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는 고요했다. 몇 조각의 가벼워 보이는 흰 구름장이 찢어져서 떠돌고 있고 투명하고 맑은 선홍빛의 저녁 하늘에서는 붉은 태양이 동쪽으로 약간 치우쳐 기울어져 가는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붉은 햇살과 함께 주위를 감싸기 시작한 옅은 안개가 희미하게 주위를 감쌌다. 모로 누운 풀들은 안개로 촉촉히 젖어 있었다. 태양은 마지막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만 같았다. 주위에 구름 사이로 붉은 빛이 곧게 직진하면서 짙은 푸른 벌판을 할퀴었다. 그리고 바로 그 위에, 한 사람이 기대 서 있는 언덕 위까지도. 아직까지는 차가운, 정면에서 조금씩 부는 바람이 그의 곱슬곱슬한 머리칼을 흔들어 놓고 지나갔고 붉은 색의 일몰이 그의 뺨을 발그레하게 물들였다.

  그의 시선은 저 멀리 저녁 하늘 언저리 어딘가에 걸쳐져 있었다. 그는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무엇을 후회하나? 그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뭔가 다른 것을 행했다면? 그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가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그는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떨구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랬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가 사랑했던, 그리고 지키고 싶었던, 그리고 그를 이루고 있던 모든 것들을 잃어가고 있었는데도,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던 것이다.

  주위가 더 어두워지면서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지평선 너머로 붉은 태양이 서서히 저물면서 주위를 온통 선홍빛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태양은 벌판과 언덕, 그리고 그의 발까지 다가와 온통 붉은 상처 자국을 진하게 남기면서 지평선 너머로 빨려들 듯 기울어져 갔다.  그는 상념에 젖어 붉게 저물어 가는 태양을 응시했다.
안녕하세요~! olorin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