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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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에서 재미있는 댓글을 보고 몇자 적습니다. 적다보니 댓글로는 글이 많아져서 새로 글을 쓰게 되는군요.
독립운동가가 세운 나라 ... 는 아무래도 식민지 부역자 관료들이 세운 나라보다는 정통성에서 확실히 다릅니다.
정부가 정통성이 없다면 국민들이 인정하지 않고, 따르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쿠데타와 민심이반이 생기고, 그렇다보니 정통성이 없는 정권은 항상 폭력을 동원하죠.
그런데 독립운동가가 세운 나라라고 해도, 그 독립운동가의 성향과 인격, 이상과 목표, 통치술에 따라서 나라마다 상이한 결과를 낳았습니다.
일단 대부분 독재로 흘렀죠. 그리고 독재라고 해도 얼마나 경제적인 번영을 가져왔는가에 따라 희비가 갈렸구요.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와 싱가폴의 리콴유는 독립운동가 + 경제적 성장 이 가장 돋보였던 국가들입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의 일가친척들이 거대한 기업을 차리고 국가를 그들의 수익수단으로 삼았습니다. 리콴유는 유교적인 국가관과 비리에 가혹할 정도로 엄격했고, 사생활로도 깨끗한 모범적인 지도자라고 평가받지만, 역시 수십년간 독재로 흘렀고, 그의 아들이 대통령을 하고 있죠. 그리고 싱가폴은 "잘사는 북한" 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만큼 내부적으로 폐쇄적이고 가부장적인 국가주의 일색이라는 것이죠.
독립운동가 + 경제적 성장에 있어서 가장 최상위 점수를 받는 나라들도 이렇게 문제가 있는데,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그야 말로 파탄을 달리죠. 쿠바, 필리핀은 말할것도 없고, 아프리카의 경우는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지옥도를 달렸죠.
그럼 김일성은 어떠냐. 그가 독립운동가라는 면은 과장된 면이 많고, 북한의 경제적 성장에 대한 그의 업적은 한국전쟁이라는 죄악에 비하면 희미합니다. 지금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최악의 국가이고, 같은 공산국가였던 베트남처럼 경제적 성장을 하려고 해도 미국의 경제봉쇄에 막혀서 어렵습니다. 미국의 간섭과 홰방 탓도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전쟁을 일으키고 테러를 저질렀던 북한의 업보이죠.
독립운동가 + 경제적 성장의 가장 이상적인 예는 바로 베트남입니다. 호치민은 친미 성향의 지식인이고 미국에서 공부도 했고, CIA 에서 지원도 받았던 인물이지만, 결국 미국과 전쟁을 해서 독립을 얻어 냅니다. 하지만 호치민의 인격과 헌신과 진실된 삶의 모습은 전 베트남인들을 감화시켰고, 베트남이 전쟁의 피해를 씼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준 정신적인 기둥이 됩니다.
호치민에 비하면, 김일성, 이승만같은 인물들은 그야 말로 한참 뒤떨어진 인물들이고, 그들의 한계와 실패가 아직까지 한국을 옭죄고 있죠. 이는 올바른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알려주는 바가 큽니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벌여서 정권을 잡았지만, 그가 적어도 독립운동가 출신이라면, 그가 이룩한 성과는 좀 더 후한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면 좀더 정통성을 국민들에게 인정받았을 것이고, 그의 통치도 덜 가혹했을 것이고, 그의 독재도 조금은 부드럽지 않았을까.... 합니다.
적어도 그가 만주국 일본 장교가 아니라 만주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싸운 독립군이었다면... 그가 독재를 해서 친일파를 몰아냈다면 그의 평가는 지금과는 많이 다르겠지요.
사람만이 희망이다.
그대가 바로 희망이다.
독재라도 정치적 성공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 독재가 민주주의 제도를 떠받치고, 독재자의 인격과 행동이 전 국민들에게 존경과 신뢰를 받는다면 말이죠. 물론 그런 예는 희박합니다.
터키의 케말파샤는 군인으로서 왕정을 뒤엎는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껍데기만 남은 오스만 투르크 황제를 추방하고, 통령의 자리에 오른 케말파샤는 제정을 공화정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개혁을 펼치고, 종교적 지도자들이 정치적 권력을 쥐지 못하도록 제도를 바꾸었습니다. 터키가 이슬람권이지만, 이란, 사우디 아라비아와는 달리 사회 전체가 종교 율법에 푹 젖어 있는것과 달리 국민들에게 자유를 준것이죠. 그리고 케말파샤는 정권을 쥐고 있는 동안에도 의식주가 매우 검소해서 도저히 한 나라의 독재자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소박했습니다.
죽기 전에도 딸뻘 되는 연예인 둘을 술자리에서 끼고 있다가 부하에게 총맞아 죽은 박정희와는 하늘과 땅 차이로 다른 인물이죠.
케말파샤는 터키에서 아타튀르크 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국가의 아버지라는 뜻이죠. 터키 인들은 케말파샤 아타튀르크를 존경합니다.
박정희가 일본에서 군사 교육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일본군을 나와서 독립운동가로서 길을 걸었고,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을 쿠데타로 뒤엎고 정권을 쥐었다면, 케말파샤와 비슷한 길을 갈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박정희는 케말파샤의 발끝에도 도달하지 못하는 인격의 소유자였죠.
물론 케말 파샤는 존경받아 마땅한 영웅입니다만, 과연 그의 독재가 좋은 결과만 가져왔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케말 파샤가 독재로 억누른 이슬람에 대한 요구가 결국 지금에 와선 오히려 터키를 파탄내고 있으니 말이죠.
케말 파샤 개인의 영웅성으로 이뤄진 터키의 근대화는 결국 케말 파샤의 독재 때문에 미완으로 남게된건 아닐까요?
아이러니하게 들리겠지만, 민주주의 체계가 주어졌다고 해서 반드시 민주국가가 성립되는것은 아니니까요. 한 사람의 영웅만을 우러러보고, 또 그 사람의 영웅성만을 믿는 구조로는 민주주의는 성립될수가 없지요. 국민 한사람 한사람, 즉 자기자신부터가 권리를 지닌 한 사람의 시민으로써 생각할수 있음으로서 민주주의는 시작되는 것이니까요. 그런 민주시민정신이 없는 민주체계는 그냥 허우대만 멀쩡한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도 그 부분을 잘 느낄만한 사건들이 최근 터지고 있지요.
호치민이 뛰어난 전략가이며 인내할 줄 아는 전사일지는 몰라도 베트남 공산당이 뛰어난 행정가들은 아니었을텐데요.
보통 베트남의 경제 성장은 호치민이 죽고도 한참 후 도이머이 정책 때부터로 잡지 않습니까?
저는 최근 2년간(2016년~2017년) 장기 프로젝트를 베트남에서 하면서, 거의 베트남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베트남 현지인들이 말하는 베트남 경제와 역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다고 여깁니다.
그 때문에... 솔직히 본문 내용을 읽고 많이 당황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이 "전쟁 영웅"으로는 여기지만 "경제는 모르는 사람"이라고 하는 호치민에 대하여,
마치 경제 성장을 잘 리딩한 것 처럼 써 놓은 글을 보니... 진짜 황당하다고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호치민은 경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고,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싫어했던 옥소독스한 공산주의자였습니다.
게다가 베트남 전쟁이 끝나기 전에 사망했고(1969년), 그가 죽고 3년이나 전쟁이 더 지속된 후 종전되고 통일되었죠.
베트남은 1970년대 초부터 1988년까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보트 피플들이 베트남을 탈출하였습니다.
그 기간 동안 베트남을 탈출한 보트 피플은 무려 100 만 명에 달합니다.
베트남의 보트 피플이 사라진 것은 1988년 도이머이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입니다.
호치민이 죽고 거의 20년의 세월이 흐르고, 종전 후 거의 15년의 세월이 흐른 뒤였습니다.
중국의 등소평이 1970년대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것을 본따 베트남도 1988년부터 도이머이 정책을 시작했고,
그 효과가 1990년대부터 나타나면서 보트 피플은 사라졌습니다 - 자본주의 개혁 개방이 베트남을 휩쓸었죠.
지금의 베트남은 대한민국과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호치민시내에는 곳곳이 롯데리아, 뚜레주르, CGV 극장, 신한은행 ATM 기계가 사방에 깔려 있습니다.
거의 마찬가지로 일본계 백화점, 극장, 제과점 등도 무수히 있구요. 한국보다 오히려 시설이 더 좋죠.
작금의 베트남에서의 빈부 격차는 한국보다 훨씬 심합니다.
고급 아파트는 한국 돈으로 수 십 억을 호가하며, 자동차 가격은 기본이 2억원에서 시작합니다.
부유층은 그런 집과 차를 마음껏 누리며 살아갑니다 - 한국 부자들보다 더 호사스럽게 지냅니다.
그런가하면 시골에서 호치민 주변 공단에 와서 일하는 사람들은 혹사당하며 어렵게 살아갑니다.
공산주의 경제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과 똑같이 일해서 월급받고 자기가 벌어서 먹고 삽니다.
저는 베트남에서 2년 정도 지내면서, 결국 이렇게 될 것을 도대체 전쟁을 왜 했나 싶었습니다.
호치민이 반대하고 싫어했던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다시 자리잡았고, 빈부격차 무지하게 크거든요.
더 황당한 것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공업화가 되면서 전 세계 오염 산업은 다 들어 갔죠.
염색공장, 도금공장, 제철... 오염물질이 넘쳐나는 베트남은 뭘 먹어도 위험한 동네가 되어가는 중이죠.
오늘날의 베트남은 한국과 차이가 없고, 헬 조선의 나쁜 면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으며, 오히려 더 상황은 안좋죠.
무려 베트남은 공식적인 법으로 집회결사의 자유를 막고 있어서, 데모도 못하고 함부로 파업도 못합니다.
한국, 일본 기업들이 베트남에 공장 짓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들이 집회결사의 자유가 없기 때문이죠.
공식적으로 베트남은 공산주의가 전쟁에서 이기고 인민 - 노동자들의 천국이 달성된 나라이기 때문에,
그것을 대표하는 정부에 대항하는 행위를 할 수 없습니다 - 그래서 집회결사의 자유도 없는 것이죠.
덕분에 기업들에게는 천국입니다. 노동자들이 데모도 파업도 마음대로 못하니, 얼마나 좋습니까.
호치민 죽고 20년 동안 헤매다가 1988년 도이머이 정책 이후 보트 피플이 겨우 없어지며 경제성장을 했는데,
더구나 호치민과 그의 동지들이 추진했던 공산주의 낙원 건설이 실패로 돌아가서 다시 자본주의 채택한 것인데,
그렇게 공산주의 정책을 지우며 뒤늦게 이루어진 경제성장을 공로를 호치민에게 돌리는 것은... 너무 억지입니다.
- 제가 2년 동안 바로 옆 자리 앉혀 놓고 같이 일했던 베트남 사람들 이런 이야기 들으면 진짜 어이없어 할 겁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저는 애초에 독재는 정치적 성공으로 나아갈수 없다고 봅니다. 독재체제 하에서 국가가 발전하는것은 독재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서라거나, 아직 독재로 인한 부작용이 눈에 두드러지기 전에 독재자가 죽어서 독재가 끝났을때에나 가능한 일이지요.
특히나 박정희는 천성적인 기회주의자로, 애초에 정권을 잡은것 부터가 말도안되는 기회주의적인 행위였고,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역사를 더럽힌 행위였습니다. 그런 기회주의자가 고된 독립투사의 길을 걸었을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대한민국은 박정희 때문에 잘살게 된것도 아니구요. 박정희 체제하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률은 생각보다 별로 대단하지도 않아요. 그가 행했다는 업적들도 따지고 보면 별거 아닌게 많구요 (경부고속도로 같은...) 박정희 신화는 그냥 기회주의자 박정희가 교묘하게 꾸민 자기과시성 언론조작의 진실이 드러나지 않아서 생긴 환상에 불과하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진짜 대한민국이 성공한 원인은 일반 국민들의 처절한 열망과 노력, 그리고 미국덕 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