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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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개봉한 퍼시픽림... 한국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보았고 1500만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고 하지요.
그런데 평들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저처럼 '대단하다'라고 했던 이들도 많지만, '이게 뭐야? 스토리는 어디갔어?'라는 분도 계셨고요.
그러니까 극과 극을 달린다고 할까요? 물론 그러리라 예상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다움에서 7.0, 네이버에서 7.71... 이 정도면 그렇게 나쁜건 아닐지도?
그래도 이 정도 점수가 나온건 퍼시픽림이 액션 하나만큼은 확실한 영화였기 때문일거 같아요. 여하튼 이야기고 뭐고 다 무시하고 카이주와 예거의 레슬링 하나만큼은 화끈하게 잘 보여주었거든요.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봅니다. 만약에 퍼시픽 림이 이런게 아니었다면...하고 말이지요.
가령...
이런거라던가...
이런거라던가...
그랬다면 분명히 "스토리도 엉망이고 액션도 황이다."라는 말이 나왔을거 같아요.
물론 그런 반응이 나오는건 당연한 일이겠습니다.
최소한 위의 2가지는 요즘에는 TV에서조차도 나오지 않을만한 수준이잖아요?
하지만... 가끔은 이런 쌈마이 분위기의 작품도 함께 즐기면서 노는 분위기도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비록 '블록버스터'는 되지 못할지라도 이런 걸 즐길 수 있는 영화관 같은게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말이지요.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별별 영화관이 다 있습니다. 이를테면 출장 갔을때 회사 앞에는 다카라즈카 영화만 상영하는 곳이 있었어요.(다카라즈카는 여성 국극으로 여성들만이 나와서 연기하는 뮤지컬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걸 같이 즐기는 모임 같은 것도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분위기가 매우 약한거 같아요.
뭐 글을 쓰는 이 순간 도서관에서는 '사이코패스'를 모여서 보는 밤샘 대관 행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고, 가끔은 가면 라이더 대관 상영회 같은게 열리기도 하지만 말이지요.
B급 문화라는 것을 보기 어렵고, B급 문화를 즐기는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이런 영화가 있어요. 물론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지만 말이지요.
(이게 성공 못한건 홍보 잘못일지도 모릅니다. 이건 '블랙코미디'지, 훈훈한 개그물이 아니거든요.)
B급 문화의 재미, B급 문화를 B급으로서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
어쩌면 그런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부족한지도 모르겠어요.
제 여자친구는 "자존감의 문제"라고 하더군요.
자존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른바 수준 높은 것만 찾는다'라고 말입니다.
그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매우 아쉽죠.
왜냐하면 저는 다소 싸구려틱한 개그물을 엄청나게 좋아하거든요.
영화를 보는데 있어 만족감이 무진장 높고 말입니다.
일본에서 퍼시픽림은 아버지와 아이들이 같이 보는 영화라고 합니다. 아버지는 "옛날에 고지라가 어쩌고..." 아들은 "요새 가면라이더의 포즈가 어쩌고..." 이러면서 세대를 넘어선 재미를 공유하는거죠.
그래서 퍼시픽 림이 끝나고 난 뒤에는 박수 갈채가 시작된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 퍼시픽림을 이렇게 본 가족이 얼마나 될까요?
최소한 우리 가족은 아닙니다. 우리 아버님은 '그런거 허황되기만 하고 뭐가 좋냐?'라는 분이신지라...
언젠가 구 헐리우드 극장에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보았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단관 개봉으로 클럽에서 영화 같이 보기를 했고, 영화관에서는 클럽 사람 말고도 익숙한 SF 팬이 넘쳐났죠.
거의 절반 쯤은 SF 팬이었던 같은 느낌이라서 말이지요.
그래서 모두가 함께 웃고 모두가 함께 박수치고... 정말 최고의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메가 박스로 넘어가서 개봉할 때는....
당시 한 커플이 극장 앞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기억납니다.
"수를 여행하는? 저게 뭐야?" "
"응. 저거? 외계인나오는건데 이상한거야."
결국 단관 개봉에서 한참동안 인기 끌었던 그 영화는 메가박스로 넘어가 이틀을 버티지 못하고 내려가 버렸죠.
퍼시픽 림을 보면서 SWORD를 눌러서 꺼낼때, 정말로 박수치고 싶었습니다.
파도를 뚫고 집시 데인저가 처음 출격할 때 흥분한 나머지 소리 지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죠. 여하튼 저도 평범한 소시민이니까요.
여담) 그래도 이런 걸 같이 보면서 즐기고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게 되어서 다행이지요.^^
여담) 여하튼 퍼시픽 림의 블루레이가 나오면, 80~90년대 실사판 로봇물을 함께 상영하는 '실사판 로봇 대전' 행사를 열 예정이에요. 그때 만큼은 함께 보면서 소리 지르고 박수치고 하면 좋겠어요.^^ 물론 도서관의 상영회에서는 항상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심지어 주제가를 따라 부르기도 하니까요.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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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쌈마이물이 블록버스터가 되어버린 좋은 예가 <맨 인 블랙>이었습니다.
앞으로는 B급을 정면으로 내세운 작품이 뜻밖의 흥행을 거두는 경우도 드물 것 같지만서도...
따지고 보면, 에픽 서사물로 승승장구하는 피터 잭슨도 B급 출신이죠. 흠, 그리고 보니, 피터 잭슨과 델 토로는 비슷한 구석이 좀 있네요. 둘 다 B급 출신에다가 기괴한 괴물 만드는 거 좋아하고, 그 실력을 바탕으로 대작을 감독하고 등등. (더불어 둘 다 수염투성이에 몸집이 후덕하다는 것도 공통점?)
다만, <퍼시픽 림>도 쌈마이치고 일반 작품을 따라가려 했던 잘못이 있긴 했습니다. 배경이 너무 우중충한 데다가 쌈박질에 투자한 영화의 상영시간이 너무 길었죠. 울트라맨이나 고지라가 밤중에만 싸우는 것도 아니고, 수작으로 평가하는 평성 가메라 시리즈가 뭐 그리 상영시간이 긴 것도 아닌데요. 좀 더 화끈하게 싼 티를 냈으면 좋았을 뻔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지나치게 현실적입니다.
그래서 허황된 것들이나 가짜, 공상을 싫어하죠.
오죽하면 신을 바라보거나 해탈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조차 주목적은 기복신앙으로 변질될까요...
<퍼시픽 림>보고 있노라면, 차라리 가면라이더 초기 작품이나 원더우먼 초기 극장판 올려주신 아이젠보그류의 작품들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면라이더 1호가 등장하는 초기 작품의 설정들은 예나 지금이나 황당하기는 하지만, 유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더군요.
또한 요즘의 가면라이더나 전대물의 설정들과 스토리 라인들과도 비교가 되어서 나름대로의 정체성도 찾을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퍼시픽림>을 보면 떠오르는 대사가 있습니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 물론 시간이 지나면 이해를 할수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제 느낌상으로는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영화 같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결코 유치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분야가 과거 일본의 특촬물 분야입니다. 어린시절의 추억도 떠오르고, 또한 어릴적이 미쳐 몰랐던 다양한 설정도 눈에 들어 옵니다. 그리고 비록 탈바가지 인형의 괴수이지만, 그 컷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서 노력하던 스탭들의 얼굴도 가끔은 상상이 되곤합니다.
그런데 <퍼시픽 림>에서는 이런 사람냄새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서 사람들이 문화컨텐츠를 즐기는데 있어서 정보를 받아 들이고,이를 즐길줄은 알지만, 생각을하고 비판을 하는 능력은 많이 저하된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요즘 책을 읽는 사람은 많아도 이를 독서감상문을 쓰고,영화 감상문을 쓰면서, 일기를 꼬박꼬박 쓰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는 이 모든 원흉은 바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일상에 치여서 그럴 시간조차 없는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한국식 B급 문화는 내일도 저녁 TV를 장식할 막장드라마 같은 거겠죠. 온 가족이 즐길 물건은 결코 못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