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도색 텀블러. 이 차로 다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위 사진은 언뜻 봐서는 사막 등지에서 사용하는 군대 특수 차량 같지만, 사실은 영화 <배트맨 비긴스>에 나오는 텀블러 배트모빌입니다. 아마 밀리터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라크에서 사용할 신형 특수 차량이 나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정도로 군용 장비라는 느낌이 풀풀 풍깁니다. 진짜 근사하게 생기지 않았나요.

<배트맨 비긴스>는 다른 시리즈와 달리 박쥐인간의 첨단 장비를 모조리 군용으로 제작했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슈트나 로프 등도 원래는 군용으로 만든 건데, 양산을 하지 못하자 대신 브루스 웨인이 박쥐 장비로 개조를 한 거죠. 위 사진은 그런 장비들이 나오는 부분 중에서 제일 '군바리 분위기'가 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김새만 해도 어딘지 군대스러운데, 더군다나 사막용(몇 색인지는 모르겠습니다)으로 위장 도색까지 했잖아요. <씨앤씨 적색경보> 같은 게임 어딘가에다가 턱 가져놔도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사막 맵이 있다면 적당할 듯.

말머리에 군대 특수 차량 같다고 했는데, 설정상 텀블러는 특수 차량 맞습니다. 전투 중에 케이블을 달고 강을 뛰어다니며, 교량을 설치하는 데 사용하는 차량이죠. 영화에서는 텀블러를 전시 중에 어떻게 사용하는지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She was built as a bridging vehicle! You hit that button it boosts her into a rampless jump! In combat, two of them jump a river towing cables, then you run a bailey bridge across!"

하지만 정말로 전투 중에 다리를 만든다고 해서 텀블러 같은 차량을 쓸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니까 저 대사는 텀블러가 강 사이로 뛰어다닌다는 소리 같은데요. 제아무리 제트 엔진으로 붕붕 날아다닌다고 해도 강을 건너기에는 점프 거리가 너무 짧습니다. 사실 텀블러가 뛸 수 있는 거리라면 고작해야 20m도 안 될 텐데, 이걸로 다리를 건설하는 데 쓸 케이블을 연결하지는 못할 겁니다. 요즘에 다리를 건설할 때 저런 식으로 쓰이는 차량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굳이 저걸 안 쓰고 다른 장비를 쓰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겁니다. (뭐, 그랬으니까 상용화를 못 하고 창고에 나뒀겠지만요)

게다가 아무리 전투 중에 사용하는 차량이지만, 텀블러는 방어 체계가 상당히 우수합니다. 우선 건설용 차량치고는 방탄 효과가 엄청납니다. 총알은 우습게 막는 편이고, 벽이나 담을 뻥뻥 부수고 다녀도 차체에 흠집이 안 나니…. 게다가 텀블러에겐 무기가 있습니다. 미사일을 쏠 수가 있는데, 교량 건설용 차량에 미사일이 있는 건 이상하지 않을까요. 물론 이건 원래 없던 걸 브루스 웨인이 장착했다고 볼 수 있겠죠. 그리고 이 차에는 스텔스 기능도 있습니다. 광학 효과로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단순히 조명을 끄고 다니는 것에 불과하지만, 효과는 괜찮죠. 이쯤 되면 단순 건설 차량이 아니라 돌격용 차량으로 분류해도 적당하지 않을지….

뭐, 사실 텀블러는 어디까지나 배트모빌을 위해 만든 차량이니까 실제로 다리를 만드는 데 쓸 수 있을지 없을지 상관은 없을 겁니다. 그보다는 영화에서 얼마나 멋지게 나오는가가 더 중요하겠죠. 하지만 <배트맨 비긴스>에 나오는 장비들은 미군에서 연구 중이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망토로 쓰인 기억 섬유 같은 건 상용화를 못했지 어느 정도 개발은 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설정상이긴 하지만, 텀블러가 있다면 정말로 전투 중에 다리를 건설하는 데 쓸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아니면 제가 대사를 잘못 이해한 건가요…)

※ 텀블러를 사막 위장용으로 도색한 건 왜 그랬을까요. 제가 보기엔 단순히 군용 차량 느낌을 주려고 그랬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모르죠. 저런 차량이 있다면, 정말 사막에서 다리를 만들 때 유용하게 사용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