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에서 불법다운로드-저작권과 관련된 일련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게시판 내에서 이 논쟁의 흐름이 'pc패키지 시장의 몰락이 불법 다운로드-불법복제에 의거한 것인가?'라는 주제에서 '불법복제 및 불법다운로드가 합당한가?'에 대한 논의로 흘러가는 것에 의문이 느껴지는 편입니다.

이 두가지는 상당히 연결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관계없는 쟁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 논쟁주제인 'PC패키지 시장의 몰락이 불법복제에 의한 것인가?'라는 주제는 가치논란이 그 중점이 아니라 사실의 증명과 분석이 중점이 되는 주제입니다. 가능성 혹은 도덕적 가치기준과 별개로 실제로 PC패키지 시장의 몰락이라는 현상에 있어 불법복제가 미친 영향을 되돌아보는 일입니다.
이 논쟁이 후에 나오게되는 '불법복제 및 불법다운로드의 합당성 혹은 비합당성'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면, 불법복제 및 불법다운로드라는 행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사회적 혹은 산업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일 것인지에 대한 것입니다.

 

 

1. PC패키지 시장의 몰락에 불법복제가 미친 영향에 대한 개인적 소회

 

개인적으로 PC패키지 시장의 몰락은 불법복제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트렌드의 변화에 의한 것이라는 초기글에 꽤 동감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 논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불법복제 이용자 중 불법복제가 불가능했을 경우에 일부라도 구매로 전환되었을 캡파'와 '불법복제로 인한 시장확장과 불법복제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게임을 하지 않았거나 그나마의 구매이력조차 없었을 사람들의 캡파'의 문제일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한 통계를 어떤 방식으로 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한 어떤 통계치를 산정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이고 그렇기 때문에 저로써는 개인적인 경험과 주변의 사례, 커뮤니티 등에서의 오피니언 등을 바탕으로 하는 수 밖에 없다는 것이 한계이기에 정확히 실상은 어떻다는 말을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pc패키지와 모바일게임 사례의 경우에는 모바일게임(피쳐폰 시기)의 경우에 pc게임과는 다른 환경적 조건에서도 즐길 수 있으며 동시에 모바일 게임이 시장을 형성하기 이전의 비게임유저들이 각종 퍼즐게임이나 맞고등의 캐쥬얼게임 등으로 확장유입된 점이나 프로야구 시리즈 등의 유저층이 이전에 게임을 즐기던 유저가 아니면서 동시에 이전의 주된 게임소비층이던 학생층에 비해 구매력있는 20대 중후반~30대중반의 직장인층이었던 점 등을 바탕으로 어느정도 설명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당시의 모바일게임은 게임소비층 사이에서도 pc게임을 즐길 수 없는 환경이나 상황, 이동 중이거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주로 소비되는 게임이었던 점이기에 당시 pc게임 트랜드였던 온라인게임이나 온라인기반의 부가환경을 제공하는 게임들과 크게 충돌을 일으키지 않았던 부분도 있습니다.

 

반면에 pc패키지 게임의 경우에는 같은 환경에서 작동하는 pc온라인게임 및 온라인부가환경을 제공하는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과 경쟁이 일어났으며, 이러한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가 제공되는 게임의 특성 중 하나는 한 게임에서 다른 게임으로 전환하는데까지의 시간이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스타크래프트나 디아블로 등의 게임은 기존에 게임 내의 기본컨텐츠를 소모한 뒤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는 것과 달리 해당 게임의 온라인 환경을 통해 계속해서 그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했고, pc방의 증가와 지인끼리 모여앉아 함께 게임을 즐기는 pc방문화는 게임에서 게임으로의 이동을 지연시킨 측면이 있습니다.
온라인 RPG 게임의 경우엔 그 중독성이 심각하게 사회문제로 대두될 정도였고, 동접자가 하나의 척도화되면서 동접자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 점점 강화되어 하나의 게임을 하면 다른 게임을 할 시간이 없어질 정도였구요.

 

외국시장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트랜드의 변화가 더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비단 문화컨텐츠에서의 일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전체적으로 시장규모가 작고 유행에 유난히 민감한 특성을 보입니다.
어떤 상품군에서 A라는 브랜드가 고급화전략을 사용하게되면 시장전체가 고급화특성을 보이고 이내 기존제품들까지 기존제품 그대로인 상태, 혹은 포장만 조금 바꿔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행이 바뀌면 이전에 유행하던 디자인이나 성향의 상품은 종적을 감추기도 하구요. 이것은 꼭 사업자의 문제라고도 하기 어려운 것이 소수시장이 적어 소수시장에만 의존하여 생존하는 사례가 그만큼 적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소수시장에 속하는 경우 결국엔 해당 상품을 제공하는 업체들이 사라져 선택의 여지가 없이 옮겨가게 됩니다.

 

실제로 고속인터넷 시대가 시작되고 클럽에서 크게 다루는 와레즈나 공유업체들이 속속 등장하던 시기에 정작 제 주변에서는 오히려 PC패키지의 불법복제가 극히 보기 드물었습니다. 다들 온라인 게임하느라 바빴거든요.
제 경우에도 일부 한국에서 제작하고 출시된 나름의 대작게임을 구입해서 즐기기는 했지만 패키지 게임의 소비 자체가 급격히 줄었고, 사실 이 시기의 웹공유사이트나 웹하드클럽들의 경우에도 그 중점컨텐츠는 PC게임보다는 영상컨텐츠나 음악컨텐츠가 중점적이었습니다.

 

 


2-1. 불법복제에 대한 가치판단은 불합리한가?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과거 '패키지시장에 불법복제가 미친 영향'과는 애초에 별개의 쟁점입니다.


이 주제에 대해 법령이나 현행법의 범위를 가지고 불법복제가 합당한지 아닌지를 따지는 '불법복제는 불법이므로 나쁘다'라는 접근보다는 불법복제라는 단어에서 오는 '불법'을 '무단'으로 바꾸어 접근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불법복제-불법다운로드는 사실 법리적인 합법-불합법을 떠나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무단복제-무단공유' 사례입니다.

이것을 허가받지 않은 '무단'행위에 대한 것으로 바라보면 그 행위로 인해 누군가가 실질적인 재산피해를 보았거나 아니거나 또는 되려 이익을 보았거나 하는 것은 가치판단에 큰 영향요소가 되지 못합니다.


어떤 동성애자가 있을 때 타인의 무신경함으로-혹은 나름대로의 선의에 의해- 그 사실이 공표되는 '아우팅'이 일어나는 경우, 그것이 결과적으로 그 사람에게 어떤 금전적-사회적 이득을 주었다고 하여도 윤리적으로 그 아우팅을 합당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어떤 물건이 창고에 잔뜩 쌓여있을 때 그 물건을 마음대로 내다 팔아서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원래의 물건 주인에게 그 물건의 시장가격만큼의 금전으로 주어 이득을 준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기는 어렵습니다.

 

이것을 결과론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권리자 본인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한 행위라는 것과 동시에 행위자가 그 행위로 인해 예상될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우팅을 해서 동성애자가 사회적으로 매장되더라도 그것에 대해 아우팅 당사자는 책임을 지지 않으며, 창고의 물건이 생각한 가격으로 처분되지 않아도 그냥 '생각처럼 안되네'하고 끝낼 뿐이죠.

 

무료시음행사를 통해 어떤 음료수가 크게 성공을 거둘 수도 있습니다만 그것은 그 음료의 판매권자나 생산자가 결정하고 결정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실행한 사안입니다.
마음대로 물건을 창고나 매장에서 가져다가 돌려마시거나 무단으로 시음행사를 벌여놓고 '나로인해 당신들 음료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인정받아 이득을 발생했으니 내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합니다.

 

 

2-2. 저작권, 그리고 저작권법

 

이전의 논의에서 나왔듯이 지금의 저작권법이나 현행법령에 전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은 오히려 찾기 어렵습니다. 그 문제가 저작권의 인정기간에 대한 것이든, 아니면 범위나 형태에 대한 것이든 각기의 생각이 다르고 현재의 저작권법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해 저작권자의 기본적인 권리보호를 우선하여 급하게 강화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의외인 것은 일반적으로 저작권법의 문제가 논의되고 이 과정에서 저작권의 모호성이 논란이 되는 부분은 최종소비자와 생산자간의 문제가 아니라 메타컨텐츠와 재생산 컨텐츠 간에서 발생하는 논란이 보통인데 생각지도 못했던 문화컨텐츠 최종생산물의 무단복제 및 사용에 대한 것이 쟁점에 올랐다는 것입니다.

특허등에 비해서 그 발생규모가 크고 전문성이 떨어지더라도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나 저작권의 경우에는 기술특허와 다르게 그 자체가 결과물이기도 하다는 점 등에서 오는 차이가 있고, 부분적인 사용이나 인용이 다른 컨텐츠와의 교합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창의성이 중요시되는만큼 저작권이 자유로운 창작활동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는 것, 또는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말해지는 가운데 결과물의 일치성을 바탕으로 판단하는 한계를 가진 법률적인 판단이 실질적인 도용의 의도나 이전에 그 컨텐츠를 실제로 접한 적이 있는 가운데 차용한 것인지 등을 중점에 두는 사회적인 판단과는 충돌되는 부분, 도용은 허용하지 않지만 패러디나 오마쥬는 허용하는 관례에 따라 그 범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 등이 일반적으로 저작권 관련 쟁점이니까요.

물론 오픈소스나 오픈컨텐츠를 사회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는 움직임도 있고, 해킹을 통해 정보나 정보컨텐츠의 해방을 이야기하는 다소 과격한 시각과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문화컨텐츠를 좀 더 폭넓은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으면 환영이고 공리적으로 문화컨텐츠의 폭넓은 향유와 재사용이 활성화되는 것이 더 나은 컨텐츠를 만들고 더 좋은 문화환경,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의견을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사회적인 협의에 의해 점진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일이며 어떤 경우라도 저작권자의 기본권리는 보호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보호받지 못한다면 문화컨텐츠는 더 이상 산업이 아닌 향유자들의 기부에 가까운 소수구매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이 될 것입니다.

 

 

3. 컨텐츠 트랜드 및 매체변화에 따른 새로운 수익모델의 연구와 저작권 보호에 대한 시각

 

이제 대부분의 매체가 디지털로 제작되고 디지털로 생산-유포되는 시대입니다. 컴퓨터라는 물건은 생산시스템인 동시에 소비시스템이 되었고 각종 컨텐츠는 과거에 비해 손쉽게 복제-대규모 유포가 가능해졌습니다.
옛날처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내가 좋아하는 발라드메들리를 전해주기 위해 테이프를 바꿔끼며 카피와 테이프교환, 뒤로 감기와 재녹음을 반복해야 하는 시대도 아니고 테이프 하나를 그대로 카피뜨기 위해 테이프 하나의 플레이타임을 고스란히 소모하거나 음질의 열화와 같은 사용성의 열화를 감수해야 하는 시대도 아닙니다.

 

똑같은 시스템으로 똑같은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사람들의 의식이 성장하고 소비자들의 도덕성에만 의존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통해 좀 더 손쉽게 좀 더 편하게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동시에 가격적인 거리감을 좀 더 세밀하게 조정하거나 컨텐츠 자체에서 오는 수익구조 외에도 컨텐츠소비자와 비용을 내는 지불자를 분리시키는 등 여러가지 시스템이 논의되고 연구되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론은 어느 한가지로만 이야기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답이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어렵습니다.
웹툰의 경우 트래픽이라는 것을 매개로 소비자와 지불자를 분리시키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합니다. 이로 인해서 광고주는 그 옆에 광고를 하며 돈을 지불하고 그 돈으로 저자권자는 합당한 비용을 받으며, 소비자는 무료로 컨텐츠를 소비할 수 있죠. 이것은 하나의 해결책입니다. 그런데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이 시스템 내에서 컨텐츠는 호흡이 길고 깊이가 있기보다는 빠르게 소비될 수 있고 트래픽을 올리기에 적절하거나 광고와 잘 결합하는 형태가 우선하고 선호됩니다.

 

여러가지 방법론이 각각의 장단점이 있고 다양한 형태로 제공됩니다. 시도가 없다는 것은 잘못된 접근일 뿐더러 시도가 있건 없건 그 시도가 마음에 들건 안들건 시도되고 있는 범위 내에서 컨텐츠를 즐기는 것을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허용되고 시도되는 범위 밖에서 컨텐츠를 즐기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죠.
일련의 시도들에 대해 더 좋은 의견을 낼 수도 있고, 어떤 시도들에 대해 문제점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방법론을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나의 제안을 행하지 않으니 내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순전히 너희 책임이다'라고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동시에 소비자 입장에서도 과거와 같은 안이하게 가능한 범위내에서라면 저작권따위 신경안쓰고 누리기만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닙니다. 예전보다 복제하고 유포하기 쉬워진만큼 그 선택의 책임은 커졌습니다.
개인의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개인의 책임이 커지고 개인의 의식이 성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자신의 영향력이 커졌지만 이전의 책임에만 안주하고 '옛날엔 영리적 유포자만 가지고 그러더니 이제와서 왜 이래?'라는 식의 접근은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줄 안다'는 말이 답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저작권 책임과 의식은 강화되어야 하고 성장해야 합니다.
이것은 얼핏 의미없는 공익광고 같지만 이러한 프레임은 어떤 매체변화나 트렌드에도 불구하고 저작권자의 기본권리를 보호하며 이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컨텐츠가 생산되고 소비자들이 그것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기본프레임입니다.

복제가 쉬워지고 무단복제된 컨텐츠에의 접근이 손쉬워질수록 이 기본프레임은 중요해집니다.
어떤 제3자(광고기업 등)가 대신 지불해주는 시스템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아무리 가격접근성이 낮아지고 손쉽게 정품을 소비할 수 있게되더라도 그 이상으로 복제컨텐츠나 무단사용의 접근성도 손쉬워집니다. 기본프레임이 없어지면 돈을 얼마나 많이 벌거나 문화비용이 증가하거나에 관계없이 문화컨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하게 만듭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디지털화될 수록 문화컨텐츠에 매겨지는 합당한 가치는 '양심비용'과 '소득'과 비례합니다.
소득이 올라가도 양심비용이 극단적으로 낮아지면 문화컨텐츠의 가치는 한없이 낮게 책정되며 소득이 너무 낮으면 양심비용이 올라가도 문화컨텐츠의 가치를 높이거나 무단이용을 막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소득이 낮아도 생산비용(복제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았기에 양심비용의 측면이 그렇게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시대에는 소득이 높아도(그렇게 높지는 않습니다만) 양심비용이 낮아지면 컨텐츠의 가치는 한도끝도 없이 추락해버립니다.

 

profile

내 머릿속엔 아귀가 살고 있다.

읽어도 읽어도, 봐도 또 봐도, 들어도 또 들어도 난 여전히 뇌고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