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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엑스컴 리메이크작에 대해서 아주 길고 긴 불만글을 쓰다가 불평만 길게 늘어놔 봐야 좋을 건덕지가 있나 싶어서, 이전에 쓰다 만 글을 마저 완성해서 써서 올리는, 오늘의 인기 없는 SF 게임 감상입니다.
몇 번 제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적당히 인기 없는 장르의 서양 비디오 게임계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킥스타터를 비롯한 크라우드 펀딩이 최근 들어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 대충이라도 들으셨을 겁니다. 바로 엊그저께 옵시디언의 프로젝트 이터니티가 4백만 달러를 끌어모았고, 킥스타터에서 돈 많이 끌어 모은 상위 10개 항목 중 비디오 게임이 절반이거든요. 제가 글 썼던 크리스 로버츠의 스타 시티즌은 생각보다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꼭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건 유행은 유행입니다. 킥스타터 열풍 덕에 겜비셔스처럼 비디오 게임 전용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도 등장했고, 밸브는 스팀 그린라잇이란 비슷한 느낌의 서비스를 들여놓았고, 밸브와의 경쟁심에 늘상 불타는 EA도 덩달아 오리진을 통해 숟가락을 얹으려 드는 등 이런저런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최근의 일련의 사태에 대해, 옛날 옛적의 진부해빠진 UCC 열풍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이나 크라우드 소싱 같은 능동적 소비자 참여가 주목받고 있는 추세에서, 비디오 게임이 기술적 발전에 크게 의존하며 그 역사가 짧은 만큼 여태껏 없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좋으며, 특히나 문화적 창작물이라는 특성상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개성적인 물건이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지만, 컴퓨터의 처리 능력이 올라가면서 우수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이 업계 표준이 되어가는 마당에서는, 개발을 위해 막대한 시간적 자본적 투자가 필수적인지라 결국은 후원금을 제공할 퍼블리셔의 압력이 커져갔으며,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 만큼 최대한 대중적인 어필을 통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특히 대작 게임일수록 다수가 즐기기 쉽고 간단한 시스템과 멀티플랫포밍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고, 그 결과 특정 팬들을 겨냥한 비인기 장르는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멸해가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서 기능하며, 온라인 활동을 활발히 즐기며 둠 시절부터 플레이어가 단순히 수동적 체험자가 아닌 모딩을 동원해 게임 자체를 변경해나가는 양방향적인 게임 경험을 즐겨온 현재의 비디오 게임 세대에 있어서는, 크라우드 펀딩이란 과정 자체가 자신이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게임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며, 동시에 초기의 비디오 게임 세대들이 성장하여 자신의 옛 취미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할 경제적 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보편화로 인해 정보 전달 속도가 광속에 근접하는 인터넷 사회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어, 인디 게임을 통한 틈새시장의 공략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느냐 증명해보이는 중요한 의미가...
거봐요, 길고 길게 써 봐야 안 읽힌다니까요. 그래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업계 분석적인 소리는 제 능력 밖이라 저기 누군가에게 까일 것 같으므로 슬쩍 넘어가고요.
어찌 되었건 그런 식으로 개발된 게임 중 좀 거창하고 널리 알려진 물건들은 겨우 개발이 진척 중인 정도가 많지만 좀 가볍고 단순한 게임들 몇몇은 벌써 발매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전에 꽤 붙잡고 있었던 게임, FTL 역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탄생한 게임의 첫 세대에 들어갑니다. 개발자는 2K 상하이에서 일하다 때려친 단 두 명에 작곡가를 한 명 붙여서 지난 5월에 킥스타터로 20만 달러를 모았고, 바로 지난 9월에 발매가 이루어졌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저 같은 중증 SF 덕후라도 이게 재밌을까 싶긴 합니다. SF에 관심없는 사람들을 위해 FTL이 뭔 뜻인지 뒤에 해석까지 붙여놨습니다. SF의 초광속 우주선들은 배틀스타 갤럭티카 정도를 제외하면 뭔가 거창한 과학자 이름이 붙은 초광속 엔진들을 보통 달고 나왔기에 참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긴 하죠.
게임의 설정 역시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는 제국군이 엄청난 물량을 끌고 반군을 박살내는 상황이어야 정상인데 반대라는 걸 제외하면 어디서 많이 봐왔던 겁니다. 늘 그렇듯 우주에 진출해서 다종다양한 외계인들이랑 노니는 먼 미래에 반군의 기밀정보를 탈취한 우주선 한 척을 몰고 반군에게 쫓기며 우주를 가로질러 아군 기지로 복귀해야 하는 시나리오인 거죠.
시작할 때 랜덤하게 여러 항성계가 지도상에 배치되고, 엄청난 물량의 반군들이 쫓아오기 전에 이 항성계들을 거쳐가면서 목적지까지 진행해야 하는 꽤 단순한 게임입니다. 항성계들마다 간단한 이벤트가 벌어집니다. 아주 간단한 형태의 물건 배달 퀘스트일 수도 있고, 반군 정찰선이나 해적과, 혹은 우주선에 불을 지르곤 하는 항성 근처나 물리적 피해를 주는 운석지대에서 위장된 적과 급하게 싸워야 할 수도 있고, 간단한 이벤트 선택지가 뜨거나, 상점이 있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탄약과 자원을 얻어 우주선을 업그레이드해 나가 더 강력한 우주선을 얻게 됩니다. 아니면 수리 능력이 두 배라던가 하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외계 종족을 승무원으로 얻을 기회도 있고 경험치를 얻으면 승무원들의 능력도 더 좋아지죠. 그렇게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
웬만한 사람은 느낄 법하지만 주요 모티브는 스타 트렉입니다. 승무원 수가 너무 적고 세부적인 요소들의 차이야 있지만 우주선 운영하는 분위기는 정말 비슷하죠. 괜히 우주 정거장 같은 데 들리는 이벤트들의 성향 역시 그렇고, 특히 핵심이라 할 법한 전투 파트가 그렇습니다. 다른 우주선들과 항상 일대일로 싸우게 되며, 다양한 무기체계와 전술을 활용해서 싸워나가야 합니다.
우주선마다 선체와 방어막 수치가 따로 있으며, 기관실과 의무실 등의 다양한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해 조준이 가능합니다. 무기들 역시 이에 맞게 방어막에 막히지만 연사력 좋아 방어막 깎기 좋은 레이저, 방어막에 완전히 무력화되므로 방어막 깎인 순간을 잘 노려야 하는 빔 무기, 각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이온 무기, 방어막을 관통하지만 탄약이 구하기 힘든 미사일 및 텔레포트로 방어막을 무시하고 터지는 폭탄류로 나뉘고 또 그 안에서 시스템 타격이나 선체 타격, 심지어는 선체에 불을 지르거나 구멍을 뚫는 등의 특성을 다양하게 가집니다.
이에 맞춰 데미지 컨트롤이 중요해 최대 8명의 승무원을 이리저리 보내 소화를 시키고 주요 시스템을 수리해야 하고, 동력 관리가 중요한 요소라 상황에 맞춰 제한된 동력을 무기와 방어막 및 주요 시스템에 잘 배분해 나가야 합니다. 적이 공격해오는 순간에 엔진과 방어막에 동력 넣어서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클로킹으로 미사일을 피하고, 다음 순간엔 그 동력을 무장에 넣고 적을 공격해야 하죠. 고전 SF처럼 승무원들을 텔레포트(역시 동력이 필요한!)로 적함에 승선시켜서 적함을 나포할 수도 있고, 역으로 적들이 텔레포트로 아군함에 들이닥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아군 승무원을 보내 백병전으로 막을 수도 있고 아예 우주로 향한 문을 열어버리고 산소를 빼서 질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우주복도 지급 안 하는 우주시대의 인명경시에 잠시 묵념.
역시 동력을 잡아먹는 여러 종류의 무인 드론도 있어서 이걸로 적의 공격을 요격하거나 선체를 수리하거나, 역시 보딩을 시키거나 보딩하는 적을 방어하거나. 심지어 불리하다 싶으면 FTL 점프로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효과가 배틀스타 갤럭티카와 똑같은데 말이죠. 아무튼 우주선끼리 싸운다고 했을 때 SF에서 나올 법한 것들은 웬만한 건 다 있어요.
설명이 길어졌는데, 상당히 복잡하고 거창하게 들리지만 간단하게 처리되는 부분이 많아 익히기 쉽고 직관적입니다. 장갑수치라던가 기동이라는 요소가 아예 없어 제자리에 서서 치고 박는 수준이라는 게 개인적으론 참 큰 차이를 낳는다 싶은데, 굳이 따지자면 미니게임에 가까운 분위기이고 2D의 단순한 그래픽도 보시다시피 90년대 파랜드 사가 같은 데서의 일본 SRPG의 2등신 캐릭터를 연상시키죠. 1280 x 720의 고해상도 게임 주제에 폰트를 저렇게 도트 튀게 만들어놓은 것만 봐도 디자인 목표야 뻔하지 않습니까. 테크노풍의 음악 역시 묘하게 향수가 느껴지고요.
몇 번 제가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적당히 인기 없는 장르의 서양 비디오 게임계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킥스타터를 비롯한 크라우드 펀딩이 최근 들어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 대충이라도 들으셨을 겁니다. 바로 엊그저께 옵시디언의 프로젝트 이터니티가 4백만 달러를 끌어모았고, 킥스타터에서 돈 많이 끌어 모은 상위 10개 항목 중 비디오 게임이 절반이거든요. 제가 글 썼던 크리스 로버츠의 스타 시티즌은 생각보다 잘 나가고 있는 것 같지 않아 꼭 크라우드 펀딩이 성공을 보장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건 유행은 유행입니다. 킥스타터 열풍 덕에 겜비셔스처럼 비디오 게임 전용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도 등장했고, 밸브는 스팀 그린라잇이란 비슷한 느낌의 서비스를 들여놓았고, 밸브와의 경쟁심에 늘상 불타는 EA도 덩달아 오리진을 통해 숟가락을 얹으려 드는 등 이런저런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러한 최근의 일련의 사태에 대해, 옛날 옛적의 진부해빠진 UCC 열풍처럼 사회 전반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크라우드 펀딩이나 크라우드 소싱 같은 능동적 소비자 참여가 주목받고 있는 추세에서, 비디오 게임이 기술적 발전에 크게 의존하며 그 역사가 짧은 만큼 여태껏 없던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좋으며, 특히나 문화적 창작물이라는 특성상 개개인의 취향에 맞춘 개성적인 물건이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지만, 컴퓨터의 처리 능력이 올라가면서 우수한 그래픽과 사운드를 구현하는 것이 업계 표준이 되어가는 마당에서는, 개발을 위해 막대한 시간적 자본적 투자가 필수적인지라 결국은 후원금을 제공할 퍼블리셔의 압력이 커져갔으며,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한 만큼 최대한 대중적인 어필을 통해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특히 대작 게임일수록 다수가 즐기기 쉽고 간단한 시스템과 멀티플랫포밍을 중시하는 경향이 짙어졌고, 그 결과 특정 팬들을 겨냥한 비인기 장르는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멸해가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는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과정의 일환으로서 기능하며, 온라인 활동을 활발히 즐기며 둠 시절부터 플레이어가 단순히 수동적 체험자가 아닌 모딩을 동원해 게임 자체를 변경해나가는 양방향적인 게임 경험을 즐겨온 현재의 비디오 게임 세대에 있어서는, 크라우드 펀딩이란 과정 자체가 자신이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게임 개발 과정에 참여한다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며, 동시에 초기의 비디오 게임 세대들이 성장하여 자신의 옛 취미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할 경제적 능력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드러내 보이는 동시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보편화로 인해 정보 전달 속도가 광속에 근접하는 인터넷 사회의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어, 인디 게임을 통한 틈새시장의 공략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느냐 증명해보이는 중요한 의미가...
거봐요, 길고 길게 써 봐야 안 읽힌다니까요. 그래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업계 분석적인 소리는 제 능력 밖이라 저기 누군가에게 까일 것 같으므로 슬쩍 넘어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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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되었건 그런 식으로 개발된 게임 중 좀 거창하고 널리 알려진 물건들은 겨우 개발이 진척 중인 정도가 많지만 좀 가볍고 단순한 게임들 몇몇은 벌써 발매가 이루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전에 꽤 붙잡고 있었던 게임, FTL 역시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탄생한 게임의 첫 세대에 들어갑니다. 개발자는 2K 상하이에서 일하다 때려친 단 두 명에 작곡가를 한 명 붙여서 지난 5월에 킥스타터로 20만 달러를 모았고, 바로 지난 9월에 발매가 이루어졌습니다.
제목만 봐서는 저 같은 중증 SF 덕후라도 이게 재밌을까 싶긴 합니다. SF에 관심없는 사람들을 위해 FTL이 뭔 뜻인지 뒤에 해석까지 붙여놨습니다. SF의 초광속 우주선들은 배틀스타 갤럭티카 정도를 제외하면 뭔가 거창한 과학자 이름이 붙은 초광속 엔진들을 보통 달고 나왔기에 참 무미건조하게 느껴지긴 하죠.
게임의 설정 역시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는 제국군이 엄청난 물량을 끌고 반군을 박살내는 상황이어야 정상인데 반대라는 걸 제외하면 어디서 많이 봐왔던 겁니다. 늘 그렇듯 우주에 진출해서 다종다양한 외계인들이랑 노니는 먼 미래에 반군의 기밀정보를 탈취한 우주선 한 척을 몰고 반군에게 쫓기며 우주를 가로질러 아군 기지로 복귀해야 하는 시나리오인 거죠.
시작할 때 랜덤하게 여러 항성계가 지도상에 배치되고, 엄청난 물량의 반군들이 쫓아오기 전에 이 항성계들을 거쳐가면서 목적지까지 진행해야 하는 꽤 단순한 게임입니다. 항성계들마다 간단한 이벤트가 벌어집니다. 아주 간단한 형태의 물건 배달 퀘스트일 수도 있고, 반군 정찰선이나 해적과, 혹은 우주선에 불을 지르곤 하는 항성 근처나 물리적 피해를 주는 운석지대에서 위장된 적과 급하게 싸워야 할 수도 있고, 간단한 이벤트 선택지가 뜨거나, 상점이 있기도 하죠. 이 과정에서 탄약과 자원을 얻어 우주선을 업그레이드해 나가 더 강력한 우주선을 얻게 됩니다. 아니면 수리 능력이 두 배라던가 하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외계 종족을 승무원으로 얻을 기회도 있고 경험치를 얻으면 승무원들의 능력도 더 좋아지죠. 그렇게 최종 목적지에 도달할 때까지 반복.
웬만한 사람은 느낄 법하지만 주요 모티브는 스타 트렉입니다. 승무원 수가 너무 적고 세부적인 요소들의 차이야 있지만 우주선 운영하는 분위기는 정말 비슷하죠. 괜히 우주 정거장 같은 데 들리는 이벤트들의 성향 역시 그렇고, 특히 핵심이라 할 법한 전투 파트가 그렇습니다. 다른 우주선들과 항상 일대일로 싸우게 되며, 다양한 무기체계와 전술을 활용해서 싸워나가야 합니다.
우주선마다 선체와 방어막 수치가 따로 있으며, 기관실과 의무실 등의 다양한 시스템이 별도로 존재해 조준이 가능합니다. 무기들 역시 이에 맞게 방어막에 막히지만 연사력 좋아 방어막 깎기 좋은 레이저, 방어막에 완전히 무력화되므로 방어막 깎인 순간을 잘 노려야 하는 빔 무기, 각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는 이온 무기, 방어막을 관통하지만 탄약이 구하기 힘든 미사일 및 텔레포트로 방어막을 무시하고 터지는 폭탄류로 나뉘고 또 그 안에서 시스템 타격이나 선체 타격, 심지어는 선체에 불을 지르거나 구멍을 뚫는 등의 특성을 다양하게 가집니다.
이에 맞춰 데미지 컨트롤이 중요해 최대 8명의 승무원을 이리저리 보내 소화를 시키고 주요 시스템을 수리해야 하고, 동력 관리가 중요한 요소라 상황에 맞춰 제한된 동력을 무기와 방어막 및 주요 시스템에 잘 배분해 나가야 합니다. 적이 공격해오는 순간에 엔진과 방어막에 동력 넣어서 피해를 최소화시키고 클로킹으로 미사일을 피하고, 다음 순간엔 그 동력을 무장에 넣고 적을 공격해야 하죠. 고전 SF처럼 승무원들을 텔레포트(역시 동력이 필요한!)로 적함에 승선시켜서 적함을 나포할 수도 있고, 역으로 적들이 텔레포트로 아군함에 들이닥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아군 승무원을 보내 백병전으로 막을 수도 있고 아예 우주로 향한 문을 열어버리고 산소를 빼서 질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우주복도 지급 안 하는 우주시대의 인명경시에 잠시 묵념.
역시 동력을 잡아먹는 여러 종류의 무인 드론도 있어서 이걸로 적의 공격을 요격하거나 선체를 수리하거나, 역시 보딩을 시키거나 보딩하는 적을 방어하거나. 심지어 불리하다 싶으면 FTL 점프로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이때 효과가 배틀스타 갤럭티카와 똑같은데 말이죠. 아무튼 우주선끼리 싸운다고 했을 때 SF에서 나올 법한 것들은 웬만한 건 다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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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이 길어졌는데, 상당히 복잡하고 거창하게 들리지만 간단하게 처리되는 부분이 많아 익히기 쉽고 직관적입니다. 장갑수치라던가 기동이라는 요소가 아예 없어 제자리에 서서 치고 박는 수준이라는 게 개인적으론 참 큰 차이를 낳는다 싶은데, 굳이 따지자면 미니게임에 가까운 분위기이고 2D의 단순한 그래픽도 보시다시피 90년대 파랜드 사가 같은 데서의 일본 SRPG의 2등신 캐릭터를 연상시키죠. 1280 x 720의 고해상도 게임 주제에 폰트를 저렇게 도트 튀게 만들어놓은 것만 봐도 디자인 목표야 뻔하지 않습니까. 테크노풍의 음악 역시 묘하게 향수가 느껴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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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r last, best hope for peace.
캐릭터 하나를 조종해서 랜덤하게 던전을 클리어하는 게임이 로그라이크 부류에 속하죠. 우주탐험물이니까 던전 크롤링이랑은 별 상관 없을 듯하고, (본문에서 지적하신 것처럼) 무작위 조우와 세이브 노가다 불가를 가리키는 것 같습니다. 전투/재난 상황이 매번 달라지고, 한 번 죽으면 그걸로 게임 오버이며, 그래서 단순하게 보여도 난이도가 꽤 올라가죠.
인디 게임에 속하는지라 단조로운 게 흠이라면 흠입니다만. 저런 게임의 장점은 대작 게임에 없는 틈새를 노린다는 거죠. 요새 잘 나간다는 블록버스터 게임들 중 저런 우주탐험물도 별로 없을 테니까요. <이브 온라인>을 비롯한 거창한 우주탐험 장르는 온라인 게임이니까 비교하긴 좀 힘들고…. 어쩌면 게임도 대량 생산 대량 판매에서 벗어나 각 개인에게 맞는 판매 방식으로 변해가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