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썼던 콩트를 여기에도 올립니다.

 

 

  내가 오늘 본 사건이 행운일지 불행일지 알 수 없다. 그렇긴 해도 일지에 적고자 한다. 두 번 다시 볼 수 없을 테니까. 베이더 경이 직접 반군을 토벌하려 나갔다는 소식에 접하자 나는 제국군 장교로 위장하며 토벌대에 잠입했다. 예상대로 반군을 밀어붙였으나 이번 반군은 유달리 달랐다. 이들의 저항이 질서정연했으며 그 때문인지 제국군이 입은 피해가 계속 늘어났다.  가장 큰 피해는 베이더 경이 친히 전장에 참여하려는 순간 적군에게 저격당했다는 점이다.

 

  베이더 경이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니! 누구라도 믿지 않을 테다. 그러나 나는 근처에 있었기에 이를 똑똑히 보았다. 뭔가 하늘에서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베이더 경이 주저앉고 말았다. 조금 거리를 두고 바라보니 기다란 물체가 베이더 경에게 박힌 모습이 보았다. 그 것의 끝부분이 깃처럼 생긴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경악했다. 화살이었기 때문이다. 반군 중에 누가 화살을 쏘아 베이더 경을 저격했던 것이다.

 

  이 참사로 제국군은 잠시 머뭇거렸으며 반군이 이 틈을 타서 전장에 이탈했다. 베이더 경은 화살에 맞았어도 곧바로 일어나 그 화살을 뽑았다. 하지만, 반군은 그 짧은 틈에도 역습을 가하고 난 뒤에 재빠르게 후퇴했다. 어찌됬든 반군 지휘관이 누구인지 몰라도 아주 수완이 뛰어난 게 분명하다. 화살을 날려 베이더 경을 저격한 이도 마찬가지고.

 

  한편, 여기에서 나는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베이더 경이 화살에 맞은 자리가 사타구니였다. 그 자리에 맞았으면 즉사했을 테다. 그러나 베이더 경은 화살이 관통되었어도 살아남았으며 뽑힌 화살에는 피가 전혀 묻어있지 않았다. 이 모습을 보자 나는 베이더 경이 고자라는 소문이 사실이다고 알아차렸다. 이번에는 그는 고자라서 다행이야고 여겼다. 다시는 볼 수 없는 사건이라 남모르게 기재한다.

 

 

 

  - 며칠 전에 디시인사이드 스타워즈 갤러리에서 올린 아이디어를 토태로 쓴 콩트입니다. 디시인사이드 스타워즈 갤러리에 올리고 싶지만, 일단 다른 동호회 게시판에 올리고나서 그 반응을 살펴보고 결정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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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우리가 여기서 어떠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는 그대여, 그대의 기도 속에서 우리를 잊지 마오.>

  - 출처 : 듄 우리말 번역본(출판사 : 황금가지) 제 1권 1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