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어달 전에 매우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 있습니다.
샤론 케이 펜맨이 쓴 'Here Be Dragons' 입니다.
저 아래에 글 'Heart Of Lion' 의 배경, 내용과 상통하는 부분이 큰 소설입니다.
헨리 2세 치세의 마지막과 리처드, 그 뒤를 이은 존 왕의 치세가 시대 배경이지요.


당시 웨일즈는 독립국은 아니었으나 잉글랜드로부터 어느정도 자치를 허용받는 대신
영국 국왕을 왕으로 섬기는 곳이었습니다. 웨일즈의 지도자는 '왕자'로 호칭되었구요.
률린 (Llewelyn - 어떻게 발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은 웨일즈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할아버지 그웬 파 (Gwen Fawr !?) 는 잉글랜드를 상대로 악명을 떨쳤던 웨일즈 왕자였구요.
그런 집안 배경 탓인지 률린은 웨일즈에 대한 자부심이 너무나 강합니다. 그래서 그의 어머니가
남편이 죽은 후 영국인인 휴 코르베와 결혼해, 률린 본인도 영국에 건너와 살게 되어도
그는 스스로를 계속 웨일즈인으로 생각하고, 늘 웨일즈로 돌아갈 생각만 합니다.
그는 결국 자신의 아버지를 모함했던 숙부들을 처단하고, 세력을 키워 결국 웨일즈의
군주로 군림합니다.



한 편, 헨리 2세의 사랑받는 막내아들 존은 젊은 시절 여자를 많이 만나고 다녔습니다.
이 아낙 저 아낙  모두 존의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 존이 모르는 사이에 태어난 그의 딸이
있습니다. 죠아나. 죠아나는 '겁탈을 당했다' 며 늘 수치심을 느끼고 집안에서도 버려진
어머니와 같이 삽니다. 그런데 아직 다섯 살 밖에 안된 어린 죠아나를 버려두고 어머니가
자살합니다.

어린 죠아나는 는 어머니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고 자책합니다. 그러던 그녀에게 어느 남자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 남자는 어린 죠아나를 보살펴 주고, 즐겁게 해주며, 따뜻한 사랑으로
대했습니다. 그 남자는 죠아나의 아버지였습니다.


죠아나는 그 후 10년간 너무나도 행복한 삶을 삽니다. 존과 그의 아내, 존의 아들들, 모두가
죠아나를 아껴주고 죠아나도 그들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14살이 되던 어느날, 죤 왕은 그녀를 웨일즈의 왕자와 결혼 시킵니다.
그것도 죠아나와 무려 16살이나 차이나는 남자.
웨일즈의 군주인 서른 살의 률린.



이 책에서는 웨일즈의 계속되는 독립 -잉글랜드의 간섭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 배경으로 전개됩니다. 한편으로는 죠아나의 두 남자에 대한 애증에 대한 이야기지요.
한명은 자기를 사랑해준 아버지. 다른 한명은 자기가 너무나 사랑하게 된 남편.
영국의 왕과 독립투쟁 중인 웨일즈의 군주.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사돈 관계는 금방 적대관계로
돌변하지요.


Here Be Dragons (여기에 용이 있다?) 에서 제가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언제나 무기력하고,
멍청하거나, 또는 비열한 존재로만 묘사되는 존 왕에   -아아 '아이반호우', '로빈훗'을 보라 아아
대한 다채로운 묘사입니다.

너무나도 가족을 사랑하고 딸을 아끼는 좋은 아버지.
아버지를 버린 죄책감에 시달리는 못난 아들.
자신과 비교되는 형에 대한 열등감으로 슬퍼하는 동생.
유머 있고 명석한 왕족.
나라에 산재한 온갖 문제들로 괴로워 하는 왕.

나중에 나이가 든 존 왕을 보면 감정이입이 되는 것이 어쩔 수 없을 정도입니다.



소설의 주제는 '죠아나의 사랑' 입니다.  하지만 그 배경으로 전개되는 모든 이야기가
매우 흥미롭고 격동적이지요. 당시 영국의 정치상황이 매우 잘 묘사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건, 이 죠아나라는 공주의 사랑이야기는 실제 있었던 이야기랍니다.

애당초 정략결혼, 그것도 적대국 왕실간의 정략결혼에서 사랑이 꽃피는 일은 매우 드문데요.
이 부부는 16살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매우 금슬이 좋은 부부였답니다.
죠아나-률린 부부는 결혼생활 20년만에 죠아나의 불륜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탄까지 갔습니다만
부부가 다시 만나 대화를 통해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재결합하지요.

죠아나는 률린 보다 먼저 죽었는데, 남편 률린은 죠아나를 위해 수도원을 지어주었습니다.


률린은 독립국 웨일즈의 성립을 위해 죽을 때까지 애썼고 그 아들 -죠아나와의 사이에서 난-
도 아버지의 뜻을 이어 웨일즈를 번영시키려 했으나 종국에 웨일즈는 영국의 일부가 되지요.

오늘날에는 영국의 황태자들이 'Prince of Wales' 칭호를 받습니다.
800년 전의 웨일즈 사람들이 들었으면 기겁할 일이지요.


혹시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나 모르겠군요.

Here Be Dragons는 샤론 펜맨의 웨일즈-잉글랜드 3부작의 첫 권에 해당하는 작품입니다.
Falls the Shadow 와 The Reckoning 이 후속작들.


13세기 영국과 웨일즈의 상황을 매우 사실적으로, 잘 묘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월광토끼입니다. 공상과학물에 관심이 있다보니까 이곳까지 흘러들어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