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
신타록은 게이트 록 으로부터의 급보를 전하는 이 젊은 수행무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레타 가든의 서부 관문이라는 게이트 록에서부터 달려온 이 젊은 수행무사는 신디게이트 무사의 위엄이라던가 패기와는 확실히 거리가 있어 보였다. 심하게 엉클어진 머리에, 잔뜩 지저분해진 복장, 게다가 공포로 새빨갛게 충혈된 두 눈이 신타록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신타록 지부의 무사들 중에 감히 이런 몰골을 하고 신타록 자신을 만날 엄두를 낼 무사가 있었다니!
"명령을...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공포에 잔뜩 떨리는 목소리. 신타록은 왠지 웃음이 나왔다. 이녀석, 어지간히도 놀란 모양이군. 하긴 그런 무시무시한 건 생전 처음 보았을 테지...
게이트 록의 척후 부대에 소속되어있던, 언뜻 보아도 열 여덟이 넘지 않아 보이는 이 나이어린 수행무사는, 일주일전 생전 처음으로 '정말로 움직이는' 배틀맥을 목격했다. 거기에 보너스로, 간혹 신타록 지부의 격납고에서 볼수 있었던 카타펄트같은 경량급 배틀맥이 아닌, 무려 아틀라스 씩이나 되는 중량급 맥에게 그것도 '공격'을 당한 것이다. 난생 처음으로 이 운 좋은 수행무사는 언제나 전자 레인지를 마비시켜 설익은 오트밀로 저녁을 때우게 만들던 자성의 모래폭풍이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몇개월에 한번 있을까 말까한 거대한 모래폭풍이 아니였다면, 그는 살아서 신타록을 만나기는 커녕 그가 소속되어있던 부대의 다른 대원들 처럼 아틀라스의 육중한 발바닥에 빨간 코팅이 되어버리고 말았을 것임에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녀석, 게이트 록에서 여기까지 일주일만에 달려왔어...'
게이트 록에서 신타록 지부의 본부가 위치한 데거 엣지스 남쪽의 하베스트 힐 까지는 사람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보름은 걸리는 거리였다. 그 거리를 중량급의 배틀맥과 MFB로는, 사막혹성인 아이탈록스에서도 가장 혹독하고 광활한 그레타 가든의 모래사막을 감안하여, 온갖 잔고장과 그에 따른 정비 시간을 포함하여 약 닷새, 그리고 일주일전, 게이트록-사실은 그레타 가든의 거의 전 지역을 뒤덮었던 거대한 자성 모래폭풍때문에 지연된 시간및, 모래폭풍으로 오동작하는 전자기기등을 정비할 시간이 빨라야 사나흘. 결국 공포에 질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 이 젊은 수행무사덕에 신타록은 신디게이트 중앙의 습격을 대비할 하루나 이틀정도의 시간을 벌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중앙이 이미 배틀맥 부대를 파견할 정도라면, 메이와 칼린도 지금쯤은 손님맞이를 했겠군.'
신타록은 빙긋이 미소를 지었다. 신디게이트 중앙은 지금쯤 메이를 적으로 생각할 것임에 틀림이 없었다. 따라서 유니온 치하의 성단들을 벗어나지 않는한 그녀가 신디게이트 중앙의 추적을 피할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신타록 자신에게 협력하는 길 뿐이리라. 신타록은 비록, 지금껏 해보지 않았던 '속임수'까지도 동원할수 밖에 없었음에도 결과적으로 메이를 자기편으로 끌어들일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했다.
'조금 치사하긴 했지만,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메이를 끌어들일수 없었을 꺼야.'
신타록이 아는한 메이는 철저한 개인주의자였다. 그리고 지금 신타록이 벌이려는 일은 신타록 자신에게는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메이에게는 성공하던 실패하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일 것임에 분명했다. 아니, 신디게이트 중앙쪽에 협력하는쪽이 메이에겐 신타록에게 협력하는것보다 더욱 이득일지도 몰랐다.
'돈에 관련된 문제라면 단순해지는 녀석이라 다행이야...'
신타록은 메이 문제는 완전히 성공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제는 중앙의 배틀맥 부대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군.
그레타 가든의 광활한 사막지대는 사막행성 아이탈록스에서도 혹독하기로 유명한 곳이였다. 아이탈록스의 그 어떤 지역에도 이토록 광활한 모래사막은 찾을수 없었다.
'그 광활한 사막이 이 신타록 님의 안마당이란 말이다.'
신타록의 입가에, 다시한번 미소가 떠올랐다. 그레타 가든에서는 그레타 가든 에서만의 배틀맥 전투전술이 있지. 저 유명한 클랜의 다이어 울프 한 클러스터가 몰려와도 그레타 가든에서만의 전술을 익히지 못하면 이 신타록을 이길수 없을걸.
"신타록이다."
신타록은 지부내 방송 채널을 열었다.
"공병부대 행동대장들은 지금 즉시 내 막사에 집합하라."
신타록의 머리에는 이미, 모든 전략이 세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