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하얀거탑" 은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저에게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좋아하는, 권력과 명예에 초연하셨던  "이순신" 장군님이 권력과 명예를 탐하는 인간 "장준혁" 으로 다시 태어나신 장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기 때문이죠. ^^

현재 드라마의 종영을 앞두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장준혁 과장에 대한 동정심이 네티즌에서도 퍼지고 있습니다.  권력들간의 합종연횡을 반복하며 연전연승하던 장준혁이 한번의 패배로 주저앉고, 이제 병까지 얻어 쓰러지는것을 보고 안타깝게 생각하더군요.

장준혁의 그동안의 승리는 많은 호응을 받아왔습니다. 홀어머니밑에서 가난하게 자라 명인대학교에서 이주완과장만 바라보고 십년을 보내죠.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제자의 실력을 질투하던 이주완의 뒷치기에 걸려 한순간에 그동안 공든탑, 그에게 돌아가야할 정당한 댓가를 놓치게 될 상황에 처합니다.

그의 딱한 사정을 보고 많은 이들이 안타까와 합니다. 이런 xx 이래서, 대한민국은 똑똑한 놈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니까...  장준혁의 허덕임에 장준혁처럼 밀려낫거나 장준혁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정상을 향해 꿈꾸던 사람들이 그를 응원합니다. 힘내라 장준혁. 너는 할수 있어..

장준혁은 불사조처럼 일어섭니다. 이주완과장과 맞서서, 그를 경원시하던 우용길 부원장을 한편으로 만들고, 그의 장인과 장인 선배의 드림팀을 조직하여 꿈에도 그리던 외과과장 자리를 차지하죠. 사람들은 환호합니다. 잘했어 장준혁. 치열하게 싸워서 자기 자리를 차지했구나.

그러나,, 그의 말대로 외과 수장에 오른 장준혁은 빠른시간에 변질됩니다.  돈과 힘과 빽, 이 세가지로 권좌에 올랐기 때문에 그것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가치척도의 수단이라고 생각해버리는 것이죠.

그의 부재시, 환자 한명이 치료소홀로 죽습니다. 그가 만일 조금이라도 자신의 의학적 고집이나 자신감을 꺽고 주위의 조언에 귀를 기울였다면, 환자의 죽음도 막을 수가 있었고, 환자가 사망했더라도 환자에 대해 마음의 문을 열고 진솔한 사과를 했더라면 재판까지 가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새로 외과과장이 된 장준혁, 그는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고 필요이상의 권위의식에 빠지게 되지요. 결국, 그는 세상의 기준을 돈과 빽과 힘에 있다고 보지 않는 대다수의 힘없는 자들에 대한 외면을 받게 되지요.  즉, 이들은 현실에서 말없고 힘없는 대중..들이라고 비유하면 될까요.

이들에게는 장준혁이나 이주완이나 별 차이 없는 권력자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이주완은 자신의 고집과 야망, 그리고 비뚤어진 열등의식을 포장하거나 여과하여 내보내는 노련함이라도 있지요. 장준혁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너무 솔직하거나 너무 거침이 없거나..

새로 집권한 장준혁에 대해서 다들 소리없는 환성과 기대를 보냅니다. 뭔가 변화를 바란것이지요. 그들을 누르는 빡빡한 위계질서의 무게. 그리고 휘두르는 권위에 상처입는 아픔들.. 그러나 장준혁은 한때 그들과 같은 위치에 서있다가 이제 권력자로 등장합니다.

장준혁은 그때 멈추었어야 합니다. 상승무드에서 조금만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었지요. 그러나 그는 끝없는 질주로 오버하게 된거죠. 재판을 앞두고, 그는 자신의 폭주와 실수를 돌아볼 기회를 가집니다. 그때 그는 알게 되지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의 친구인 최도영 교수가 중간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너를 위해 (재판을) 하는 거야" 라고.. 이런 친구 두는것은 쉽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은 그에게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를 보고 아쉬워합니다.  아마도, 장준혁이 이번일을 교훈으로 인격으로도 실력으로도 더 훌륭한 의사로 성장할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그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아보이고, 사람들은 젊은 그에게 한정된 기회와 생명을 아쉬워합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팔자가 그런걸.. ^^


ps;  제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었던 좋은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