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 폐곡선

모든 선엔 끝이 존재한다.
-요한-


1.

「그녀는 네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떠난거야. 그리고 그녀를 찾아서 독일에서 떠나온 비행선이 그녀를 실었지. 잡아줘.」

니나가 손을 내밀었다.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녀의 손을 잡아 끌었다. 온통 얼어붙어 있는 계곡을 건넌 니나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요셉은 훌쩍 계곡을 뛰어넘었다. 그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워보였다. 나는 요셉을 슬쩍 바라보며 니나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떻게 따라온 겁니까?」
「요셉은 나름의 사정이 있어. 나는 너를 찾고 있었고. 그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었지. 그런데 어느쪽이야?」

그녀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나는 마음이 내키는 방향을 가리켰다. 정확히 어떤 작용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녀가 설명하기로는 ‘인력’이 작용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 약을 먹은 사람들끼리는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설명을 들었지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그녀에게 물었었다.

「어떻게 그런걸 알고 있습니까? 정말 당신은 미래를 보는 것입니까?」
「아직은 말할 수 없어. 머지않아 알게 될꺼야.」

그녀는 그렇게만 대답했다. 더 궁금해졌지만 그녀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나는 살아있기 힘들었을 테니까.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녀의 옷차림은 적잖히 추워보였지만,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 가끔 손을 매만질 뿐. 그녀는 선천적으로 남에게 힘든 내색을 보이는 걸 싫어하는 듯했다. 나는 가방을 추켜 들며 걸어갔다. 그 가방에는 여전히 창조의알이 들어있었다.

‘창조의알’

그것이 나를 살렸다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한번도 그 정체를 보여주지 않았던 창조의알은 나를 살림으로써 그 정체를 밝혔다. 마치 내가 죽으면 안된다는 듯이. 정확히 어떤 작용을 했는지는 나도 알 수 없다. 나의 연구에서는 한번도 비슷한 작용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한번도 깨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창조의알’은 상상이상의 그 무엇일지도 모른다.

「비행선이 느리군요. 니나씨의 말이 맞나 봅니다.」

요셉이 손을 들어 비행선을 가늠하듯 바라보았다. 나도 그를 따라 뒤쪽을 바라보았다. 우리의 뒤에서 한참 먼 언덕 근처에 비행선이 떠 있었다. 가까이 있다면 거친 엔진소리를 들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그저 제자리에 멈춰져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니나도 그 비행선을 바라보았다.

「그래. 이쪽은 덜 하지만 저 위쪽에 거센 바람이 불어오고 있지. 아마 따라오려면 애 좀 먹을꺼야.」

분명 희망적인 말임에도 환한 얼굴을 짓는 사람은  없었다. 요셉의 가면으로 가린 얼굴에선 표정을 찾기 힘들었다. 나머지 반쪽도 가면같았다. 니나는 약간 심드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체념한듯 무관한듯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그녀의 생각을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나는.......

나는 모르겠다.
내 얼굴이 어떤 감정을 만들고 있는지.

링마스터가 쫓아오고 있었다. 우리는 제레미를 쫓아가고 있다. 물고 물리는 사냥같은 관계는 벌써 몇시간 째 계속되고 있었다. 몇 번 따라잡힐 뻔했지만 결정적으로 따라잡히지는 않았다. 제레미는 어디에서 어떻게 만나게 될지 알지 못했다. 니나는 무조건 제레미를 쫓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아니 거부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가끔 환청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생각을 공유하는 약을 먹은 탓이다. 그게 누구의 생각인지는 어렵지않게 떠올릴 수 있었다. 제레미.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도망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마 그도 내가 쫓아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예전에 창조의알을 캐기 위해 수백미터 아래의 크레이터를 파고 들어간 적이 있었다. 검붉은 흙더미를 파고 들어간 땅 속 깊은 곳은 금방이라도 폐쇄공포증에 걸릴 것 같았다. 어둠속에서 들고 있는 램프는 인광같이 번뜩이고.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바닷물 소리가 땅속을 통해 흘러들어왔다. 벽을 긁고 지나가는 듯한 소리가 환청같았다. 죽을 것만 같다. 한 호흡, 한 숨결이 마지막같다. 그렇게 파고 내려가며 나는 생각했다. 지옥을 땅 속에 있다고 묘사한 사람은 너무나 적절하다. 라고.

그때의 기분이 악몽처럼 떠올랐다. 누군가가 더 있었다. 제레미 말고 누군가가 또 그 약을 먹었다. 나는 그 사람의 이름도 알고 있었다. 어렵지 않았다. 제레미가 누구를 피해 도망가고 있었던가.

미카엘.

두근.두근.두근.
그것은 어쩐지 심장소리 같았다.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그 자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두려움에 사무칠 지경이었다. 한번도 보지 않았지만, 그의 생각이 티끌이나마 흘러들어올때마다 머릿속이 온통 뒤섞여버린다. 땅속에서 홀로 만난 악마와 같은 느낌이었다.

「선로다.」

니나가 말했다. 나는 니나가 가리킨 땅을 바라보았다. 얼어붙고 낡아빠진 선로가 눈틈에서 비져나와 있었다. 요셉이 다가와 발치로 눈을 헤쳤다. 선로는 멀리 침엽수림을 향해 뻗어있었다.

「어느쪽이야? 조슈?」

나는 마음이 가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마음의 나침반이 가리킨 방향은 침엽수림이었다. 빼곡한 숲은 어쩐지 불쾌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쪽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감정을 추스르며 말했다.

「선로를 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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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곡선입니다... 슬슬 중반을 향해 달려가는군요.

더 링커는 한권으로 계획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니 마치 한권 출판할것 같이 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