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대 전술 FPS에 관한 잡담 하나 더.

가만히 보면, 분대 전술 FPS 중에서 미래를 바탕으로 한 게임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우주를 배경으로 미래 총기와 외계 괴물과 싸우는 형식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이왕 FPS를 해도 어지간하면 밀리터리보다 SF를 택하는 편이고요. 상상력을 즐길 수 있잖아요.
하지만 이런 부류의 하이퍼 SF는 혼자 돌아다니며 총 쏘는 게 많고, 분대 지휘는 드문 듯해요.
오히려 어디에서 왔는지도 모를 적들에게 둘러싸여 조금이라도 살아남으려는 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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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퍼 SF의 목적은 홀로 살아남는 겁니다. 외계의 적들이 가득 찬 가운데서.]

분대 전술 FPS에 관해 쓴 아랫글에서도 <오퍼레이션 플래쉬 포인트> 같은 건 예시로 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쪽이 제대로 된 분대 전술이긴 한데, 이런 부류의 밀리터리 분대 전술 FPS는 많다 이겁니다.
하지만 외계인을 상대로 싸우는 게임은 아무래도 <기어즈 오브 워> 외에는 별로 떠오르는 게 없어요.
제가 게임을 많이 아는 게 아니라서 공략 사이트도 찾아 보고 했지만, 그다지 눈에 뜨이는 게 드물군요.

음, 사실 클럽분들께서 댓글로 달아주신 답변에도 나오는 SF 부류는 <리퍼블릭 코만도>가 유일합니다.
하필이면 밀리터리 분위기와 제일 거리가 먼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이런 물건이 나오다니, 좀 아이러니하기도.

하이퍼 FPS에 분대 전술이 없는 이유는…, 글쎄요? 원조 게임인 <둠>이 그만큼 단순했던 탓일까요.
동료고 지원군이고 뭐고 없이 혼자 총 쏘며 외계괴물을 때려잡는 그 마인드가 아직까지도 내려온다는 거죠.
하이퍼 FPS는 중반에 <하프 라이프>로 분위기를 쇄신했습니다만, 프리먼 박사도 혼자 노는 건 마찬가지.
우주선에서 홀로 괴물들과 맞선다는 에일리언 식의 호러가 주된 감성이라서 그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나 봅니다.
람보…라기보다는 생존자 컨셉이라는 거죠. 폐쇄된 환경에서 괴물과 싸워 살아남는다는 식입니다.
사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외계인이 쳐들어오면 제대로 전투하기보다 일단 살아남고 봐야죠. 안 그런가요?
제아무리 마스터 치프라고 해도 플러드가 뭐 하는 것들인지 모르는데, 싸움부터 할 수는 없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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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무식한 둠가이도 사실은 생존자 유형입니다. 이후로 하이퍼 FPS는 생존자의 혈투가 됩니다.]

한편으로 밀리터리 FPS는 적이 누군지 아는 상태입니다. 어디에 있는지, 그 수가 얼마인지.
예상 외의 적이 나오긴 하지만, 폐쇄된 환경에서 생판 낯선 종족이 튀어나오는 건 아니죠.
그래서 그 적을 어떻게 때려잡을까 주력합니다. 그러자면 여러 명이 힘을 합쳐 싸워야 하고요.
따라서 밀리터리 FPS는 협동하는 의미로 분대 전술이 발달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다 미디어도 많이 변해서 더 이상 람보 같은 인물이 득세하지 못하죠. 혈혈단신은 비현실적입니다.
물론 <아메리칸 아미> 등으로 이 장르가 군대 전술을 잘 반영한다는 건 옛날부터 증명했고요.

그렇다고 괴물들에 둘러쌓여 혼자 고군분투하는 게임만 있는 것도 아닌 게 <레프트 4 데드>도 있죠.
하지만 이를 분대 전술이라고 해야 할지는 의문입니다. 단순히 살아남은 사람들이 무리를 짓는 것일 뿐.
오히려 캐릭터들 간에 차이도 없어서 분대를 구성할 시스템을 받쳐주지 않기도 하죠.
소총을 들든 기관총을 들든 똑같다는 겁니다. 어느 한 분야에 특화하지를 않아서 선택 사항이 없어요.
숫자가 많아봤자 생존자의 확장판이지, 이것이 분대로 변형된다는 건 아닙니다.

두서 없는 말에 결론을 내리자면, 원조가 되는 게임 때문에 게임 방식이 갈리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하이퍼 FPS는 생존이 목적입니다. 우주선에 가득 찬 괴물을 죽이고요. 그러니까 혼자 다닙니다.
밀리터리 FPS는 적을 처치하는 게 목적입니다. 그러면 힘을 합쳐야죠. 그러니까 같이 다닙니다.
이런 유형에서 벗어난 게임들도 있겠지만, 저는 저러한 마인드가 게임 방식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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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와의 조우라는 게 대개는 생존 게임으로 이어지는 게 SF의 특성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