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2에 대해서 호평과 혹평이 갈립니다. 사실 어벤져스 2만이 아니라 어벤져스 1에서도 그런 일은 있었죠.


한국에서 호평과 혹평이 갈리는 작품(그것도 외국에서는 호평이 중심을 이루지만, 특히 한국에서 그처럼 평이 갈리는 작품)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이야기는 단순하고, 캐릭터는 다채롭다."라는 것입니다.


어벤져스 2는 바로 그러한 극단에 서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사실상 중심 인물로서 등장하는 것이 닉 퓨리를 빼더라도 자그마치 10명입니다.


블랙 위도우도, 호크 아이도, 여기에 스칼렛 윗치도, 퀵 실버도, 워머신에 비전까지. 제각기 캐릭터로서 등장하여 개성을 뽐내고 있습니다. 작품의 중심에는 토니 스타크/아이언맨이 있지만, 그 무게 중심이 장면에 따라 이리저리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전체적인 이야기는 하나로 일관되게 흐르지만, 수많은 장면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제각기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자아내고 있으니 뭔가 혼란할만도 합니다. 게다가 이른바 '정의의 편'이라 불리는 쪽에서도 서로간에 대립하고 분쟁을 일으키고, 심지어는 싸우기도 합니다. 악당이었던 자들이 정의의 편으로 돌아서면서 인물 구성은 더 복잡해지고 게다가 중간에 캐릭터가 더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성을 하고 있는 어벤져스 2는 솔직히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친절한 작품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야기는 매우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수많은 곁가지가 내용을 혼란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사실 이것은 당연합니다. '어벤져스 2'는 "그래서 세계는 살아났어?"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작품이 아닙니다. "그래서 어벤져스는? 토니 스타크는? 캡틴 아메리카는? 토르는? 헐크는?..... 비전은? 어떻게 되었는데?"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한 작품...


즉, "캐릭터 영화"라는 것입니다.


마블은 어벤져스라는 이야기를 팔고 있는게 아닙니다. 그들은 어벤져스라는 캐릭터, 그리고 그 안에 속한 수많은 캐릭터를 팔고 있는거죠.


어벤져스에서는 6명의 주역이 싸웠지만(닉 퓨리와 마리아 힐을 치면 8명), 어벤져스 2에서는 10명이 싸웠습니다. 그만큼 상품이 많아졌어요. 대단한 것은 그처럼 상품이 많아졌음에도 그들의 가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겁니다. 본래부터 가치가 높을 뿐더러, 작품 속에서도 그 가치가 결코 낮지 않게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캐릭터 영화로서 만점은 아닐지라도 합격점을 훨씬 넘을만한 좋은 점수를 주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서 우리는 "이야기가 단조롭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건 당연합니다. 할리우드의 많은 작품은 이야기의 결말을 위해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고 그들의 운명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작품으로서의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캐릭터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위해서 소비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들이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하나의 큰 사건이 발생하여 그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깊이있는 이야기를 바라는 이들에게 있어 어벤져스 2가 뭔가 부족하고 아쉬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뻔하고 단순한데, 한편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게 되어 있거든요.


하지만 '아이언맨 1'으로부터 이어지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내용 속에서 일어난 큰 사건의 하나로서 어벤져스 2를 바라볼때, 우리는 울트론의 위협이라는 큰 사건을 배경으로 토니 스타크가, 캡틴 아메리카가, 그리고 토르와 헐크와... 그들이 캐릭터로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됩니다.


비록 그들의 역사 속에서 짧은 순간인 만큼 그들의 모습은 충분하게 보여지지 않을 수도 있고, 잘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큰 사건이었기에 그 안에서 그들이 변화하는 모습, 그리고 감추어졌던 내면의 모습 등이 드러나면서 그들의 캐릭터에 깊이가 더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그들의 내면을 살펴보게 하는 캐릭터, '스칼렛 위치'는 그런 점에서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습니다.


분명히 어벤져스 2의 주역은 어벤져스 1과 마찬가지로 아이언맨/토니 스타크이지만, 스칼렛 위치에 초점을 맞추어 살펴보면 그녀가 또 하나의 주역으로 느껴질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다소, 아니 많이 불안정했던 첫 모습과 어벤져스의 일원으로서 나서게 되는 나중의 모습을 비교할 때 그 차이를 매우 잘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할리우드의 영화와 일본의 만화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많은 작품이 '이야기'보다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어 연출한다는 점입니다.


반면 한국의 영화나 드라마 등은 상당 수가 캐릭터 그 자체를 논하기보다는 이야기로서의 결말에 초점을 맞추어 그려내는 사례가 많습니다. 송강호처럼 걸출한 배우가 연기를 맡아서 캐릭터를 부각하긴 하지만, 캐릭터의 이야기로서가 아니라 중요한 사건에 우연히 뛰어든 인물로서 이야기가 그려지다보니 캐릭터의 매력이 충분히 부각되지 못합니다.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 작품도 있지만, 그 경우엔 캐릭터의 수를 이야기에 핵심적인 인물로 한정해서 이야기에 더 중점을 두려고 노력하죠.



캐릭터 중심과 이야기 중심에는 제각기 장단점이 있습니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캐릭터 중심의 작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매력에 주목해야 하고, 이야기 중심의 작품에서는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매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럼으로써 그들의 작품이 더 잘 살아나고 재미를 더 느낄 수 있게 되니까요.



가장 좋은 것은 이야기도 캐릭터도 모두 살아나는 것입니다. 그런 작품이 명작이겠지요. 하지만 어벤져스 2처럼 고의적으로 캐릭터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는 작품에서까지 그런 것을 바라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벤져스 2는 충분히 재미있고 매력적인 작품이며, 분명히 수작의 반열에 충분히 들만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명작으로 부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에만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캐릭터 모두에 골고루 시선을 주기만 해도 더욱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캐릭터 주도형 작품'입니다.



그런 점에서 어벤져스 2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은 작품의 결말보다는 그들이 살아가고 싸워가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보시길 권합니다. 그것이 캐릭터 중심 내러티브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여담) 앞서도 말했듯, 할리우드 영화와 일본 만화는 캐릭터 중심 내러티브가 많지만, 한국의 영화나 소설, 심지어 만화는 이야기 중심 내러티브가 더 많습니다. 한국에서 캐릭터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한가지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이야기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도 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는데 익숙치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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