘러나왔다.
「널 먹고, 내가 완성체가 되겠어.」
「크. 후......후회할껄.」
제레미의 말에 미카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제레미는 억지로 미카엘의 손을 벌리려고 용을 썼지만 불가능했다. 그는 이를 아득 깨물며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와. 크흑. 완성체......큭. 따위가 아냐.」
「뭐?」
미카엘의 질문에 제레미가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그 표정은 조소였다. 미카엘도 그 표정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미카엘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더욱 제레미의 목을 졸랐다. 그 순간 제레미의 눈이 뒤집히며 공간을 가르는 이명이 울려퍼졌다. 피이잉하는 새된 비명같은 소리에 나는 순간 몸이 허물어졌다. 그 소리는 강력한 힘으로 울려퍼졌다.
-멈춰-
「윽. 이게 무슨 소리지.」
미카엘도 순간적으로 귀를 막으며 물러섰다. 덕분에 제레미의 몸이 볼썽사납게 나가떨어졌다. 나가 떨어졌던 제레미가 갑자기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곧 깔깔대는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제레미가 웃으며 말했다.
「맙소사. 하하하. 그 말을 믿고 있었다니. 하. 바보아냐. 진짜. 하하. 쿨럭 쿨럭.」
웃음소리는 곧 격한 기침 소리가 되었다. 더 이상 이명은 들리지 않았다. 미카엘은 불쾌하다는 듯 손을 내리고 제레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제레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어쩐지 그것은 두려움 같았다. 새된 기침을 하던 제레미가 몸을 일으켰다. 제레미의 얼굴에는 예의 조소가 떠올라 있었다.
「나를 한번 먹어 보시지?」
「.......도대체 뭐지?」
미카엘이 물었다. 제레미는 미카엘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다시 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두려움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미카엘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뭔가 짐작가는 점이 있는 듯했다. 한참을 웃던 제레미가 미카엘에게로 걸어갔다. 그러자 오히려 미카엘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던 양 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믿던 대상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자 불쾌해진 것이리라.
미카엘의 앞까지 다가간 제레미가 말했다.
「바보 녀석.」
「뭐?」
「내가 왜 특별대우인지 알아? 그건 말이야.......」
미카엘이 침을 삼켰다. 제레미는 후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예의 자조적인 표정으로 돌아왔다.
「내가 히틀러를 먹었거든.」
「뭐?」
나는 제레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제레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누리살은 히틀러를 신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란 말이야. 하하. 너 따위가 아냐. 내가 그 계획의 첫 번째였지. 너도 알고 있지? 그 약은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약이 아냐. 하나의 히틀러. 신이 된 히틀러. 영원히 사는 히틀러를 만들기 위한 약이란 말이야. 자. 이제 한번 먹어보시지? 응?」
미카엘은 입을 닫았다. 절대로 먹지 않겠다는 듯.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제레미가 한걸음 미카엘에게로 다가갔다.
「자 한번 먹어보라니까? 아마 나를 먹는 순간. 너의 인격은 사라지고 히틀러의 인격이 깨어날꺼야. 왜 못먹지? 먹어보라니까.」
미카엘은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보던 제레미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야! 불순물! 조슈 가자.」
그 순간 나를 잡고 있던 호위무사가 나를 놓았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어서 가십시오. 링커가 찾아 갈 겁니다.」
나는 링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꼬리를 문 뱀이라는 것을 막연히 알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제레미에게 달려갔다. 제레미는 내가 달려오자 미카엘을 밀치고는 대전밖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미카엘의 얼빠진 얼굴을 뒤로 하며 나도 대전밖으로 달려나갔다.
「저들을 잡아!」
양 리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호위무사들이 우리를 쫓아 달려나왔다. 곧 잡힐 거라 생각했지만 제레미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그 계획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콰가강!
순간 대전의 맞은 편 담벼락이 무너지며 먼지가 솟아올랐다.
「콜록. 콜록.」
기침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 강력한 힘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돌먼지가 가시자 그 속에서 입을 막고 기침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비에 젖은 요셉이었다.
「어어? 편지 받았습니다. 이렇게 오면 되는 겁......」
「시끄러! 빨리 가자!」
제레미가 요셉의 말을 막으며 소리쳤다. 요셉도 우리를 쫓아오는 호위무사들을 본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요셉은 꽤 똑똑했다. 그는 툰드라에서 배운 것이 있었다.
-탈칵.
태엽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콰가가가강!
바닥을 후려쳐 땅에서 흙먼지를 솟구치게 만든 요셉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나도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만 웃어. 바보들. 가자니까!」
제레미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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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륜 편 끝났습니다. 바로 무한곡선편 시작합니다.
10.
황궁은 고요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빗방울의 동당거림처럼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 처마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의 소리를 들으며 미카엘은 장난끼 어린 발걸음으로 황궁을 걸었다. 양 리는 그의 옆에서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가끔 나를 뒤돌아 보았다. 그의 눈에는 빗자국같은 얼룩이 묻어있었다.
나는 병사들에게 단단히 결박되어 끌려가고 있었다. 반항을 해보려 했지만 무의미했다. 달아날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달아날 수 있을까. 미카엘에게서.
미로같은 길을 걸어 마침내 대전으로 향했다. 대전앞을 지키고 있는 호위무사가 서 있었지만, 미카엘은 거침이 없었다. 마치 세상이 그의 위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침묵한 호위무사는 망설임없이 미카엘의 뒤를 따랐다. 빗방울을 튕기며 들어선 대전은 너무나 아름다운 곳이었다. 용의 장식이 길게 대전 끝까지 이어져 있다. 그리고.
화려한 장식으로 둘러쌓인 제단위에 황제가 앉아 있었다. 고개를 엎드리고 있던 사람들과 무슨 회담을 하고 있었던 듯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회담을 방해한 것이 기분 나빴는지 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었다. 멈추라는 의미인 듯 느껴졌다.
그러나 미카엘은 걸음을 멈춘지 않았다. 그는 그대로 황제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황제도 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듯 소리쳤다.
「너는 누구냐! 누구기에 짐의 안전에서 고개를 숙이지 않느냐!」
미카엘은 그대로 걸어갔다. 호위무사와 양리가 그를 따르고 있었다. 엎드려 있던 사람들중 몇 명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카엘은 여전히 황제에게 가고 있었다. 황제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멈춰라!」
그러나 미카엘은 제단을 오르고 있었다. 미카엘이 올라감에 따라 황제는 긴 도포를 끌며 뒤로 쓰러질듯 비틀거렸다. 그러나 물러날 수 없었다. 용으로 장식된 의자가 그를 막고 있었다. 마침내 미카엘이 제단의 꼭대기에 올랐을 때. 그는 그제서야 걸음을 멈췄다. 심술궂은 표정이 마치 장난감을 앞에둔 아이같다.
「너냐?」
황제는 심장이 멎을 듯 숨을 헐떡였다. 미카엘은 용으로 장식된 의자를 움켜쥐며 황제를 바라보았다.
「너냔 말이야.」
「지.....지,짐은.......」
미카엘의 물음에 황제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의 입술은 새파랗게 질려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제서야 바닥에 엎드려 있던 자들도 충격에서 깨어나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백발이 성성한 이가 소리쳤다.
「저 황제를 능멸하는 자를 처단하지 않고 뭣들 하느냐!」
그러나 그는 흐름을 모르고 있었다. 양 리와 한 호위무사의 짧은 눈짓이 오가고, 호위무사는 검을 뽑아 그대로 그 신하를 베어버렸다. 피의 선이 길게 그어졌다. 그러자 연달아 소리치려 했던 신하들은 입을 다물어 버렸다. 황제도 그 광경을 보고는 사시나무처럼 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 결국 의자에 넘어질듯 쓰러져 버렸다. 미카엘은 그 황제의 옷을 부여잡았다.
「너구나.」
「지,짐은 화,황제다.」
「그래. 너야. 앞으로의 세상에 너는 필요없어.」
미카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껏 고개를 숙였다. 마치 절을 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것은 경의의 표시가 아니었다. 고개를 든 그의 손에는 작지만 치명적인 권총이 들려있었다. 총구가 황제의 머리를 겨누고 있었다.
「마침내......」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양 리였다. 그의 입술은 흥분으로 요동치고 있었다. 핏발이 선 눈으로 그가 말했다.
「미래가 열린다.」
탕!
피이잉-
기성이 울렸다. 강한 소리에 귀가 먼 것처럼. 핏자국이 황제의 뒤편에 발악하는 새처럼 무늬를 그리고 있었다. 스르륵. 황제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미카엘은 흥분으로 상기된 얼굴로 황제의 몸을 들어 제단아래로 던져버렸다. 버려진 개처럼 던져진 황제의 시체는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었다. 시체는 충격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양 리마저 그 잔혹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시체를 던진 미카엘은 황제의 제단에 털썩 앉았다. 황제의 자리였다. 그리고 그는 너무나 그 아름다운 제단에 어울렸다. 그는 한껏 머리를 쓸어넘기며 권총을 아래로 던졌다. 그의 얼굴은 희열과 광기로 빛나고 있었다. 대전에 그의 맑은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장난처럼 웃어제낀 그가 말했다.
「자. 이제부터 내가 세상의 왕이다.」
양 리와 호위무사가 그 순간 무릎이 부서질 듯 부복했다. 그들은 고개를 숙이며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경하드리옵니다. 만세 만세 만만세!」
덩달아 바닥에 엎어진 나는 세상이 부서지는 기분을 느꼈다. 너무나 사실적인 기분이었다.
11.
「파티를 열어야지. 이렇게 기쁜날 파티를 열지 않을 수 있나. 양 리. 어서 유실자를 데려와. 식사시간이야.」
미카엘의 말에 양 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전에 할 일이 있습니다. 곧 미스 벤자민이 도착할 겁니다.」
미카엘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양 리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 선별작업이 있어야 합니다. 미래를 함께 할 관리들을 미리 선별해서.......」
「귀찮아. 그런건 너희들이 알아서 하면 되잖아. 난 배가 고프다.」
「폐하!」
쿵!
미카엘이 의자를 후려쳤다. 그러자 의자 손잡이가 떨어져나갔다. 양 리의 어깨가 움찔하며 움직였다. 나 역시 미카엘의 가공할 힘에 두려움을 느꼈다. 첫 인상은 틀리지 않았다. 미카엘은 아름답지만 어린아이 같은 인물이었다.
「내 말을 듣지 않겠다는 거야?」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것에 담긴 의미는 무시무시했다. 절대적인 힘. 명령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알겠습니다.」
절을 한 양 리가 대전을 나갔다. 그때 나를 붙들고 있는 호위무사가 낮게 중얼거렸다.
「고개를 들지 말고 들으세요.」
말하지 않아도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여전히 나는 바닥에 엎어져 있었으니까. 그는 내가 고개를 들지 않자 말을 이었다.
「곧 제레미가 올테지만, 아마도 미카엘은 제레미를 먹지 못할 겁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당신은 몽골로 가야합니다.」
나는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이 호위무사는 누구이기에 나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가 말한 내용은 분명 미카엘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다. 미카엘에게 공조된 사람이 아닌건가? 의문에 말을 잊고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러자 황급히 그는 나의 머리를 찍어 눌렀다. 그 순간 보았다. 그의 손목에 그려진 꼬리를 문 뱀을.
「니나를 기다리세요. 곧 그녀가 옵니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 니나의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다시 고개를 들려 했다. 하지만 머리를 누르고 있는 그의 힘은 강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중얼거렸다.
「무례를 용서하세요. 잠시면 됩니다.」
그 때 미카엘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오오. 그러고 보니 재미난 장난감을 잊고 있었군.」
미카엘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의 생각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어렴풋이 추측했었다. 강한 감정을 느끼게 되면 생각이 공유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마치 자석처럼 가까이 있게 되면 더 강한 힘이 느껴지는 것처럼. 흘러들어온 미카엘의 감정(생각)은 나를 두려움에 휩싸이게 했다. 그는 인간을 집어삼키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마치 식욕이 모든 것을 지배한 듯한 인상이었다.
「이리 가까이 데려와.」
호위무사가 나를 잡아 끌었다. 그는 마지막에 나에게 속삭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우리를 믿으세요.」
나는 호위무사를 힐끔 바라보았다. 방금 말한 것이 거짓인것처럼,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담겨있지 않았다. 그는 무심한 태도로 나를 끌어 미카엘의 제단 아래로 데려갔다. 고개를 들자 미카엘의 환한 얼굴이 보였다. 그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장난처럼 말했다.
「무서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말할 수 없이 두려웠기에. 미카엘은 히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넌 한번도 ‘먹는 것’을 보지 못했나 보지? 하하. 난 수백번 보았는데 말이지. 꽤 재미있어. 특히 머리를 먹을 때가 참 재미있지. 공포에 질린 얼굴을 하고 있는데 말야. 오. 맙소사. 그 표정을 봐야 한다니까.」
나는 토악질이 나는 기분을 느꼈다. 사람을 먹는 다는 것을 너무나도 태연하게 말하는 미카엘이. 또 그의 생각이 넘쳐흘렀다. 그는 먹는 것을 상상하는지 피로 얼룩진 추억을 건져내고 있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그러자 미카엘이 제단에서 뛰어내려왔다.
그의 손이 나의 얼굴을 쥐고 강제로 고개를 돌리게 했다. 그의 맑은 눈에 나의 모습이 가득 비쳤다. 나의 모습은 공포로 일그러져 있었다.
「왜? 재미없어? 진짜란 말이야. 꽤 맛있어. 머리는 꽤 먹기 힘든데 아드득 하고 씹히는 맛이 있어서, 늘 가장 처음에 먹게 돼. 아아, 맛있는건 미뤄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너도 꽤 맛있겠는걸」
갑자기 그의 음색이 낮아졌다.
「참기 힘들어. 널 빨리 먹고 싶어져버렸어.」
그는 마치 씹어먹을 듯 입을 오물거렸다. 장난스러운 표정이었지만, 나는 두려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드는 상상이 나에게도 보여졌기 때문이었다. 피투성이가 되며 나의 머리를 아드득 하고 씹어먹는 그의 생각이 그대로 보여졌다. 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그도 나의 생각이 보여진 모양이었다.
「나의 생각이 보이고 있지? 하. 하하. 재미난 현상이야. 특히 이게 재미있어. 생각이 보여지니까 두려움을 느낄 수가 있거든. 벤자민이 참 재미난 약을 만들었어. 이건 생각을 공유하는 약 따위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겠지? 이건 말야.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게 만드는 약이야. 흐흐. 아주 사랑스럽다니까.」
그 때 양 리의 다급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유실자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러자 미카엘의 관심은 바로 양 리에게로 옮겨져 갔다. 정확히 말하자면 양 리가 데리고 있는 제레미에게로 였다. 미카엘은 나의 얼굴을 놓고는 대전을 뛸듯이 걸어갔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그곳을 바라보았다. 양 리와 제레미가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이 공포로 얼룩져있는 것을 보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나는 나의 생각을 의심해야 했다.
맛있어 보였다.
빌어먹을. 악마의 약의 효력이었다.
12.
「어서와. 유실자. 아니 너의 이름은 알 수 있을 것 같군. 그래. 제레미였었지?」
제레미는 몸을 떨며 뒤로 물러나려했다. 그러나 양 리가 그를 붙들고 있었다. 미카엘은 깔깔대며 웃더니 제레미의 목을 부여잡았다. 그러나 힘은 실리지 않은 듯 제레미는 낮게 말했다.
「미카엘.」
「그래. 오래간만이군. 누리살 이후에 처음 본 건가?」
제레미는 누리살이라는 이름에서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는 애써 용기를 짜내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군.」
「왜 도망친거지? 넌 늘 특별대우였잖아. 그렇지 않아?」
미카엘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말했다. 제레미도 누리살에 대해 떠올리고 있었다. 저주받은 땅이었다. 서로를 먹으면서 점점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그 식육의 땅에서 제레미는 도망쳤다. 미카엘은 그때를 떠올리며 즐거운 마음을 느꼈다. 그러나 제레미에 대해서 즐거운 마음을 느끼지 못했다.
「미스 벤자민의 몸이 불쾌했던 거야? 꽤 즐겁지 않았어? 그 여자 꽤 잘할 것 같이 생겼잖아.」
「그만둬. 미카엘.」
「오호라. 아니라고는 말 못할텐데. 밤마다 그녀의 방에 들어갔었잖아. 덕분에 너는 도망칠 수 있었겠지. 아. 혹시 그래서 일부러 그녀의 방에 들어갔던거야?」
미카엘은 이죽거리며 웃고 있었다. 제레미는 당장이라도 뛰쳐나갈듯 발버둥쳤지만 양 리가 붙들고 있는데다 미카엘이 목을 쥐고 있어서 그렇지 못했다. 순간 미카엘의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너만 특별대우였어. 하지만 봐. 가장 많이 먹은 건 나야.」
「크흑.」
숨이 막힌듯 제레미의 몸이 바둥거렸다. 그 바둥거림 때문에 결국 양 리는 제레미를 놓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레미는 미카엘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먹으로 미카엘의 팔을 치고 있었지만, 제레미의 몸은 들려갈 뿐이었다. 공중으로 떠오른 제레미의 입에서 거친 신음이 흘러나왔다.
「널 먹고, 내가 완성체가 되겠어.」
「크. 후......후회할껄.」
제레미의 말에 미카엘이 고개를 갸웃했다. 제레미는 억지로 미카엘의 손을 벌리려고 용을 썼지만 불가능했다. 그는 이를 아득 깨물며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와. 크흑. 완성체......큭. 따위가 아냐.」
「뭐?」
미카엘의 질문에 제레미가 입술을 비틀어 올렸다. 그 표정은 조소였다. 미카엘도 그 표정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미카엘은 참을 수 없다는 듯 더욱 제레미의 목을 졸랐다. 그 순간 제레미의 눈이 뒤집히며 공간을 가르는 이명이 울려퍼졌다. 피이잉하는 새된 비명같은 소리에 나는 순간 몸이 허물어졌다. 그 소리는 강력한 힘으로 울려퍼졌다.
-멈춰-
「윽. 이게 무슨 소리지.」
미카엘도 순간적으로 귀를 막으며 물러섰다. 덕분에 제레미의 몸이 볼썽사납게 나가떨어졌다. 나가 떨어졌던 제레미가 갑자기 히죽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곧 깔깔대는 웃음소리로 바뀌었다.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제레미가 웃으며 말했다.
「맙소사. 하하하. 그 말을 믿고 있었다니. 하. 바보아냐. 진짜. 하하. 쿨럭 쿨럭.」
웃음소리는 곧 격한 기침 소리가 되었다. 더 이상 이명은 들리지 않았다. 미카엘은 불쾌하다는 듯 손을 내리고 제레미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제레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어쩐지 그것은 두려움 같았다. 새된 기침을 하던 제레미가 몸을 일으켰다. 제레미의 얼굴에는 예의 조소가 떠올라 있었다.
「나를 한번 먹어 보시지?」
「.......도대체 뭐지?」
미카엘이 물었다. 제레미는 미카엘의 표정이 재미있다는 듯 다시 웃음을 웃기 시작했다. 거기에는 두려움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미카엘이 두려워하고 있었다. 뭔가 짐작가는 점이 있는 듯했다. 한참을 웃던 제레미가 미카엘에게로 걸어갔다. 그러자 오히려 미카엘이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던 양 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믿던 대상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자 불쾌해진 것이리라.
미카엘의 앞까지 다가간 제레미가 말했다.
「바보 녀석.」
「뭐?」
「내가 왜 특별대우인지 알아? 그건 말이야.......」
미카엘이 침을 삼켰다. 제레미는 후하고 한숨을 내쉬더니 예의 자조적인 표정으로 돌아왔다.
「내가 히틀러를 먹었거든.」
「뭐?」
나는 제레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제레미는 계속 말을 이었다.
「누리살은 히틀러를 신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이란 말이야. 하하. 너 따위가 아냐. 내가 그 계획의 첫 번째였지. 너도 알고 있지? 그 약은 사람을 하나로 만드는 약이 아냐. 하나의 히틀러. 신이 된 히틀러. 영원히 사는 히틀러를 만들기 위한 약이란 말이야. 자. 이제 한번 먹어보시지? 응?」
미카엘은 입을 닫았다. 절대로 먹지 않겠다는 듯. 그 모습이 재미있는지 제레미가 한걸음 미카엘에게로 다가갔다.
「자 한번 먹어보라니까? 아마 나를 먹는 순간. 너의 인격은 사라지고 히틀러의 인격이 깨어날꺼야. 왜 못먹지? 먹어보라니까.」
미카엘은 뒷걸음질 쳤다. 그 모습을 보던 제레미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야! 불순물! 조슈 가자.」
그 순간 나를 잡고 있던 호위무사가 나를 놓았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어서 가십시오. 링커가 찾아 갈 겁니다.」
나는 링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꼬리를 문 뱀이라는 것을 막연히 알수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고 제레미에게 달려갔다. 제레미는 내가 달려오자 미카엘을 밀치고는 대전밖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미카엘의 얼빠진 얼굴을 뒤로 하며 나도 대전밖으로 달려나갔다.
「저들을 잡아!」
양 리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호위무사들이 우리를 쫓아 달려나왔다. 곧 잡힐 거라 생각했지만 제레미는 다른 계획이 있었다. 그 계획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콰가강!
순간 대전의 맞은 편 담벼락이 무너지며 먼지가 솟아올랐다.
「콜록. 콜록.」
기침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 강력한 힘을 어디선가 본적이 있었다. 돌먼지가 가시자 그 속에서 입을 막고 기침을 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비에 젖은 요셉이었다.
「어어? 편지 받았습니다. 이렇게 오면 되는 겁......」
「시끄러! 빨리 가자!」
제레미가 요셉의 말을 막으며 소리쳤다. 요셉도 우리를 쫓아오는 호위무사들을 본 것인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요셉은 꽤 똑똑했다. 그는 툰드라에서 배운 것이 있었다.
-탈칵.
태엽이 걸리는 소리가 들렸다.
콰가가가강!
바닥을 후려쳐 땅에서 흙먼지를 솟구치게 만든 요셉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나도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만 웃어. 바보들. 가자니까!」
제레미가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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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륜 편 끝났습니다. 바로 무한곡선편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