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타록. 이 교활한 돼지자식."
메이는 칼린을 통해 신타록이 전해온 선전포고가 영 개운치 않았다.
"당당히 싸워보자고?"
칼린을 통해 신타록이 제안해 온 것은 배틀맥 끼리의 전투였다. 실드 레기온과 신타록 지부 무사들의 육박전은 배제하고 부룬가드와 메이 자신이 직접 배틀맥을 몰고 출전한다는 조건하에 그 빌어먹을 텔레파시 교란기를 작동하지 않겠다는 것이였다. 물론 신타록은 전투를 시작하기 전에 메이가 실드 레기온의 열쇠를 가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것이며, 만약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즉시 그 빌어먹을 기계를 작동시킬 것이라는 위협을 잊지 않았다. 메이는 신타록의 교활함과 냉혹함에 다시한번 혀를 내두를수 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마친 신타록은 아무 거리낌 없이 칼린의 네트워크 중추가 인스톨되어 있는 그녀의 뇌를 쏘아버린 것이였다.
"신타록. 이 빌어먹을 돼지자식."
비록, 신타록도 봉인된 군대에 손상이 없기를 바란다고는 하지만(아마 그말은 사실일 것임에 분명하다.), 그에겐 분명 꿍꿍이가 있는 것이리라.
"그녀석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손해볼것은 없습니다. 어머니."
부룬가드의 표정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비록 네트워크를 통해 이제는 그의 '어머니'랄수 있는 메이가 신타록의 제안을 달가워하진 않는다는 것을 알수는 있지만, 그의 내부 네트워크 중추가 예전 부룬가드의 정신활동을 완벽하게 에뮬레이트 하는 이상, 그의 '인격' 자체는 그의 '어머니'와는 별개인 셈이였다. 아직은.
"우리에겐 비밀 병기가 있지요."
"그래. 매드캣과 토르가 있지." 메이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80 KM의 속도로 뛰어다니는, 거기다 날아다니기까지 하는 순수한 파괴의 화신. 그런데, 그 파괴의 화신이 신타록의 교활함을 꺾을수 있는 것일까...
유니온이 통치하는 우주는-그중에서도 아이탈록스가 있는 이곳 마이누스 성계는 그 끔찍한 클랜의 침공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있었다. 때문에 클랜의 옴니맥들은 사실 어딘가에 있다는 소문만 무성할뿐 유니온 우주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것이였다. 부룬가드는 아무리 백전의 용사인 신타록이라고 하더라도 이 유니온 우주에서 매드캣이나 토르같은 옴니맥과는 전투를 해본 경험이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아틀라스만큼이나 중무장한 대형 배틀맥이 제너 만큼이나 재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아무리 신타록이라도 놀라지 않을수 없으리라.
"어머니께서 매드캣을 몰도록 하십시오. 저와 이올이 토르를 타고 어머니를 호위하겠습니다."
메이의 눈쌀이 찌뿌려졌다. 신타록의 교활함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부룬가드의 무모한 자신감에 짜증이 나서만은 아니였다.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신타록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수 밖에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봉인된 군대를 우회시켜 기습공격을 감행할수도 있었지만, 그곳을 지키는 무사들중 누군가 하나가 레버만 당기면 메이의 자랑스러운 군대는 당장에 시저스 노크의 일반시민들로 전락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신타록도 원하지 않는 상황일 테지만, 메이 자신에겐 치명적인 상황일 것이였다.
게다가 메이는 싸움의 방식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화에 성공한 새로운 종족과 진화에 쳐진 구 종족간의 전투가 이런 온갖 협상을 거친 예의바른 결투가 될 줄이야. 그녀의 미간에 더욱 주름이 잡혔다. 이건 자연의 투쟁법칙에도 어긋난 일이라고!
"어머니. 간단한 겁니다. 우리는 그 거대한 거인을 타고 나가서 압도적인 화력으로 그 잘난 텔레파시 교란기를 부셔 버리면 되는 겁니다."
"아마 그 교란기에 적용된 기술은 극히 초보적인 기술일 겁니다. 우리가 그놈들을 때려 눕혔을때 그 뒤에 대기하고 있던 녀석들이 교란기를 작동한다고 해도 시저스 노크 전역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겁니다." 이올이 거들고 나섰다.
"신타록에겐 그 교란기 말고도 분명히 뭔가 함정이 있을거야." 메이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쨌거나 우리는 그 함정이 무엇인지 알아보러 갈 수밖에 없어. 일렌느, 봉인된 군대는 모두 여기 시저스 노크에 대기시켜."
메이는 일렌느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 자신의 손가락에 끼웠다. 그리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일렌느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