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AvP>를 보다가 저 장면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 그래. 이 녀석도 프레데터이긴 하구나’라고 말이죠. 왜 그런고 하니 어깨포를 쏘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영화에서 프레데터가 제대로 어깨포를 쏘는 장면은 여기 딱 하나 뿐입니다. 어찌 보면 참 황당하죠. 그래도 프레데터가 주연급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어깨포를 이리 찬밥 취급 하다니요.

프레데터의 무기(마스크 등 장비 제외)는 그 종류가 꽤나 많지만, 그 중에서 제일 유명하고 인상적인 것은 뭐니뭐니 해도 어깨포입니다. 추적방식이 상당히 독특하기 때문인데, 막강한 무기는 많아도 이처럼 독특한 무기는 얼마 없습니다. (제다이의 광검이 인상적인 이유는 강해서가 아니라 특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크의 각종 시야와 은신, 입는 컴퓨터 등과 연결된 유기적(?)인 시스템을 자랑하죠.

게다가 저는 어깨포를 쓰는 프레데터를 주로 접했습니다. 영화 <프레데터>가 그렇고, 게임 <AvP 2>에서도 NPC로 나오는 프레데터는 어깨포를 사용합니다. 메인 화면에서 프레데터를 선택하면 세 줄기 빨간 광선을 쏘기도 하죠. 만화는 못 봤지만, 일러스트나 팬 아트에는 항상 프레데터가 어깨포를 겨누고 있더군요. 그러다 보니 에일리언에게 길쭉한 입이 있다면 프레데터에겐 어깨포가 있다는 인식이 박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깨포도 안 쏘고 다니는 <AvP>가 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마 두 괴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어깨포를 없앤 모양인데, 그건 시나리오로 어떻게 했어야 합니다. 플라즈마를 쏘게끔 만들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감독의 취향도 작용했을 겁니다. 전에도 말씀 드렸는데, <프레데터>의 어깨포는 헤어 드라이기로 만들었다고 하죠. 그 모양새 때문에 감독이 싫어한다고 하네요.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뭐, 제작비 부담도 있었을 겁니다. 칼이나 창이야 그냥 만들면 되지만, 플라즈마를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건 돈이 좀 들어갈 테니까요.

<AvP>의 프레데터는 여러 모로 참 아쉬운 구석이 많아요. 영화로 만족하지 못한 거 게임으로 어깨포나 실컷 쏴봐야겠습니다.

※ 고열로 인해 어깨포구가 벌겋게 달구어진 것 보이시나요? 예전의 프레데터 어깨포는 저렇지 않았는데, 또 어째 설정을 때워야 할지…. <AvP>의 플라즈마는 특히 더 뜨겁다고 해야 할까요. (어느 작품이나 그렇지만 시리즈가 늘어갈수록 설정 땜질도 늘어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