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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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를 감수하고 개봉 당일에 보러 갔다 왔습니다. 마지막으로 평일을 감수하고 개봉 당일에 간 게 다크나이트인데 벌써 꽤나 오래 됐군요.
원작 감독인 조지 밀러라서 이런 수고를 했습니다만.........솔직히 기대하는 동시에 약간 걱정도 했습니다. 감독이 늙었는데 예전에 느꼈던 그런 과격함이나 참신함이 살아 있을까?
게다가 당시에는 황무지 포스트아포칼립스 자체를 선도하는 입장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이 깔아놓은 판이 하나의 클리셰가 되어 버린 상황에서 그 위에 다시 리메이크 하는 거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소재나 주제 뭐 그런 것에서 새로 지평을 연다던가 하는 그런 것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클리셰적이면서도............... 원작에서 느껴졌던 광기를 요즘의 다른 액션 영화들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위치로 끌어 올려 놨습니다.
정신줄 놓은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믿기 힘들지만 스토리와 캐릭터는 따지고보면 제법 개연성 있고 합리적입니다.
그다지 복잡한 캐릭터도 없고 모든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나 동기도 비교적 이해하기 쉽습니다. 맥스의 행동을 설명하기 위해서 약간의 장치를 했지만.....그다지 눈에 거슬리는 정도는 아닙니다.
덕분에 스토리 설명이 짧아도 아주 잘 이해가 됩니다.
이 영화의 진정한 정체성은 광기의 액션입니다.
요즘 블록버스터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고색창연한 아날로그 액션입니다.
하지만 다소 늘어지는 느낌의,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 같은 둔탁한 아날로그 액션이 아니라 CG와 스턴트의 경계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의 세련됐으면서도 거친 아날로그 액션입니다. 스턴트맨들 정말 엄청 고생했구나 싶은 그런 액션.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끝날때까지 미친듯이 달립니다.
영화 스피드(쟝 드봉 감독에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는) 에 서커스를 섞어서 스턴트맨 엑스트라들을 갈아 넣으면서 동시에옆에서 마이클 베이 감독이 쉬지 않고 폭탄을 터뜨리는.............뭐 그런 기분입니다.
(다행히 슬로우 모션은 없음.)
여기에 포스트 아포칼립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각종 개조 차량과 소품, 도구, 의상들이 제대로 약 빤 느낌을 더해줍니다.
전체적으로 광기가 넘쳐 흐르는, 순수한 날것 같은 액션 영화입니다.
가급적 좋은 관람 환경에서 보는걸 추천합니다. 어느 영화나 그렇기야 하지만 몇몇 영화들은 특히 그렇죠. 자세히 말 안 해도 알 분은 다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약간 아쉬웠던 흐름이 마지막에 있습니다만...............모처럼 아드레날린 제대로 터지는 액션 영화임은 분명합니다.
이하는 단편적인 생각들.
-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은 소품과 차량이라고 생각. 연소자 관람가였다면 장난감 엄청 나왔을지도?
차량 미니어처는 꽤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차량들의 디자인 센스가 깹니다. 약 빨고 만든 것 같음.
- 소품이나 캐릭터들도 약기운이 좀 느껴지는데 소품은 워터월드에서 볼 수 있었던 그런 느낌, 캐릭터들은 북두의 권에서 볼 수 있는 신체적으로 어딘가 나사가 빠진듯한 그런 등장인물이 꽤 많습니다. 의수나 생명 유지장치 따위를 악세사리처럼 장식해서 몸에 주렁주렁 둘러 놓은.........뭐 그런거요.
매드맥스 덕에 북두의 권이 있을 수 있었을텐데 역으로 돌아오는 아이러니.
전체적으로 이런 것들이 약기운을 증가시키는 한 요소군요.
- 영화 끝나고 설문지를 돌리더군요. 이건 뭐지? 싶었습니다. 별점이랑 재관람 여부 등을 묻더군요. 영화 끝나고 상영관 나서는 출구에서 그러다보니 완전 난장판이었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이거 CJ 엔터테인먼트 배급이 아닌가?' 였습니다. (CGV에서 봤습니다.) 제가 좀 삐딱한진 모르겠는데 한국에선 매드맥스라는 이름이 그다지 인지도가 높은 것도 아니고, 설문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빨리 내리려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왠지 좀 약오르는 기분이라 별5개에 재관람 O 찍어주고 나옴.
이후 스포일러
- 약간 아쉬웠던 건, 마지막에 시타델 빈집털이를 성공했어도 잔당들이 쫓아와서 공성전 할 거라고 예상했던지라 마지막 액션은 공성전이 되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근데 그냥 시타델 빈집털이 한걸로 종료. 뭐 임모탄이 죽은 시기도 그렇고 결말에 가까워질수록 시타델 입성으로 끝날 거란걸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긴 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액션 정체성은 쉬지 않고 달리는 도로변 액션이라 공성전 따위는 좀 안 어울리긴 하겠죠.
그래도 영화 막판에 트럭을 쫓아오는 수많은 추적자들을 어떻게 처리할까라는 호기심과 기대감이 있었던지라 이 부분의 설명이 좀 아쉬웠습니다.
병력수가 밀려도 엘리전에서 이기면 승리
- 얼핏 지나가는 장면들로 맥스의 과거와 심리 상태를 예측해야 하는 그런 식의 진행을 보입니다.
별로 설명을 안 하죠. '뭐 액션 보여주기도 바쁜데 이정도로 충분하잖아?' 라는 개쿨한 연출. 어찌 보면 대충 날림 같기도 한데 맥스의 심리 변화는 이걸로 때려 맞춰 나가야 설명이 가능. 근데 뭐 영화 보다보면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같은 느낌이군요. 덕분에 리부트도 아니고 후속편도 아닌........애매모호한 포지션인 거 같습니다.
- 캐릭터들의 소품들 상당수가 영화 진행(뭐, 액션연출이죠)과 관련이 있습니다. 웬만한 영화들이라면 '아 저거 장치다' 라고 알아차릴 수도 있을텐데 이 영화는 워낙에 기괴한 소품과 코스튬으로 떡칠되어 있어서 티가 안 납니다. 카모플라쥬?
액션이 벌어지고 나서야 '아 이런 식으로 써먹으려고 넣은 거였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
- 약간 아쉬웠던 거 하나 더. 시작하자마자 맥스는 납치되고 차를 뺏깁니다. 그래서 시작 직후에 좀 뜬금없다는 생각도 듭니다.
덕분에 맥스의 이 유명한 차를 볼 기회가 별로 없었습니다. 포스터에 나오는 저 차 말이죠. 사실상 트럭이 주인공.
작중에 적이 타고 나오기는 하는데 맥스가 외칩니다. '그거 내 차야!' 그게 끝 (...)
-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인류 생존의 열쇠를 쥔 여인들' 을 두고 사투를 벌이는 거 같이 써 놓은 포스터가 있던데 보시면 알게 되겠지만 그런거 없다. (...)
이 영화에서의 대립은 지극히 개인 욕망에 충실하죠. 거대한 대의 같은 건 없다고 봐도 무방. 사실 그게 가장 감정이입 하기 좋은 거 같습니다.
- 메트릭스 보면서 '여자는 죽은 남자도 살려낸다' 라는 걸 깨닳았다면 이 영화에서는 '여자는 종교보다 더 강하다'
아바타에서는 '남자는 역시 차가 좋아야'
폭풍우 추격전의 페이드 아웃은 괜찮았습니다. 그러나 그 뒤의 화면 전환들은 꽤 산만하죠. 이게 편집 기술이 부실해서 그런지, 아니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지…. 무슨 연극 무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화면 어두워지고, 배경 바뀌고, 또 화면 어두워지고, 다시 배경 바뀌고 반복하니까요. 아마 의도적으로 분위기 전환하려고 그렇게 만든 것 같습니다. 끝없는 사막만 줄창 나오니까요. 일반적인 스토리텔링과 달리 플롯이 너무 건조하죠. 그래서 분위기 전환이 쉽지 않으니까 강제로 끊은 듯합니다. 편집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게 단점이라면 분명히 단점입니다.
다만, 장점도 없지 않은데, 잠깐씩 숨 돌릴 틈이 생긴다는 거죠. 요즘 호흡 조절이 안 되는 블록버스터가 많은데, 일부러 저렇게라도 끊어주니까 낫긴 하더군요. 영화가 하도 우악스럽게 밀어붙이는 터라 저런 페이드 아웃이 숨통을 트여주지 않았다면 훨씬 어지러웠을 수 있겠습니다.
왕년에 <해피 피트>를 와이프와 보고, 멘붕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귀여운 펭귄이 나오는 유쾌한 애니메이션일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기 시작했는데,
물론 그런 대목도 맞기도 하지만 그것은 작품 전체의 성격을 절반 밖에 설명하지 못합니다.
동물원에 갖히게 된 펭귄의 모습에 이입시켰다가, 그 펭귄이 고향에 오는 대목으로 이어지는데...
그 부분에서 (PKD의 단편을 읽을 때처럼) 세계관이 한 번 무너지면서 뒤집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워낙 특이한 느낌이어서 <해피 피트>를 누가 만든 것인가 검색해 보니...
다름아닌 <매드 맥스>의 창조주로 전설이 된 바로 그 사람이 감독이더군요.
이후 <해피 피트 2>, 영화 <로렌조 오일> 등을 보면서, 본래 그런 스타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교적 정상적이라는 작품에서도 등장인물들을 극한에 몰아넣고, 주인공의 세계관을 뒤집어 버립니다.
특히... 처참할 정도로 냉혹하고 치열한 적자생존의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주인공은 그 현실의 벽 앞에 멘탈이 붕괴될 지경으로 고통스러운 시련을 겪습니다.
이를 그려나가는 감독의 시선이 너무나 강도높게 현실적이어서 오히려 이채롭게 느껴지고,
그런 식으로 현실의 아픔을 이입시키며 묘사하는 작품을 평소에는 달리 접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감독의 작품은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줍니다 - 약먹고 만든 느낌이 도는 것도 일관되어 있죠.
지독한 현실 때문에 주인공마저 아예 막 나간다는 식의 <매드 맥스> 시리즈보다,
역시나 고통스러운 현실의 아픔을 치열하게 다루면서도 따스한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로렌조 오일>이나 <해피 피트> 시리즈가 균형이 잡혀 있어서...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듭니다.
중반에 다소 숨 돌리는 장면 빼고는 힘이 팍팍 들어갔더군요. 편집이 살짝 투박하다고 생각하는데, 하도 광기가 몰아쳐서 그게 그렇게까지 티가 안 나요. 질주하는 영화답게 편집마저 질주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게 추격 장면을 위해 존재하는 듯하지만, 배경 설정부터 캐릭터, 의상, 장비, 상황 자체가 거미줄처럼 짜여서 헐렁하다는 느낌도 안 들고요. 단순하면서도 꽉 짜인 미학을 보여주죠. 솔직히 극장에서 나오는데도 머리가 어질어질했습니다. 급박하게 달리는 차를 탔다가 멀미하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차량 액션 보고 멀미하기는 오랜만이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하나같이 펑키한 디자인이었습니다. 인물, 차량, 총기, 소도구까지 뭐 하나 정상이 없네요. 다들 어딘가 하나씩도 아니고 거하게 삐뚤어져서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돌아갑니다. 특히 차량 인테리어를 갑작스러운 줌업으로 강조하는데, 이게 또 볼거리더군요. 여러 세력이 등장하는데, 중반부 이후의 소규모 바이클 조직이 취향이었습니다. 후줄근하게 보이지만, 의외로 갖출 건 갖춘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라키스나 타투인, 화성 같은 행성에 갖다놔도 어울릴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 고전적인 플린트록 펜실바이나 라이플이라니.
다만, 기대했던 맥스 자체는 딱히 로드 워리어다운 활약이 좀 부족해서 섭섭했습니다. 사실 퓨리오사를 띄워주기 위해 맥스가 곁다리로 끼어든 것 같네요. 누가 되었든 일단 영화가 재미있으니 상관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