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울프'의 사이트에서 <늑대인간: 아포칼립스>에 대한 정보를 몇 가지 뒤적여 봤습니다. 알
고 보니까 늑대인간만의 세계가 따로 있는 형식에 가깝더군요. 뱀파이어, 마법사, 사냥꾼 등이 제
각기 따로 놀더라구요. 어쨌든 늑대인간들은 가이아를 지킨다는 것이 전체적인 목적이었습니다.
초자연적인 동물다운 설정이죠.  

누군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WoD'의 규칙서는 규칙보다 소설에 더 가깝다고 말이죠. 늑대인간에
관한 읽으면서 그 말을 실감했습니다. 독자를 어둠의 주인공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멋진 글들이었
습니다. 충격적인 변신, 무리 사냥, 송곳니와 발톱을 이용한 피의 싸움, 전설과 미신, 피할 수 없는
전멸…. 솔직히 게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이걸 바탕으로 소설을 쓰는 게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뭐랄까요, 로망이 넘친다고 할까요. 왜 'WoD'에는 던전 마스터 대신 스토
리 텔러가 있어야 하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왜 그렇게 여러 괴물들을 하나의 세계에 모아두려는지 알만 합니다. 제각기 고뇌에 찬 사연
을 가진 괴물들이 벌이는 혈투는 생각만 해도 흥분이 됩니다. 퇴폐적이고 스산한 뒷골목에서 피를
빠는 뱀파이어, 멸망할 것이 뻔한데도 자연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처단하는 늑대인간, 이들을 무찌
르고자 목숨을 걸고 싸우는 사냥꾼들, 그리고 끝없는 어둠의 심연…. 오, 이건 정말 게임이 아니라
소설이라니까요. 애초에 '화이트 울프'가 혼합해서 내놓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암흑 시대> 시리즈가 있긴 한데, 이건 로망이 좀 떨어져서요.

그 동안 던전을 찾아서 몬스터를 학살하는 RPG만 알고 있었는데, 새로운 형식의 RPG를 접해서 신
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늑대인간 관련 규칙서를 살까, 고민도 좀 했습니다. 비록 게임을 할 사람은
없지만, 그 세세한 설정을 읽는 것만 해도 큰 즐거움이니까요. 뱀파이어 시리즈가 PC 게임으로 나와
서 호평을 받았으니, 이제 늑대인간 시리즈의 PC 게임화를 기대해 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