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에서 역사 논란은 기본 전제가 하나 깔려 있어서 그렇습니다.


역사가 현재의 정당성과 정통성을 보증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많은 국가들이 그걸 이용합니다. 다만 유럽쪽이나 미국쪽은 이런면에서 조금 자유스럽습니다. 애초에 미국은 이민의 국가니 역사가 현재 국가의 정당성이나 정통성을 보증하는데 도움은 커녕 문제가 될 소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은 다르죠. 그래도 유럽쪽 국가들은 조금 자유롭습니다. 유럽 일대는 로마 멸망이후 기본적으로 황당할 수준으로 조각조각 나누어졌던 지역이고, 그걸 수습한게 현재의 유럽입니다. 특히 과거 유럽 왕가들의 혼인외교로 인해 복잡하게 얽혀들어갔습니다. 그 덕분에 현존하는 모든 국가가 왕가시절을 이어받았다고 주장하면 대부분 국가가 유럽전체에 대해 정통성을 주장해도 될 상황입니다. 유럽은 세계대전이 2차례 벌어진 후 이런쪽으로 갈등해봐야 좋지 못하다는데 동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피곤하니 싸우자 말자 쪽에 가깝거나 역사학자들내지는 아마추어들간의 키보드 배틀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국가 정책으로 역사 문제를 잘 끌어들이지 않는다고 보면 될듯 싶습니다. 


그런데 동북아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일찌기 중앙집권화를 이룩한 지역 답게, 역사의 전통을 이어받는다는 주장은 훌륭한 정당성이자 정통성에 대한 강력한 증거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역사 문제에 대한 관심은 국회의원이 선거에 들이는 공에 비유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만큼 한다는 애기죠.  


이런 역사에 대한 정서는 국가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비슷하게 가지고 있습니다. 아니 문화권이 그렇다보니 그렇게 훈련받은 거죠. 누구나 자신의 가문 과거에 민감해질 수 있습니다. 멀리 보면, 가문의 선조, 짦게는 고조,증조, 할아버지가 벌인 일에 대한 역사적인 평가에 대해 매우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비난하거나, 비난받은 둘다에서 말입니다. 끊임없이 발목을 잡히는 요소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서술에 대해서 정치적인 요소가 안들어 갈 수 없습니다. 원균의 후손들이 벌이는 원균 명장론도 그런 이유에서 입니다. 

박근혜의 국정 역사교과서 논란도 현재 진쟁중인 가야사에 대한 논란도 근본적으로는 역사 서술에 있어 정권이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들 중 하나입니다.


역사학계는 정부 돈으로 먹고사는 동네라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보여집니다. 뭐 정부외에는 관심을 보이는 사람도 없으니.. 


그렇기 때문에 문체부 장관이 역사는 학자들에게 맡기고 정부는 정부 할 일을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특정 학파의 입장을 지지하는 뉘앙스를 밝히면 매우 곤란하다고 생각됩니다. 본인의 역사관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그걸 정책에 반영한다면 문제가 되죠. 


특히 한국의 역사학계가 가지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기초 자료 부족입니다. 


정확히는 한문으로 된 과거 기록을 현대어로 복원하는 기초자료 미비라고 봅니다. 한국이 일제시대때 확립된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별반 다른게 없습니다. 그 때 번역된 자료에서 크게 개선된게 없기 때문입니다. 조선왕조 실록을 번역한 것만으로 얼마나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 사업을 정부가 할 일이지, 삼국사를 사국사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역사학계를 괴랄하게 만드는 짓입니다. 


역사의 문제는 역사학자에게 맡기는게 맡다고 봅니다. 아마추어 역사학자나 혹은 똑똑한 인물들이 그렇게 많이 투자하지도 않고 저와 같이 인문서수준에서 더이상 파고들지 못하거나 그럴 필요도 없는 분들이 이러다 저렇다 할 애기는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가 할 일은 오히려 발굴 비용을 발견한 회사에게 물리는 현존하는 법부터 뜯어고치고, 국립박물관에 번역되지 않고 서고에 잠자고 있는 서적들이나 번역하는게 최우선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장에 조선시대에 대한 이해도마저 떨어지는 국가에서 말입니다. 쓸데 없는 논란 만들기라고 봅니다. 언론을 주도했는지, 후보가 주도했는지 상관 없습니다. 신념은 좋은데, 장관직은 신념대로 움직이면 도박이 됩니다. 그런 신념은 자기 돈 내면서 해야 칭찬받지, 정부 예산으로 하면 좋아하는 사람만큼이나 적들이 등장합니다. 그 수 만큼 반감을 가진 사람들도 늘어납니다. 



ps.

1. 언론보도라는 한정된 자료로 쓴 글이라 예정자의 의도나 실제 상황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우리나라 언론을 신뢰못함으로 ) 

2. 가야사는 부족한 사료로 인해 역사라기 보다는 고고학 영역에 더 가까운 국가입니다. 고구려 백제 신라 모두 마찬가지지만, 가야는 더 심한 축에 속합니다. 

3. 역사학에 대한 정부 지원 평가 기준은 논문수나 학회참가 수의 비중보다는 번역 수 나 발굴 현장 작업 숫자 (결과물의 실적이나 유물 숫자 같은 것은 체크 대상에서 제외, 이것 가지고 조작할 우려 높음으로 )를 비중을 높게 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역사적인 문제는 역사학자끼리 치고 받으라고 판만 깔아주면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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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알고 있다 악마와 신은 항상 우리곁에 있음을, 정복과 야심으로 가득찬 야망이 현실의 늪에서 헤어나올 능력이 없음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현실의 수렁속에 살아가는 미꾸라지임을..  환몽의 시간속에 자위하며 미래를 꿈꾸는 이들중 하나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