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예전엔 난이도가 있는 게임도 좋아했습니다.
노가다가 필요한 게임도 열심히 했죠.
열번 왕복하라고! 하면 되지요!
100번 클릭하라고요! 하면 되지요!
....
이젠 못하겠습니다.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죠.
예전엔 신나게 했는데 말이죠.
옛날 X-com을 하는데 우주선 때려 잡는게 매양 똑같으니 별로 잡기 싫어요.
서로 죽고 죽이는 게 재미가 없습니다.
돈벌기 위해서 아웅다웅하는 게 싫어요. 식상합니다.
왜 내가 사이버 머니 벌려고 여기서 이 고생과 시간낭비를 사서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잠깐 손 써서 숫자를 조작하고..
적당히 강하게 만든 다음..
일방적으로 눌러버리는 쪽으로 변했습니다.
아니.
예전에도 치트는 많이 쓴 것 같아요.
애플때.. 헥스 에디팅으로 세이브 파일 손 봤던 것 기억하면 말이죠.
결국 저는 정공법 따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네요.
세상은 원래 비정한 법이야.
어른이 되신것 같습니다..^^;; 예전에 게임쪽 지인에게 들은 어떤 회장님은 무협 MMORPG를 하시는데 그게 참 독특하셨다고 합니다. 소위 말하는 현질로 아이템 맞추시는 건 기본이고, 오토 프로그램을 설치하셔서 com이 일명 작업하는 모습을 팔짱을 끼고 흐뭇하게 바라보시면서 시간을 보내셨다고 하더군요.
아직 저처럼 정신적 청소년기의 젊은 친구들은 몸으로 직접 하는 걸 즐기고, 어른들은 관람하는 갤러리화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도전의식으로 똘똘 뭉친 게이머들이야 목표의식을 가지고 게임을 완전정복하며 즐거움을 찾겠지만, 그게 꼭 강요되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른분들 말씀대로 게임은 결국 대다수의 유저에겐 재미만 느끼면 되고 취미생활의 일종이니까요.
그런고로 꼭 어려운난이도대로 따라하며 제작자가 의도한 재미를 찾는것만 있는게 당연히 아니겠죠.
그런고로 점점 치팅이 힘들어지는 요즘게임은 불편하며, 반면 난이도는 하향평준화 되는 상황은 환영하나, 초발컨탓에 그 하향평준화된 난이도에도 경악하는 상황을 피하고자 트레이너만 찾는 상황.. 뭐 온라인으로 피해주는거만 아니면 상관없지않을까요?
게임을 즐기는 것은 다양한 방식이 있는거죠. 제 경우는 굳이 난이도를 높여서 게임을 할 생각은 없지만, 게임의 난이도라는 것을 "극복할 과제"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거든요.
그리고 원래 게임이라는게 이 같은 "극복"->"보상"을 통해서 완성되는 것인지라.
하지만 게임 중에는 스토리를 느끼는게 초점을 맞춘 것도 있고, 그런 건 꼭 어렵게 하지 않아도 통과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전략 게임에서 돈을 엄청나게 늘려놓고 시작한다거나...^^
여담) 그런데 사실 적당히 어렵게 극복해서 게임을 완수하는 쪽이 나중에 만족도도 올라가는 것 같네요. 굳이 난이도를 올릴 필요는 없지만, 기본 난이도 상태에서는 한번 제대로 해 보는거죠.
단지 근래에는 한번 깨고 난 뒤에야 제대로 된 게임이 되는 것도 가끔 있습니다. 숨겨진 모드가 등장한다거나... 적당히 반복되는 정도면 문제가 없지만, 아예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면...
그건 게임 디자인의 문제이기도 하죠.
할 게 넘쳐나는 요즘이야 게임이 몇 개 안 되어서 지독히 어려운 물건을 붙들고 끙끙대던 시절과는 다르죠. 시간이 없으면 당연히 쉽고 빠르게...
그런데 사실 전 복잡한 건 몰라도 그냥 어려운 게임은 싫어합니다. 반복하는 걸 싫어해서 같은 데서 몇 번 막히면 치트를 쓰건 트레이너를 쓰건 아니면 아예 지워버리는 취향이었죠. 어려서부터요.
옛날엔 발더스 게이트 같은 게임을 하면서 일일이 모든 NPC 들에게 말 걸어보고, 저 구석으로 들어가면 뭐가 있나 일부러 들어가서 뒤져보고 하면서 깨알같은 컨텐츠들을 끄집어내서 즐기는 재미를 느꼈는데,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니까 그런 게 다 귀찮아지더군요.
스스로 생각하기엔 나이가 들면서 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자각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재미를 얻기 위해 겪어야 하는 노가다가 좀 심하다 싶으면 그걸 치트로 건너뛰거나, 아니면 그 게임 자체를 포기하게 되더군요.
게임 디자인에서는 부여된 역할에 따라 성장 개념을 도입하게 되는데, 이 것이 실제 플레이어에겐 상당한 부담이 되곤합니다.
어떠한 패턴을 만든다고 해도, 플레이어가 흥미를 느껴 몰입하고 재미를 얻는 것에는 항상 종착점이라는 것이 있다보니 플레이하는 과정중에 최대한 무언가를 얻어가게 만드는 것이 힘이 듭니다.
또, 플레이어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변화되는 플레이어의 감성이나 목적에 늘 부합하기도 힘든 것 같아요.
게임 역시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게임 역시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명작게임들은 세월이 지나도 어떤 방법으로든 플레이어들이 계속 하는 것 같아요.
게임이 어려운건 별로 신경 안씁니다. 애초에 게임이라는게 마일드한 스트레스를 스스로 즐기는 것이니까요. 누가 그랬던가요. 쾌락이란 고통의 한 방울을 엄청나게 희석시킨것과 같다고. 자기에게 맞는 수준의 스트레스가 아니라면 개조를 하는 것도 방편이죠.
단지 불합리한 룰을 가진 게임은 싫어합니다. 무척이나 쉽게 죽게 되어있는 스토리가 긴 게임이 세이브가 없다거나. 분명 숨어 살며 은신하도록 디자인 된 캐릭터가 무쌍을 찍는다거나. 플랫포머 액션(한마디로 점프 한번 잘못 하면 떨어져 죽는) 게임인데도 조작감이 더럽다거나.
게임이란 어차피 즐기라고 있는 거니까요. 유저가 좋다면야 어떤 방법이든 나쁘지 않겠죠. 처음부터 치트쓴 것도 아니고, 이미 할 걸 다 해봤다면 편법(?)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그런 편법이 모드 등으로 발전해서 게임 수명을 더 지속하기도 하고요. 제작사나 다른 유저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니, 유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경우가 있습니다. <네버윈터 나이츠> 같은 게임을 처음에 정공법으로 공략했습니다만. 장시간 플레이를 했음에도 숨겨진 이벤트나 대화를 다 찾지 못하겠더군요. 워낙 방대한 작품이라서요. 그렇다고 처음부터 다시 하기는 힘들고, 디버그 모드로 후딱후딱 넘겼죠. 사실 치트 같은 건 이럴 때 쓰라고 일부러 만들어두는 거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