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크는 자신의 데이터 패드에서 고개를 뗐다. 그는 비춰진 화면을 죽 훑는 듯 하더니 한마디 던졌다.
"쓰레기." 유시크의 말. "우리 쪽 정보원들 중 하나는 저들, 저 민병대들을 쓰레기라 부르더군요. 에...그러니까 매우 마음에 안 드는 사람들이랄지, 뭐 그런 거지요."

제이는 브리핑 내용이 제대로 전달된 건지 확인하려는 듯 숨을 골랐다.  
"저 곳에는 우리쪽 자산이 거의 없네. 덕분에 현재로서는 저 곳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행위들을 제제할 방법이 없지. 그런데 최근 저 곳에 대규모 군사력이 집결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네. 신뢰도가 꽤 높아."

다르만은 브리핑에 집중하면서도, 곁눈질로 굴라닌을 계속 주시했다. 브리핑 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유시크 옆에 똑바로 앉은 굴라닌은 앞발을 가슴에 가지런히 모은 채, 눈으로는 유시크를 관찰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다완의 주의력은 여전히 코만도를 향하고 있었다. 다르만은 -헬멧이 눈동자의 움직임을 가려주고 있지만- 굴라닌에 대한 자신의 관찰이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제다이는 시각에 의존하지 않고도 사물을 파악하기 때문이다. 그의 교관 왈, '제다이는 전지 전능하시니, 항상 복종할지어다.'

다르만은 제이의 말에 다시 집중했다.

"퀼루라 자체가 주요 통과점은 아닐세, 그렇게 말해 두지." 제이의 브리핑은 계속되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은밀하게 움직이는 게 좋을 걸세. 에, 그리고 저 곳에 은폐된 목표물이 있지. 하나는 체포해야 하고, 다른 건 파괴해야 하네. 분리주의 쪽의 과학자, 오볼롯 콰일 우탄. 그리고 그녀의 가장 최근 작품인 나노 바이러스일세. 우리 쪽에선, 퀼루라의 연구 시설에 둘 다 있으리라 생각하네."

제이가 잠시 물러서자 유시크가 대신했다. "저 곳에 현재 제다이가 파견돼 있습니다. 마스터 카스트 퓰리어라고 하지요. 문제는, 최근 몇 주동안 그와 파다완에게서 연락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제이가 다시 나섰다. "확실히 해 두세. 우린 그 두사람을 계속 수색했다네. 목표의 위치도 잡아냈지. 그런데, 시설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네. 이것 때문에 자네들의 구출 및 파괴 임무가 한층 위험해질 거라 보네. 아, 통신 상태도 마찬가질 거야. 질문있나?"

나이너가 무릎에 올려뒀던, 장갑 낀 손을 쳐들었다. "통신 상태는 정확히 어떻습니까?"

"니모디안들일세."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잠깐 당황한 제이는 곧 질문에 답했다. 그의 얼굴에는 살짝 미소가 흘렀다.
"니모디안들은 기간 시설 전체를 틀어쥐고 있지. 원주민들은 곡식 한 톨도 제 마음대로 못하지만 그들의 지배자들은 최고의 콤링크 네트와 공중 교통 관제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네. 전부 비싼 것들이지. 자기들 허락 없이는 누구 하나 숨도 못 쉬게 말일세. 결국 그들은 모든 걸 감시하고, 정보가 새는 것을 최대한 막고 있네. 자네들, 장거리 교신은 삼가는 게 좋을 거야. 이제 충분한가?"

"예, 그렇습니다. 장군님."

잠시, 하지만 꽤 긴 침묵이 흘렀다. 제이는 뭐라도 기다리듯 세 헬멧과 하나의 흉터난 얼굴을 쳐다보았다. 제이는 클론 병사와 이야기해 본 적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아마 평상시처럼 서로 주고받는 일종의 대화 같은 걸 기대했었으리라. 지나가던 제이의 시선이 다르만에게 고정되었다. 제다이의 갑작스런 시선과 주변의 침묵이 만들어낸 당혹감은, 결국 다르만에게 뭔가 하게 만들었다.

정말, 정말 답이 뻔한 질문이 나온 것이다.
"나노 바이러스의 특징은 어떤 겁니까?"
제이는 고개를 살짝 젖혔다. "무척 영민하고도 중요한 질문이구먼."
"감사합니다."
"그에 대한 대답은, 뭐랄까. 자네들에게 꽤 흥미로울거야. 그 바이러스는 클론 개개인에게 특별히 작용하는 것이거든."

검은색의 매끄러운 굴라닌은 자신의 몸을 곧추세웠다. "그들은 자네들을 두려워하네. 당연한 거지만."
유창하고도 중후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그들은 자네들을 말살하려는 거지. 두려움과 오해, 그리고 말살. 무지한 자들은 항상 그러지 않던가."
굴라닌의 신체는 계속 늘어나더니, 서 있는 모습으로 변화했다. 모습을 바꾼 것이다.


"그걸~세." 제이의 말이 느려졌다. 그의 발음은 두 음절이 주욱 늘어진 것이었다. 분자 단위의 재배열이 보여주는 장관에 정신이 팔렸던 것이다.
"현재 시점에서 자네들에게 유리한 점이 하나 있네. 분리주의 쪽에서 자네들의, 코만도로서의 잠재력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지. 자네들의 능력에 대해 저 쪽에선 아는 게 하나도 없네. 뭐, 우리로서도 마찬가지네만.
그렇다곤 해도 자네들은 최고로서 창조되었고, 자네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 은하계에서 가장 숙련된 교관들이 훈련을 지도했네. 우리로선 자네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매우 커. "
제이는 망토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마스터 퓰리어가 무사하다면 우리로서도 한 숨 돌릴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우탄과 연구 시설이 자네들이 최우선 목표일세. 지금까지 말한 것들, 잘 알겠나?  "

다르만의 대답.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한 번의 끄덕임, 이어지는 다른 세 사람. 하지만 약간의 엇박자가 있었다. 다르만은 속으로 되뇌었다. 제대로 해낼 수 있다. 이삼일 훈련하면 맞아들어가겠지. 훈련이 빡세면 전투가 쉬워지니까.

"이제 내 파다완 차례구만." 제이는 옷자락을 살짝 끌며 말했다. 브리핑 룸 문 앞에 잠깐 멈춰 선 채 코만도들을 돌아본 그의 고개는 살짝 기울어져 있었다. 마치 놀랍다는 듯, 아니면 즐겁다는 듯이.

유시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굴라닌은 기둥 모양에서 네 발 달린 물체로 변하더니, RC-3222 옆으로 다가가 그를 뚫어지게 올려다 보고 있었다. 코만도들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아." 탄식. 물 흐르듯 매끄러운 목소리. "정말이지, 펫의 얼굴 그대로구만."
유시크가 출구 쪽을 가리켰다. "제가 병기 담당입니다. 화기와 정보 담당이지요. 따라오세요. 챙겨야 할 보급품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코만도들은 동시에 일어났다. -좀 엇박자가 있지만.- 그리곤 그를 따라 문을 나섰다. 통로를 따라 내려가는 곳곳에 식량 컨테이너들이 흐트러져 있었다. 사방에서 풍기는 진한 냄새가 다르만의 헬멧에 부착된 공기 정화기까지 뚫고 풍겨왔다. 굴라닌은 코만도들 앞에서 유시크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는 꾸불꾸불한 모양의 육식동물에서, 빠르게 걷는 네 발 짐승으로 자신의 모습을 바꿔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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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도 슬슬 빠져들고 있습니다. 곤란하게도...
가입한 지 3년. 좀 있으면 4년. 좀....나아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