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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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저작권법을 위배하는 불법 번역글입니다. xkcd라고 NASA에서 일하는 사람이 그리는 유명 인터넷 만화가 있는데 그 사람이 과학 관련 Q&A 시리즈도 하는군요. 마음에 들어서 첫 화를 번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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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의 90%로 날아오는 야구공을 치려고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엘렌 맥매니스
일단, 어떻게 야구공이 그렇게 빠르게 날 수 있는가에 관한 문제는 잠시 제쳐둡시다. 따라서 투수가 평범하게 공을 던졌으나, 공을 던지는 순간 마법에 의해 광속의 90%, 즉 0.9c로 가속했다고 가정합시다. 그 뒤로는 모든 것이 일반 물리학을 따릅니다.
이전 : 0.00000012c(시속 80마일) 이후 : 0.9c(시속 604000000마일)
이후로는 아주 복잡한 사건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납니다. 타자나 투수 둘 다에게 별로 좋은 일도 못 됩니다. 물리학 책과 놀란 라이언(유명 야구 투수) 피규어, 핵 실험에 관한 비디오테이프 몇 개를 가지고 정리를 해봤습니다. 그 추론을 한 번 나노초 단위로 표현해봅시다.
공의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은 정지한 것이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대기 중의 공기 분자조차도 멈춰 있습니다. 분자들은 시속 수백 마일의 속도로 앞뒤로 진동하지만, 공이 그들을 통과하는 속도는 시속 6억 마일에 달합니다. 그러므로 공의 관점에서 보자면 공기는 그냥 멈춰 있습니다.
이 공에 공기역학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공기는 그것을 가르고 지나가는 물체 주변을 돌아서 흐르겠지만, 이 경우는 공 앞의 공기 분자는 공 옆으로 피할 시간이 없습니다. 너무나도 빠르게 공이 접근해오기 때문에 이들은 공 표면의 원자들에 그대로 고속으로 충돌해 핵융합을 시작하게 됩니다. 그 결과로 감마선과 새로 탄생한 입자들이 사방으로 흩어집니다.
공기(질소, 산소) + 야구공(탄소, 수소, 산소) = 핵융합
핵융합 구역 거의 진공 상태
이 감마선과 파편들은 투수 마운드를 중심으로 구를 그리며 퍼져나갑니다. 이들은 공기 분자를 뜯어 핵에서 전자를 분리해내며 스타디움 내의 공기를 잠식해나가는 백열하는 플라즈마를 형성합니다. 이 구는 공보다 약간 빠른 속도인 광속으로 사방으로 퍼져나가, 타자를 향해서도 접근해갑니다.
30 나노초 뒤
엑스선 플라즈마화된 공기
아무 것도 모르는 타자 야구공 퍼져나가는 화염구 분해되는 투수
야구공 앞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핵융합으로 인해, 마치 추진구를 앞으로 향하고 분사하며 날아가는 로켓처럼 공의 속도가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공의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기 때문에 이 정도 규모의 열핵융합 폭발이 갖는 어마어마한 힘에도 공의 속도는 별로 느려지지 않습니다. 다만 공의 표면이 핵융합에 잠식되면서 사방으로 공을 구성하는 분자가 분해된 파편들이 날아갑니다. 그 파편들조차도 너무나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주변의 공기 분자와 충돌하면서 더 많은 핵융합을 일으킵니다.
70나노초가 경과하면 공이 홈플레이트 위에 도달합니다. 공을 던졌다는 정보는 공보다 조금 빠른 광속으로 타자를 향해 날아오고 있으므로, 아직 타자는 투수가 공을 던지는 것조차도 보지 못했습니다. 이 시점에서 공은 거의 완전히 파편화되어, 주로 탄소, 산소, 수소, 질소로 이루어진 뾰족한 총알과 흡사한 형태의 플라즈마 구름더미가 되어서 공기와 충돌하며 더 많은 핵융합을 일으킵니다. 곧 광속도의 엑스선이 타자를 먼저 때리고, 몇 나노초 뒤에 플라즈마가 타자를 덮칩니다.
타자에 도달하는 순간에도 이 야구공이었던 플라즈마의 속도는 광속도에 어느 정도 비견할 만합니다. 야구방망이, 타자, 홈플레이트와 포수가 모두 이 충격으로 뒤로 밀려나 야구공을 막기 위해 뒤에 쳐놓는 그물에 처박히면서 동시에 분해되기 시작합니다. 엑스선과 초고온의 플라즈마는 바깥으로 퍼져나가며 그물과, 다른 팀원들, 스탠드, 관중들까지 1마이크로초 내에 집어삼킵니다.
만약 도시 밖에의 언덕에서 이 광경을 본다면, 태양보다 훨씬 더 밝은 눈이 멀 것 같은 빛부터 보입니다. 몇 초 동안 이 빛이 천천히 희미해지며 화염구가 버섯구름을 형성합니다. 그리고 엄청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나무와 집을 파괴합니다. 야구장 주변 1마일 정도가 초토화되며, 도시를 불길이 삼킵니다. 홈플레이트가 있던 수백 피트 뒤쪽에 거대한 크레이터가 생겨납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야구 규칙 6.08(b)에 따라 이 공은 데드볼로서, 타자가 1루로 진루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Our last, best hope for peace.
황당한 질문과 알뜰한 설명, 재치있는 그림이 어우러져 볼만하네요. 이런 거 모아서 교육용 만화책 하나 만들어도 재미있을 듯.
확실히 이런 만화를 보노라면, 지식이 풍부한 것과 별개로 그걸 재미나게 설명하는 것도 능력인 듯합니다. 간단하게 보이긴 하나, 저런 그림을 적재적소에 그리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