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여기는 과학 소식이나 정보를 소개하고, SF 속의 아이디어나 이론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상상의 꿈을 키워나가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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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폴아웃> 팬 아트 중에는 고지라와 크로스오버를 한 것도 가끔 있습니다. 본래 이 게임은 미국과 중국이 서로 핵을 날려 세상이 풍비박산 났다는 내용인데, 핵전쟁 대신 고지라를 집어넣은 거죠. 고지라가 자연재난 급의 괴수이고, 그래서 세계 멸망의 원인으로 크로스오버한 것일 테고요. 그리고 보면 인류 사회를 쓸어버릴 만큼 대단한 괴수는 많아도 정작 그 괴수가 발단인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재난 원인이라고 하면 핵전쟁, 질병(좀비 포함), 기온 변화, 자연 재해, 자원 고갈 등이 주로 나오지 괴수가 나오지는 않잖아요. 몇몇 작품에서는 까메오나 특별출현으로 괴수를 등장시키기도 합니다만, 주역이 아니라 큰 의미도 없고요. 고지라만 해도 그렇게 많은 시리즈가 있지만, 막상 세상을 끝장낸 적은 없네요.
그나마 포스트 아포칼립스 비슷한 괴수물로는 <클로버필드>가 있습니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 하나는 괴수가 일으킨 재앙보다는 그 재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탈출하는 내용을 다룬다는 겁니다. 대개 괴수물은 볼거리, 그러니까 괴수가 도시에서 난동부리거나 다른 괴수와 싸우거나 군대가 출동하는 걸 보여줍니다. 하지만 <클로버필드>에서 클로버(괴수) 자체는 얼마 나오지 않으며, 대부분은 주연 생존자들이 무너진 도시를 방황하는 내용이죠. 이런 구성은 ‘괴수가 지나가고 난 후’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이야기 구조가 포스트 아포칼립스와 비슷합니다. 물론 막판에 여전히 괴수가 나오며 ‘재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완전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할 수는 없죠.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이름 그대로 재난이 지나간 후를 보여줘야 합니다. <폴아웃>이 핵전쟁 당시를 묘사하는 게 아니라 핵전쟁이 끝나곤 난 후 피폐해진 인류를 보여주는 것처럼요. 그런데 괴수물은 괴수가 죽는 순간, 작품도 결말에 다다릅니다. 괴수물의 기승전결은 하나같이 괴수의 탄생과 등장, 죽음에 달렸으며, 그래서 괴수가 퇴장하는 순간 작품도 이야기를 이끌어갈 소재가 사라져요. 대부분의 작품에서는 괴수가 죽은 다음에 사회를 복구하겠지만, 그 복구 과정은 그냥 생략합니다. 이는 괴수 자체가 볼거리이기도 하거니와 괴수라는 초자연적 현상에 맞서는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게 작품의 주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초자연적 현상을 그토록 중점적으로 다루었는데, 그게 사라진다면 이야기에 힘이 빠질 테니 더 플롯을 더 이어나가기도 힘들 테고요.
괴수물은 사실 재난물과 이야기 구조가 똑같다고 봅니다. 차이점이라면, 괴수물은 실체가 있기 때문에 맞서 싸울 수 있고 전투 위주로 흘러간다는 거죠. 생명체이기 때문에 감정이입도 가능하고요. 자연을 대변하는 존재라서 현대 문명을 더 강하게 비판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를 제외하면 괴수나 재난이나 엇비슷합니다. 그리고 괴수물처럼 재난물 역시 재난이 일어나는 순간에만 집중합니다. 그 뒤의 세계가 어떻게 변하는지, 사람들이 변화한 세계에 어찌 적응하는지 별 관심이 없어요. 간혹 결말 부분에서 세계가 바뀌고 사람들의 생활방식을 암시하긴 하나, 구체적으로 보여주진 않고요.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그 변화에 사람들이 어찌 적응하는지 보여줘야 하는데, 괴수물이나 재난물은 여기에 별 관심이 없죠.
창작가가 의도적으로 괴수가 죽은 다음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만들기 위해 괴수가 죽은 이후라고 설정하면 되죠. 허나 그런 세계라 할지라도 작중 인물이나 독자는 변화된 세상보다는 괴수에 더 관심을 쏟을 것 같습니다. 괴수란 게 그만큼 초자연적인 존재니까 이야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 없겠죠. 세상을 멸망시킨 짐승이라면, 왜 태어났는지, 어떻게 활동했는지, 어쩌다 죽었는지 설명해야 자연스럽지 않겠어요. 이러다 보면 변화된 세계보다는 괴수에게 더 초점이 맞춰질 테고, 세상의 뒤바뀜을 이야기하는 본래의 포스트 아포칼립스 취지에서 멀어집니다. 창작가가 의도적으로 괴수 이야기를 뺄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면 상당히 어색하지 않을까 싶어요.
‘괴수로 인해 멸망한 세상’이라면 그 괴수가 도대체 어떤 놈일지 궁금해하는 독자도 많을 겁니다. 가령, 괴수가 세상 멸망의 원인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소설이 있다고 합시다. 광고 문구는 괴수가 멸망시킨 세상 운운할 겁니다. 독자는 그 문구에 혹해서 책을 살 테고요. 그런데 정작 소설이 포스트 아포칼립스라서 괴수가 한 번도 안 나오거나 별다른 언급도 없으면 독자는 무슨 기분이 들까요. 떡밥에 낚였다는 생각이 들지 않겠습니까. 이런 점 때문에 괴수가 나오는 포스트 아포칼립스는 만들기 힘들 것 같습니다. 독자의 호기심을 채워주기 위해 괴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중심내용이 되야 할 생존자의 모험 이야기가 밀려버리고….
이렇게 보자면 앞서 말했던 것처럼 <클로버필드>가 그나마 포스트 아포칼립스 구성에 가깝긴 해요. 괴수가 아니라 괴수가 무너뜨린 도시에서 생존자들이 탈출하는 이야기니까요. 이것 때문에 “괴수물인데, 왜 괴수가 저렇게 조금 밖에 안 나오는 거냐!”, “괴수를 보러 온 거지 카메라 흔드는 거 보러 온 게 아니다!”라며 분노하는 관객도 많긴 합니다. 그래도 이 영화는 ‘생존자의 탈출기’를 그렸기 때문에 여느 괴수물과 다른 암울함을 그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괴수물치고 이 정도의 암울함을 보여주려면 이런 방법이 제일 좋다고 봐요.
여하튼 괴수 때문에 세상이 멸망하면, 핵전쟁이나 질병, 재해 등과는 좀 더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나올 겁니다. 왜냐하면 핵전쟁이나 질병, 재해 등과 달리 괴수는 실체가 있거든요. 핵전쟁은 실체가 없는 하나의 현상입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괴수는 살아 움직이는 동물이고, 그만큼 제약이 따를 테죠. 여기서 의외로 사소한 문제가 생기는데…. 아무리 설정이라 하더라도 괴수가 정말 세계를 멸망시킬 수 있느냐는 겁니다. 아, 뭐, 죽지 않고 무지막지한 파괴력으로 때려부수다 보면 언젠가 세상을 멸망시킬 수야 있겠죠. 하지만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주된 원인, 그러니까 핵전쟁이든 운석 충돌이든 전염병이든 뭐든 간에 세계 멸망은 동시다발적으로 전세계에서 일어나야 한다는 겁니다.
괴수는 세계를 한꺼번에 파괴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괴수는 으레 한 마리씩 나오기 마련이고, 한 번에 도시 하나씩 날려버립니다. 이러면 한 국가를 멸망시키는 데만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거예요. 지구에 퍼진 인류 문명을 모두 없애려면 괴수가 세계일주를 해야 하는데, 그러자면 아무리 빨라도 몇 개월은 걸릴 걸요. 설정상 괴수가 제아무리 강해도 손에 닿지도 않는 도시를 파괴할 수는 없으니까요. 괴수를 도시 하나당 몇 십 마리씩 내보내면 해결되는 일이긴 한데, 이러면 또 괴수로서의 권위가 떨어집니다. 고지라나 가메라가 몇 십 마리씩 나오면 그거 어디 위신이 서겠습니까. 괴수는 유일신처럼 세상 한가운데 절대적인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혼자서는 이 넓은 지구를 다 부술 수 없죠.
만약 몇 개월이나 되는 여유가 생기면 인류는 대피 준비가 가능합니다. 전 국민을 완전히 피신시키진 못해도 핵전쟁이나 운석 충돌처럼 한 번에 날아가는 것보다는 여유 있죠. 괴수가 최초 출현한 곳은 쑥대밭이 되겠지만, 그 광경을 타산지석 삼은 다른 도시나 국가는 산업 기반이 덜 파괴되거나 사람이 덜 죽도록 조치할 수 있을 테죠. 따라서 멸망 이전의 모습을 간직한 도시가 많을 테고, 비교적 복구가 빠를 겁니다. 이래서야 갈 곳 하나 없는 생존자의 애환을 그리기 힘들죠. 덜 파괴된 곳을 찾아가면 희망이 있을 테니까. 뭐, 거기까지 찾아가는 여정은 힘들겠으나 그래도 아예 사방천지가 엉망이라 갈 곳조차 없는 사정보다는 낫습니다. 최소한 어딘가에 희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로망이 팍 줄어들 거에요.
아니, 그 전에 세계가 한꺼번에 멸망하지 않고, 도시 하나씩 차근차근 멸망한다는 점에서부터 로망이 떨어지는군요. 괴수의 이동을 지켜보며 조금씩 숨통을 조이는 공포를 느낄 사람도 있겠지만, 그래도 도망칠 여유가 생긴다는 점에서 다행 아닌가요. 운석이 떨어질 때처럼 도망칠 장소가 없는 것도 아니에요. 돌아다녀야 하는 지역이 넓은 만큼 괴수가 그냥 지나친 곳은 의외로 멀쩡할 가능성도 높고요. 괴수가 주로 도시에서 깽판을 치니 숲이나 사막, 고산, 정글 등으로 도망치면 큰 피해 없이 목숨을 부지할 수도 있을 겁니다. 평온한 일상을 살다가 난데없이 뒤통수 맞고 죽을 일은 없다 이거죠. 으음, 괴수 아포칼립스는 세계가 동시에 멸망한다는 암울함을 살리기 어렵네요. 너나 할 것 없이 폭삭 망해야 암울할 텐데.
사실 <클로버필드> 같은 영화도 분위기는 세상 다 망하는 것처럼 암울합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피해를 입은 곳은 맨하탄 부근이 고작이에요. 인류 문명이 초기 수준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고, 다른 대도시와 국가는 멀쩡하죠. 도시 하나가 폐허가 된 건 엄청난 참사고 맨하탄 부근에서 죽은 사람들에겐 안 된 말이지만, 전지구적 위기라며 호들갑을 떨 필요까지는 없어요. 괴수가 죽지 않고 활개친다면 문제긴 문제겠지만, 다른 재난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봅니다. 괴수가 도시를 하나씩 파괴한다는 점을 살려서 인류는 도시와 도시 사이를 떠돌며 생활할 수도 있죠. 이번 달은 뉴욕, 다음 달은 워싱턴, 그 다음 달은 마이애미… 이런 식으로요. 번거롭긴 하지만, 아예 갈 곳이 없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물론 포스트 아포칼립스가 꼭 세계 전체를 무대로 삼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도시 하나의 재난도 얼마든지 작품 소재가 될 수 있어요. 어쩌면 괴수물은 핵전쟁이나 쓰나미처럼 세계구급이 아니라 도시 규모의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알맞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 하나가 무너졌는데, 괴수는 여전히 살아서 활개치는 터라 외부의 지원을 거의 못 받는 설정이라면 어떨까요. 괴수가 죽지도 않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깡패짓을 하는 터라 다른 도시에서도 대피하기만 급급할 뿐 도움을 못 주는 거죠. 이런 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라면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주인공이 충분히 될 수 있겠지요. 규모가 작은 만큼 좀 더 섬세한 묘사가 가능하고요. 창작가의 소재 선택에 달린 셈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괴수물을 좋아하는 터라 괴수로 인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를 한 번 보고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괴수가 주 원인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작품을 찾기도 힘들 뿐더러 설정놀음을 하기도 제약이 많네요. 괴수가 멸망시킨 세상을 떠도는 생존자도 참 그럴 듯하긴 한데, 보기가 쉽지 않으니 좀 섭섭합니다.
음...괴수가 살아 있어야 괴수물이고, 그럼에도 포스트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짜고 싶다면 적절한 훼이크를 시전하면 되겠네요. 1백 년 전에 괴수를 봉인하기 위해 한 영웅이 4명의 용사들을 끌어모아 괴수를 때려잡았고 1백 년 뒤 봉인이 풀리는 날이 다가오면서 죽은 줄 알았던 괴수가 되살아나려는 전조가 보이는 와중에 평범한 마을 청년이던 주인공은 마을 축제날 소꿉친구들과 함께...음?
괴수 X가 전 세계를 슥슥 밟고 다니더니 뉴욕 한 귀퉁이에서 알을 깝니다.
재래식 병기로 승부하던 중 핵을 쓰자는 미국님의 주장에 그러지 말자고 주장하던 각국열강..
만장일치로 핵공격 결의..
핵공격은 성공했으나
그 와중에 괴수 X로부터 파생된 오염물질이 전 세계로 퍼져나가 전인류 전멸...
지하로 숨어들어간 각국 열강의 수뇌부도 오염물질에 감염되어 사망.
그중 한명 미국 위스콘신 지하의 비밀 대피소에 숨어있던 이병 맥드라이브씨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져서 해당 오염물질에도 불구하고 살아남게 되었는데.
저장된 레이션으로 연명하고 해당 기지 속 쥐새끼와 바퀴벌레와 맞서 싸우는
맥드라이브씨의 전설의 아이템 치킨너겟을 찾는 모험.
전 우주전쟁을 보면서, 저 외계인들 중 한두마리는 반드시 돌연변이를 가지고 천연 면역체계로 살아남을텐데, 이 경우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일기예보처럼 '오늘은 삼발이가 워싱턴으로 향하고 있으므로 주변 일대에 거주중이신 분들께선 12시간 이내로 군부대의 안내를 받아 대피해 주시기 바랍니다' 라는 안내방송에 따라 대피를 해야 하나 하고 생각했었지요...
조금 다르지만, [드래곤볼]에서 셀에게 정복당한 미래나 인조인간에게 지배당하는 미래 같은 상황도 괴수에 의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야기하셨듯 이 상황에서는 재난이라는 것이 현재 진형형으로 일어나고 있지만, 사실 인조인간이나 셀이 찾아오지 않더라도 그들의 삶은 결코 평온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라는 것은 깡그리 멸망한 이후의 세계라기보다는 급격한 재앙으로 인해 삶이 완전히 뒤바뀐 세계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지요.
고지라가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파괴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사람들은 대피하여 살아남았다고 가정해도 많은 도시는 파괴되어 버릴 것입니다. 게다가 파괴되지 않은 도시가 있다고 가정해도 멀쩡하다는 법은 없습니다. 도시라는 것은 사람이 살아가며 계속 사회 지원 체제를 돌려야만 작동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대피하고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도시가 정상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라도 날아갔다면 그 영향은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이렇게 파괴를 저지른 결과 핵겨울이 찾아와서 빙하기가 시작되고 고지라가 동면에 들어가 버릴 수도 있습니다. 고지라는 사라졌지만, 파괴의 흔적은 그대로 남게 되며 눈과 오염물질로 뒤덮인 세계, 파괴되고 기능을 잃어버린 세계에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것은 정말로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그 삶은 충분히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우주 단위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은하전국군웅전 라이]의 작가인 조지 마나베의 단편 중에 하나의 이야기인데, 하루는 세상이 짙은 구름으로 뒤덮여 해가 보이지 않게 됩니다. 그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데 그 비는 강력한 독성을 갖고 강철이건 콘크리트건 가리지 않고 녹여버리기 시작하죠. 당연히 난리가 나고 사람들은 대피하지만, 지하 대피소조차 녹아내리기 시작합니다.
결국 인류는 멸망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이것은 행성을 먹어치우는 거대한 우주 괴수의 짓이었습니다. 비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괴수의 위액이었던 것이지요.
재앙이라고 해도 좋을 이 괴수를 외계인들이 감시하고 있는데, “저 별에 누군가가 살고 있었을까?”, “그래봐야 이미 끝난 일이지만.”이라는 식으로 종결됩니다.
만화에서는 이 상태로 지구가 멸망해 버리지만, 도중에 괴수가 먹이를 뱉어 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구는 이미 처참한 상태가 되었겠지만, 여하튼 사람들이 살아남았을지도 모르지요.
이런 세계에서의 삶... 역시 포스트 아포칼립스이겠지요.
여담으로... 흔히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하면 전 지구적인 재앙이 일어나서 지구 전역이 난리가 난 상황을 떠올리기 쉽지만,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고지라가 일본을 쑥밭으로 만들었다거나, 전염병이 중국을 초토화시켰다...라는 상황이라면 지역적으로 한정되긴 해도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할 수 있겠지요.
외부에서 지원이 있다고 해도 그 지역의 삶이 금방 호전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반드시 지원이 온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전염병이 유행한 지역에는 병의 감염을 막고자 외부와 통제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지원을 하더라도 그냥 공중 수송으로 끝낼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병을 조사하기 위한 조사대가 들어오더라도 상황이 금방 호전될리는 없습니다. 곤궁하고 어려운 삶... 그들에게 있어서는 '아포칼립스' 이후의 생활입니다.
사실 이렇게 보면 지구상 많은 곳에서는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자연 재해에 의한 것이건, 분쟁에 의한 것이건...
레인오브파이어나 미스트 정도가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