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인터넷 시대 이후 아쉬움은 "정보의 질과 깊이" 쪽에 있습니다.

  
1)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를 얻는 범위와 정보가 유통되는 범위는 넓어졌지만...

2) 사람들이 정보을 얻고 이해하기 위하여 기울였던 노력과 비용 소요가 크게 줄어들게 되었고,

3)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이익 역시 급전직하하면서 고급 정보가 만들어지지 않고,

4) 결과적으로 세상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질과 깊이 역시 가면 갈수록 차츰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사전을 만들던 출판사들은 더 이상 사전 제작에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어휘가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였고, 언어의 활용이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었지만,

사전 제작에 돈 써봐야 사람들이 인터넷을 활용하여 간단히 사용하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 겁니다.

또 한 편으로는... 사전의 검색 기능은 막강해졌지만, 사용자 역시 종이로 넘겨가면서 여러가지를 읽으며 생각하기보다

당장 찾아보려고 했던 내용만 빠르게 살펴보고 말기 때문에 얻어가는 내용의 깊이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휘 사전 뿐만 아니라, 백과사전도 이제 아무도 만들지 않습니다 - 한국에서 백과사전 출판은 완전히 끝났죠.

      

인터넷 시대 개막 이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습니다.

얼른 보기에 똑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내용을 단편적으로 떠들 뿐인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 이면에 깔린 함의, 배경,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스토리라인에 대해서는 백치와 다름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보를 얻기 위새 노력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지식을 쌓아가고, 그 지식들이 연결되어 깊이를 더하는 게 정상인데...  

그러한 노력이 줄어들고 단편적인 검색만 하면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깊이가 크게 얕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히 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고급 인재들이 출판사에 몸은 담던 시절은 먼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고급 지식인이 정말 치열하게 노력해서 쓸만한 내용을 깊이 있게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책을 읽기 보다 인터넷을 검색할 생각만 하니 그리 소용있는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하지 않게 됩니다.

   

그 결과....

검증되지 않은 정보, 잘못된 정보, 얄팍한 정보만 범람합니다.

고급 지식 컨텐츠를 만들어내려는 연구와 노력이 사라지고, 얄팍한 지식만 범람하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라는 것은.... 한 편으로는 전 세계의 광범위한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이고,

또 한 편으로는 당장 편한 것을 찾게 하여 사람들을 점차 얄팍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저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허준이 현대 인터넷 시대에 테어났다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전쟁도 겪고 민초를 구하려는 마음으로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 동원하여

의학정보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하여 필사적으로 <동의보감>을 써내려갔던 그 허준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현재 인터넷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동의보감>을 그토록 노력하여 쓰려고 했을까 싶습니다.

그냥... 임상 좀 해 보고 논문 몇 편 쓰고 말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는...

지금 사회 거의 전분야에 걸쳐 지식인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고급 두뇌가 열심히 노력해서 지식을 정제하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모습이 크게 위축되어 가고 있어요.

그나마 요즘 세상에 나오는 책이라는 것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내용을 대충 짜깁기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훌륭한 내용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렇고 그런 얄팍한 내용만 담긴 책 뿐이죠.

고급 지식 컨텐츠가 사라지고, 지식의 깊이가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수준으로 하향평준화되고 있는 시대...

   

뭐 그렇다는 겁니다.

일부 노력하는 사람은 깊이 있는 책도 알아서 찾아 읽고, 전세계의 최신 학술 논문까지 다 뒤져서 읽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고급 지식을 쌓고 쌓고 또 쌓아가면서 지식의 폭과 깊이를 계속해서 더해갈 것이고,

국내는 물론 해외의 내용까지 비교해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고급 정보를 어떻게든 쌓아갈 겁니다.

이건 정말 극소수의 고급 두뇌들이 스스로의 필요를 위해 알아서 하고 있는 일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의 질은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하향 평준화되어 간다는 게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