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3화(그리고 곧 4화)까지 방영된 4시즌은 다행히도 3시즌의 후반부만큼 썰렁하지는 않은 느낌입니다. 전개는 꽤 느릿느릿하지만 미칠듯한 미끼 투하로 이야기의 미래를 종잡기 어렵게 만들어놓았다는 것만은 확실히 맘에 드네요. 물론, 그 덕에 캐릭터성이나 이야기의 전개방향에서 일관성이 떨어지거나 급작스럽다는 느낌이 든다는 건 어쩔 수 없긴 합니다. 그건 반전이라기보다는, 그냥 뒷통수 치기죠. 작가가 어떻게든 이 이야기들을 한데 그러모아 괜찮은 결말을 내준다면 물론 저로서야 쌍수 들고 환영할 일입니다. 3시즌 결말에서는 지구에 확실히 간다고 아예 대놓고 보여주기까지 했긴 하니까요.

한편으로, 론 무어야 3시즌의 부진에 대해서 "싸이파이 채널이 갈수록 시청률 떨어지니까 처음 보는 시청자들도 끌어들일 수 있게 독립적인 형태의 에피소드를 많이 집어넣어 재밌게 볼 수 있도록 하라고 박박 우겨서 할수없이 스토리 수정하느라 그렇게 된 거임. 싸이파이 나빠!" 정도로 설명했지만, 꼭 그런 거라고만 봐야 할진 저는 잘 모르겠어요. 어쨌건 갤럭티카는 이름만 SF지 SF적인 쇼를 그닥 많이 유치하지는 못한 싸이파이에 있어서는 최선봉장이나 다를 바 없는 물건이고, 론 무어는 싸이파이의 말 안 듣기로 유명해서 여러 에피소드들을 남겼긴 합니다. 싸이파이에서 "드라마 내용이 너무 암울함. 파티장면이라도 넣지 그럼?" 하니까 론 무어가 OK 하고는 1시즌 4화 1천 번째 착륙 기념 파티 장면을 만들었죠. 거 있잖아요, 파일럿 몰살 장면. 어쨌건 배갈은 스타트렉이나 스타게이트가 늘 써먹는 '오늘은 A행성 가서 B외계인 만나기'만으로 몇 개 에피소드를 때울 수 있는 형태는 못 되니까요.

각설하고, 4시즌의 오프닝 전투씬은 상당히 괜찮은 CG이긴 합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_3jP35rHZVI&feature=related
4시즌 오프닝 전투씬. 3시즌 말까지 안 보신 분께는 당연히 스포일러.

그래픽 담당사가 Zoic에서 뭔가 다른 업체로 바뀌면서 우주선들의 질감이 조금 이상해진 경험이 있긴 하지만 스타워즈 같은 영화나 프리스페이스에 전혀 꿀리지 않을 듯 해요. 미끼성 플롯 따위완 상관없이 일관적 수준으로 유지되는 근사한 카메라워크(아다마와 로즐린이 카라의 귀환에 대해 논의할 때 앤더슨과 타이 등을 삭 훑고 지나가는 장면이라던가)와 음악(Bear McCreary 만세!), 배우들의 연기력(발타의 사투리라던가, 아, 이건 3시즌이었지), 그리고 예산을 참 잘 활용하는 CG들은 확실히 멋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러니, 갤럭티카의 예산과 흔히 써먹던 수법을 생각해봤을 때 간만에 이런 씬이 나왔다는 건 앞으로 꽤 오래도록 돈 들 만한 장면이 안 나올 거라는 의미로 해석될 것 같긴 한데...시간이 말해주겠죠. 불행히도, 그놈의 작가 파업 덕에 방영은 2009년까지 끌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그 전에 스핀오프 시리즈인 카프리카가 올해 가을을 목표로 촬영에 들어간다고는 하지만 말예요. 어차피 기다릴 시간이야 넉넉하긴 하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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