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장르물의 골수 팬들은 "괴물(크리쳐)" 영화와 "괴수" 영화를 구분하던 데 저는 이 글에선 이 두 영역을 구분하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서양쪽에선 둘다 "Monster Movie"로 뭉뚱그리니 말입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괴물 영화 장르 팬들에겐 행복했던 시기였습니다. 괴물에 조예가 깊은 양덕 감독인 "길예르모 델 토로"가 만든 괴수 쌈박 영화 "퍼시픽 림", 그리고 롤랜드 예머리히의 참치 먹는 ""질라에 대한 할리우드의 사죄(?) "고질라(2014)", 쥬라기 공원 3 이후 14년만에 돌아온 "쥬라기 월드" 극장에서 개봉했으니까요.

 

지금도 괴물 영화들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괴물 영화가 극장에 개봉하는 건, 그것도 고예산의 블록버스터로 개봉하는 건 매우 드문 일입니다. 매년 극장 개봉을 생략하고 DVD/블루레이 매체 형식으로 비디오 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저예산 싸구려 괴물 영화들을 생각해보세요. 지금 괴물 영화 장르는 완전히 싸구려 영화들의 영역으로 넘어간 지 오래입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좀 큰 돈을 들이고, 연기파 배우들이 나오며 대형 제작사에서 제작한 괴물 영화들이 꽤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영화들은 이상하게도 큰 성공을 벌어들이지 못하거나겨우 본전치기나 하거나, 흥행 실패를 하는   박스오피스에서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금방 극장에서 막을 내렸습니다. "레릭","에볼루션","프릭스","레인 오브 파이어" 이 영화들을 지금도 기억하는 분들이 조이 SF에 과연 많이 있을 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이러다 보니 할리우드의 대형 제작사에선 괴물 영화 제작을 기피했습니다. 그리고 할리우드는 더 이상 괴물 영화에 관심을 두지 않고, 블록버스터의 대세는 슈퍼 히어로와 에픽 판타지로 넘어갔습니다. 할리우드로부터 관심을 잃은 괴물 영화 장르는 저예산 영화들을 만드는(아니, 싸구려 저예산 영화 말곤 만들어낼 능력이 아예 없는) 듣보잡 저예산 영화 전문 제작사들의 영역으로 떨어졌습니다. 이런 제작사들은 애니매트로닉스같은 아날로그 특수효과 기법보다 싸구려 CG가 싸게 먹히기에 괴물들을 90년대 비디오 게임에서나 볼법한 조약한 CG로 나타냈고, 괴물 영화 장르는 더욱 비웃음을 사고 할리우드에서 더더욱 멀어졌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에 괴물들이 등장을 하더라도, 스토리의 큰 축(즉 주인공들의 주적)이 되기 보단, 영화 속 주인공 파티들이 스토리 진행 도중 잠깐 마주치는 장애물(길어봤자 5분 정도 등장하곤 퇴장하는)로 되어 버렸습니다.

 

비디오 대여점이 건재했던 시절, 괴물 영화들을 잔뜩 빌려봤던 저에겐 이러한 괴물 영화 장르의 추세가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영역의 장르가 싸구려 영화들로 오염되는 건 맨눈으론 보기 너무 슬픈 현실입니다. 그래서인지 가뭄에 콩 나듯 극장가에 괴물 영화가 개봉을 하면 반드시 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극장에 가게 되었습니다.

 

2004년에 개봉한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는 기대했던 것 보단 심심했지만 킬링타임 용으로는 어울렸습니다. “케이브”(이 영화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요?)는 실망이었습니다. 2005년에 개봉한 피터 잭슨의 킹콩은 정말로 최고였습니다. 특히 선원들이 거대 벌레들과 맞서 싸우는 시퀀스는 괴물 영화를 좋아하는 저에겐 매초 매초가 황홀했습니다. 2006년에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괴물"도 최고였습니다. 2007년에 개봉한 심형래의 "디워"는....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다는 기억 자체로 인해 이불킥을 하고 싶습니다....한동안 인터넷이 디빠 논란으로 시끌벅적했었는 데, 전 디워는 그런 논란을 일으킬 자격 조차 없는 형편없는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2008년 초는 괴물 영화 팬들에겐 정말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한 시기였을 겁니다. 괴물 영화가 세 편씩이나 극장에 개봉을 했기 때문입니다. “클로버필드”,“미스트”,“에일리언 vs 프레데터 2(이하 AVPR)". 이렇게 세 편이죠. 한 해에 괴물 영화가 극장에서 한 편 개봉하는 것도 매우 드문 데 한 해에 세 편이나 개봉을 하다니! 지금 생각해도 놀랍기 짝이 없습니다.

 

미스트는 정말 최고였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가 미스트입니다. 영화를 보기 전 스포일러를 당해 결말을 알고 극장에서 봤지만, 그럼에도 결말 부분에선 저도 모르게 탄식이 나오고 가슴 한 복판을 칼로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결말 때문에 영화 전체를 쓰레기로 매도하는 사람들이 많던 데 오히려 이런 결말이기에 더 오랫동안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클로버필드의 경우, 세 편의 영화들 중 제작진으로 참여한 JJ의 떡밥 살포로 인해 가장 인터넷에서 관심을 많이 받은 영화입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괴수가 그다지 많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지만,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르 특유의 헨드헬드 기법으로 인해 1시간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AVPR"은 가장 실망한 영화입니다. 아니, 2008년 봤던 영화들 중 가장 실망한 영화입니다. 초등학생이 쓴 듯한 각본, 감독이란 작자가 신경을 제대로 안 쓴게 팍팍 드러나는 연출, 충격적이기는 커녕 불쾌감만 주는 쓰잘데기 없는 고어, 에일리언 시리즈와 프레데터 시리즈에 묻어가려는 듯한 오마쥬(오마쥬 자체는 나쁜 게 아니지만, 영화의 한참 떨어지는 질을 전작들에 대한 오마쥬로 대충 가리려는 듯해 에일리언 시리즈의 팬으로서 불쾌했습니다) 등등. 도대체 어떤 인간이 이렇게 형편없는 영화를 감독했나 싶었는 데 알고보니 "스카이라인"을 감독한 스트로즈 형제였더군요. 이 영화 때문에 에일리언 프랜차이즈와 프레데터 프랜차이즈가 한동안 위태로웠던 건 말을 할 필요도 없지요.


2012년에 개봉한 리들리 스콧 옹의 "프로메테우스"에서 다양한 괴물들이 나왔지만, 리들리 스콧 옹이 개봉전에 강조했듯이 이 영화는 괴물 보단 "창조자와 창조물 간의 관계"에 신경을 썼고, 괴물들은 스토리의 주된 요소가 아니기에 괴물 영화라고 보기엔 좀 그렇죠.  

더 씽 프리퀄은 흥행에 실패하고 평론가들에게 엄청 까였지만 전 그래도 재밌게 봤습니다. 괴물 영화 장르에서 이 정도 퀄리티면 선방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2013년 부터 2015년 까지 연속으로 괴물 영화들이 등장하면서  이 시기도 좋았습니다. 퍼시픽 림, 고질라, 쥬라기 월드 이 세 편 다 만족스럽게 봤습니다.


지금 제작 중인 괴물 영화(그것도 극장에 개봉하는 블록버스터)로는 프로메테우스의 속편인 "에일리언 : 커버넌트", 그리고 앤 해서웨이가 출연하는 "콜로살"이 있습니다. "콜로살"은 아직 포스터도 안나왔고 정식 스토리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라 잘 모르겠네요.


2017년 개봉 예정인 "에일리언 : 커버넌트"는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프로메테우스 땐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이 아니라고 못을 박아두더니, 결국 리들리 스콧 옹이 "에일리언 : 커버넌트"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프리퀄이라고 인정하더군요. 프로메테우스와 "에일리언 : 커버넌트"를 시작으로 에일리언 프리퀄 4부작이 나올 것이라는 데 에일리언 시리즈가 화려하게 부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ps: 에일리언의 영원한 라이벌이자 듀오인 프레데터의 경우, 아이언맨 3의 감독인 셰인 블랙(프레데터 1편에서 안경 쓴 병사 역으로 출연한 적이 있죠)이 새로운 프레데터 영화의 연출을 맡도록 내정되었고, 각본 집필이 완료된 상태라네요. 그런데 전 개인적으로 프레데터 시리즈는 외계인 영화의 일원으로 봐야지 괴물 영화로 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보다 뛰어난 과학 기술을 보유한 하이 테크 사냥꾼인데 프레데터를 단순 괴물 취급하기엔 그렇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