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과학 포럼
SF 작품의 가능성은 어떻게 펼쳐질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상상의 이야기가 가능할까요?
SF에 대한 가벼운 흥미거리에서부터 새로운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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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든 가깝든 인류는 우주로 진출할 것 입니다.
뭐 다들 아시겠지만 우주로 진출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우주의 크기가 너무 크다는 것이지요. 빛의 속도 이상으로 물질을 보내거나 정보를 보내지 못하는 이상 가장 가까운 항성계로 가는 것 만으로도 최소 수년 이상은 걸릴 테고, 소식을 전하는 것 만으로도 왕복 시간 따지면 5~6년은 가볍게 넘어갈 겁니다.
결국 빛의 속도라는 한계를 깨지 못하는 이상... 우주 식민지 간에는 서로 도와주기는 힘들고, 자급자족하게 될 것 같습니다. 위급하다는 신호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 도움이 오기까지 한 세대가 넘게 걸린다면 이미 그 식민 행성은 문제를 해결했든지, 괴멸적인 상태에 빠질 수도 있으니까요.
이러한 상황에서 식민행성을 개척한다는 것은 어쩌면 식물이 씨앗을 날리는 것과 같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식민 함대를 만들고, 미리 망원경 등으로 찾은 행성으로 보내고나서 성공하면 연락해. 라는 식으로요.
그렇다면 이 함선에 태워야 할 최소 인원은 도대체 몇명일까요?
언젠가 신대륙 (아메리카)가 발견되고 나서 맨 처음 그리로 간 사람들이 실패하고 나중에 간 사람들이 성공한 이유가 처음 간 집단의 사람수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문명의 역치값이라고 할까요? 일정 인원수 이상이 된다면 어지간한 위기에도 (전염병, 기아 등) 어떻게든 해결해 나갈 수 있지만 그 이하값이라면 간단한 위기에도 멸망한다는 것 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식민함대도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사람 수가 적으면 설사 목표 행성에 도착한다고 할 지라도 간단한 위기에 전멸할 지도 모릅니다. 반면에 어느정도 사람 수가 있다면 어지간한 위기도 머리수로 극복할 수 있겠지요. 문제는 사람수가 많아질 수록 식민 함대의 크기는 커지고 이건 초기 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 몇명을 태운 함선을 보내야 이 두가지 조건 (생존 / 비용)을 적절하게 만족할 수 있을까요....
뭐 일단 전 세계 인구가 10만명까지 줄어든 적도 있다고 하니까,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환경이라면) 다른 기술이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10만명이면 무사히 정착할 수 있는 안전선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그 이하라면, 충분한 과학기술만 받쳐준다면 극단적으로 1명만 있어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클로닝 등)
유전자 다양성을 생각해보면 10만명은 데리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DNA 데이터를 싣고 가면서, 3억bp에 달하는 DNA를 실제로 조립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둘째치고라도, 육아문제, 교육문제가 남아있는데다가
한번 보낼 때 대규모의 자본이 들어가니까, 그만큼 실패가 용납되지 않겠지요.... 게다가 한번 보내면 몇백년은 추가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걸 생각해보면... 최소 만명은 데리고 가야 여러 환경변화에도 안정적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술 발전에 따라 다르겠지만, 5~10만 명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테라포밍만 완료한다면 5만 밑으로도 가능하겠지만, 아예 자급자족과 교류가 가능한 도시를 만들려면 10만은 넘어야 한다고 봅니다.
몇 군데 검색해봤는데 아직 확실한 의견은 없는 것 같네요. 아시다시피 모든 현생 인류의 기원은 14만 년 전에는 여자 한 명이었죠. (미토콘드리아 이브) 뭐 남성 쪽도 따져야 하긴 합니다만. 인류의 경우 과거 특정 지역에서는 2천 명까지 감소했지만 살아남은 적도 있다고 하고 또 애초에 선택된 샘플들이 얼마나 유전적으로 다양하고 생존에 유리한 환경인가 같은 것도 따져야 할 테니까요.
어쨌건 유전적 다양성과 환경이 중요할 테고 이건 미래 기술력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하죠. 결국은 기술이 큰 변수가 될 것 같습니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는 7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아담은 1명이죠.
그렇다고 진짜 그 시대에 7명만 살았다거나 1명만 산 것은 아닙니다. 다만 다른 여자, 다른 남자는 어떠한 이유로 지금까지 자손을 남기지 못했을 뿐이지요.
그리고 어차피 감수 분열을 할 때 교차를 통해 유전자를 교환하므로 실제로는 유전자는 살아남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동원체(x자로 꼬인 중심 부분)에 가까운 유전자는 아담과 이브의 오리지널 유전자에 가깝기 때문에(100%동일할 수 없는 이유는 전사과정에서 낮은 확율의 오류에 의해 돌연변이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기록된 유전적인 특성은 현대의 모든 사람이 공유한다고 할 수 있겠죠.
만일 동원체에 가까운 부분에 남보다 우월한 특성(주로 지적인 특성 강화가 유리하겠죠)이 돌연변이되어 나타난다면 그 사람은 아마 다음 세대의 "아담"과 "이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종이 연속적이라는 개념에서 사실 우리 주위에는 우리와 똑같이 생겼지만 생식적으로는 격리된 다른 종의 인간이 공존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불임 부부의 일부분은 이러한 특성 때문에 자손을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죠.
즉 각자 정상이고 다른 배우자를 만나면 자손을 볼 수 있지만 둘사이에는 유전적으로 맞지 않아 자손을 볼 수 없는 것입니다. 엄격한 의미로는 서로 다른 종이죠...^^ 여기에 지리적 격리 등으로 유전자 교환이 막힌다면 종의 분화가 가속 되겠죠.
따라서 상대론적인 속도로만 우주여행이 가능하다면 우주 이민선단은 각각 새로운 인류종으로 분화하는 가지치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외부 행성의 환경, 연락, 지원, 보급, 기술적인 부분들(유전자 뱅크, 클로닝 등등)이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인간들의 '사회'가 지속가능하게 유지되려면 필요한 구성원 숫자는 몇명이어야 하는가 입니다.
자연과학 혹은 공학적 상상력 보다는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상상력이 더 필요한 부분입니다.
15소년 표류기와 유사 작품들은 결국 사회의 존속에 실패하는 결과를 보여줍니다. XX명으론
안된다는 거죠. 그리고 100명이든 천명이든 어차피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입니다. 지금 지구상의 인간사회가
보여주는 모든 안좋은 점은 식민지에서도 다 나타난다고 봐야 합니다. 살인, 독재, 내분, 반란, 분열 등 ....
그런 것을 고려하더라도 존속할 수 있는 범위는 어느 선인가 ... 이것 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p.s. 미토콘드리아 이브에 관한 가설들은 문자그대로 가설일 뿐,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은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몇 만년 전에 몇 명이더라는 데 까지 가면 그냥 소설이죠.
인간으로 구성된 사회가 훨씬 더 작은 규모로도 존속가능한 것도 사실이죠.
외부로부터의 침입과 공격,
자급자족에 대한 가능성을 따져본다면
훨씬 더 작은 씨족에서 출발하는 사회도 충분히 있습니다.
그 경우 존속가능한 최소한의 집단의 구성원이 몇명인가 라는 질문에는
단 두명이 답이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충분한 노동력과 자원의 공급을 받을 수 있고
적대적인 공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말이죠.
15소년 표류기나 파리대왕에서 그린 사회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어린아이들의 세계였죠.
어차피 한계를 드러내긴 하겠지만 자원의 공급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존속이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문제는 그 안에서 기존 질서라 할 수 있는 사회의 구성체계를 유지하려 하는 것이
어려움을 겪을 뿐.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에서는 지구와 환경이 매우 다른 달에서의 특수한 환경에 맞춰 변형된
결혼관과 가치관 사회의 구조가 등장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천체의 경우에 예상할 수 있는
사회의 변형인 거죠.
머나먼 어떤 별에서 지구상의 가치관과 질서가 유지되길 바라는 건 좀 어려운 일이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현 지구상의 인간사회가 보여주는 악덕들은 SF적인 방식으로 극복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범죄가 거세된 완전한 모범시민으로 자라도록 설계된 인큐베이터라든가
유전적으로 결함이나 폭력성향을 완전히 배제한 인간이라든가
현재의 거의 모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정신적 요인을 치유할 수 있는 약물이라든가
필요이상의 권력욕이나 폭력성향 타인에 대한 공격 이상성욕 등이 자연스런 인간의 요인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진화과정의 불필요한 요인으로 보고 배제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비만처럼.
그리고 그런 요인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사회가 무너지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다 죽지 않는 한은요.
무너지는 것은 기존가치관인 것이고 그 환경과 상황에 맞는 새로운 시스템이 구축되겠죠.
말씀하신 내용 모두 '가능성'의 영역에 있는 것 입니다. 단 두 명만 있어도, 혹은 냉동 수정란과 인공자궁을 갖춘 우주선만 보내도 거기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각종 사회적 문제 또한 SF의 세계에선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해결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두 명으로 시작했다면 두 명 중 하나가 식민행성의 절벽에서 추락사 해버리면 그걸로 끝입니다. 세 명이라면 한 명인 성(아마 남자) 쪽이 병들어 죽어버리면 끝, 네 명이라면 그 중 남자 두명이 서로 싸워서 죽어버리면 끝, 백여명으로 구성된 사회라도 우범곤 순경같은 발작적인 범죄자 한 명 나오면 그걸로 붕괴할 것입니다. 아무리 기술이 고도화 한 세계라도 불의의 사고로 프로젝트가 실패할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그리고 이런 가능성을 착실하게 줄여주는 것은 역시 '머리 숫자' 입니다.
또한 건설하려는 것이 로봇의 식민지가 아닌 인간의 식민지라면 어차피 지금 우리 사회의 가치관과 질서를 전제하고 건설해야 합니다. 지구상의 인간사회적 가치관과 질서는 그나마 우리가 좀 아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마저 부정하고 다른 종류의 가치관과 질서(가 생겨날 가능성)을 상정한다면 - 가치관의 옳고 그름을 떠나서 - 프로젝트 성공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극도로 어려워집니다. 우시지마 행성에 식민지를 건설하려 하는 머리 하나, 눈 두개, 입 하나, 귀 두개, 다리 둘, 팔 둘 달린 - 외형은 인간과 같지만 사고방식은 어떠한지 알 수 없는 - 우짤라꼬 종족의 정착을 위해 우리가 뭘 준비해야 할까요? 그 사회가 자멸하지 않게 하려면 대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겠습니까?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죠.
식민지 별을 개발 한다는 것이 우주선이 도착하자 말자 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해보면,
각종 로봇이나 컴퓨터에 지령을 내려줄 감독자 개념의 인원이라 생각한다면 100 여명 정도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행성간 여행 시간이 무진장 길다면, 대부분은 로봇이 행성에 거점을 만들고 인간이 생활할 수 있는 주거환경 및 교육환경을
건설하고, 당연히 로봇에 의한 공격 및 방어 시설들이 구축된다면,
사람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정자와 난자를 분리해서 보낸다음, 로봇이 사람을 키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게 생가하면 10만명이라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 언젠가는 가능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인간이든 로봇이든 충분한 노동력과 관리능력을 추가 생산할 방법이 있다면 상당히 적은 인원으로도 충분히 가능하지 싶습니다.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을 예로 들면, 초기 인원이 몇이어야 안정적으로 정착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현지 자원을 이용해 노동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 그 수가 중요한 게 아니겠죠.
초기 아메리카 식민지의 예는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말고 노동력의 충원은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겠지만
로봇 공학과 기계의 도움으로 노동력의 가치는 많이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뭐, 유전자풀의 한계를 따지자면 좀 더 큰 집단이 필요할 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100명정도..?
최소한 10명, 1개 분대급의 남녀로 구성된 팀이면 소규모의 식민지 건설 자체는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예전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은 북극의 동토를 건넌 20명 규모의 탐험그룹일 것으로 예측하더군요.
과거 식민선단의 경우 한정된 식량과 자원을 싣고 있기에 육지를 못 만난다면 굶어죽었겠지만
우주식민선은 더 오랜 시간을 자급자족하며 이동하는 것이 가능할테니까요.
자급자족이 되는 설비가 있다면 현지에서 유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필요하다면 많은 수의 수정란을 싣고 와서 현지에서 교육, 훈련시키며 인큐베이터 같은 곳에서
육성하여 필요한 인력으로 길러내는 것도 고려 할 수 있겠지요.
도시급의 우주선을 띄워 먼 우주의 식민지를 사람 머릿수로 건설하는 일은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질 것 같습니다.
사실 그 큰 우주선이 아무리 대단해도 운석충돌 한방이면 전멸이니...
작은 우주선 여러개를 보내는 것이 큰 우주선 하나를 보내는 것보다 식민지 건설이라는 측면에 있어서는 더
가능성이 높을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