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영화에는 몇 가지 공식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괴물의 시점입니다. 흔히 다음과 같은 식으로 이루어지는데요. 일단 피해자가 도망가고 그 뒤를 괴물이 쫓습니다. 그러면 괴물의 시점으로 피해자를 따라가는 거죠. 괴물의 시점은 탈색을 하다든가 흑백 처리를 하는 등 인간과 다르게 보이려고 합니다. 가끔은 카메라가 사방을 둘러보는 식으로 피해자의 시선을 처리하기도 하죠.

<AvP>도 괴물이 나오는 영화답게 이런 시점이 등장합니다. 프레데터는 다양한 모드를 통해서 피해자를 바라보는데, 이건 <프레데터>에서도 쓰였던 기법이죠. 그런데 프레데터는 비단 인간만 보는 게 아닙니다. 마스크의 눈(인터페이스)을 통해서 에일리언을 보기도 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건 대상에 따라 프레데터의 입장이 바뀐다는 겁니다.

프레데터의 인터페이스로 인간을 쫓는 건 분명 괴물의 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상을 바꿔서 에일리언을 쫓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화상으로 에일리언 역시 괴물입니다. 그러니까 괴물이 괴물을 쫓는다는 말이 되는데…, 따라서 프레데터는 비단 괴물로만 나오는 게 아니라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프레데터가 에일리언을 찾아 사방을 둘러보는 건 피해자의 시점이죠.

다른 영화에서라면 인간 이외에는 전부 괴물이지만, <AvP>에서는 괴물과 피해자가 상황에 따라 바뀝니다. <AvP>가 재미있는 건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일 겁니다.

※ 하지만 역시나 제일 강하고 무서운 건 인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