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WARS

EPISODE ETC...

BATTLE AT AVERAM

- 07 -


엑스윙 편대


  푸른 빛의 터보 레이저가 허공을 뚫고 어벤져의 갑판에 꽂히고 동체로부터 불꽃과 함께 연기가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제국이 자랑하는 최강의 전투함, 임페리얼급 스타데스트로이어의 은빛 갑판은 지금 반군의 몬 칼라마리 스타크루저 2척과의 격전으로 조금씩 손상을 입어가고 있었다.

  혼란으로 가득한 브리지 내부에서 어벤져의 함장 니더는 말없이 밖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그들은 유리한 입장에 서 있었다. 아니, 승리를 거머쥐기 직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반군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그리고 어벤져 휘하 함대만큼은- 반군에게 철저하게 당하는 입장에 서 있던 것이다.

  스타데스트로이어는 2척에 달하는 스타크루저와의 격전으로 한계에 달해있는 상황이었고 주변의 호위함들은 반군 전투기를 막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문득, 그의 오른쪽에서 갑작스러운 섬광이 피어올랐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자 그의 함대에 배치되어 있던 마지막 드래드노트가 조용히 가라앉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니더 함장은 푸른색과 붉은 색의 빛의 빛으로 가득한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우리는 아직 지지 않았다. 아니 절대로 패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전략적으로는.'

  그는 점차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전술 상황을 애써 잊으며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함장은 이미 브리지 후방 지휘석으로 돌아와 있었다. 계속하여 전술 상황판을 바라보던 함장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스론 제독에게 연락하라. 어벤져의 상황 악화로 전선에서 이탈을 요청한다고."


  "로그 비행대. 제국군 우익의 드래드노트까지의 길을 열어주게. 실버 비행대의 비윙이 후미를 맡는다."

  인터컴 너머로 아크바 제독의 갈라진 듯한 목소리를 들으며 웨지 안틸레스 중령은 가볍게 스틱을 젖혀 제국의 타이기를 흘려보냈다.

  "알겠습니다. 로그 비행대."

  이렇게 대답하는 그의 뒤쪽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났다. 잠시 뒤를 바라본 그의 시선 너머로 같은 비행대에 속한 엑스윙이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잘했다. 하비!"

  인터컴으로부터 나온 굵은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그것이 로그 비행대의 고참, 제스의 목소리라는 것을 확인한 웨지는 전방에 나타난 타이기를 날려버리면서 입을 열었다.

  "좋아. 제스. 주변의 상황은 어떤가?"
  "요절냈지요."
  "요절냈다고?"

  웨지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과연, 주변에 날고 있는 것은 모두 엑스형의 독특한 날개를 가진 로그 비행대의 기체 뿐이었다. 웨지는 문득 루크와 함께 참전했던 야빈 전투의 상황을 떠올리고 있었다. 데스스타로 향하고 있던 레드 비행대와 골드 비행대. 데스스타의 공격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오는데 아군은 하나씩 떨어져가고 뒤에서 제국의 암흑경이 이끄는 타이기가…

  하지만, 그때는 어떠했든 지금 이 순간은 그런 우려를 할 필요가 없었다. 전체적인 전략적인 상황이야 어떻든, 그들 전투기 부대는 제국에 대해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유하고 있었으니까. 더구나, 그것이 그 스스로 루크와 함께 엄선한 조종사로 이루어진 로그 비행대라면 말이다. 비록 이 계획을 처음 제안했던 루크 자신은 지금 다른 곳에 가 있었지만 그를 제외하더라도 이 비행대엔 젊고 유능한 조종사들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전력은 지금의 연합군에 있어 더 없이 소중한 것이기도 했다.

  "오케이. 로그 비행대. 실버 비행대를 도와 제국군 전함을 급습한다."

  웨지의 명령이 떨어지는 동시에 로그 비행대의 엑스윙이 실버 비행대의 공격을 받고 있는 제국의 드래드노트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비윙으로부터 발사된 어뢰가 드래드노트의 동체에 꽂히고 그 거대한 함선은 행성을 향해 천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시각각으로 혼란해져가는 제국군 전열 속에서도 스론 제독의 기함, 키메라호를 중심으로 한 사령부만은 굳건한 태세로 반군을 몰아가고 있었다.

  비록, 갑작스러운 사고와 반군의 반격으로 제국군 전체 진영이 밀려나고 있긴 했지만 스론 제독을 신뢰하는 펠래온 함장의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스론 제독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조금 가라앉아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아직 승리를 버리지 않은 자신감이 남아 있었고, -약간의 예비대를 남겨두고 있던- 제국의 중심 전력은 반군의 집중적인 반격에도 불구하고 아직 건재했던 것이다.

  "드래드노트 팀버울프에게, 적의 측면에 위치한 벌크 크루저를 집중 공격하도록 명령하라. 다만, 너무 전진하지 말고 대형을 유지하도록."

  스론 제독의 목소리가 키메라의 브리지에 울리고 통신 장교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졌다.

  제독의 말에 따라 키메라호의 지휘에 전념을 다하고 있던 펠래온은 그런 제독의 모습을 힐끗 바라보았다.

  어떠한 상황이건 제독은 항상 무표정하고 냉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것이 본래의 모습인지 아니면 제독의 종족이 갖고 있는 공통된 습성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것은 제독의 냉정한 -때로는 냉혹하기까지 한- 성격을 강하게 부각시켜주는 느낌을 주면서, 펠래온 자신을 포함한 모든 부하들에게 제독의 성격과 태도를 깊게 새겨놓고 있었다. 어떤 일이라도 대처할 수 있는 제독에 대한 깊은 신뢰감과 함께.

  그리고, 제국이 바로 앞의 승리를 놓치고 조금씩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지만, 제독은 평소와는 달리 펠래온 만이 아니라 모든 장교들이 분주하게 명령을 수행해야 할 정도로 많은 명령을 직접 내리고 있었다.

  본래 스론 제독은 사소한 일까지 일일이 명령을 내리는 성격이기는 했으나 평소에는 핵심적인 사항만을 지시하고 사태의 변화를 살펴보곤 했다. 그러던 제독이 매 순간마다 직접 지시를 내린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의 전투 상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으며 한편으로 제국의 위기를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러한 펠래온의 우려를 눈치챈 것일까? 제독은 펠래온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염려마라. 함장. 비록 완벽한 승리를 위한 기회는 놓쳤지만 우리가 승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이 성계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전략적 승리를 달성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
  "하지만, 각하. 만약 반군이 최후까지 공격을 지속할 경우 아군이나 이 성계의 시설에도 큰 피해가 있지 않겠습니까?"

  펠래온은 조금 우려하는 목소리로 질문했다. 그의 생각으로 볼 때 공격군인 반군은 최악의 경우 이 성계에 큰 피해를 주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었다. 제국 두 번째의 조선 시설을 갖춘 애버람 성계는, 반군에 대해 강력한 타격을 가하기 위한 중요한 요충지이기도 했던 것이다. 만약 이 시설이 파괴된다면 설사 반군의 함대를 격파한다고 해도 제국의 입장에선 반군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하기 위한 전력을 잃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글쎄. 만약 적의 지휘관이 드레이슨같이 단순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라면 모르겠지만 나라면 일단 병력을 최대한 온전히 남김으로서 다음 번에 반격할 기회를 찾을 것이다. 반군의 함대 전력은 상당히 취약하니 말이다. 특히 아크바나 벨 이블리스같은 명장들이라면 말이다."

  제독은 적인 반군 지휘관을 칭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개의치않으며 이렇게 말했다. 여전히 냉정한 표정 그대로…

  그때, 통신 회선을 통해 다시금 메시지가 들어왔다. 제 6 행성권에 위치한 어벤져로부터의 통신. 펠래온은 문득 나쁜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은 바로 그 어벤져로부터의 통신에서 시작된 것이다. 갑작스러운 프리깃과 드래드노트의 충돌 사고. 그리고 그로 인해 혼란해진 제국군 전선을 뚫고 시작된 반군의 반격. 거의 30분 전에 일어난 이 일로 제국은 눈 앞의 승리를 놓쳐 버리고 수세에 몰리는 입장이 되었던 것이다.

  통신 화면을 바라보는 펠래온의 등 뒤로 스론 제독의 이글거리는 눈빛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분명, 그 또한 이 일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으리라.

  잠시 후, 펠래온은 스론 제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각하. 어벤져로부터의 통신입니다. 니더 함장이 후퇴를 요청하고 있습니다만."

  펠래온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아니, 그 스스로 감정을 싣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펠래온 자신은 이 사태에 대해서 깊은 우려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는 스론 제독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치 이 일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는 듯이.

  그리고, 스론 제독의 목소리가 펠래온의 귀에 들어왔다.

  "알겠다. 조금 이르지만 후퇴를 인정한다고 니더 함장에게 연락하라. 그리고, 어벤져 휘하의 남은 병력은 제 6 행성계로 후퇴하여 막아선다."

  "하지만. 각하. 그렇게되면 아군의 진형이 무너지게 됩니다."

  펠래온은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은 듯, 놀라운 목소리로 반문했다.

  펠래온의 반문을 들은 스론은 여전히 냉정한 표정 그대로 그를 바라보면서, 입을 열었다.

  "관계없다. 함장. 어차피 제 6 행성계의 병력은 적의 전력을 분산시키고 후방을 교란시키기 위해서 배치했을 뿐이니까. 그곳은 이미 배치된 차폐막 발생 장치로도 적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더욱이, 우리의 전략적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제 5 행성계로 이전한 조선 시설을 유지하는 것만으로 아군의 승리는 확실하게 굳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반군에게도 약간의 여유를 주지 않으면 후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의 말을 듣고 펠래온은 제독의 의도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스론 제독은 명장이긴 하지만 결코 완벽한 승리를 거듭하는 장군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전쟁의 신이라 불리는 것은 그가 완벽한 승리를 거둘 뿐만 아니라 물러날 때는 물러날 줄 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순간 그가 추구하는 목적은 결코 적의 괴멸이 아니라 반군의 결사적인 공격을 막아내고 그들에게 상처를 입힌다는 전략적인 승리였던 것이다.

  제독의 말을 기억하며 펠래온은 전략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녹색과 적색의 도형이 가득한 전략 스크린 한쪽에서 녹색의 도형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근처에 있던 적색 도형들이 조금씩 물러났다. 펠래온의 얼굴에 미소가 퍼져나갔다. 그것은 마치 아이들의 전자 게임처럼 보이는 전략 화면이었지만 그에게 있어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다.

  '우리의 승리는 결코 무너진 것이 아니다.'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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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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