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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최첨단 무기가 있으면, 사람보다 괴물을 상대해야 맞겠죠.]

 

 

내년 출시작 중에서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는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이름하여 <오더 1886>인데, 제목처럼 19세기 영국이 무대입니다. 일종의 대체역사+스팀펑크+고딕 호러 조합이라고 하겠습니다. 우선 주인공들은 모두 기사단, 그것도 원탁의 기사들입니다. 설정상 아서 왕의 유지를 잇는 듯한데, 인류는 먼 옛날부터 막강한 괴물들과 싸웠습니다. 인간과 야수의 혼종인 듯한 놈들인데, 변신 능력이나 괴력, 생김새 등이 늑대인간에 가깝습니다. 이들은 인류를 무차별 공격했는데, 아서 왕과 기사단이 퇴치했다고 하죠. 아서 치세 이후에도 희망을 이어받아 기사단이 존속했고, 그게 19세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산업혁명 시대의 어둡고 비장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여기다가 스팀펑크까지 덧붙였죠. 배경이 19세기임에도 무전기, 쌍안경, 자동소총까지 등장합니다. 현실에도 없는 전자기적 무기가 나오는 데다가 이걸 만든 사람이 테슬라 니콜라!

 

 

설정을 보면 꽤나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2015년 초반에 출시 예정이라고 하는데, 각종 시연회에서 데모 플레이도 풀렸습니다. 문제는 이를 체험해본 기자나 유저들의 평가가 별로 좋지 않다는 점이죠. 3인칭 슈팅인데, 단조롭다는 소감이 대부분입니다. 설정은 참신한데, 막상 게임 플레이가 설정을 따라오지 못한다고 할까요. 전투 장소는 좁은 골목길이고, 엄폐 사격은 전형적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시연 플레이에 등장하는 적들이 대부분 인간이라는 점입니다. 위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오더 1886>은 고딕 호러 요소를 깔았습니다. 기사단이 탄생한 이유도 혼종 야수와 싸우기 위해서이며, 이들이 주된 적인 것처럼 소개했죠. 기사단에게 스팀펑크 장비를 준 까닭도 보통 무기로는 막강한 괴물과 상대가 안 되기 때문일 테고요. 하지만 설정을 이렇게 매력적으로 만들면 뭐 합니까. 막상 시연 플레이에서는 그냥 반군(인간)이랑 싸울 뿐인데요.

 

 

혼종 야수가 등장하는 플레이 영상도 있긴 합니다만. 맛뵈기 수준이라 분량도 짧고, 별로 얻을만한 정보도 없습니다. 어둡고 좁은 통로에서 혼종 야수가 기사단원을 일방적으로 압박하는 내용에 불과해요. 기사단원은 도망치고, 야수가 와락 덤벼드는 것으로 끝나죠. 꽤나 감질나는데, 이런 플레이 영상만 공개하니 기자나 유저들의 평가가 낮은 게 당연합니다. 괴물 장르면, 당연히 괴물을 중심으로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 괴물 자체를 보여줄 수 없다면, 그에 관련된 이야기라도 풀어야 할 테고요. 게임 제작진도 혼종 야수와의 싸움이 끝내줄 거라고 장담했습니다. 정작 시연회에는 혼종이 나오지 않으니, 지켜보는 사람들이 김 빠질 수밖에요. 물론 발매 시기가 앞으로 한참 남았으니까, 섣불리 정보를 푸는 것도 위험합니다. 너무 많이 알려주면, 정식 출시했을 때 시시하게 느낄 우려도 있습니다. 허나 출시 전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마케팅이 좀 심심한 듯하네요. 구글 이미지로 검색하면, 혼종 야수가 나오는 이미지는 거의 없을 정도이니.

 

 

비단 <오더 1886>만 그런 게 아니라, 이건 모든 괴물 장르의 영원한 고민입니다. 사전 정보를 너무 많이 풀면, 어떤 이야기든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괴물은 특히 더합니다. 이 놈들은 어둠의 자식이거든요. 전혀 예상치 못했을 때 불쑥 튀어나와야 제맛이죠. 그래서 작품을 홍보할 때, 괴물 정보를 어디까지 풀어야 하는지 골머리를 앓겠죠. 소설 <그것>에서 '그 놈'의 정체를 미리 소개하면 본편을 읽을 때 김이 샐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언급을 안 할 수 없겠죠. 도대체 이게 무슨 소설인지 적어도 알려줘야 독자들도 구입할 테니까요. 이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혼종 야수를 보여주긴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너무 알려줄 수는 없죠. 줄다리기를 잘 해야 하는데, 제작진이 정보를 감추기로 결정한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르죠. 내년으로 넘어가면, 괴물 이야기를 더 많이 알려줄 수도 있어요. 그러니 벌써부터 재미가 없다며 속단하는 건 금물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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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의 새로운 전형을 제시할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