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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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므두셀라의 아이들 - 로버트 A. 하인라인
누군가 한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모씨의 책을 두고
"적당히 현학적이면서 술술 읽히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쓸만한 책 읽었다라는 만족감을 준다"라고 평한 것을 본 적 있는데,
SF계에서는 하인라인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작품에 따라 편차나 기복도 별로 없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어떤 책이든 일정 수준 이상이라는 믿음을 배반하는 법이 없으니 그 것만 해도 굉장한 일이죠.
하인라인의 책은 다른 그 누구의 SF보다도 시원스럽게 읽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가치관에 입각한 사회에 대한 풍자, 비판이 듬뿍 실려 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가볍기만 한 킬링 타임용 책이라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잘 읽히는 쓸만한 책이다라고 할 수 있죠.
"므두셀라의 아이들"은 역시나 하인라인의 SF라는 기준에 딱 들어맞는 책입니다.
잘 읽히고, 인간과 사회에 대한 풍자도 재미있고, 박진감과 쾌감이 넘치며, 깔끔하게 시작해서 깔끔하게 끝납니다.
하지만... 나름대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가 보장되는 것은 좋지만, 풍성한 느낌을 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죠.
그렇습니다.
"므두셀라의 아이들"을 읽고 난 첫 번째 느낌이라면, 다른 무엇보다 진한 아쉬움입니다.
이야기는 명쾌하게 종결되었지만, "무지하게 재미있는데 이걸로 끝이냐"라는 아쉬움이 전신을 휘감고 돈다 이거죠.
과거 "프라이데이"를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프라이데이의 경우 줄거리 전개가 조금 우왕좌왕하는 느낌도 있었지만,
"므두셀라의 아이들"은 계속해서 먼 우주를 탐험하는 광대한 이야기가 될 법도 할 찰라에
갑자기 모든 것을 관두고 집으로(또는 지구로) 되돌아온다는 식이어서 조금 어이가 없었습니다.
급작스러운 마무리가 나름 깔끔해 보이기는 해도, 읽는 사람 입장에서 황당하고 허망했다는 것이죠.
물론 불사의 인간 라자러스 롱의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일본에서는 라자러스 롱의 모험담을 담은 장편을 모아서 4권짜리 합본으로 나왔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라자러스 롱이 등장하는 연작을 계속해서 출간할 계획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그렇다고 하더라도, "므두셀라의 아이들"의 마무리는 조금 힘빠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더군요.
과거 스티븐 벡스터의 "안티아이스"을 읽을 때 우주로 날아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박진감이 허망하게 마무리되는 것을 읽으면서
왜 이렇게 용두사미인가 싶었던 기억이 오버랩될 뿐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대목은 사실 서문이었습니다.
'리버테리안' 작가 하인라인의 가치관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놓고 있어서,
왜 이 작가가 그렇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는가 이해하는 데 그만이었죠.
하인라인의 책을 읽고도 혼란스러워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추천해 주고 싶은 글이더군요.
[결론]
라자러스 롱의 모험담을 더 읽고 싶습니다.
"므두셀라의 아이들" 한 권 만으로는, 맛있는 음식의 냄새만 실컷 맡고 기분좋게 한 술 뜨려고 하는데 쫑 친 기분입니다.
뒷 이야기를 계속 읽어야만 이러한 진한 아쉬움이 덜어질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