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력 966년 초, 6함대를 전멸시킨 고속기동부대의 등장 소식은 락파칼에도 퍼졌다.
락파칼의 이곳저곳에서는 환상함대& 환영함대와 고속기동부대의 대결이 큰 화제였다.

"환상함대와 환영함대가 이길 것같아."
"하지만 지상인들의 고속기동부대도 만만치않은걸. 스폴 제독의 함대를 박살낸 일이 있으니까."
"타니스 공작령에는 전장의 마녀가 있쟎아."
"아무리 전장의 마녀라도, 환상& 환영함대라도 상대가 될지..."
"한번 붙어봐야지 알겠지."

성계의 전기- Another story II
Battle 25. 폭풍전야.

락파칼, 빈 알현의 방
"폭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세 분들."
"그렇습니다, 황제 폐하."
"그렇습니다, 폐하." X2
라마쥬 황제는 알현의 방에 모인 세 사람을 봤다.
환상의 영지, 크리시아나 대공작령, 크리아란드의 영주이며 환상함대의 총책임자인 레나 보르쥬- 레스카프 크리시아나 대공작.
환영의 영지, 타니스 공작령, 이슈탈 공국의 영주이며 환영함대의 총책임자인 이미르 슈누- 칸 이슈탈 공작 피에르.
그리고 "전장의 마녀"라 불리는 이미르 슈누- 드레이안 타니스 공작 아리엘.

이들 세 명은 라마쥬의 연락을 받고 즉시 달려왔다.
라마쥬에게 다행이라는 것은 이들 셋이 자신의 믿음직하고 친한 친구라는 것이었다.

라마쥬는 잠깐 자신이 이들 세 명을 만난 것을 생각해보았다.
크리시아나 대공작은 자신이 어렸을 때, 명예의식으로 환상의 영지, 플로트 템플의 환영 연회장에서 자신의 어머니의 소개로 만났다. 그후에 큰 고민이 있을 때에는 언제든지 달려와서 들어주고... 지상인의 심리를 잘 알기때문에 가끔씩 지상 정부의 교섭에서 어떻게 나가야 할지를 일러주었다.

이미르 슈누- 칸 이슈탈 공작과 이미르 슈누- 드레이안 타니스 백작 아리엘은 샤샤인 전쟁과 카민테르 전쟁에서 만났다. 물론 이때에도 환상함대와 환영함대는 참전했었지만 아직 서로를 모르고 있었을 때의 일이었다.

"말을 터놓고해도 됩니다, 세 분들. 지금 이곳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으니까요."
"감사합니다, 폐하."
"크리시아나는 어떻게 생각하지요, 고속기동부대의 등장을?"
"언젠가 맞부디칠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약간의 시간을 벌어야 되는 거죠."
"약간의 시간이라...그게 가능한가요, 아리엘?"
"가능합니다. 아르콘트 공화국과 인민주권 연합체를 한번 안팎으로 흔들면 됩니다."
"대공작 각하께서는 이번 전쟁에서 고속기동함대를 잡기위해 큰 도박을 할 에정입니다."
"큰 도박이라니... 그게 무슨?"
라마쥬의 의아한 말에 대답한 것은 우물쭈물하다가 말해버린 아리엘이었다.
"대공작 각하께서는 자신의 영지를 미끼로 쓰실 생각입니다."

이 말을 듣고 라마쥬는 크게 놀랐다.
자신의 영지를 미끼로 쓴다라는 생각은 영지를 가진 아브 귀족에게는 불가능한 생각이었기 때문이고, 상황회의때 크리시아나 대공작이 한 말도 생각이 났다. 아무리 아브, 아니 아브리얼이라도 자신의 영지에 부당한 피해를 입히면 스타더스트와 같은 작전을 펼치겠다는 말.

"고대 태양계 시대의 지구의 전설에 이런 게 있어요. 신이 가진 방패라고."
"각하께서는 그것으로 영지를 방어하면서 싸우실 생각입니다."
"신의 방패라...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지상인의 낚시명언에 이런 게 있습니다. 큰 고기를 잡으려면 큰 미끼를 써라."
"큰 고기를 잡으려면 큰 미끼를 써라... 하지만 너무 위험하군요."
"게다가 스타더스트 작전이후 일부 귀족들이 제 영지에 경계심을 보내는 것은 알고있어요. 녹취록 공개이후 좀 나아졌다고 들었지만요."

그건 라마쥬도 알고있는 사실이었다.
일부 귀족들이 환상의 영지의 스타더스트 작전에 경계심을 품는 것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크리시아나가 자신을 탄핵하기 위한 상황회의를 이용해서 어느 정도 불식시키는데 성공한 일, 그것으로 다른 귀족들에게 상황회의의 존재여부를 묻는 근본적인 문제를 던진 것도.

"그걸로 다른 귀족들의 경계심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영지에 몰아넣은 고속기동부대를 상대로 한 크리아란드의 전투는 생방송될 겁니다. 제국 전역에."

이 말을 듣고 라마쥬는 더 어이가 없었다.
락파칼도 날릴 수도 있는 병기가 있는 것을 알게 되면 더 경계심을 품을 텐데... 하지만 공개를 안해서 더 많은 의심을 받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러다 라마쥬는 잠깐 두 개 영지의 규모를 생각해보았다.
크리아란드는 3개 성계, 9개 유인 행성, 4개 유인 위성, 현재 준주로 편입되어있는 대다수의 반유, 무인행성 및 성계 그리고 상당수의 스페이스 콜로니군.
타니스 공작령은 10개의 유인 성계, 4개의 반 유인 성계 15개 유인 행성, 반무인행성 12개 반유인 행성 5개, 반유인 위성 6개, 4300개의 스페이스 콜로니군.

경제및 군사규모는 둘 다 비슷.

라마쥬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환상의 영지에 대해 하나를 더 알고 있었다.
크리아란드가 가능한 영지의 수를 최소화하고, 주변 성계의 개척을 등한히 한 이유를 말이다.
사실 크리아란드도 이미 주변 성계에 대한 탐사를 다 끝내고 장기 계획으로 대대적인 개척을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시작을 할 수 없었다. 창설 직후 새로이 영지에 편입된 일부 지상국가의 반란에 힘을 쏟은데다, 영지가 자리를 잡혀가면서 외부에서 오는 적과 손님들과의 분쟁때문에 힘겨이 싸워나가면서 성장해야 했다. 게다가 대공작의 철저한 성격도 한 몫했다.

이것을 생각하고 라마쥬는 속으로 약간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대공작 자신이 원해서 락파칼 최남단으로 정했는데... 이런 결과를 불러올 줄 알고 있었을까. 알고도 그랬을지도. 하지만 평화가 찾아오면 아주 빠르게 성장하겠지. 지금도 영지의 몇군데가 개척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리고 아브리얼 사령장관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공작의 환영함대의 허가를 내달라고."
"그건 반가운 일이로군요."
"저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환상함대와 환영함대는 지난 '은하제국'과의 전쟁에서 멋진 합동공격을 보여줬습니다. 그것을 다시 보여주기 바랍니다."
"환상과..."
"...환영의 영지의 명예에 걸고."
"...맹세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세 분."

폭풍 전야를 앞두고 락파칼의 알현의 방에서 벌어진 중요하지만 알려지지않은, 제국력 966년 초의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