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그로를 끌 수밖에 없는 제목이지만 주제 성격상 어쩔 수 없습니다 


이 글은 일베를 까는 것보다는 일베를 점유하는 사상의 심리를 분석해보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있어서 관심이 좀 있는데 이들의 위치와 사상적 배경에 개연성이 적기 때문에 이런 일이 왜 일어나는지 궁금해서입니다


일베는 그런 점에서 개연적인 모순점이 꽤 많다고 생각돼서요. 


예를 들어 일베는 탈권위와 희화화적 특징도 갖고 있는데 역설적으로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노무현이 대통령을 그렇게 희화화하는 탈권위를 받아들인 사람이거든요. 

언뜻 생각하면 그런 희화화를 즐기는 집단이면 그런 희화화를 가장 탈권위적으로 인정하는 사람에게 우호적일법 한데 현상은 정 반대라는 것. 


이런 점들이 문화, 사회적 집단 심리에 관해서 일베가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일베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적 배경을 늘어 놓자면 반노조, 극우, 여혐, 반동성애, 외국인 혐오 등이 있습니다. 


평소 궁금했던 것이 일베에 동조하는 사람들도 확률적으로 기득권보다는 사회적 약자일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을텐데 어째서 기득권 혹은 사용자 친화적인 극우 보수의 성향을 갖게 되는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이든 사람이라면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죠. 


독재와 유신 아래 경제 성장을 한 세대라면 반민주 = 경제성장 이라는 사상이 머리에 자리잡았을 수 있습니다. 전세계에서 자영업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1위인 나라니 사용자 입장이 상대적으로 우세한 것도 옳고 그른 것을 따지기 이전에 개연성은 있는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의문인 것은 일베의 사용자는 상당수가 어리거나 젊은 사람들이라는 겁니다. 


현 시대에 이들은 노동 시장에서 압도적으로 약자입니다. 


그런 그들이 뭉쳐서 자기에게 유리한 발언을 하고 권리를 더 가져올 생각을 하는게 아니라 자신들과 비슷한, 혹은 더 약한 자들을 배제하는 쪽에 더 신경을 쓴다는 것이죠. 


이런 사고방식에 대해 개연성 있는 원인을 꺼내 보자면 아마도 이들은 기득권이 가져가는 권리에 의해 자신들이 약자라기보다는 더 소수, 더 약자인 사람들이 가져가는 특혜가 자신들이 약자인 원인이라거나............ 혹은 약자들은 모두 동등하게 약자여야 하는데 자신과 똑같은 다른 약자가 특혜(무임승차)를 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심리인 것 같습니다. 


이것의 근간을 이루는 사상적 배경은 체제에 순응한 고분고분함, 혹은 아직 세상이 공정하게 성공 및 생존의 길이 열려 있다는 믿음일겁니다. 

약자인 내가 기득권보다 나와 똑같거나 더 약한 대상에 더 분노하기 위해서는 수직적인 부조리보다 수평적인 부조리가 더 크다고 느껴야 하거든요. 


그런데 요즘의 인터넷 트랜드를 보면 흙수저 금수저론과 노오오력 등이 유행하고 있죠. 일베도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그 점을 보면 수직적 구조에 대한 문제는 일베에서도 없는건 아니에요. 

그렇다면 일베의 사상적 배경을 이루는 근간은 [기득권에의 순종, 순응]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약자로서 받는 부조리를 수직적 구조에 저항하고 그걸 타파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그런 부조리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와 분노를 더 간단하고 쉽게 배출할 수 있는 대상으로 타겟으로 삼는게 아닐까 하는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길은 너무나 멀고 험하며 어려우니 현실에 순응하고 기득권에게 붙으면서 그런 기득권에 저항하며 권리를 요구하는 약자들을 비난하는 것이죠. 


큰 그림으로 볼 때 맞지만 어렵고 힘든 길을 가기보다는 지금 당장 실천하기 쉽고 편한(그리고 스트레스 풀기 쉬운) 방식을 택한 것이랄까요. 






재미있는건 이러면서도 자신들이 약자라는것 자체는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노조 정서가 가득한데도 직장을 구하는 진지한 글에는 "이런말 하긴 뭐하지만 그래도 노조 있는 직장이 다니기는 편하더라." 라는 댓글이 붙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가믿음" 이 작동하는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가믿음이란 자신이 어느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믿음을 가지는 것을 설정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 평소 새누리당 찍는 보통 노동자가 부당해고 당했을땐 정의당이나 새정연 의원 사무실에 전화하는 거랑 비슷하달까요. (실제로 이런 사람 많죠.)


그러니까 일베에서는 일베에 어울리기 위해 특정한 믿음을 믿는 척 하거나 혹은 정말로 믿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나면 의외로 자기 자신에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도 아마 이런 경우가 꽤 있을 것이라고 추측해요. 




정리하자면 기회주의, 강자에게의 밀착, 가믿음이 약자들에 의한 약자 혐오 등의 극우 색채를 띄게 하는 배경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이런 점들이 흥미로운게 SF나 판타지의 가상 문화보다 더 모순적인 집단 현상에 대한 표본인 것 같아서입니다. 


언뜻 논리적 합리에 모순되는데 인간의 심리가 어떻게 복잡하게 작동하는지 결과에 개연성을 부여해서 따져보다보면 창작물보다 훨씬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죠. 


창작물에서 보이는 설정과 이야기에서 [개연성 뛰어난 논리]보다 더 대단한건 [현실에서 볼 수 있을듯한, 너무나도 그럴듯한 '비논리'] 라고 생각합니다. 










PS. 일베에 관한 분석 기사중 가장 그럴듯한 것은 시사인에 실린 이 기사였습니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1341 )


무임승차론과 놀이문화로서의 폭발성으로 인한 과격성 분석이 상당히 설득력 있습니다. 


"아버지"라는 키워드로부터 서울과 산업시대, 지역주의를 끌어낸건 좀 많이 나간건 아닌가 싶습니다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해석인 것 같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