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피규어라네요

최근에 나온 <킹콩> 예고편을 보면,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킹콩의 얼굴에 뚜렷한 특징이 있다는 건데요. 이 영화에서는 그저 평범한 얼굴의 거대 유인원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눈도 짝짝이고,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덧니도 있죠. 단순한 차이입니다만,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누구라도 이게 피터 잭슨의 킹콩이란 걸 알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영화 <AvP>에서도 이런 전형적이지 않은, 개성을 부여한 크리쳐가 활약하길 바랐습니다. 주인공격인 스카 프레데터는 프레데터의 전형입니다. <프레데터>에 나온 사냥꾼과 거의 똑같이 생겼죠. 다른 게임이나 만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요. 그래서 뭔가 좀 다르고 특이한 켈틱 프레데터에 비중이 실리길 원했습니다. 사진의 피규어를 좀 보세요. 일반적인 프레데터와는 뭔가 확 달라 보이지 않습니까.

에일리언들 중 독버스터를 좋아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 이런 부분 때문입니다. 에일리언은 (꼬리가 있지만) 대부분 인간형입니다. 이에 비해 독버스터는 동물형이죠. 게임에 보면 러너(독버스터)는 아예 두 발로 걸어 다니질 못하게 만들어 놨습니다. 두 발로 걷는 에일리언들 가운데서 단연 돋보일 수밖에 없죠. (이렇게 본다면 프레데일리언도 참 특이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죠. 무난하게 보이는 스카 프레데터가 결국 주인공이었습니다. 프레데터가 그토록 오래된 크리쳐라면 한 번쯤 전형에서 벗어나도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이건 비단 <AvP>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SF나 판타지의 크리쳐들을 보면 대부분 전형적인 게 많죠. 제 생각엔 아마도 인간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들은 같은 종의 동물들이 있을 때 서로의 차이를 파악하지 못합니다. 호랑이 열 마리가 있으면 다 똑같아 보이죠. 외계 생명체나 크리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의 기준에서만 보면 성격을 불어넣기가 어려운 거죠.

※ 어쨌든 에일리언 한 마리도 못 죽이고 골로 간 프레데터들을 위해 묵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