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비앙 - 작가 : 월광토끼(moonrabit)
글 수 20
트헤비앙(Très bien) - 1화. 군단 - 01
여관
트레비아 공화국의 제 2도시 렌디노어는 트레비안 반도 남부에 위치해 있다. 반도의 입구라 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바다와 접해있어 제 1도시, 즉 공화국의 수도인 트립폴스보다 더 번성하는 도시였다. 고층 건물들이 도심에 줄지어 서있는 이 도시는 아르카디아나 아데노어, 아란치오 같은 동쪽의 나라들과의 무역을 주도하고, 엥겔리오스같은 서쪽 고산지대에서 집마석이 수입되는 곳으로, 렌디노어 시민들은 자신들의 도시가 아르카디아 제국 수도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험악한 세계정세로 인해 무역활동이 주춤하고 있었고, 남쪽으로 전진 배치되는 군단들이 주둔하는 곳이어서 현재는 상인과 사업가들보다 군인들이 더 자주 눈에 띄는 곳이 되었다.
렌디노어의 제 1 부두 근처에 있는 술집 겸 여관 매비노그의 주인 사디우스 안토니오는 그것이 큰 불만이었다. 바다건너 소식을 가져오던 유쾌한 선원과 여행자들 대신 우중충한 얼굴로 거리를 헤매(‘순찰’)다가 행패(‘검문’)나 부리는 군인들이 찾아오는 것은 절대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첩자를 대비한 치안을 강화한다면서 투숙객과 손님들을 검문하고 다녀 손님 수가 줄어들자 사디우스는 기분이 매우 안좋은 상태였다. 그의 기분은 각자 가방을 한개씩 든 두 명의 손님이 들어섰을 때도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두 손님이 짙은 청녹색의 ‘공화군 육군’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매우 나빠졌다.
"주인장, 여기 침대 두개짜리 방 있소?"
‘나 기분 더럽소’라는 말을 얼굴에 써놓은듯 한 사디우스에게 말을 건 것은 두 군인중 갈색머리에 키가 다른 이보다 더 큰 이였다. 사디우스는 ‘없어요!’라고 하려다 그 군인이 꺼내든 10 골덴 짜리 동화를 보고 말을 삼켰다.
"이틀만 묵고 떠날 거요."
여관 매비노그의 1일 투숙 비는 1골덴이었다. 사디우스는 그 군인의 계급장에 슬쩍 눈길을 던졌다. 군인의 계급장은 상록수 이파리 2개가 수놓아진, 중령 계급장이었다. 그는 검은머리의 다른 군인은 계급장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분명 더 계급이 높거나 동급의 장교일거라고 짐작했다. (상급자가 주문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왜 그런 고급장교들이 이런 평범한 여관에 온 것인지 의아하게 여겨졌지만, 사디우스는 그냥 성심껏 그들을 대접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가 알겠는가. 그들이 또 다른 10골덴을 던져줄지.
"말을 타고 오셨습니까?"
"트립폴스에서부터 상선을 타고 왔소."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수프 2그릇과 빵이면 되오. 방에서 먹겠소."
다른 한 군인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방에 올라가 계시면 곧 식사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방은 2층 7호실입니다."
두 군인은 층계를 올라가 7호실을 찾아 들어갔다.
"장사가 잘 안 되는 모양이군."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군인이 입을 열었다.
"군인들이 많아지면 어느 장사꾼이나 싫어할 겁니다, 장군님."
중령이 답했다.
"군수업자와 포주들은 제외해야지. 전쟁이 일어나면 이익을 보게되는 것은 그들이니까. 로크 중령. 그리고 그 ‘장군’소리 좀 그만둘 수 없나?"
‘장군’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제가 안 그래도 장군님의 다른 부하가 그렇게 부를 겁니다. 아크벨 장군님."
"자네가 발음하는 장군 칭호에는 존경심도 담겨있지 않아. 그리고 뭐 말끝마다 장군님 장군님이야."
"뭘 세삼스래 그러십니까. 소령님, 중령님, 대령님 호칭을 들을 땐 편하셨고요?"
"누구보다도 자네 입에서 나온 ‘장군님’ 은 거북해."
중령의 이름은 시데르 로크였고, 준장의 이름은 체스 아크벨로, 둘 다 트레비아 공화군 육군 소속이었다. 체스는 렌디노어에 위치한 공화군 제 1군 사령부에, 시데르는 체스의 부관으로 발령받아 방금 렌디노어시에 도착한 참이었다. 체스는 1426년 4월 28일 자로 신설되는 1군 소속 군단의 사령관으로 부임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시데르 로크 중령은 체스가 중대를 지휘할 때부터 그를 보좌해온 부하였고, 따라서 체스는 이번 발령에 부관으로 시데르를 선택한 것이다.
체스는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침 주인장이 전망 좋은 방을 골라준 탓인지,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상선들 사이로 중무장한 프리깃함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참 이상해."
한참을 창만 바라보던 체스가 입을 열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왜 ‘장군님’이라고 불려야 하느냐고 하실 거라면, 장군님은 아직 준장밖에 안되셨고, 요직에 계신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각하’라고 부를 수도 없고, 또한 저는 군인인데 상관 이름을 막 부를 수도 없지 않습니까? 만약 ‘준장님’이라고 불리기를 원하시는 거라면-"
한참을 나불거리려던 부관을 왼손을 들어 제지한 체스가 잠시 후 다시 말했다.
"아니,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대체 왜 사령부에서는 나를 신설 군단 사령관에 임명한 것이지? 보통 군단 사령관은 중장이 맡는게 정상이잖아. 그것도 기존 군단도 아닌 신설 군단에 말이야."
"그 의문을 지금에야 가지시는게 이상하군요, 준장님."
"임지에 가까워지니까 생각나는 거야. 그리고 난 ‘준장님’으로 불리길 원한다고 말한 기억은 없군."
"그러면 ‘장군님’이라고 호칭할까요, 장군님?"
"그게 더 낫겠군… 그런데 자꾸 대화의 주제를 호칭에 관한 것으로 끌어가는 이유는 대체 무언가? 얘기를 꺼낸 것은 나지만."
로크 중령은 미소를 지우고 정색을 하며 답했다.
"장군님은 ‘장군’이시기 때문입니다. 중령도, 대령도 아닌 장군. 장군이면 뭐든 될 수 있습니다. 영관급이나 다른 장교들은 다 소중대 구분해서 부르잖습니까. 하지만 별달린 사람들은 소중대원 구분이 있음에도 다 ‘장군’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장군들의 계급 차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장군만 되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평의회 의장 호위를 지휘할 수도 있고, 요직에 앉을수도 있으며, 퇴역해서 정치가로 변신할 수도 있지요. 쿠데타도 장군들이 일으키지, 대령이 일으키지는 안잖습니까? 그렇기에 준장이어도 얼마든지 군단 사령관이 될 수 있습니다."
시데르의 말에 체스는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설명이 그렇게 애매모호해? 요점이 뭐야? 그리고 자네 방금 매우 위험한 발언을 했어. ‘쿺 드 에타’라니. 민주주의 공화국의 군인은 그런 단어를 입에 올려서도 안 돼."
"민주주의 공화국의 군인은 민주주의의 자유를 행사하면 안 되나요?"
"군인은 안돼."
시데르는 잠시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장군님 생일이 거의 2달 후로군요. 오늘이 4월 26일이니까. 26살이 되겠네요. 이렇게 젊고 고속으로 출세하는 장군이 어디 흔하던가요?"
공화군의 최연소 장군은 헨리 루터 제러널로, 24살에 장군 계급장을 달았었다. 가문의 영향력이라는 소문이 컸지만, 그 최연소 장군이었던 자는 퇴역후 정계에 진출, 46세의 나이로 최연소 대통령의 타이틀을 달았다. 체스는 그보다는 늦었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젊은 장군에 속했다.
"그 얘기가 왜 지금 나와?"
"할 말이 없으니까요."
체스는 피식 웃었다.
"그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군."
둘은 서로 피식 웃은 후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여관주인 사디우스가 크림스프와 바게트 빵을 들고 나타났다.
"저희 가게의 자랑인 가재 크림 스프입니다. 고기요리보다도 이게 훨씬 더 맛있지요. 뭐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쇼"
사디우스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프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은 후 돌아갔다.
"내가 보기엔 게살 조금 뿌린 평범한 스프 같은데?"
잠시 스프를 바라보던 체스가 말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군요. 아니, 게살이 맞기나 한거야?"
"시데르, 대체 왜 이런 허름한 여관에 10골덴이나 주면서 묵자고 한 거야?"
이미 빵을 뜯어 스프에 찍어먹고 있던 시데르에게 체스가 말했다.
"공화군 장교 기본 수칙에 적힌 데로 한 건데요?"
" ‘장교는 임무수행중 고급여관시설에서 숙박하면 안 된다’라는 항목은 나도 알어. 내가 궁금한 건 10골덴이야. 순전히 저 여관주인의 추가적 금전 수익의 기대에 의한 서비스 개선만을 노렸다고 하기엔 너무 큰돈이잖아."
"장군님께서 말씀하신 이유도 있지만, 실제로 저는 모든것에 대한 선불 계산을 한 것뿐입니다."
"선불?"
체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2일 숙박비, 4끼 식사비, 세탁비, 팁까지 다 합한 것입니다."
체스는 그제서야 납득을 했다.
"다 정확하게 계산하고 준 것이군."
"언제나 그렇지요."
"여관주인이 불평하지 않을까?"
"공화국의 ‘장군’님께서 납시었는데, 공짜로 서비스를 안 해주는 것만으로도 ‘시민의 적’아닙니까?"
태연한 표정의 시데르를 보고 체스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네의 '잔머리'를 내가 못쓰는게 다행이구만."
"사관학교 출신 샌님들이 뭐 다 그렇- 어이쿠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전혀 시정하는 표정이 아니었지만 체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네 같은 이병출신들한테는 잡일만 시키면 되겠군."
시데르는 15살 때 큰 키를 이용해 나이를 속이고 이병으로 입대했었다. 그 때부터 그는 계속 최전선에서 진급을 거듭했었다.
"아니지요, 장군은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 장군님도 잡부도 되면 되는 겁니다. 중령인 저는 군인이기 때문에 잡부로 변할 수 없지요."
"….상관모독죄 적용시키고 싶어지는군."
"괜히 할 말 없으시니까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장군님?"
상관과 부하의 모범적인 관계와는 거리가 매우 먼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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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소설로
허구한날 판타지를 배경으로 군대얘기만 하는 소설입니다.
어설프고 부족한점이 참 많습니다. 군대도 군대가 아닙니다.
연재 주기도 제멋대로입니다. 꾸준한 연재 약속 같은건
지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누군가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는 분에 넘치는
소망이 생겨서 올려봅니다.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어떤 일이 생겨도 그만두지 않을테니까요.
언젠가는 꼭 끝을 보고 싶은 글이니까요. 누군가
재밌게 읽어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면서.
여관
트레비아 공화국의 제 2도시 렌디노어는 트레비안 반도 남부에 위치해 있다. 반도의 입구라 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바다와 접해있어 제 1도시, 즉 공화국의 수도인 트립폴스보다 더 번성하는 도시였다. 고층 건물들이 도심에 줄지어 서있는 이 도시는 아르카디아나 아데노어, 아란치오 같은 동쪽의 나라들과의 무역을 주도하고, 엥겔리오스같은 서쪽 고산지대에서 집마석이 수입되는 곳으로, 렌디노어 시민들은 자신들의 도시가 아르카디아 제국 수도보다도 더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험악한 세계정세로 인해 무역활동이 주춤하고 있었고, 남쪽으로 전진 배치되는 군단들이 주둔하는 곳이어서 현재는 상인과 사업가들보다 군인들이 더 자주 눈에 띄는 곳이 되었다.
렌디노어의 제 1 부두 근처에 있는 술집 겸 여관 매비노그의 주인 사디우스 안토니오는 그것이 큰 불만이었다. 바다건너 소식을 가져오던 유쾌한 선원과 여행자들 대신 우중충한 얼굴로 거리를 헤매(‘순찰’)다가 행패(‘검문’)나 부리는 군인들이 찾아오는 것은 절대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거기다 첩자를 대비한 치안을 강화한다면서 투숙객과 손님들을 검문하고 다녀 손님 수가 줄어들자 사디우스는 기분이 매우 안좋은 상태였다. 그의 기분은 각자 가방을 한개씩 든 두 명의 손님이 들어섰을 때도 전혀 좋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 두 손님이 짙은 청녹색의 ‘공화군 육군’ 군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고 기분이 매우 나빠졌다.
"주인장, 여기 침대 두개짜리 방 있소?"
‘나 기분 더럽소’라는 말을 얼굴에 써놓은듯 한 사디우스에게 말을 건 것은 두 군인중 갈색머리에 키가 다른 이보다 더 큰 이였다. 사디우스는 ‘없어요!’라고 하려다 그 군인이 꺼내든 10 골덴 짜리 동화를 보고 말을 삼켰다.
"이틀만 묵고 떠날 거요."
여관 매비노그의 1일 투숙 비는 1골덴이었다. 사디우스는 그 군인의 계급장에 슬쩍 눈길을 던졌다. 군인의 계급장은 상록수 이파리 2개가 수놓아진, 중령 계급장이었다. 그는 검은머리의 다른 군인은 계급장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분명 더 계급이 높거나 동급의 장교일거라고 짐작했다. (상급자가 주문을 하지는 않을 테니까) 왜 그런 고급장교들이 이런 평범한 여관에 온 것인지 의아하게 여겨졌지만, 사디우스는 그냥 성심껏 그들을 대접하기로 마음먹었다. 누가 알겠는가. 그들이 또 다른 10골덴을 던져줄지.
"말을 타고 오셨습니까?"
"트립폴스에서부터 상선을 타고 왔소."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수프 2그릇과 빵이면 되오. 방에서 먹겠소."
다른 한 군인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네, 알겠습니다. 방에 올라가 계시면 곧 식사를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방은 2층 7호실입니다."
두 군인은 층계를 올라가 7호실을 찾아 들어갔다.
"장사가 잘 안 되는 모양이군."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군인이 입을 열었다.
"군인들이 많아지면 어느 장사꾼이나 싫어할 겁니다, 장군님."
중령이 답했다.
"군수업자와 포주들은 제외해야지. 전쟁이 일어나면 이익을 보게되는 것은 그들이니까. 로크 중령. 그리고 그 ‘장군’소리 좀 그만둘 수 없나?"
‘장군’은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제가 안 그래도 장군님의 다른 부하가 그렇게 부를 겁니다. 아크벨 장군님."
"자네가 발음하는 장군 칭호에는 존경심도 담겨있지 않아. 그리고 뭐 말끝마다 장군님 장군님이야."
"뭘 세삼스래 그러십니까. 소령님, 중령님, 대령님 호칭을 들을 땐 편하셨고요?"
"누구보다도 자네 입에서 나온 ‘장군님’ 은 거북해."
중령의 이름은 시데르 로크였고, 준장의 이름은 체스 아크벨로, 둘 다 트레비아 공화군 육군 소속이었다. 체스는 렌디노어에 위치한 공화군 제 1군 사령부에, 시데르는 체스의 부관으로 발령받아 방금 렌디노어시에 도착한 참이었다. 체스는 1426년 4월 28일 자로 신설되는 1군 소속 군단의 사령관으로 부임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시데르 로크 중령은 체스가 중대를 지휘할 때부터 그를 보좌해온 부하였고, 따라서 체스는 이번 발령에 부관으로 시데르를 선택한 것이다.
체스는 침대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침 주인장이 전망 좋은 방을 골라준 탓인지, 창밖으로는 바다가 보였다. 상선들 사이로 중무장한 프리깃함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참 이상해."
한참을 창만 바라보던 체스가 입을 열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왜 ‘장군님’이라고 불려야 하느냐고 하실 거라면, 장군님은 아직 준장밖에 안되셨고, 요직에 계신 것도 아니기 때문에 ‘각하’라고 부를 수도 없고, 또한 저는 군인인데 상관 이름을 막 부를 수도 없지 않습니까? 만약 ‘준장님’이라고 불리기를 원하시는 거라면-"
한참을 나불거리려던 부관을 왼손을 들어 제지한 체스가 잠시 후 다시 말했다.
"아니, 아니, 아니, 그게 아니고, 대체 왜 사령부에서는 나를 신설 군단 사령관에 임명한 것이지? 보통 군단 사령관은 중장이 맡는게 정상이잖아. 그것도 기존 군단도 아닌 신설 군단에 말이야."
"그 의문을 지금에야 가지시는게 이상하군요, 준장님."
"임지에 가까워지니까 생각나는 거야. 그리고 난 ‘준장님’으로 불리길 원한다고 말한 기억은 없군."
"그러면 ‘장군님’이라고 호칭할까요, 장군님?"
"그게 더 낫겠군… 그런데 자꾸 대화의 주제를 호칭에 관한 것으로 끌어가는 이유는 대체 무언가? 얘기를 꺼낸 것은 나지만."
로크 중령은 미소를 지우고 정색을 하며 답했다.
"장군님은 ‘장군’이시기 때문입니다. 중령도, 대령도 아닌 장군. 장군이면 뭐든 될 수 있습니다. 영관급이나 다른 장교들은 다 소중대 구분해서 부르잖습니까. 하지만 별달린 사람들은 소중대원 구분이 있음에도 다 ‘장군’으로 부를 수 있습니다. 장군들의 계급 차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장군만 되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 평의회 의장 호위를 지휘할 수도 있고, 요직에 앉을수도 있으며, 퇴역해서 정치가로 변신할 수도 있지요. 쿠데타도 장군들이 일으키지, 대령이 일으키지는 안잖습니까? 그렇기에 준장이어도 얼마든지 군단 사령관이 될 수 있습니다."
시데르의 말에 체스는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설명이 그렇게 애매모호해? 요점이 뭐야? 그리고 자네 방금 매우 위험한 발언을 했어. ‘쿺 드 에타’라니. 민주주의 공화국의 군인은 그런 단어를 입에 올려서도 안 돼."
"민주주의 공화국의 군인은 민주주의의 자유를 행사하면 안 되나요?"
"군인은 안돼."
시데르는 잠시 말이 없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장군님 생일이 거의 2달 후로군요. 오늘이 4월 26일이니까. 26살이 되겠네요. 이렇게 젊고 고속으로 출세하는 장군이 어디 흔하던가요?"
공화군의 최연소 장군은 헨리 루터 제러널로, 24살에 장군 계급장을 달았었다. 가문의 영향력이라는 소문이 컸지만, 그 최연소 장군이었던 자는 퇴역후 정계에 진출, 46세의 나이로 최연소 대통령의 타이틀을 달았다. 체스는 그보다는 늦었지만, 여전히 지나치게 젊은 장군에 속했다.
"그 얘기가 왜 지금 나와?"
"할 말이 없으니까요."
체스는 피식 웃었다.
"그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군."
둘은 서로 피식 웃은 후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여관주인 사디우스가 크림스프와 바게트 빵을 들고 나타났다.
"저희 가게의 자랑인 가재 크림 스프입니다. 고기요리보다도 이게 훨씬 더 맛있지요. 뭐 더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쇼"
사디우스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스프 그릇을 탁자에 내려놓은 후 돌아갔다.
"내가 보기엔 게살 조금 뿌린 평범한 스프 같은데?"
잠시 스프를 바라보던 체스가 말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군요. 아니, 게살이 맞기나 한거야?"
"시데르, 대체 왜 이런 허름한 여관에 10골덴이나 주면서 묵자고 한 거야?"
이미 빵을 뜯어 스프에 찍어먹고 있던 시데르에게 체스가 말했다.
"공화군 장교 기본 수칙에 적힌 데로 한 건데요?"
" ‘장교는 임무수행중 고급여관시설에서 숙박하면 안 된다’라는 항목은 나도 알어. 내가 궁금한 건 10골덴이야. 순전히 저 여관주인의 추가적 금전 수익의 기대에 의한 서비스 개선만을 노렸다고 하기엔 너무 큰돈이잖아."
"장군님께서 말씀하신 이유도 있지만, 실제로 저는 모든것에 대한 선불 계산을 한 것뿐입니다."
"선불?"
체스가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2일 숙박비, 4끼 식사비, 세탁비, 팁까지 다 합한 것입니다."
체스는 그제서야 납득을 했다.
"다 정확하게 계산하고 준 것이군."
"언제나 그렇지요."
"여관주인이 불평하지 않을까?"
"공화국의 ‘장군’님께서 납시었는데, 공짜로 서비스를 안 해주는 것만으로도 ‘시민의 적’아닙니까?"
태연한 표정의 시데르를 보고 체스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네의 '잔머리'를 내가 못쓰는게 다행이구만."
"사관학교 출신 샌님들이 뭐 다 그렇- 어이쿠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전혀 시정하는 표정이 아니었지만 체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다면 자네 같은 이병출신들한테는 잡일만 시키면 되겠군."
시데르는 15살 때 큰 키를 이용해 나이를 속이고 이병으로 입대했었다. 그 때부터 그는 계속 최전선에서 진급을 거듭했었다.
"아니지요, 장군은 뭐든지 될 수 있으니까 장군님도 잡부도 되면 되는 겁니다. 중령인 저는 군인이기 때문에 잡부로 변할 수 없지요."
"….상관모독죄 적용시키고 싶어지는군."
"괜히 할 말 없으시니까 그러시는 거 아닙니까, 장군님?"
상관과 부하의 모범적인 관계와는 거리가 매우 먼 두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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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중간한 소설로
허구한날 판타지를 배경으로 군대얘기만 하는 소설입니다.
어설프고 부족한점이 참 많습니다. 군대도 군대가 아닙니다.
연재 주기도 제멋대로입니다. 꾸준한 연재 약속 같은건
지키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누군가 많은 사람들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는 분에 넘치는
소망이 생겨서 올려봅니다.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이 글은, 어떤 일이 생겨도 그만두지 않을테니까요.
언젠가는 꼭 끝을 보고 싶은 글이니까요. 누군가
재밌게 읽어주는 사람이 있기를 바라면서.
안녕하십니까, 월광토끼입니다. 공상과학물에 관심이 있다보니까 이곳까지 흘러들어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