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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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마지막 작품이 될지도 모를 <바람이 분다>를 보고 왔습니다.
주인공인 지로의 모습은 마치 베르너 폰 브라운의 일화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만든 창조물이 전쟁병기로 쓰인 데다가, 어떠한 사상이나 이념이 없이 그저 순수하게
자신만의 이상을 위해 달린 그 결과가 비극으로 끝났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공학자의 비극'을 잘 그려낸 작품이었습니다.
혹시 언론평때문에 보기 꺼리셨던 분이 계시다면, 기자들 주절거림은 신경쓰지 마시고 반드시 보실 것을 권합니다.
(영화를 보고 쓴 건지 아닌지 의심이 들더군요.)
어제의 부랑자가 오늘의 부자, 어제의 부자가 오늘의 부랑자
이래서 세상이 재미있는 것이다.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미야자키에게 극우딱지를 붙이고 그걸 고스란히 믿는 사람들은, 이번작으로 인해 미야자키의 인식이 '일본이 전범국이고 그걸 반성해야 한다는 인식은 결여되어있고, 단순히 대량살상이 일어나므로 전쟁은 안된다는 생각를 확고하게 박아버렸다.'라는 논지죠.... '반전주의자이긴 한데, 일본인은 일본인이다.'라는게 포인트.
논란이 된건, 반딧불의 묘와 같은 것이 아니라 제로센이 전쟁무기였고, 그게 소재 중심에 있음으로서 문제가 된거고...
미야자키 하야오는 본질적으로 왼쪽에 위치한 사람입니다.
오죽하면 산업자본주의를 뜻하는 '인더스트리아'를 악의축으로 그렸겠습니까...
홍돼지는 아나키즘에 대한 찬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레벨이고,
코난, 라퓨타 모두 아나키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작품입니다.
대략 아니키스트 특히 환경주의자라고 볼 수 있겠죠.
미야자키의 작품 세계는 '전공투 세대'의 아나키즘과 사회주의에 대한 꿈에 뿌리를 두고 있고,
실제로 애니메이션 업계에 투신한 후 애니메이터들의 노조를 설립하기도 한 사람입니다.
평생 동안 일관되게 자신이 '좌파'라는 것을 작품과 말과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을 두고서
어떻게 "극우"라는 식으로 비난을 퍼부어 댈 수 있다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듭니다.
실제 미야자키 타카하다 이런 사람들은 작풍이나 행동이 극우와는 상당히 거리가 멉니다만, 대체로 한국인이 일본인의 사상을 판단할때는 범인류적 반전 사상보단 '우리에게 엎드려 사죄했냐 아니냐'를 우선적으로 보죠. 일본에서 흔히 좌파소리 듣는 사람들도 한국인 입장에선 성에 안차니 우파로 보는 일이 허다합니다. 미야자키도 예외는 아닌 듯 허고...이런걸 뭐라고 하기도 그러네요. 다 우리네 관계가 복잡해서지...
우리나라에서 좌파소리 듣는다고 다 좌파가 아니며
우파소리 듣는다고 다 우파가 아니죠.
우리나라의 좌, 우 개념은 사실 좀 왜곡된 바가 크다고 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번 작품이 비판받을 여지가 있다고 해도
그건 그가 일본의 극우적 성향을 가졌다거나
혹은 전쟁을 옹호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소견입니다.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으니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야자키 하야오는 <원령공주> 발표 후 은퇴를 공언하고 아예 지브리를 퇴사했었죠.
하지만 후계자였던 제자가 돌연사하고 회사 운영이 비틀거리면서 할 수 없이 복귀했고,
그렇게 한 작품 발표 후 다시 은퇴 선언했다가 지브리가 망하려고 하면 또 복귀하고...
벌써 10 년 넘게 이 패턴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보은>도 미야카지 하야오 작품의 흥행에 비하면 초라하지만 간신히 선방한 수준이었고,
<게드 전기>, <마루밑의 아리에티> 등 다른 사람에게 연출을 맡긴 작품들이 죄다 망해버렸으니 원....
글쎄요... 본문과는 핀트가 조금 어긋나는 댓글이 되겠습니다만....
최근 국내에서의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한 비판은 그가 극우 성향이란 비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지금까지의 좌파적인 스탠스와 일본의 근현대사에 대한 비판적인 발언과 합치되지 않는 영화의 메시지에 대한 비판이었을텐데요.
더군다나 영화의 시대 인식과 반성의 부재는 오히려 한국에 영화가 개봉되기 이전에 일본 내의 지식인들이 먼저 지적했던 것이고...
미야자키 감독의 작품이 좌파적 성격이 강했단 걸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걸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을텐데요.
90년대 중후반 정도의 일본 문화 개방 이전, 복제 비디오나 CD로 일부 매니아들이나 일본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던 시대라면 모를까,
이미 한국의 초기 오타쿠 세대는 아버지가 된 시기인데...;;
더군다나 미야자키 하야오는 애니메이션을 어린이용으로만 보는 한국에서도 굉장히 대중적인 인지도도 높은데다,
그의 작품을 소개할 때는 좌파적인 사회상이나 페미니즘 적인 상이 항상 부각되어 왔습니다.
심지어 다른 애니메이션은 전혀 보지 않는 제 와이프도 미야자키하야오론 같은 책을 구입해서 읽을 정도로 작품이나 세계관에 대해서 인지도가 높은데, 물론 일본처럼 애니메이션이나 기타 오타쿠적인 컨텐츠가 여중생들도 평범하게 소비하는 사회는 아니지만 한국도 대중문화 개방이 십수년이 되가는 시점이니만큼,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위의 댓글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를 우파라고 매도하는 여론'에 대해서,
적어도 제가 접한 최근의 인터넷 등에서의 비난 여론은, 그간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소비 해 왔던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그의 좌파적인 언동이나 역사 인식에 대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에서 드러나는 모호함과 역사 인식의 부재을 비난하는 것이며, 말씀하신 것처럼 결국은 당신도 일본인인가? 라던가, 말년에 노망이 났는가? 라는 비난이지, 그렇다고 해서 그가 꼴통 우익이라느니 하는 비난은 아니었을텐데요.
일부 인터넷 뉴스 등에서, 일부 네티즌이 우익 영화라고 비난했다는데, 그 일부 네티즌이 기자 본인인지 누구인지는 아무도 모르겠지요.
이미 지브리 스튜디오는 반딧불의 묘 같은 작품으로도 논란이 된 이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논란이 가중된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검색 혹은 대형 커뮤니티 반응 보시면 아시겠지만 예상 외로 미야자키 옹의 작품들을 극우로 해석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당장 네이버 검색만 해봐도 미야자키를 극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걸 아실겁니다. 몇 년 전에는 미야자키의 혐한 루머도 돌았었죠. (추가로 하울이 제국주의 미화라는 어처구니 없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근거가 무엇인진 모르겠지만 추측하는걸론 반딧불의 묘를 우익 작품으로 해석(사실 작품 안보고 깐다고 보는게 옳겠죠)&미야자키의 작품으로 오해 한것과 나우시카가 가미가제를 미화했다는 것이 발단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존에 미야자키의 작품에 관심을 가져왔었고 미야자키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호감을 가져 메세지에 민감하던 사람들이라면 '실망'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만은 적어도 포털사이트, 연예인잡담 나누는 커뮤니티 등지에선 미야자키=우파 라는 인식이 팽배하더군요. 적어도 루리웹, 이글루스에선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을 봐온 유저들이 타 사이트에 비해 많다보니 저런 주장들을 까부수긴 합니다만.
오래된 글이지만 답글을 달아봅니다.
일본의 우익이라는 것은 우리의 상식과 다릅니다.
예를 들자면 자연 = 천황의 땅 = 국가 와 같은 개념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자연을 철저하게 보호하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는 굉장히 이해하기 어렵지만 천황을 위하는 것이고, 우익의 입장이 될 수가 있습니다. 핵무기 반대 역시 자연을 핵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개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일본은 역사적으로 핵에 큰 피해를 입기도 했지요.
실제로도 보수적인 입장이 분명한 노인들이 자연 개발을 막는 데모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천황의 땅을 포크레인으로 찍는 큰 불경을 눈 뜨고 볼 수가 없는 거죠.
심지어 일본의 침략 행위가 군인들이 천황을 잘못 모신 것으로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즉 평화를 사랑하는 것이 우익의 입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주도권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만서도) 평화를 뜻하는 현재 일본의 연호도 극우 인사가 지은 것입니다.
이렇게 일본의 우익은 특이하므로, 좌냐 우냐로 나눠서 설전을 벌이는 것은 의미가 없는 거 같고, 일본의 우익이라는 특수한 정신 세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우익이라는 것이 욕도 아니고, 잘못도 아닌 거죠.(그런데 '일본 우익'이라는 말이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에 결국 '극우'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겠죠.)
p.s 그리고 사족이지만 당연히 혐한은 아닐 겁니다. 왜냐면, 일본 우익은 한국, 대만, 만주를 지배내지는 연합해야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잘 지배해야 할 민족이니 함부로 무시하면 안 되는 거죠. 게다가 천황가에도 한반도의 피가 섞였으니 함부로 모욕을 하면 안 되죠.
그러니까 매스컴에서 보여주는 일본의 혐한 세력들은 일본의 전통적인 우익이 전혀 아닌 셈입니다. 글로벌 스탠다드 우익이긴 하겠지요.
p.s2 우리나라에도 4.19때 데모 안나간 사람 같은 농담이 있는 것처럼, 일본에도 전공투 때 데모 안한 사람 같은 농담이 있는데, 당연히 미야자키 하야오가 여기 들어갑니다. 아니 그가 다닌 학습원 대학 자체가 전공투와는 전혀 무관한 세계였다고 봐야죠.
1. 보편적인 좌우개념을 완전히 벗어난다면 그건 조금 더 세심하게 얘기할 필요가 있겠죠. 그리고 일본 우익을 따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 자체가 미야자키의 우익 논란과는 논점을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정치 지형에 따라 모든게 바뀔 수 있어 라고 한다면 '한국 기준'을 적용해서 민주당도 좌파정당이게요?
2. 환경주의하고 일본 우익 그리고 미야자키가 어떻게 얽힐 수 있는질 모르겠군요.
3.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에서 한때 사회주의적 면모가 많이 보였던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때로 미야자키를 공산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사실 초기 작품으로 갈수록 공산주의의 색체는 아주 강합니다.)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에서 빠지지 않는 붉은색 심벌들 하며, 미야자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마을들의 모습은 전통적인 목가적 마을과는 '아주' 다르게 사회주의 공동체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당장 원령공주만 볼까요? 에보시가 영주로 있는 마을은 남녀가 모두 노동을 하고 여자들도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우죠. 그런데 향토라는 걸 이유로 싸우나요? 아니죠. 에보시는 갈곳 없는 여성들, 나병환자들이 모두 동등하게 노동할 수 있도록 해주었고 그 안에선 여성이란 이유로 또는 장애인이란 이유로 계급의 사다리가 걷어 차이는 일따윈 없습니다. 에보시라는 영주가 있긴 하지만 성의 관리자라는 것을 제외하면 계급이 없는 곳이죠. 즉 자신들을 인정해주고 받아주는 사회를 지키려는 의미가 강합니다.
미야자키의 초기 대표작품인 미래소년 코난은 어떤가요? 사회주의 공동체 마을이 거대한 기계 문명에 맞서 싸우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공산주의' 색깔 짙은 애니메이션 대표격입니다. 미야자키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붉은돼지에서 주인공은 파시즘 정부로부터 아드리아해로 도피하죠.
4. 미야자키는 최종적인 이상사회를 얘기하는 작품이 많습니다. 비록 나우시카 만화책판 이후로는 아예 허무주의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생존이란 최종적 정언명령을 얘기하긴 합니다만 아무리 특수한 정치지형이라 한들 이런 입장이 '우익'이 될 순 없죠. 그냥 단순하게 말해서 어떻게 '사회주의'랑 '공산주의'가 '우익'의 범주에 포함이 될 수 있는거죠?
늦게 답을 달아 보실지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이어봅니다.
- 사회주의라는 것이 다양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과연 좋은 것인가? 라는 것에도 의문이 많을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즉 미야자키 하야오가 실제 사회주의자라고 해도 그것이 칭찬일 수도, 욕일 수도 있을 겁니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말씀하신 의미를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아마도 원시 공산 사회 일 것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사회주의자들은 말 그대로 그것을 원시적인 자연의 상태로 여겼을 겁니다. 즉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이런 원시 공산 사회는 사실 여러 종교에서도 이상향으로 삼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이를테면 에덴) 즉 일본의 극우라는 사상체계가 이러한 사회를 이상향으로 삼는 것이 그리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걍 "전쟁이 일어났다"는 예고편 초장문구만 보고 안보기로 했습니다.
이전에 봤던 작품들도 유명세에 비해선 별로 감흥이 없기도 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