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작품 게시판 - 영화/애니/만화/소설/드라마/다큐멘터리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소설, 다큐멘터리 등 모든 작품에 대한 이야기. 정보나 감상, 잡담.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슈퍼 로봇 이야기, 괴수/괴인/초인 이야기 외에... 다양한 작품과 장르를 다루고 있습니다.
( 이 게시판은 최근에 의견이 추가된 순서대로 정렬됩니다. )
글 수 22,958
잘 쓴 소설 이야기가 아닙니다.
대여점에서 소비되는 판협지 이야기도 아닙니다.
명백히 장르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든 본격문단이든 일반 독자에게서는
하여간 나름대로 주목을 받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은...
진짜로 몇 안되는 한국産 장르소설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著, 민음사 刊, 2009년 4월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순문학계에서는 나름 기대주였던 작가의 신작 SF 장편입니다.
본래 독문학도였고, 단편집 <내 여자 친구의 장례식(문학동네)>은 상당한 평판을 받으며 꽤 읽혔으며,
이 단편집에 수록되었던 [lemon tree]를 작가 스스로 단편영화로 만들면서 영화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북한에 대한 남한의 흡수통일이 달성된 근 미래를 무대로 <국가의 사생활>을 써서 화제가 되었는데,
처음부터 소설보다는 영화화가 목표로 한 작품이라 하고 뉴스 몇 번 타면서 펀딩도 따낸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6개월이 넘도록 이런 책이 나왔는지도 몰랐습니다.
출판사 측에서 가능성 있다고 보고 광고도 때렸고 또 신문 기사도 제법 실렸다고 하는데,
나름대로 본격 SF로 볼 수 있는 책이 화제를 모으며 출간되었는 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제 오랜 SF 독자 분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중에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되었죠.
오늘 오전 곧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을 받아와서 두 시간을 내리 읽고 나니
문학작품으로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영화 만들기에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 이응준씨는 1990년 독일 통일 직후 독일에서 2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딴은 독일이 겪었던 통일 후의 극심한 혼란기를 현장에서 직접 목도하고 온 셈인데,
이후 한국의 통일 이후에 대한 소설이 전혀 발표되지 않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SF 팬덤에서 통일 이후 한반도를 진지하게 고민한 작품은 본 적이 없었으니 원...
<국가의 사생활>에 등장하는 통일 후 한반도는 사창가만이 진정한 통일을 이룬 유일한 곳이고
북한에서 영웅적인 군인이었던 주인공이 암흑가의 조폭이 되어 있는 모습이 꽤 리얼하게 다가오면서도,
어쩐지 다루고자하는 테마의 무게와 흥미에 비해 이를 풀어가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학이면 문학답게 주어진 테마를 치열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게 부족합니다.
2. <코끼리가 떴다> 김이은 著, 민음사 刊, 2009년 5월
아베 코보나 츠츠이 야스타가의 단편집을 떠올리게 하는 단편집입니다.
일상을 벗어난 황당한 상황이 주어지고 여기에서 고생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종의 초능력자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얼굴이 감추어지고 가면을 쓰게 된 사람들 이야기, 코끼리 탈주에 따른 혼란 등등...
딴은 팬터지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한국문학보다는 일본 소설의 영향이 더 커보입니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이런 류의 소설이 흔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쉽게 찾을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 <우주피스 공화국> 하일지 著, 민음사 刊, 2009년 4월
1990년대 초반에는 한국의 포스트모던의 기수라고 각광받았고,
또 그 이후 희한하게도 영화계에서 이 사람 책을 좋아해서 꽤 의아했었는데,
2000 년대 이후로는 문학으로도 영화로도 거의 잊혀져 가고 있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동덕여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기도 하죠.
교수노릇 하느라고 뜸해진 작품 활동만큼 세상의 관심도 조금은 멀어졌지만,
하여간 간만에 새로운 소설을 들고 나와서 나름 건재함을 과시하였습니다.
여전히 <경마장> 시리즈에서 보여 주었던 '길치'의 테마를 반복하고 있지만서도...
가상의 시대와 지리적 공간을 두고 사라져버린 국가를 찾아 헤멘다는 내용은
일견 팬터지이라고 할 수 밖에 없고 또 작품의 환상성마저 만만치는 않지만...
장르 소설이라기보다는 포스트모던의 흐름에 몸 담고 있는 순문학 소설로 읽힙니다.
하여간 가고 싶어도 가야할 곳을 모르는 '잃어버린 길찾기'라는 주된 테마는
절제되지 못하고 거칠기만 했던 <경마장> 시리즈의 시대와 마찬가지이지만,
소설 작법 자체는 <우주피스 공화국>에 이르러 꽤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 졌습니다.
4. <절망의 구> 김이환 著, 예담 刊, 2009년 8월
김이환님은 장르문학 팬덤 출신입니다 - [거울] 출신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분의 장편 <절망의 구>가 SBS와 쇼박스에서 1억원 상금을 걸고 제정한 '멀티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딴은 장르문학 팬덤에서 무려 1억원짜리 상을 받았으니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작품이 내세운 메인 컨셉을 보면 마음껏 박수치기가 힘듭니다.
갑자기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 구체(그림자)가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놀라고 당황해서 도망갈 뿐입니다.
이 막강한 구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도 모르고 절망 그 자체의 모습으로 실존할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테마를 두고 어떻게 생각할 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에반게리온>의 에피소드가 너무나 뚜렷히 떠올랐습니다.
SF 팬터지 도서관에 김이환님이 초청되시기도 했고 또 나름 좋은 작품도 많이 쓴 분이지만,
무려 1억원의 상금이 걸린 문학상의 수상작이 <에반게리온>부터 떠오르게 한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물론 SBS와 쇼박스가 주도한 상을 받았으니, 영상물을 고려하고 상이 주어진 것이고 영화화도 될 수 있겠지요.
책이야 찾아 읽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 영화가 공개되면 <에반게리온>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장르문학을 키워주겠다고 작정을 하고 제정된 상의 첫 번째 당선작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늘에 있다니,
어쩌면 이게 한국 장르문학계의 현재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아 꽤 씁쓸한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대여점에서 소비되는 판협지 이야기도 아닙니다.
명백히 장르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언론이든 본격문단이든 일반 독자에게서는
하여간 나름대로 주목을 받았고 제대로 된 대접을 받은...
진짜로 몇 안되는 한국産 장르소설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 <국가의 사생활> 이응준 著, 민음사 刊, 2009년 4월
1990년대 중반만 하더라도 순문학계에서는 나름 기대주였던 작가의 신작 SF 장편입니다.
본래 독문학도였고, 단편집 <내 여자 친구의 장례식(문학동네)>은 상당한 평판을 받으며 꽤 읽혔으며,
이 단편집에 수록되었던 [lemon tree]를 작가 스스로 단편영화로 만들면서 영화 감독이 되었습니다.
그러더니 북한에 대한 남한의 흡수통일이 달성된 근 미래를 무대로 <국가의 사생활>을 써서 화제가 되었는데,
처음부터 소설보다는 영화화가 목표로 한 작품이라 하고 뉴스 몇 번 타면서 펀딩도 따낸 모양입니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6개월이 넘도록 이런 책이 나왔는지도 몰랐습니다.
출판사 측에서 가능성 있다고 보고 광고도 때렸고 또 신문 기사도 제법 실렸다고 하는데,
나름대로 본격 SF로 볼 수 있는 책이 화제를 모으며 출간되었는 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제 오랜 SF 독자 분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중에 말씀해 주셔서 알게 되었죠.
오늘 오전 곧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가 책을 받아와서 두 시간을 내리 읽고 나니
문학작품으로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영화 만들기에는 괜찮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 이응준씨는 1990년 독일 통일 직후 독일에서 2년간 유학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딴은 독일이 겪었던 통일 후의 극심한 혼란기를 현장에서 직접 목도하고 온 셈인데,
이후 한국의 통일 이후에 대한 소설이 전혀 발표되지 않고 있는 것에 놀랐다고 합니다.
제가 봐도 SF 팬덤에서 통일 이후 한반도를 진지하게 고민한 작품은 본 적이 없었으니 원...
<국가의 사생활>에 등장하는 통일 후 한반도는 사창가만이 진정한 통일을 이룬 유일한 곳이고
북한에서 영웅적인 군인이었던 주인공이 암흑가의 조폭이 되어 있는 모습이 꽤 리얼하게 다가오면서도,
어쩐지 다루고자하는 테마의 무게와 흥미에 비해 이를 풀어가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문학이면 문학답게 주어진 테마를 치열하게 끝까지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야 하는 데, 그게 부족합니다.
2. <코끼리가 떴다> 김이은 著, 민음사 刊, 2009년 5월
아베 코보나 츠츠이 야스타가의 단편집을 떠올리게 하는 단편집입니다.
일상을 벗어난 황당한 상황이 주어지고 여기에서 고생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종의 초능력자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얼굴이 감추어지고 가면을 쓰게 된 사람들 이야기, 코끼리 탈주에 따른 혼란 등등...
딴은 팬터지라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인데,
한국문학보다는 일본 소설의 영향이 더 커보입니다.
어쩌면 한국에서는 이런 류의 소설이 흔하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쉽게 찾을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3. <우주피스 공화국> 하일지 著, 민음사 刊, 2009년 4월
1990년대 초반에는 한국의 포스트모던의 기수라고 각광받았고,
또 그 이후 희한하게도 영화계에서 이 사람 책을 좋아해서 꽤 의아했었는데,
2000 년대 이후로는 문학으로도 영화로도 거의 잊혀져 가고 있는 작가입니다.
하지만 동덕여대 문창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기도 하죠.
교수노릇 하느라고 뜸해진 작품 활동만큼 세상의 관심도 조금은 멀어졌지만,
하여간 간만에 새로운 소설을 들고 나와서 나름 건재함을 과시하였습니다.
여전히 <경마장> 시리즈에서 보여 주었던 '길치'의 테마를 반복하고 있지만서도...
가상의 시대와 지리적 공간을 두고 사라져버린 국가를 찾아 헤멘다는 내용은
일견 팬터지이라고 할 수 밖에 없고 또 작품의 환상성마저 만만치는 않지만...
장르 소설이라기보다는 포스트모던의 흐름에 몸 담고 있는 순문학 소설로 읽힙니다.
하여간 가고 싶어도 가야할 곳을 모르는 '잃어버린 길찾기'라는 주된 테마는
절제되지 못하고 거칠기만 했던 <경마장> 시리즈의 시대와 마찬가지이지만,
소설 작법 자체는 <우주피스 공화국>에 이르러 꽤 세련된 모습으로 다듬어 졌습니다.
4. <절망의 구> 김이환 著, 예담 刊, 2009년 8월
김이환님은 장르문학 팬덤 출신입니다 - [거울] 출신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분의 장편 <절망의 구>가 SBS와 쇼박스에서 1억원 상금을 걸고 제정한 '멀티문학상'을 받았습니다.
딴은 장르문학 팬덤에서 무려 1억원짜리 상을 받았으니 당연히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작품이 내세운 메인 컨셉을 보면 마음껏 박수치기가 힘듭니다.
갑자기 모든 것을 흡수하는 검은 구체(그림자)가 등장했습니다.
사람들은 어떻게 대응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놀라고 당황해서 도망갈 뿐입니다.
이 막강한 구체를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도 모르고 절망 그 자체의 모습으로 실존할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테마를 두고 어떻게 생각할 지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에반게리온>의 에피소드가 너무나 뚜렷히 떠올랐습니다.
SF 팬터지 도서관에 김이환님이 초청되시기도 했고 또 나름 좋은 작품도 많이 쓴 분이지만,
무려 1억원의 상금이 걸린 문학상의 수상작이 <에반게리온>부터 떠오르게 한다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물론 SBS와 쇼박스가 주도한 상을 받았으니, 영상물을 고려하고 상이 주어진 것이고 영화화도 될 수 있겠지요.
책이야 찾아 읽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지만, 영화가 공개되면 <에반게리온>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장르문학을 키워주겠다고 작정을 하고 제정된 상의 첫 번째 당선작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그늘에 있다니,
어쩌면 이게 한국 장르문학계의 현재 모습을 상징하는 것 같아 꽤 씁쓸한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절망의 구]는 누군가는 작가의 발상대로 '좀비'를 떠올리기도 하고(절망의 구는 좀비물에서 좀비를 검은 구로 바꾼 거라고 인터뷰에서 밝혔죠. 그만큼 인간과 비슷한 속도로 움직이고 개체가 증가하는 게 좀비물과 같죠.), 또 누군가는 이토 준지의 '공포의 기구' 완결판이라고, 소설로 쓴 것 같다는 평이 있었는데, 에반게리온을 떠올리는 분도 있네요.(앞의 것에 비해서는 에반게리온은 조금 멀리 나간 느낌이 있습니다. 연결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요.^^) 그 외에도 다른 매체를 떠올린 분들도 있었는데 (굴러서 지구의 물건들을 합치는 괴혼이나, 검은 구라는 것만 보고 간츠를 떠올린다든가. D&D에 있다는 구 형태의 사람을 흡수하는 몬스터를 떠올린다든가.) 개인적으로는 각각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해석하고 영향 받은 것을 추측할 수도 있겠지만, 쉽게 단정 짓는 것도 위험해 보이고 그렇네요.(이미 작가의 코멘트가 있기도 한 설정이고요.) 이렇게 사람들이 1억원이라는 화제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리저리 재고 그러는 느낌이.(사실 설정이나 소재가 문제가 아니라 글이란 것은 무엇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고, 재난물이고 확실히 쫓기는 사람들에 집중하여 한국적 반응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 영화 괴물에서 볼 수 있는 비슷한 정서를 이야기하는 지점이 중요하다고 보이는데, 소설의 중심 테마가 아닌 다른 쪽만 이야기되고 있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쉽기도 하네요.) 어쩌면 한국이라서 어떤 글이 나오면 이건 당연히 내가 본 뭐에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는 듯도 싶고요. 애초에 설정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범위 내라서 더 이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딱 시놉만 봐도 블랙홀이 연상되고(작중에서도 언급되지만) 흔히 정체불명에게 쫓기는 악몽은 대부분 꿔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원형적인 이야기라 그런 것 같습니다. 굉장히 단순한 발상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가 본 것을 당연히 작가도 봤고 거기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원초적 이미지 날 것 그 자체라, 찾아보면 무한히 나올 듯도 싶네요.
음
개인적으로 에바가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여러 매체의 영향을 받았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독창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한데요. 솔직히 세상의 맥락 바깥에 있는 작품이 어디 있겠습니까? 날개님 말씀대로 오히려 원형적인 것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에바가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여러 매체의 영향을 받았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독창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 한데요. 솔직히 세상의 맥락 바깥에 있는 작품이 어디 있겠습니까? 날개님 말씀대로 오히려 원형적인 것에 더 가깝다고 봅니다.
통일한국에 대한 만화라면 하나 있었습니다. 먹통X로 일부에서(?) 유명한 고병규작가의 건비트가 그거죠. 근미래 통일한국, 갑작스런 통일로 인한 혼란과 함께 사회치안 또한 불안해진 서울을 배경으로 북한 군부출신의 주인공이 수도대테러무장경비업체에 속해 민간영업이나 국가수주등을 받아서 활동한다는 이야기였던걸로 기억하는데, 시공사의 기가스에서 연재되다가 한권인가 두권인가 분량으로 그만둔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시공사에서 만화사업도 철수해서 기가스도 폐간 되었으니···.
만화 중에는 이상세 화백의 [DMZ]이라고 무척 진지한 물건이 있습니다. (이 만화는 영화 <공동 경비구역 JSA>의 원작이 된 소설 [DMZ]과는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이상세의 만화 [DMZ]에서는 남북한의 정치적 통일 후에도 북한의 민간인들이 남한으로 넘어 올 수 없도록 통제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명분은 혼란을 줄이기 위함인데, 사실상 북한 사람들이 차별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죠. 이상세 만화가 다 그렇듯이 이 만화도 도입부는 엄청나게 화려하고 매력적인데 중반 이후 줄거리 전개가 산으로 가버리고, 결말은 거의 기억도 안 날만큼 용두사미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