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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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예전에 이외수 작가가 어느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었습니다.
"과학논문을 보고 감동을 느끼지는 않지요."
아마, 한국 사회에서 <인문학의 위기>에 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나온 답변의 일부 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다른 대답은 다 까먹고 이 말만 기억에 남는군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학논문이나 책을 보고 감동을 느껴분 분, 혹시 없으신지요?
뉴턴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가 출간되고 프랑스의 어느 학자는 뉴턴을 신처럼 숭배했다죠?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되고 토마스 헉슬리는 탄식을 했다고 합니다.
오일러의 공식은 수많은 수학자들이 인정하는 수학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공식이라고도 불리지요.
과거를 돌아봐도 과학논문이나 과학저서들에 감격, 감탄, 감동을 한 사람은 꽤 있었던 듯 싶습니다.
과학이란 학문이 가치중립적이고 합리, 논리, 사실, 현상에 대해 다루는 학문이라서 과학에는 감동이 없다는 오해를 받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예술작품에서 느끼는 카타르시스를 과학에서 느끼지는 못합니다.
예술에서 느끼는 감동하고 과학을 통해서 얻는 것하고는 차이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 편차나 주관적인 이야기겠지만... 새로운 것을 알게되서 얻는것 하고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음. 논문은 아니지만, 아름다운 재귀 함수 프로그램을 보고 감동을 느낀 적은 있지요.
발레 전문가가 보통 사람은 도통 차이를 알 수 없는 초고난도의 동작과 섬세한 감정 묘사를 보며 감동을 느끼듯이 공돌이는 생각도 못한 멋진 해법을 보며 감동을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수학에서는 '아름답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사실... 그러니까...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아름답다는 말 외에 다른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없어요. 보통 사람들로선 피카소의 작품이나 깔끔한 복소 함수나 '어디가 아름답지?'라고 갸웃하게 되겠지만요.
과학 논문에 쓰인 영어는... 사실 영어 실력과는 별개죠. 그건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용어'입니다. 전문적인 학술용어...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과학논문 읽으라고 하면 평범한 사람은 읽어내려 갈 수가 없습니다. 해당 분야의 용어를 모르니까요.
잘 쓰여진 과학 논문은 심지어 영어를 거의 못해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수식 흐름과 알고리듬만 보고 이해하면 되거든요. 기호 정의에 쓰인 용어만 알면 수식을 읽어내려서 논문 전체를 이해하는 것도 가능하죠. 저는 실제로 그런 식으로 다른 누구보다 많은 논문을 빠르고 확실하게 이해하던 선배를 직접 모셨던 적이 있습니다. 그 선배는 아예 논문 본문을 제껴 두고 notation과 수식, 결과 수치가 정리된 table만 가지고 논문을 술술 읽어내곤 했죠.
개인적으로 잘 쓰여진 수리 논문에 감동한 경험은 몇 번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크게 감동한 논문은 아래 Baker와 Urban의 1988년 논문을 접했을 때입니다.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물류 창고의 재고량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추정해 내기 위하여, 시간에 따라 변하는 수요율 함수를 정의하여 적분으로 구하는 방법을 제안해 놓았더군요. 대부분 러프한 가정으로 그냥 뭉개고 가던 부분을 이 논문에서는 처음부터 확실하게 하나하나 증명으로 다져 나가면서 적분 과정을 풀어 놓아서 진심으로 감동했던 논문입니다.
R. C. Baker and T. L. Urban, “A Deterministic Inventory System with an Inventory-Level-Dependent Demand Rate,” Journal of the Operational Research Society, Vol. 39, No. 9, pp. 823-831, 1988.
1. 대학3학년때 전자기학을 재수강 하는 중이었는데
미분 방정식의 해는 경계 조건이 결정되면 단 한 개의 해를 갖는다. 설령 당신이 답을 찍었다고 해도 방정식에 끼워넣었을 때 "="이 성립되면 그게 유일한 해답이다. => 이 부분에서 말할 수 없는 감동이 몰려오며 머릿속에서 음악이 울리고 천사들이 노래를 하는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2. 아마 2008년 봄이었을겁니다.
회사에서 측정 데이타를 가지고 페이즈 분석을 하다가 직장동료와 페이즈와 딜레이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래프를 쳐다보고는 이런 수학적 이론들이 물리적 실체로 존재하고 그게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는 또 주성치 영화같은 희열에 휩싸였습니다. 그 때는 거의 마약한 사람과 비슷한 상태로 간신히 대화를 나누던 동료에게 "도파민이 넘쳐 흘러서 주체가 안되요"라고 말했습니다. 그 분 완전 놀라서 "당신은 대체 도파민이라는 걸 정말 직접 인식하느냐?"고 물었는데 "도파민 자체를 느낄 수는 없지만 이런 느낌을 가질 때 도파민이 작용한다는 걸 알아요" 라고 대답을 했습니다...돌이켜보니 멀쩡한 정신상태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닌 듯...
자신이 뭘 전문으로 배웠냐에 따라 다르겠지요.
저도 공대생이다보니... 미술 작품을 보고 감동을 느낄 때보다
아름다운 공식전개과정을 보고 감동을 느낄 때가 더 많더군요.
이외수씨가 저런 말을 한것은... 그분이 과학자나 공학자가 아니어서일 겁니다.
그걸 느끼기 위해선 그 분야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있어야 가능하죠.
인문학에서 그런 감동이 있을 수 있는 건 우리 모두가 우리의 삶 그 자체에 몰입해 살아가는
나름 전문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문학작품에서 느끼는 쇼크 만큼이나
새로운 과학적 업적이 가져오는 쇼크나 감동도 크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어린 아이에게 현대의 추상화는 그냥 이상한 낙서일 뿐입니다.
왜 아름다운지 이해할 수 없겠죠.
비교적 캐캐묵은거지만...VMI(공급자 재고관리)관련 석사논문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껴본 적이 있습니다. '이건 신의 시스템이야! 이것만 있으면 안전재고 따위는 바이바이!'라고 마음속으로 소리치긴 했지만...분석 대상기업은 현X 모비X였죠. 게다가 헛점도 꽤 있는 시스템이었구요.
저는 문과생이고, 과학에 대해서는 무지몽매합니다. <상대성 이론은 이렇더라> 수준이지요 (^^;;; 난감하죠. 정확한 공식 따위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어느 날, 어느 교양과학 도서를 봤습니다. 무명의 과학자에, 내용도 단순했습니다. <물질은 어째서 광속을 넘을 수 없는가> 였죠.
내용이 충실하지는 않았지만, 상상력을 자극했습니다.
읽고 감동을 받았죠. 제가 SF에 빠져든 계기는 게임 <하프라이프>부터지만, 매니악하게 SF와 과학을 좋아하게 된 건, 그 책 덕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정말 멋진 책이었습니다. 제목도 기억 안나지만요.(...)
이외수 씨도 그런 책을 읽게되면, 저처럼 될지도 모르겠어요.
논문이나 다른분들이 말씀하신 수준은 아니지만 고등학교때 물리를 공부하면서 물체의 움직임을 간단한 공식으로 깔끔하고 간편하게
풀어낸다는것이 가능하단걸 깨달으면서 감동한 기억이 있네요.
p.s 그런데 참 신기하지 않나요? 수학같은 인간의 지성적 창조물이 세상의 법칙들을 풀어내고 설명하는걸 보면 참 인간의 지성이란
위대하다고 생각해요.
이외수씨가 과학분야에 관심이 없다는 말일 뿐이겠죠.
프로그래머가 잘 짜여진 코드를 보고 이야 아름답다.
자동차광이 잘 만들어진 엔진을 보고 이야 아름답다.
모르는 사람에겐 그냥 이상한 텍스트 파일하고 쇳덩어리일 뿐인데 말입니다.
논문은 아니고 교양 서적이지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다 주었죠. TV쇼는 감격의 눈물을 흘릴 정도.
사실 우주의 장대함이나 물리 법칙의 정교함, 생명의 놀라움 등은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충분합니다. 논문이라면 학술 용어 때문에 좀 버겁겠지만, 보편적인 감성에 호소하기 충분하다고 봅니다.
감동을 느끼는 것은 감성으로만 느끼는 것이 아닙니다. 이성을 충족할 때 감동을 느낄 수 있죠.
자기가 보기에 타당하지 않다면 감동을 줄 수 없습니다. 문학을 보고도 공감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면 감동을 받지는 못합니다.
반면에 논문을 보고 이성을 충족할 수 있지만 감성을 자극하기는 어렵죠.
그러나 그것이 어떤 감성적인 독자의 생각을 채우는 단 하나의 이성이라면 감동이 올거라 생각합니다.
마치 피타고라스에게 수학은 세계를 열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던 것처럼, 구멍을 메꿀 그것을 아는 순간 종교 이상으로 마음이 움직일 겁니다.
본문의 주제와 별로 상관 없는 뱀다린데,
이외수가 무식한 건 사랑한다는 말을 하면 식물이 더 이쁘게 잘 자란다는 것을 직접 실험으로 확인했다는 소릴 할 때부터 알아봤죠.
솔직히 저는 이외수가 왜 이렇게 찬사를 받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글 수준도 초기의 몇 작품의 참신성을 제외하면 이후로 나오는 것들도 그렇고 너무 고평가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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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중세의 신학자는 수학을 하면서 엄청난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제 경우는 제가 이해한 대부분의 과학/인문 서적이 그랬기에 이건 뭐 딱히 찍기도 어려울 정도군요. 그래도 굳이 언급하자면 만셀브로트 함수가 어떻게 그래프로 표현되고 그것이 다차원으로 확장 가능한지를 알았을 때 손에 책만 들고 있지 타고난 바보와 다름없는 상태로 멍해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과학은 아니지만 김재권 선생의 심리철학을 읽으며 인간의 정신이 어떤 식으로 물질에 수반되는 지에 대한 논리를 따라가다 좌절과 동시에 감격스러운 찬사를 보냈던 적도 있습니다.
제가 당사자도, 책도 아니지만 과외 하면서 학생에게 '수학이란 건 별 거 아냐. 무슨 수를 쓰건 간에 왼쪽과 오른쪽이 같으면 되. = 이란 뜻은 이쪽이랑 저쪽이 '정확히' 같다는 뜻이야. 그게 수학의 전부야'라는 말로 엄청난 감동을 먹인 적이 있습니다. 시험만 봤다 하면 50을 못 넘기던 학생이 다음 시험에서 90점짜리 시험지 자랑하면서 그러더군요. 그때 선생님이 해 준 말, 진짜 멋있었다고, 이제 수학이 뭔지 좀 알 것 같다고. (그런 말 하나로 수학의 진리를 깨우쳤을 정도니 그 학생, 지금 쯤은 잘나가고 있을 것 같긴 한데... 물론 학부모가 금일봉은 안 주더이다-_-)
이외수씨에 대해 말하자면, 그 언급은 문학적 감동이 아닐까 하네요.
수평선 너머 휘몰아치는 태풍을 보며 고양되는 감정은 회화나 영화를 볼 때와 비슷하지만 음악을 듣거나 조소를 볼 때와는 (겹치는 부분이 있기는 해도)좀 다른 종류의 감정입니다(활성화 되는 뇌 영역과 분비되는 호르몬의 종류가 조금씩 다릅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이외수씨의 말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군요.
왜 지구중심으로 떨어질까에 대해서
시공간이 눈에보이지 않게 구부려졌다는 해석에 놀라 자지러졌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