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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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정보, 검증되고 정리된 정보는 돈을 들여야 얻을 수 있죠.
윗분들은 직접 검색을 해서 정보를 얻거나 책을 읽거나 하는것 보다는 아래에서 정리해서 올라오는 보고서를 보고 판단하죠. 수백페이지짜리 책도 십수페이지로 요약본을 만들고 다시 맨 앞에 1~2페이지짜리 요점정리가 다시 붙고...
아직은 과도기인지라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공짜정보의 방대한 양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지만 한세대쯤 지나면 검증되지 않은 정보는 쓰레기 취급받고 종이신문사들이 '정보를 검증하고 요약해서 유료로 판매'하는 제공자로서의 역활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십년전의 종이신문사의 위상을 되찾겠죠.
현재도 C모 일보는 '프리미엄 기사'라고 해서 로그인한 회원에게만 제공하는 기사가 있고, J모 일보는 인물정보를 유료화 했고, 모 경제신문은 아에 월 유료회원에게만 제공하는 경제기사를 따로 만들죠.
전문 서적은 별로 보지 않는 터라 저런 분위기인 줄은 몰랐네요.
인터넷 시대 이전에도 이른바 '얇은 책'만 본다는 비판이 있긴 했죠. 정성들여 만든 책은 안 보고, 읽기 쉽고 가벼운 책만 본다는 비판입니다. 그 시절에도 저런 말이 나왔으니, 인터넷 이후에는 오죽할까요. 사실 대중은 어렵고 딱딱한 것보다 재미있고 빠른 것에 익숙하죠. 얇은 책만 보는 풍조가 인터넷을 기점으로 더욱 확산되고 심해진 것 같습니다.
지식인들이 보다 대중에게 쉽게 접근하는 게 대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날은 책도 여러 형태로 나오고, 다른 매체들과 결합하기도 하니까요. 다큐멘터리 서적이 제작비 높은 영상물로 나오는 것처럼요.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어떨지….
독서에 있어서 흥미로운 것은 '부익부 빈익빈'이 독서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통계를 보면, 책을 보는 사람의 비율은 줄어들지만, 실제로 읽는 책의 양은 더 늘어나고 있거든요. 다시 말해 책을 보는 사람은 더 많이 보지만, 안 보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도시 지역으로 갈수록 대형 서점이나 대형 중고 서점 등이 늘어나면서 보는 책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독서 환경의 중요성을 잘 느끼게 하는 대목입니다.
동시에 영국, 일본, 미국 등을 보면, 책의 종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채로운 책을 바라게 되었고, 책을 쓰고 만드는 이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책의 판매가 줄거라는 생각과는 달리 도서 시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번에 시행되는 도서정가제가 어떤 결과를 낳을까...라고 하지만, 사실 세계의 통계를 보면 출판 시장의 문제는 서점 등에 대한 접근성이나 문화의 다양성 등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되지요.
개인적으로 인터넷 시대 이후 아쉬움은 "정보의 질과 깊이" 쪽에 있습니다.
1) 정보를 쉽게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정보를 얻는 범위와 정보가 유통되는 범위는 넓어졌지만...
2) 사람들이 정보을 얻고 이해하기 위하여 기울였던 노력과 비용 소요가 크게 줄어들게 되었고,
3)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에게 돌아오는 이익 역시 급전직하하면서 고급 정보가 만들어지지 않고,
4) 결과적으로 세상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질과 깊이 역시 가면 갈수록 차츰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는 겁니다.
사전을 만들던 출판사들은 더 이상 사전 제작에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어휘가 엄청나게 많이 등장하였고, 언어의 활용이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었지만,
사전 제작에 돈 써봐야 사람들이 인터넷을 활용하여 간단히 사용하기 때문에 투자하지 않는 겁니다.
또 한 편으로는... 사전의 검색 기능은 막강해졌지만, 사용자 역시 종이로 넘겨가면서 여러가지를 읽으며 생각하기보다
당장 찾아보려고 했던 내용만 빠르게 살펴보고 말기 때문에 얻어가는 내용의 깊이가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휘 사전 뿐만 아니라, 백과사전도 이제 아무도 만들지 않습니다 - 한국에서 백과사전 출판은 완전히 끝났죠.
인터넷 시대 개막 이후...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습니다.
얼른 보기에 똑똑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어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내용을 단편적으로 떠들 뿐인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 이면에 깔린 함의, 배경,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지식의 스토리라인에 대해서는 백치와 다름없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보를 얻기 위새 노력하고,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지식을 쌓아가고, 그 지식들이 연결되어 깊이를 더하는 게 정상인데...
그러한 노력이 줄어들고 단편적인 검색만 하면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정보와 지식의 깊이가 크게 얕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때문에,
당연히 책을 만드는 사람들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고급 인재들이 출판사에 몸은 담던 시절은 먼 옛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고급 지식인이 정말 치열하게 노력해서 쓸만한 내용을 깊이 있게 정리하여 책으로 출간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책을 읽기 보다 인터넷을 검색할 생각만 하니 그리 소용있는 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일에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하지 않게 됩니다.
그 결과....
검증되지 않은 정보, 잘못된 정보, 얄팍한 정보만 범람합니다.
고급 지식 컨텐츠를 만들어내려는 연구와 노력이 사라지고, 얄팍한 지식만 범람하게 되어 가고 있습니다.
인터넷 시대라는 것은.... 한 편으로는 전 세계의 광범위한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축복이고,
또 한 편으로는 당장 편한 것을 찾게 하여 사람들을 점차 얄팍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저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자면...
허준이 현대 인터넷 시대에 테어났다고 상상해 보았습니다.
전쟁도 겪고 민초를 구하려는 마음으로 모든 지식과 경험을 총 동원하여
의학정보에 목마른 사람들을 위하여 필사적으로 <동의보감>을 써내려갔던 그 허준이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현재 인터넷 시대에 태어났다면...
과연 <동의보감>을 그토록 노력하여 쓰려고 했을까 싶습니다.
그냥... 임상 좀 해 보고 논문 몇 편 쓰고 말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매우 심각한 문제는...
지금 사회 거의 전분야에 걸쳐 지식인들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고급 두뇌가 열심히 노력해서 지식을 정제하고 스스로 만들어내는 모습이 크게 위축되어 가고 있어요.
그나마 요즘 세상에 나오는 책이라는 것도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내용을 대충 짜깁기한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훌륭한 내용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그렇고 그런 얄팍한 내용만 담긴 책 뿐이죠.
고급 지식 컨텐츠가 사라지고, 지식의 깊이가 인터넷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 수준으로 하향평준화되고 있는 시대...
뭐 그렇다는 겁니다.
일부 노력하는 사람은 깊이 있는 책도 알아서 찾아 읽고, 전세계의 최신 학술 논문까지 다 뒤져서 읽으면서
끊임없이 새로운 고급 지식을 쌓고 쌓고 또 쌓아가면서 지식의 폭과 깊이를 계속해서 더해갈 것이고,
국내는 물론 해외의 내용까지 비교해가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고급 정보를 어떻게든 쌓아갈 겁니다.
이건 정말 극소수의 고급 두뇌들이 스스로의 필요를 위해 알아서 하고 있는 일이죠.
하지만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정보의 질은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하향 평준화되어 간다는 게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