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를 향한 집착이 있으니까 이런 얘기를 합니다.

  한이 먼저 쐈어.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에서 나타난 이 장면부터 되돌아봅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지만, 모르실 분이 계실 테니까 간단하게나마 적습니다. 제 글투로는 다른 사람한테는 매우 길고 복잡하게 보이겠지만요. 한 솔로가 루크 스키이워커와 벤 케노비를 앨더란으로 태워준다는 계약을 체결한 뒤에 다른 사람이 찾아옵니다. '그리도'입니다. 이 자는 인간이 아닌 외계 종족으로 나타났으며 한에게는 루크 일행과는 다른 용건이 있었습니다.


  <돈 아니면 목숨>.

  간단히 적고 봅니다. 여기먼저 하면 글을 간결하게 쓸 것 같아서 입니다. 그리도는 자바 헛이 고용한 하수인입니다. 펫 부자(장고 펫, 보바 펫)처럼 직업이 현상범 사냥꾼입니다. 의뢰에 따라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지요. 자바 헛이 이런 자를 돈 주고 일 시킨 까닭이 이러합니다. 한이 막대한 빚을 졌는데 아직도 갚지 않는다. 여기에 참다 못해 그리도 같은 현상범 사냥꾼을 고용합니다. 한이 빚을 갚도록 해주거나 그러지 못하면 죽여라. 이렇게 말입니다.


  그리도는 자바 헛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한이 있는 술집에 찾아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한테 고용주의 용건을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한이 이런 저런 얘기로 둘러대면서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루크와 채결한 운송 계약을 얘기하면서요. 기억이 정확하지 않으니까 다시 봐야 겠지만요. 그리도가 한이 빨리 돈을 주지 않으니까 총구를 그한테 겨누었습니다. 낌새가 수상하면 쏘려고요. 그런데 한이 빨랐습니다.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그리도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도록 했습니다. 그 사이에 남모르게 총을 꺼내면서 '먼저' 총을 쐈습니다. 저는 한 솔로가 보인 이 행동에 감탄합니다. 험한 뒷세계에서 살아남은 '양아치'다우니까요. 목적을 위해 사람을 속이는 더러운 짓도 서슴치 않다는 면모를 잘 드러냈고요. 뻔뻔하게 보일 정도로 대담하다는 품성도 잘 나타냅니다. 그리도를 죽인 뒤에 벌인 행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잡하게 얘기하면 '확인 사살'을 단단히 한 셈입니다.


  보통 사람이면 양심의 가책 같은 이런저런 일로 안절부절하겠죠. 그러나 한 솔로는 그런 기미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듯이 태연하게 일어섭니다. 카운터로 가다가 술집 주인 혹은 바텐더로 보이는 사람한테 동전을 줍니다. 팁을 주듯이요. 여기에서는 한이 '간이 크다'고 느낍니다. 술집이 있는 행성인 '타투인'은 자바 헛의 본거지이며 그 자가 부린 하수인을 죽여놓고는 아무렇지도 않듯이 행동하니까요. 살아남기 위해 남에게 보이는 허세다. 이렇게 생각하더라도 한은 남다르다고 감탄합니다. 이런 행동이 '나쁜 남자'처럼 못되지만 멋있다는 캐릭터성을 처음부터 잘 살려냈으니까요.



  이야기를 제대로 쓰려면 캐릭터가 어떠한지를 잘 나타내야한다. 이 생각을 하니까 이 얘기를 씁니다. 다른 분들에 비해 영화를 적게 보아서 견식이 좁다. 이 문제를 조금이라도 보충하기 위해 보았던 영화를 깊게 살펴봅니다. 이번에 쓴 얘기도 그 목적에 맞기를 바라면서요. 다른 사람이 제가 이 글로 쓴 의사를 제대로 그리고 빠르게 알기를 빌면서요. 그냥 끝내기에는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드니까 글을 쓴 목적까지 적습니다. 포스가 함께 하기를.


   여담) 1997년에 개봉된 스페셜 에디션에서는 '그리도'가 먼저 쏜 장면이 언짢습니다. 한의 캐릭터성을 망쳤다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연출이 뭔가 조잡해 보입니다. 원판을 선명하게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 여담도 적습니다. 제다이가 라이트 세이버를 꼭 챙겨야 하듯이 이 얘기도 꼭 해야 하니까요.

profile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