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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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성형 로봇" 이 등장하는 매체는 상당히 많습니다. 허나 그 중에서 ASFR을 찾아내는건 쉽지가 않죠.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ASFR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요소들 몇가지를 설명해보겠습니다.
※ ASFR과 로보페티시즘이 무엇인지 궁금하신분은 http://www.joysf.com/4346527 이글을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블로그에 발제했던 글이라 문체가 다소 딱딱합니다. 이해바랍니다. ^^
1. 인간과 가장 비슷하면서도, 인간에게서 느낄수 없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영화 "사이보그 2" 에서의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 당시 18세의 풋풋한 모습이다.
여성형 로봇은 기본적으로 "인간"이 아닙니다. 따라서 제작자나 주문자의 마음대로 외모나 행동, 그에 따른 용도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잘만 조절한다면 인간과 똑같이 만들수도 있겠지요, 작품에 따라 완벽하게 인간의 모습과 동일하게 재현해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경우도 있습니다. Uncanny Valley 라는 이론에 따르면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할 수록 인간은 거부감을 느낀다고 하지요. 그래서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아니 누군가 말해주지 않으면 인간으로 생각할 만한 외모와 행동을 하고, 더 심하면 사이보그 또는 안드로이드인 본인조차 자신이 인간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과 같이 생활하고, 감정을 느끼고,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영역(출산, 자연적인 사망)까지 침범하는 경우도 있지요, 하지만 어느정도 "인간이 아닌것 같은" 완벽함과 미세하게 "인간이 아닌것 같은" 티를 내도록 설정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그래서 ASFR 작품에 등장하는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들은 인간과 상당히 유사하면서 아름답거나 섹시한 매력을 뿜어내도록 그려집니다. 그것이 존재의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2. 자신의 정체를 확실하게 어필하는 장면이 있어야 한다.
영화 "내츄럴 시티" 에서 유효기간이 경과한 여성형 안드로이드들이 폐기처분되기 위해 기다리는 장면
영화 "오토매틱" 에서 여주인공 "노라" 가 자신이 새로 개발된 안드로이드의 프로토타입이라는 것을 알아채는 장면.
이 영화 최고의 클라이막스 장면이다.
첫번째 이유와 완전히 상반되는 이야기입니다. 인간과 완벽하게 일치하지만, 그래도 인간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 확실하게 어필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아주 어렵게 느껴지지만 사실 이런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간단합니다. 바로 "인간과 다른점을 보여주는것" 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가 제조되는 장면이나, 폐기되는 장면, 사고를 당하거나 누군가와의 전투중에 외상을 입어 피부속에 감춰져 있었던 정체가 드러나거나 하는 것이죠. 이런 장면을 통해 여성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가 겪는 아픔이나 더 나아가 자신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설명 할 수도있고, 인간에 의해서 한없이 이용당하는 하나의 "물건"에 불과하다고 인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어느 시점에서 얼마나 파격적인 장면이냐에 따라서 제작자의 의도는 달라지겠지만요.
주로 인간과 섞여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사이보그나 안드로이드" 로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러한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뒤통수를 때리는 반전요소를 가진 작품도 많은편입니다. 아니면 처음부터 보여주어서 정체를 드러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작품도 있지요. 만일 첫번째 요소만 지니고 있다면 그냥 이도저도 아닌 이야기가 되지만, 첫번째와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유형까지 추가가 된다면 100% ASFR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성적인 요소, 섹스어필
일본의 저예산 쌈마이 성인영화 "Maidroid vs Hostroid"의 한 장면, 주인공 안드로이드가 수리중인 모습.
AV를 즐겨본 사람들은 다 아는 그분이 주인공이다.
사이보그, 안드로이드에 관심많은 대한민국의 평범한 총각입니다.
아, 그리고 비인간적인 요소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2번 사항이 꽤 중요하고 의미심장하긴 합니다. 하지만 인간과 너무 다르다는 점을 부각하면 페티쉬가 깨질 수도 있지요. 부품이랑 케이블 다발을 늘어뜨린 여성(로봇)은 잘못 하면 흉칙하게만 보이고 매력이 깎일 수 있거든요. 개인 취향이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말입니다. 뭐, 요즘에는 워낙 취향이 다양해서 쇠붙이가 드러난 여성 로봇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도 많은가 봅니다만. 그렇다 해도 실험작이 아닌 마당에 보편적인 감성을 무시할 수 없겠죠. 따라서 어느 정도 진지하거나 매니악한 작품이 아니라면, 2번 사항은 적정선을 긋는 것 같습니다. 로봇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드러내는 쪽에 주력하는 것 같군요.,
개인적으로는 판타지의 엘프 여성, SF의 여성형 로봇은 그 지향점이 비슷하다고 봅니다. 일단 외모는 인간형입니다. 그것도 그냥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 뛰어난 미모를 지녔기에 남성 판타지를 사정없이 자극합니다. 이 점은 본문의 1, 3번에 해당하겠네요. 하지만 인간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라서 인간 여성의 단점을 제거할 수 있습니다. 늙어서 꼬부랑 할머니가 되지도 않고, 화장실 가거나 방귀 냄새를 풍기지도 않으며, 집구석에서 돈 벌어오라고 바가지 긁을 일도 없죠. 따라서 외모 뿐만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남성 판타지를 갑절로 자극합니다. 이건 본문의 2번 사항이겠고요.
단지, 판타지는 마법 같은 요정을, SF는 최첨단 기술력의 로봇이 등장할 뿐, 남성 심리를 건드리는 방법론은 비슷한 듯해요. 역시 남자 속마음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걸지도…. =_=;;
본문에 제기하신 사항 중 1, 2번은 다른 로봇물에도 많이 쓰이는 것 같더군요. 바로 최근에 개봉했던 <프로메테우스>에서도 마이클 패스벤더가 '인간과 로봇 사이를 넘나드는 기분으로' 데이빗을 연기했다고 하죠. 겉모습은 인간이지만, 속물은 비인간이라는 점에서 극적인 줄타기를 하고, 그것이 긴장감을 유발하는 모양입니다. 인간과 로봇 사이의 관계를 조명하는 영화일수록 이런 긴장감이 두드러지고요. 로보페티시즘은 여기에다 성적 코드를 (적절하게) 집어넣으면 된다고 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