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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ue: A Hate Story는 2012년 4월 28일에 발매된 인디 비쥬얼 노블 게임입니다. 스팀에서 9.99달러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배경 설정상 SF, 그리고 우리나라와 많은 연관이 있는 작품입니다. 배경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약 2400년경 통일 한국 우주 연구국(United Korea Space Probe Agency)에서는 최초로 콜로니 건설을 위한 세대우주선, '무궁화'호를 발진시킵니다. 이 당시 초광속 항행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무궁화호는 수많은 사람들을 실은 채로 수세대에 걸쳐서 수백년동안 우주을 항행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그런에 이 우주선이 어떤 이유에선가 갑자기 실종됩니다. 결국 발견되지 않은 채로 거진 천년이 흐른 뒤 탑승자가 한명도 남지 않은 채로 안타레스 B 항성 근처에서 발견됩니다. 주인공은 무궁화호 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해줄 것을 의뢰받고 무궁화호에 남아있는 AI 의 도움을 받아 과거 거주자들의 기록을 읽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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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로-
오 정말 멋집니다. 우리나라가 통일 된 것도 멋진데 무궁화라는 이름이 붙여진 거대한 우주선이 콜로니 건설을 위해 출발했었다니! 하지만 아쉽게도 무궁화호는 탑승자 전원이 사라진채로 유령선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무궁화호에 남아있는 AI와 대화를 해가면서 과거 탑승자들이 남긴 일기나 편지, 시, 공문서 같은 기록들을 살펴보게 됩니다. AI가 기록을 꺼내오면 그것을 주제로 대화를 하면서 새로운 기록을 가져오도록 하는 게 게임의 주 방식입니다. 플레이어를 도와줄 인격 AI는 2개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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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AI *현애(Hyun-ae), 앞의 *표시는 AI라는 표시입니다. 로그 기록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며 정말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서 아주 반가워 합니다. 공손하고 얌전하지만 일처리가 왠지 똑부러지지 못합니다. 계속 대화하다보면 무언가 보여주고 싶어하면서도 감추고 있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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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AI, *뮤트(Mute). 무궁화호의 보안을 담당하고 있으며 매우 활달한 성격에 걸걸한 말버릇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조선 시대의 가부장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어서 주인공이 여성이라면 못 미더워합니다. *현애와 대단히 사이가 좋지 않아 *현애를 무능력하다고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미치광이 살인자라고 강도높게 비난합니다.
이렇게 성격으로나 외형으로나 양극을 달리는 두 AI가 게임내 주요 등장 인물(정확하게는 프로그램)입니다. 특정 자료는 한쪽 AI만이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양쪽과 잘 대화하면서 기록을 살펴봐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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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대부분은 저 두 AI와 대화하고 기록을 읽으면서 진행되지만 또 한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위의 화면처럼 오버라이드 터미널에 들어가서 플레이어가 직접 키보드를 두들기면서 명령을 입력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AI을 활성화, 또는 활동 정지시키거나 복사도 가능하며 무궁화호의 전력 시스템을 관리 할 수 있고 충분히 기록을 읽었다 싶으면 다운로드 명령으로 게임을 종료시키는 것도 합니다. 처음에는 제한 모드로 사용 가능 명령어가 적지만 기록을 잘 읽어서 관리자의 패스워드를 알아내면 더욱 많은 명령을 실행시킬 수 있습니다.
맨 윗줄에서 밝혔듯이 이 게임은 인디 비쥬얼 노블이기 때문에 뭔가 대단한 그래픽이나 화려한 볼거리는 없습니다. 대화할 수 있는 상대는 AI 2개체밖에 없고 그외는 전부다 텍스트로 이루어진 기록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점은 이 '소설'을 즐기는데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AI들이 가져오는 기록들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기록을 남긴 당사자와 동감하거나, 분개, 의혹을 품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만큼 강한 흡인력을 가진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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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통일 한국'이 발사한 '무궁화호'에서 '한복을 입은 AI'와 '한국 이름을 가진 AI'가 등장하는 이 게임의 놀라운 점은 한국어는 하나도 할 줄 모르는 캐나다 20대 여성 크리스틴 러브의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 작품은 출시되었을 당시 영문판이었습니다. 그걸 최근 9월말에 와서 한글화를 시킨 것입니다. 한글 번역의 퀄리티는 이게 외국인이 쓴 글이라는 걸 눈치도 못챌 정도로 완벽에 가까우며, 또한 원문의 분위기도 외국인이 쓴 것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나라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직 이 작품을 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서 최대한 작품 속 내용과 설정에 대한 설명은 줄였습니다. 관심을 갖고 해보시는 분들도 제가 느꼈던 감정을 같이 느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