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크워리어 : 무법지대 - 작가 : novel_wolfclan
메크워리어 : 배틀테크 배경의 팬픽
글 수 24
메이는 주머니를 뒤져 데프리 산맥에서 칼린에게 받은 '과일깎는 칼' 을 꺼내어 들었다. 그것으로 메이는 아무 거리낌없이 자신의 왼쪽 손목을 그었다. 그것을 보고있던 젠탄과 칼린의 두눈이 휘둥그레 졌다. 메이는 지금 자기 자신의 동맥을 절단해 버린 것이다.
"마셔."
메이는 일렌느에게 피가 철철 흐르는 자신의 손목을 들이밀며 명령했다. 일렌느의 얼굴엔 당황한 빛이 역력했지만, 그녀는 순순히 메이의 손목에 입을 대고 그녀의 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일렌느의 노예칩은 현재, 그녀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든 사용자의 명령을 승인하고 집행하는 모드로 작동하고 있었다.
"무슨 짓이야?"
젠탄이 위협적인 어조로 메이를 다그쳤지만, 그 어조엔 그만 두라는 뜻보다는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를 설명하라는 뜻이 더욱 강했다. 어느사이엔가 젠탄은 갑자기 나타난 이 위협적인 여자에 대한 경계를 풀어놓고 있었다. 아니, 경계를 풀었다기 보다는 그녀의 상식을 초월하는 행동에 경계를 잊었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일렌느를 노예칩의 제어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사람인 것이다.
"무슨 짓이냐구." 젠탄이 아까보다도 더욱 위협적인 어조로 메이를 다그쳣다.
"내 몸 속의 나노보트들을 일렌느의 몸 속으로 이식하려는 거야."
"나노...보트?"
"그래. 단백질 기반의, 분자단위 크기인 극소형의 로봇들이지."
젠탄과 칼린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뭔가가 위험하다.
"그게 무슨 일을 하는건데?"
"나노보트는 말이야..."
메이는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잠시,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르고 있는 것이였다.
"신체의 기능을 강화하고, 파손된 신체를 단시간에 복구하는 일을 하지. 나노보트를 이식한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 몇배에서 몇십배에 달하는 능력을 발휘할수 있어. 모든 면에서 말이야."
"그런 물건을... 단순히 피를 마시게 하면 이식이 된다는 건가?"
"나노 보트는 단백질 기반의 로봇이야. 인체내에서 증식이 가능하지. 하지만,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정도로 충분한 숫자로 증식을 하려면, 인큐베이션 과정을 꼭 거쳐야만 해. 그래서 이게 필요한거야."
메이는 가볍게 일렌느의 반지가 끼워져 있는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반지에 박힌 보석 하나가 푸른 광채를 내뿜었다. 칼린은 그 광채가 무척 불길하게 여겨졌다.
"이 반지는 말이야. 나노보트를 이식한 사람들을 컨트롤 하는 커맨드 인터페이스야. 사실은 일렌느의 정신파에만 응답하게끔 되어 있지만."
"그런데, 어떻게 네가 그걸 사용할수 있는거지?"
"그걸 설명하려면 나노보트의 작동방식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데."
"해봐."
젠탄은 메이를 잡아먹기라도 하려는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젠탄의 눈을 힐끗 쳐다보고는 메이가 말을 이었다.
"나노보트들은 사실 너무 작아서 각각의 나노보트가 단독의 인공지능을 갖는것은 사실 불가능해."
메이의 오른손이 일렌느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일렌느는 메이의 손목으로 부터 떨어져 기분 좋게 잠들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다정한 모녀의 한때를 보는것만 같았다. 온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된 다정한 흡혈귀 모녀 말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외부에서 직접 조작을 해 주어야 하지. 인큐베이션 과정에선 말이야."
"요점만 말해. 요점만."
"그 과정을 통해서 나노보트들은 이식자의 체내에서 일종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일종의 병렬 컴퓨터가 만들어지는 셈이지."
"네트워크라고?"
"그래. 그리고 체내에 내부 네트워크가 구성된 나노보트 이식자들이 모이면 그들 사이에 또다시 네트워크가 구성되는데, 이게 외부 네트워트야. 나노보트 이식자들의 정신적인 네트워크라고 할까."
칼린은 자신의 언월도를 꼭 쥐었다. 그녀가 느끼기에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메이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 반지는 바로 그 외부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인터페이스야. 그리고 거기엔 당연히 피드백이 있는데, 일렌느가 이 반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 난 그 피드백의 일부를 이용해서 커맨드 프로세스를 해킹하는 방법으로 이 반지를 사용하고 있는 거야. 이런 상태로는 이 반지로 봉인된 군대 전체를 움직일수야 없겠지만, 가까이에 있는 나노보트 이식자를 컨트롤 한다던가, 이렇게 체액을 통한 나노보트 이식에서 인큐베이션을 하는 정도는 가능하지."
젠탄의 얼굴이 조금씩 상기되어왔다. 봉인된 군대. 그렇다면...
"그렇다면, 넌 실드 레기온인가?"
"아니. 실드 레기온은 아니야. 칼린. 신타록이 내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해 주던가?"
칼린은 뭔가 깊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과거에 사라몬 용병단이였다고 하더군요."
"그 이전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내가 이야기해 주지. 사실 별로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야."
메이는 힐끔, 번치스 베넘 캣 호키를 쳐다 보았다. 그 번치스 베넘 캣은 도저히 고양이과 동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사려깊은 표정으로 메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난 유니온의 비밀 연구소에 있었어. 전투 강화 인간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의 실험체였지.여기 이 호키도 그 실험의 실험체였어. 마스터 타시안이 어떤 경로로 유니온의 비밀 연구를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봉인된 군대의 정체는 과거 유니온이 개발해내었던 나노보트를 이식한 이곳 시저스 노크의 시민들이야. 비록 아직 그들이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각성하진 못한것 같지만, 이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외부 네트워크를 느낄수 있더군."
메이는 잠시 숨을 고르며 젠탄과 칼린을 쳐다 보았다. 메이의 두눈은 무언가를 살피고 있었다.
"아직 이곳의 시민들 스스로는 그 네트워크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것 같았지만, 어쨌튼 난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아까 그 광장에 부룬가드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것도 당신들이 여기에 숨어있는 것도 알수 있었어. 단 한명이라도 나노보트 이식자가 주변의 변화를 알아차리면, 그 정보는 바로 외부 네트워크 상의 공유정보가 되어 버리거든."
칼린은 방금 전까지 의심스러웠던 무언가를 까맣게 잊은채 메이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래서 메이와 호키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군. 아니, 아까의 네트워크 이야기대로라면, 실제로도 가능했겠지.
"아무튼, 당시 유니온은 클랜의 강화 전사들을 기반으로 강화 인간을 만드려고 했었지. 그런데, 문제는. 클랜의 방식대로 스모크 재규어의 유전자를 삽입해 만든 강화인간은 도무지 협동심이란걸 모르더라는 거야. 호전적이고 강력하긴 했지만, 언제나 혼자만의 싸움을 즐기는 인간은 전사일순 있어도 군인일수야 없는 법이지."
호키가 쉿 하는 낮은 소리를 냈다. 그것은 마치 자신도 기억이 난다는 듯한 소리였다. 어쩌면, 정말로 그런 의미의 소리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니온으로서는 클랜의 강화 전사처럼 강력하지만, 협력과 팀 플레이를 할줄 아는 군인이 필요했어.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정신 네트워크의 구성인데, 유니온의 기술진들은 노예칩을 이용해서 정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성공했지. 여기까지는 쉬웠어. 하지만, 클랜식의 강화전사에 노예칩을 이식해봐야 느릿느릿한 바보가 될 뿐, 실전에 사용가능한 진짜 강화인간이 나오진 않았어. 모든 연구를 원점으로 돌려야 했지."
칼린은 문득, 그녀가 이야기를 질질 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자신이 무언가를 의심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메이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알아차렷다. 그렇다면 난 도대체 뭐가 이렇게 미심쩍은 거지? 그런 칼린을 메이가 싸늘한 눈초리로 쳐다 보았다. 이미 늦었어...
"유니온의 기술진은 유전자적으로 강화인간을 만들것이 아니라, 인간을 강화하면서 자신들 스스로도 증식하는 무언가를 이식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어."
"왜 증식이 가능해야 했지?"
"강화인간의 2세에 또다시 강화인간이 태어난다면, 매번 새로이 강화인간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아무튼 그래서 만들어진것이 나노보트야. 그들의 의도대로 정신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효율적인 병력운용이 가능하고, 클랜식 강화전사 이상의 전투 능력을 지니며,신체가 아무리 파손되어도 내부 네트워크의 중추만 남아있으면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고, 게다가 여성 이식자가 임신을 한다면, 따로 이식이나 인큐베이션 과정없이 바로 강화인간이 태어나지. 난 그 강화인간의 시작품이랄수 있는 존재야. 그리고 저 호키는 내 바로 앞의 최종 동물 실험체였고."
"그럼... 설마..."
칼린의 표정에 경악스러움이 떠올랐다. 신타록 사형이 허풍을 친게 아니라는 건가?
"당신, 정말로 배틀맥에게 밟히고도 살아있는 건가요?"
"그래. 사실이야. 바로 신타록 그녀석이 몰던 배틀맥이였지. 다행히 네트워크의 중추가 인스톨된 뇌가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에 난 다시 육체를 구성해낼수 있었어."
젠탄역시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메이를 쳐다보았다.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과 군데군데 썩은 이빨이 연출하는 경악스러운 표정이란 어지간한 지옥도 만큼이나 끔찍스러운 것이였다. 그러나 칼린의 표정은 방금전까지의 경악대신에 의혹의 빛이 나타나고 있었다. 분명히 메이는 방금 뭔가 너무도 중요한 말을 한 것이다. 뇌라고? 그래. 이게 바로 의혹의 중심이였어!
"메이. 아까 이야기한 그... 네트워크로 이식자들을 조종할수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러면서도 뇌 기능을 파괴하지 않을수 있죠?"
메이의 얼굴에 자신만만함이 떠 올랐다.
"간단해."
잠시 정적. 숨이 가빠왔다.
"뇌에 구성된 네트워크 중추가 뇌의 기능을 완벽하게 에뮬레이트 하는거야. 뇌 자체는 단순히 자료 처리와 저장을 위한 보조도구 정도로만 사용하고 말이야. 일렌느의 경우는 바로 그래서 노예칩의 제어가 해제되는 거지. 더 재미있는걸 이야기해 줄까?"
칼린과 젠탄의 표정이 경악스러움에서 역력한 적의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야기대로라면, 상대는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쓴 어떤 다른 존재인 것이다. 게다가 그 존재가, 방금 인간이였던 일렌느를 죽이고 자신의 딸인 일렌느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렌느의 몸속에 이식된 나노보트는 바로 내 몸속에 있던 거야. 이걸 이식하면서 난 일렌느의 몸속에 구성된 내부 네트워크를 내 네트워크의 연장 네트워크로 설정했지. 때문에 그녀는 내 명령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따를수밖에 없어."
메이가 아주 천천히 반지를 빼내어 다시 일렌느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그리고 내 딸 일렌느는 봉인된 군대를 일깨우고 통솔하는 명령권자야."
칼린과 젠탄이 외마디 표효같은 고함을 지르며 메이에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어느사이엔가 눈을 뜬 일렌느가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을 가볍게 낚아채고 있었다. 얼굴을 피로 물들인채 젠탄과 칼린을 노려보는 일렌느의 얼굴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닌 비정함이 나타나 있었다.
"잘도 일렌느를 개조해 버렸군. 이 빌어먹을 것!"
"개조? 글쎄... 개조라기 보다 이건 진화야. 기술의 힘으로 우리는 인간으로 부터 새로운 종족으로 진화한 거라고."
메이의 표정은 당당했다.
"그리고 난 그 종족의 여왕인 거야."
"마셔."
메이는 일렌느에게 피가 철철 흐르는 자신의 손목을 들이밀며 명령했다. 일렌느의 얼굴엔 당황한 빛이 역력했지만, 그녀는 순순히 메이의 손목에 입을 대고 그녀의 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일렌느의 노예칩은 현재, 그녀에게 명령을 내리는 모든 사용자의 명령을 승인하고 집행하는 모드로 작동하고 있었다.
"무슨 짓이야?"
젠탄이 위협적인 어조로 메이를 다그쳤지만, 그 어조엔 그만 두라는 뜻보다는 무얼 하고 있는 것인지를 설명하라는 뜻이 더욱 강했다. 어느사이엔가 젠탄은 갑자기 나타난 이 위협적인 여자에 대한 경계를 풀어놓고 있었다. 아니, 경계를 풀었다기 보다는 그녀의 상식을 초월하는 행동에 경계를 잊었다고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일렌느를 노예칩의 제어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겠다는 사람인 것이다.
"무슨 짓이냐구." 젠탄이 아까보다도 더욱 위협적인 어조로 메이를 다그쳣다.
"내 몸 속의 나노보트들을 일렌느의 몸 속으로 이식하려는 거야."
"나노...보트?"
"그래. 단백질 기반의, 분자단위 크기인 극소형의 로봇들이지."
젠탄과 칼린이 서로를 쳐다보았다. 뭔가가 위험하다.
"그게 무슨 일을 하는건데?"
"나노보트는 말이야..."
메이는 크게 숨을 들이 마셨다. 잠시, 무슨 이야기를 해야할지 고르고 있는 것이였다.
"신체의 기능을 강화하고, 파손된 신체를 단시간에 복구하는 일을 하지. 나노보트를 이식한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 몇배에서 몇십배에 달하는 능력을 발휘할수 있어. 모든 면에서 말이야."
"그런 물건을... 단순히 피를 마시게 하면 이식이 된다는 건가?"
"나노 보트는 단백질 기반의 로봇이야. 인체내에서 증식이 가능하지. 하지만,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정도로 충분한 숫자로 증식을 하려면, 인큐베이션 과정을 꼭 거쳐야만 해. 그래서 이게 필요한거야."
메이는 가볍게 일렌느의 반지가 끼워져 있는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반지에 박힌 보석 하나가 푸른 광채를 내뿜었다. 칼린은 그 광채가 무척 불길하게 여겨졌다.
"이 반지는 말이야. 나노보트를 이식한 사람들을 컨트롤 하는 커맨드 인터페이스야. 사실은 일렌느의 정신파에만 응답하게끔 되어 있지만."
"그런데, 어떻게 네가 그걸 사용할수 있는거지?"
"그걸 설명하려면 나노보트의 작동방식부터 설명을 해야 하는데."
"해봐."
젠탄은 메이를 잡아먹기라도 하려는듯 노려보고 있었다. 그런 젠탄의 눈을 힐끗 쳐다보고는 메이가 말을 이었다.
"나노보트들은 사실 너무 작아서 각각의 나노보트가 단독의 인공지능을 갖는것은 사실 불가능해."
메이의 오른손이 일렌느의 이마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일렌느는 메이의 손목으로 부터 떨어져 기분 좋게 잠들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다정한 모녀의 한때를 보는것만 같았다. 온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된 다정한 흡혈귀 모녀 말이다.
"때문에 처음에는 외부에서 직접 조작을 해 주어야 하지. 인큐베이션 과정에선 말이야."
"요점만 말해. 요점만."
"그 과정을 통해서 나노보트들은 이식자의 체내에서 일종의 네트워크를 구성해. 일종의 병렬 컴퓨터가 만들어지는 셈이지."
"네트워크라고?"
"그래. 그리고 체내에 내부 네트워크가 구성된 나노보트 이식자들이 모이면 그들 사이에 또다시 네트워크가 구성되는데, 이게 외부 네트워트야. 나노보트 이식자들의 정신적인 네트워크라고 할까."
칼린은 자신의 언월도를 꼭 쥐었다. 그녀가 느끼기에 뭔가 이상한 방향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메이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 반지는 바로 그 외부 네트워크를 통제하는 인터페이스야. 그리고 거기엔 당연히 피드백이 있는데, 일렌느가 이 반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지금 난 그 피드백의 일부를 이용해서 커맨드 프로세스를 해킹하는 방법으로 이 반지를 사용하고 있는 거야. 이런 상태로는 이 반지로 봉인된 군대 전체를 움직일수야 없겠지만, 가까이에 있는 나노보트 이식자를 컨트롤 한다던가, 이렇게 체액을 통한 나노보트 이식에서 인큐베이션을 하는 정도는 가능하지."
젠탄의 얼굴이 조금씩 상기되어왔다. 봉인된 군대. 그렇다면...
"그렇다면, 넌 실드 레기온인가?"
"아니. 실드 레기온은 아니야. 칼린. 신타록이 내 과거에 대해 이야기 해 주던가?"
칼린은 뭔가 깊이 생각에 잠겨 있다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당신이 과거에 사라몬 용병단이였다고 하더군요."
"그 이전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내가 이야기해 주지. 사실 별로 기억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야."
메이는 힐끔, 번치스 베넘 캣 호키를 쳐다 보았다. 그 번치스 베넘 캣은 도저히 고양이과 동물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사려깊은 표정으로 메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난 유니온의 비밀 연구소에 있었어. 전투 강화 인간을 개발하기 위한 실험의 실험체였지.여기 이 호키도 그 실험의 실험체였어. 마스터 타시안이 어떤 경로로 유니온의 비밀 연구를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봉인된 군대의 정체는 과거 유니온이 개발해내었던 나노보트를 이식한 이곳 시저스 노크의 시민들이야. 비록 아직 그들이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 각성하진 못한것 같지만, 이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외부 네트워크를 느낄수 있더군."
메이는 잠시 숨을 고르며 젠탄과 칼린을 쳐다 보았다. 메이의 두눈은 무언가를 살피고 있었다.
"아직 이곳의 시민들 스스로는 그 네트워크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는것 같았지만, 어쨌튼 난 그 네트워크를 통해서 아까 그 광장에 부룬가드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것도 당신들이 여기에 숨어있는 것도 알수 있었어. 단 한명이라도 나노보트 이식자가 주변의 변화를 알아차리면, 그 정보는 바로 외부 네트워크 상의 공유정보가 되어 버리거든."
칼린은 방금 전까지 의심스러웠던 무언가를 까맣게 잊은채 메이의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래서 메이와 호키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으로 보였군. 아니, 아까의 네트워크 이야기대로라면, 실제로도 가능했겠지.
"아무튼, 당시 유니온은 클랜의 강화 전사들을 기반으로 강화 인간을 만드려고 했었지. 그런데, 문제는. 클랜의 방식대로 스모크 재규어의 유전자를 삽입해 만든 강화인간은 도무지 협동심이란걸 모르더라는 거야. 호전적이고 강력하긴 했지만, 언제나 혼자만의 싸움을 즐기는 인간은 전사일순 있어도 군인일수야 없는 법이지."
호키가 쉿 하는 낮은 소리를 냈다. 그것은 마치 자신도 기억이 난다는 듯한 소리였다. 어쩌면, 정말로 그런 의미의 소리인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니온으로서는 클랜의 강화 전사처럼 강력하지만, 협력과 팀 플레이를 할줄 아는 군인이 필요했어.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정신 네트워크의 구성인데, 유니온의 기술진들은 노예칩을 이용해서 정신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성공했지. 여기까지는 쉬웠어. 하지만, 클랜식의 강화전사에 노예칩을 이식해봐야 느릿느릿한 바보가 될 뿐, 실전에 사용가능한 진짜 강화인간이 나오진 않았어. 모든 연구를 원점으로 돌려야 했지."
칼린은 문득, 그녀가 이야기를 질질 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자신이 무언가를 의심스러워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메이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는 것을 알아차렷다. 그렇다면 난 도대체 뭐가 이렇게 미심쩍은 거지? 그런 칼린을 메이가 싸늘한 눈초리로 쳐다 보았다. 이미 늦었어...
"유니온의 기술진은 유전자적으로 강화인간을 만들것이 아니라, 인간을 강화하면서 자신들 스스로도 증식하는 무언가를 이식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어."
"왜 증식이 가능해야 했지?"
"강화인간의 2세에 또다시 강화인간이 태어난다면, 매번 새로이 강화인간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지. 아무튼 그래서 만들어진것이 나노보트야. 그들의 의도대로 정신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효율적인 병력운용이 가능하고, 클랜식 강화전사 이상의 전투 능력을 지니며,신체가 아무리 파손되어도 내부 네트워크의 중추만 남아있으면 얼마든지 복구가 가능하고, 게다가 여성 이식자가 임신을 한다면, 따로 이식이나 인큐베이션 과정없이 바로 강화인간이 태어나지. 난 그 강화인간의 시작품이랄수 있는 존재야. 그리고 저 호키는 내 바로 앞의 최종 동물 실험체였고."
"그럼... 설마..."
칼린의 표정에 경악스러움이 떠올랐다. 신타록 사형이 허풍을 친게 아니라는 건가?
"당신, 정말로 배틀맥에게 밟히고도 살아있는 건가요?"
"그래. 사실이야. 바로 신타록 그녀석이 몰던 배틀맥이였지. 다행히 네트워크의 중추가 인스톨된 뇌가 파괴되지 않았기 때문에 난 다시 육체를 구성해낼수 있었어."
젠탄역시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메이를 쳐다보았다.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과 군데군데 썩은 이빨이 연출하는 경악스러운 표정이란 어지간한 지옥도 만큼이나 끔찍스러운 것이였다. 그러나 칼린의 표정은 방금전까지의 경악대신에 의혹의 빛이 나타나고 있었다. 분명히 메이는 방금 뭔가 너무도 중요한 말을 한 것이다. 뇌라고? 그래. 이게 바로 의혹의 중심이였어!
"메이. 아까 이야기한 그... 네트워크로 이식자들을 조종할수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러면서도 뇌 기능을 파괴하지 않을수 있죠?"
메이의 얼굴에 자신만만함이 떠 올랐다.
"간단해."
잠시 정적. 숨이 가빠왔다.
"뇌에 구성된 네트워크 중추가 뇌의 기능을 완벽하게 에뮬레이트 하는거야. 뇌 자체는 단순히 자료 처리와 저장을 위한 보조도구 정도로만 사용하고 말이야. 일렌느의 경우는 바로 그래서 노예칩의 제어가 해제되는 거지. 더 재미있는걸 이야기해 줄까?"
칼린과 젠탄의 표정이 경악스러움에서 역력한 적의로 변해가고 있었다. 이야기대로라면, 상대는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쓴 어떤 다른 존재인 것이다. 게다가 그 존재가, 방금 인간이였던 일렌느를 죽이고 자신의 딸인 일렌느를 만들어낸 것이다.
"일렌느의 몸속에 이식된 나노보트는 바로 내 몸속에 있던 거야. 이걸 이식하면서 난 일렌느의 몸속에 구성된 내부 네트워크를 내 네트워크의 연장 네트워크로 설정했지. 때문에 그녀는 내 명령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따를수밖에 없어."
메이가 아주 천천히 반지를 빼내어 다시 일렌느의 손가락에 끼워 주었다.
"그리고 내 딸 일렌느는 봉인된 군대를 일깨우고 통솔하는 명령권자야."
칼린과 젠탄이 외마디 표효같은 고함을 지르며 메이에게 뛰어들었다. 그러나, 어느사이엔가 눈을 뜬 일렌느가 그들이 휘두르는 칼날을 가볍게 낚아채고 있었다. 얼굴을 피로 물들인채 젠탄과 칼린을 노려보는 일렌느의 얼굴엔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닌 비정함이 나타나 있었다.
"잘도 일렌느를 개조해 버렸군. 이 빌어먹을 것!"
"개조? 글쎄... 개조라기 보다 이건 진화야. 기술의 힘으로 우리는 인간으로 부터 새로운 종족으로 진화한 거라고."
메이의 표정은 당당했다.
"그리고 난 그 종족의 여왕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