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너는 데이터 패의 홀로그램 영사기를 켠 후, 평원과 호수, 숲들을 지나가는 삼차원 비행 경로를 확인했다. 일부는 실제 이미지였지만, 일부는 시뮬레이션이 뽑아낸 이미지였다. 현재 위치에 관한 장면이 넘어간 후, '임브리아니'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에서 북쪽으로 30 클릭의 지점이 표시되었다.

그 곳에는 있는 것은 얇고 칙칙한 색의 금속판으로 지붕을 한 단층 건물. 쿠바라 나무들로 이루어진 인공숲 안에 자리잡은 그 건물의 주변에는, 어울리지 않게도  깨끗하게 다듬어진 풀밭이 덮여 있었다. 이미지의 일부가 흐릿했지만, 행성의 고고도에 자리잡은 원격 감시로 얻어낼 수 있는 이미지로서는 이 정도가 한계였다. 작은 점들 -아마 사람들일 것이다.-이 건물을 에워싼 길 주변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생포하라는 것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지겠습니다." 나이너의 어깨 너머로 화면을 살피던 다르만이 말했다. "그것만 아니면 폭격으로 헛의 동네까지 날려버릴텐데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창조된 거지." 나이너의 답. "그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말이야."

그는 잠시 눈을 감고 세부 사항들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모든 세부 사항들, 이륙에서 착륙까지의 예상, 계획대로 순조로울 경우들에 대한 내용들이 스쳐갔다. 동시에 불완전한 사전 정보로 생겨날 수많은 사태, 훈련으로 다져진 그만의 노하우로 해결할 수 있는 경우들에 대해서도 기억을 새로이 했다.

'이 외딴 지역에서 뭔가 사건이 있었어.' 그는 유시크의 표정과, 잔뜩 긴장한 모양새로 어색하게 어깨를 으쓱하던 걸 기억했다.
복귀해서 다시 보고해 달라고 말한 의미, 나이너는 그때서야 그 속뜻을 깨달았다.
'행운을 빈다는 말씀이셨군. 파다완께선 우리 모두가 살아서 돌아오길 바라시는 거였어.'
나이너. 군인으로 창조되고, 군인으로 죽을 것만을 생각했던 그의 내면에 새로운 호기심이 일었다.


완전히 성장한 쥐단의 길이는 약 30cm 정도이며, 전체가 무리 지어 있기 때문에, 어린 멀리라도 사냥할 수 있다. 하지만 야간에는 무리의 서식지에서 빠져나와 사냥하기 때문에, 농부들이 문을 잠그고 논밭을 비워 둔 채로 놔두곤 했다.

이 토착 생물이 두려움의 대상인 이유는, 이빨이나 발톱 때문이 아니라 쥐단이 전염시키는 박테리아가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쥐단에게 약간이라도 긁히거나 물릴 경우, 곧바로 심각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종종, 마스터 퓰리어는 지원받은 박타 스프레이의 전량을 마을 주민들의 응급 치료용으로 사용하곤 했었다. 지금의 이테인 역시, 밤 동안만큼은 집 주인과 마찬가지로 꼼짝없이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이테인의 귀에 그 작은 포식자들이 활동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매트리스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쥐단들이 이곳 저곳 쑤석거리다가 서로 다투는 소리를 들으며, 얇은 빵을 씹고 있었다. 아니, 씹는다기보다는 그냥 삼키는 쪽에 가까웠지만 허기때문은 아니었다. '박테리아는 면역 체계를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지.'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타일렀다. ' 이것보다 더한 것도 먹은 적이 있잖아? 모르고 먹은 거였지만 말야.'

물론 지금은 알고 먹는다는 게 고민거리.

그녀는 접시를 원래 자리에 돌려 놓고는, 홀로차트 구체를 손 안에서 만지작 거리며 생각에 잠겨들었다. '이 정보를 제다이 기사단에 전달할 방법이 있을 텐데. 화물선의 짐칸에 넣는 건 가능할지도 몰라. 그럼 지상에서 전송하는 건? 안되겠지. 모든 통신은 니모디안들이 철저히 통제하니까. 퀼루라에서 코루스칸트로 이어지는 외부 신호라면 바로 발각될거야. 제대로 된 밀사 드로이드라도 있으면 가능하기는 할텐데. 아니, 그건 너무 오래 걸려. 정보의 가치가 사라진 다음에나 준비가 끝날 테지.'
아마도, 그녀 스스로 진행해야 할 성 싶었다.

라이트 세이버가 뛰어난 무기이긴 했지만, 그녀에게 당장 아쉬운 것은 군대였다.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 쓸만한 정보를 건져 내고서도, 정작 필요한 곳에 전달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 결국 그녀는 탈진해 버렸다.

"아직 안 끝났어."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지만 적어도 밤 동안만큼은, 두려움을 떨칠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노릇. 그녀는 눈꺼풀이 무거워지자, 팔꿈치를 무릎에 올리고 손으로 턱을 받쳤다.
'푹 잘 수 있기를. 아침에는 좀 나은 아이디어가 생각나겠지.' 눈을 감고 코루스칸트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따뜻한 욕조, 포스만으로 공을 전달하려 애쓰는 동료 파다완들, 청결해 보이는 음식....

그 때, 갑자기, 그녀의 모든 세포 조직에 충격이 흘렀다. 심장이 격하게 날뛴 탓에, 처음에는 깜빡 졸던 중에 이전에 몇번 꿨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종류의 어설픈 꿈을 꾼 것인가 생각했지만,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자 그 충격이 이전에 겪어 본 적이 없었던 것임을 깨달았다.  


뭔가가 변했다. 포스 안에 있던 뭔가가 틀어져 버린 것이다, 영원히.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갑자기 모든 게 명확해졌다. 훈련이나 가르침 없이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유전자 안에 녹아 있는 모든 본능이 울부짖고 있었다.
뭔가, 아니 누군가가 포스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마스터." 그녀의 말은 차라리 신음에 가까웠다.

지금껏 마스터의 죽음을 믿지 않았지만, 이제는 믿어야 했다. 지금 이 순간 돌아가신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알 방법은 없다. 하지만 니모디아 인들이 고용한 근육 깡패들과 그네들의 고문 기술에 대해서, 이테인도 알 만큼은 알고 있었다.

사방에 돌아다니는 쥐단은 잊어버린 채, 그녀는 농장 문을 활짝 열어 젖혔다. 쓸데없는 짓이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도, 앞으로도.

풀밭 쪽에서 사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쥐단보다는 큰 것이 혼자 움직이며 내는 소리였다. 지금껏 들려오던 소리 -쥐단 떼가 킁킁거리며 다투던 소리는 간 곳이 없었다. 녀석들은 도망쳐 버린 것이다.
이테인은 만약을 대비해 라이트세이버를 잡았다.
커다란 새 울음소리와 날갯짓이 불러온 바람이 그녀를 놀라게 만들었다. 사방으로 도망치던 장수거북 몇 마리는 하늘로 끌려 올라가더니, 비늘에서 불꽃을 튀기며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포스를 동원해 봤지만, 잡히는 건 작은 생물들의 단순한 본능과, 쥐단 무리도 덤비길 꺼릴 정도로 위협적인 엄니를 가진 수컷 멀리 한 마리 뿐이었다. 녀석은 울타리를 따라 배회하고 있었다.
밤 하늘을 올려다 봤다. 뭐가 변한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감각은 그런 평온함을 부정하고 있었다.

그들이 올 거유.

중년 부인의 목소리가 귀에 들린 것만 같았다. '수면 부족에다 마스터의 죽음까지 겹쳐서일지도.' 이테인은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가 문에 빗장을 질렀다.


종자 살포기. 작물의 종자와 함께, 살충제와 비료도 싣고 추수가 끝난 바크 밭 위를 날아다니게끔 계약된 드로이드 조종식의 종자 살포기일 뿐이다. 적어도 나-샤다 제 고물기는 퀼루라 관제소에 그렇게 통보했다. 배기구를 쫓아 미사일이 날아오지 않은 걸 봐서는 제대로 믿어 준 듯 싶었다.

다르만은 여전히 헬멧과 장갑복의 개선된 부분을 살피고 있었다. "지금까지 내가 갑옷을 입는 거라고 생각했지. 그런데 지금은 이 옷이 나를 입고 있는 거 같아."

"그 치들, 지난 번 전투 이후 고치는 데 돈 좀 부었거든." 파이가 답했다. "이건, 완전히 걸어다니는 무기고라니까. 안 그래?"

"목표까지 둘 백 클릭." 아틴은 자신의 데이터 패드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말했다. 그의 옆에 비스듬히 세워진 헬멧에서는, 조명등의 빛이 화물칸 안쪽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었다. 제트 엔진 소리 탓에 다르만은 아틴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입술 모양으로 내용을 쉽게 알아챘다. "제대로 잘 해보자고."

헬멧의 숫자가 백 클릭으로 줄어들자, 분대원들은 착륙과 함께, 분리주의자들의 지상 부대와 마주칠 때를 대비해 긴급 탈출 및 자유 강하를 준비했다. 다르만은 자신들의 행운이 계속되길 기도했다. 그들은 지금 평소 훈련때보다 더 많은 장비를 메고 강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변두리를 가로지르는 뭣같은 여행길을 피하려면 착륙 지점에 정확히 안착해야 했다. 정확성. 즉, 강하를 해야 한다면, 고고도 이탈 저고도 개방 형식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좀 더 안전하고도 느린 고고도 개방 형식을 취하면 50클릭 정도는 강하하며 전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르만에게 무방비 상태로 하늘에 오래 매달리는 취미따윈 없었다.

나이너는 오른쪽 넓적다리 쪽에 끼워 둔 데이터 패드를 주시했다. 희미하게 비춰지는 3차원 비행 경로는 한 뼘 남짓한 길이만 남아 있었다. 그는 다르만을 슬쩍 쳐다보며 조용히 엄지를 치켜들었다: 경로 이상 없음. 다르만도 엄지를 들어 보였다.
달랑 네 명이서, 소규모 군대급 화력을 동반한 채, 작전을 위해 화물칸에 요령껏 구겨지는 것도 예술이라면 예술. 다르만 역시 짐을 꽉꽉 채운 채로 올라 탔다. 그의 나머지 무기와 물품들은 무릎 위쪽에 매달린 두번째 충격 방지 컨테이너에 들어 있었다. 아끼는 보우캐스터에는 가죽끈을 달아 가슴 장갑판 께에 걸어 메고, 손은 DC-17을 위해 비워 둔 채였다. 몇 종류의 기폭 장치들도 있었는데, 안전을 위해 폭약이나 다른 것들과는 따로 더 아래쪽에 넣어 두었었다. 추가 장비를 제외하더라도, 너무 무거운 탓에 좌석에서 일어나려면 반동을 줘야 했다. 몇차례나 시도한 후에야 일어날 수 있었다. '쉽지 않은데. 그래도 목표 근처까지 접근할 테니 오래 지고 다닐 필요는 없겠어. 그나마 낫군.'

"목표까지 하나 백 클릭." 아틴은 헬멧의 조명등을 끄며 말했다. "헬멧 착용."
화물칸은 갑자기 어두워지고, '쉬잇'하는 소리들이 울려퍼졌다. 헬멧을 쓰자, 장갑복이 밀폐된 것이다. 이제 그들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만 서로 교신할 수 있다. 퀼루라에서 10미터 이상의 거리를 둔 교신은 추적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외부로 비치는 빛은 바이저에 표시되는 전방 투영 장치의 희미한 푸른색 불빛과 나이너의 데이터 패드에서 비춰지는 지형도 뿐. 그 모양새는 마치 어둠속에 'T' 자 모양의 유령들이 모여있는 것 같았다. 나이너는 고개를 약간 숙인 채였다. 그는 기체가 계획된 지점을 따라 비행하는지의 여부에 주의를 집중하고 있었다.

살포기는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정확히 예정대로였다. 이제 몇 분후면 그들은--

쾅.

기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엔진 소리도 죽어 버렸다.
다르만은 순간 대공 화기에 당한 거라고 생각했다. 나이너는 즉각 조종실로 움직였다. 급하게 움직인 탓에 아틴의 짐과 세게 부딪혔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르만은 반사적으로 비상용 해치의 손잡이를 쥐고 탈출을 준비했다.

드로이드의 딸깍거리는 소리와 번쩍거리는 불빛은 다르만에게도 확실히 전해졌다. 이 고물 깡통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기체는 통제 불능이었다.
"하사님?"
"버드 스트라이크다." 나이너의 말투는 놀라울 만큼 조용했다. "제트 엔진이 나갔어."
"R5가 착륙시킬 수 있습니까?"
"하는 중이야."

바닥이 기울어지자, 다르만은 똑바로 서기 위해 칸막이 벽을 움켜 잡았다. "아닙니다. 이건 활강도 아니고, 그냥 꼴아박고 있습니다."
"탈출한다." 나이너가 답했다. "즉각 탈출한다."
나-샤다 제 깡통은 자기 몫을 해내지 못했다. 안좋은 타이밍에 토착 날짐승과 빡세게 마주쳤다. 그것도 안좋은 장소, 공중 한가운데서 결국 나자빠진 것이다. 이제 기체는 수직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최신식 카탄 갑옷이라도 그들을 살리지 못할 터였다.
다르만이 해치를 날려 보내자, 화물칸으로 먼지와 파편들이 휘몰아쳐 들어왔다. 입구 쪽의 문짝은 이미 날아가 버렸고, 바깥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제아무리 밤눈이 좋은 패러글라이딩 마니아라도 두려워할 그런 어둠이었다. 그 때 다르만은 생애 두 번째로 심각한 의구심을 느꼈다. 그 자신이, 예전에 그의 교관이 말하던, 소위 '비겁자'라는 멸시받는 생명체가 돼 버린 것만 같아 불안해졌다.

"뛰어, 뛰어, 뛰어!"  나이너가 외쳐대자, 파이와 아틴은 금새 해치를 통해 바깥으로 사라졌다. 뛸 필요도 없이 그냥 한 발짝 더 내디딜 뿐이었다. 다르만은 나이너에게 차례를 양보했다. 가능한 한 많은 장비를 건져가고 싶었다. 리피팅 블래스터도 필요했다. 그는 흩어진 짐 일부를 잡아 들었다.
"뛰어." 나이너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자네가 먼저다."
"장비가 필요합니다." 다르만이 짐짝 둘을 그에게 내밀었다. "이걸 챙기십시오. 전--"
"뛰라고 했다."

다르만은 경솔한 사람이 아니다. 분대원 중 경솔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항상 계산된 위험만을 무릅썼지만, 나이너가 그를 남겨두지 않을 거란 사실도 알아챘다. 분대장은 뻥 뚫린 출구 옆에 서 있었고, 그의 팔은 급하게 바깥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빨리 뛰라는 몸짓. 의미도 명확했다. '아니야.' 다르만은 결심을 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는, 어깨로 나이너를 밀어냈다. 나이너를 바깥으로 밀치자마자, 다르만은 뒤따라 떨어지지 않으려고 문 쪽 프레임을 움켜 잡았다. 무선으로 욕설이 터져나왔다. '예상도 못했고, 반가운 일도 아니니, 당연하겠지.' 나이너와 이어져 있던 짐들이 홱 끌려 나갔다. 그리고 마지막 욕설 한자락이 사라지면서 나이너도 시선에서 사라졌다.
다르만은 끈을 움켜쥐고 아래쪽을 살폈다. 분대장의 강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분대원들도 보이질 않았다. 이제 충돌하기 전에, 최대한 장비를 건지고 탈출하려면 1분 남짓 뿐이다.

헬멧의 조명등을 켰다. 몰아치는 바람소리나 완전히 죽어버린 엔진 소리에 신경쓸 여유는 없었다. 그는 보우캐스터를 벗어 놓고는 블래스터 짐들과 함께 묶었다. 눈물나게 아까운 보우캐스터였지만 당장 더 아쉬운 것은 중화기 쪽이었다.

장갑을 끼고 매듭을 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충돌까지 몇 초 안남은 상황이라면 더더욱. 다르만은 매듭을 더듬었다. 제기랄. 그는 다시 끈을 감아 묶었다. 이제 든든해졌다.
그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무기를 바깥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해치 쪽으로 장비를 끌어당겼다. 이 외딴 지역에서는 누구도 그의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다. 드로이드의 생각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리고 칠흑 속으로 몸을 던졌다. 바람이 그를 후려쳤다.

전방 투영 장치는 아직 특기할만한 지형이 나오지 않았음을 알리고 있었다. 다르만은 중화기 짐짝을 달아맨 채로, 시속 200 킬로미터에 가까운 속도로 자유 강하중이었다. 그는 추적 시스템을 가동했다. 등에 맨 배낭과, 옆구리에 당겨 맨 라이플, 장비 나머지는 다리 쪽 배낭에 걸려 있는 컨테이너 속이었다. 800미터 상공에서 낙하산을 펼치면서, 컨테이너를 떨어뜨렸다. 동시에 동력 강하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그래야만, 함께 떨어지던 중화기의 무게를 덜어내고 무사히 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그는 두려웠다.
훈련중에도 이토록이나 불확실한 무게로 강하한 적이 없었다.

낙하산이 펼쳐지자, 벽에 세게 부딪친 듯 한 느낌이 걸려왔다. 동력 팩이 작동하고 주변의 공기가 뜨거워졌다. '이제 조종을 할 수 있겠군.' 그는 열 다섯을 세었다.
아래쪽, 멀리 오른쪽에서 뭔가가 흰 색으로 밝게 빛났다.  나-샤다 제 살포기가 목표 지점의 30클릭 안쪽에서 추락한 듯 싶었다.

다르만은 추락한 기체에 있던 R5를 잊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어차피 소모품이니.'
'그리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 그의 머릿속으로 생각이 스쳐갔다.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는 건 이상하리만치 쉬웠다.

이제 지면이 보이기 시작했다. 야간 암시 장치는 나무 꼭대기를 지적하고 있었다. 오른쪽 바로 아래.

'젠장할. 안돼. 안돼.'

피해 보려 했지만....실패했다.

공중에서 뭔가, 무진장 딱딱한 뭔가에 부딪쳤다. 뒤이어 지면이 그를 덮치자, 더 이상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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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챕터 3 이 끝났습니다. 다르만, 본 작의 주인공께선 작전중 사망으로 처리되었으며,
2계급 특진의 예우를 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될 리가 없지요. 어딜, 아직 9개 챕터가 더 남았는데.
주인공의 고생길은 이제부터 시작이거들랑요.  
가입한 지 3년. 좀 있으면 4년. 좀....나아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