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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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15년도 11월 중순에 접어들고 있네요.
프랑스에서 대규모 테러가 벌어져서 세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이라는 게시글과 답글을 읽다보니...
"북한의 공갈 협박에만 익숙하다가, 한국에서 실제로 벌어지면..."이라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한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진 적이 있습니다.
북한이 공갈 협박을 관두고, 직접 행동에 나섰던 것이었죠.
1968년 11월부터 12월까지 실제로 한국에서 벌어졌던 일입니다.
경상남도 울진과 강원도 삼척으로 120 명의 북한군이 침투하였고,
그들은 민간인들을 붙들어 놓고 살해하였습니다 - 9살 어린이는 입이 찢어져서 살해당했죠.
그 어린이가 무참하게 살해당하였던 바로 그 동네에서,
앞으로 몇 년 뒤에는 동계올림픽이 개최됩니다 - 지금 준비가 한창이죠.
오늘날 평창에 대한 말이 나오면, "올림픽", "땅", "투자" 이야기만 할 뿐입니다.
다들 평창을 이야기하는데... 아무도 그 때의 참혹한 사건은 기억하지 못하더군요.
한국 사람들에게 테러는 남의 이야기이고,
북한은 그저 공갈 협박만 하는 곳이라고 다들 믿고 있지만,
실제로 1968년에는 행동에 나서서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진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 내려온 군인들은 민간인이라고 전혀 봐 주지 않았어요.
11월 2일 울진 민간인 1명 사망 - 우체부, 납치 후 난자되어 사망
11월 3일 울진 민간인 1명 사망 - 무장공비 30명 마을에 침입, 대검에 난자되어 사망
11월 4일 삼척 민간인 1명 중상 - 볏단을 지고 귀가하다가 기관총에 맞아 중상
11월 14일 삼척 민간인 3명 사망 - 일가족 2명 돌과 칼에 피살
11월 19일 명주 민간인 1명 사망 - 신고하려다가 붙잡혀, 끌려다니다가 피살
11월 25일 영월 민간인 1명 사망, 2명 중태 - 가족 기관총에 피살, 중태
11월 29일 평창 민간인 1명 사망 - 사찰의 노파 난자되어 사망
12월 9일 평창 민간인 4명 사망, 2명 중상 - 일가족 중 4명 돌과 칼에 피살, 2명 중상 (9살 어린이도 참혹 살해)
12월 19일 명주 민간인 1명 사망, 1명 중상 - 신고하려다가 붙들려 피살, 총탄에 중상
팩트는 간단 명료합니다.
1968년 남한에서도 2015년 프랑스와 마찬가지의 일이 벌어졌고,
북한에서 온 120명의 군인들은 민간인을 전혀 봐 주지 않고 살해했죠.
피살된 9살짜리 어린이는 무려 입이 찢어지고 머리가 돌에 으깨져서 죽었습니다.
그렇게 참혹한 사건을 가지고, 어떤 사람들은 그 어린이의 영웅 만들기를 벌이면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과장 보도다, 아니다"만 따져가면서 수 십 년 후까지 대법원에 가서는 재판을 하더군요.
진짜 팩트는 "어린이가 참혹하게 살해된 것" 그 자체인데, 그 진짜 팩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도 갖지 않아요.
어린이의 참혹한 죽음에는 관심도 없고, 그저 정치적으로 상대방을 트집잡아 깍아내리는 것만 중요할 뿐이죠.
테러가 벌어지고, 사람이 죽어나가더라도...
남겨진 사람들은 그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다루려고 할 뿐입니다.
우파도 그렇게 했고, 좌파도 그렇게 했어요.
저는 둘 다 사악하게 보일 뿐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테러가 벌어진다면...
남겨진 사람들은 똑같은 짓거리를 또 하리라고 봅니다.
오른쪽도 왼쪽도 말이죠. 한국 사회는 그런 곳입니다.
... 입맛이 쓴 정도가 아니라 분노가 차오릅니다.
"고등학생들이 물에 좀 빠져 죽으면 어때? 경제가 중요하니까 이제 그만 이야기하자."
제가 보기에는 이념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생명을 가볍게 여깁니다. 경제가 중요하니까 수상 교통사고 따위는 그만 떠들자고 말하는 나라가 여기입니다. 그나마 미군 장갑차 사건 때는 사람들이 촛불집회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벌어진 촛불집회였죠. 하지만 먹고 살기가 조금 힘들어지자 아이들 목숨 따위 아무도 상관하지 않았습니다. 정부 역시 유가족들의 요구를 외면했고요. 아니, 비단 저것만 아니라 사람 목숨을 돈 한두 푼보다 못하게 여기는 경우는 많습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가리지 않고요.
"노동자들 좀 때려죽이면 어때? 경제를 살리자는데, 사람 목숨이 무슨 상관이야?"
요즘에도 주위 어르신들이 줄곧 하시는 말씀입니다. 아마 제 주변의 어르신들만 저렇게 말씀하지 않으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생각하는 사람 목숨이란 게 그런 거죠. 살기가 어려우면, 버리면 그만인 것들입니다.
그거 두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사람은 자신의 주변에 충실하기 때문입니다. 멀리 갈 수록 생각하기 까다로운 복잡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저는 사람이 생명을 가볍게 여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멀리 있는 것은 자연스럽게 심리적인 거리를 두고 보게 된다는 거죠.
두번째는 그 어르신 말씀이 해선 안되는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말이 저렇지 실제로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어떤 사림이든 그렇게 무심하게 넘어가지 않을거라 봅니다. 그냥 씹어먹는 말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미묘한게, 자신의 화를 표출하기 위해 툭툭 내 던지는 게 이런 민감한 반응을 부른다면 휘발성 화풀이라 해도 그게 옳은 가에 관한 문제는 남겨둘 수 있기 때문이죠.
벌거지님께서 제시하신 일은 꽤 좋습니다. 잊고 지낸 역사이니까요. 북한이 이런 만행을 저질렸지. 배우면 좋은 부분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제시하지 않는 다른 참사에 더욱 무게를 둡니다. 1968년에 이런 참사가 일어났던 근원이 무엇인가. 이를 살핍니다. 사건을 제시하신 부분은 좋으시나 근원을 제시하신 부분에는 부족하게 느낍니다. 그게 아쉽습니다.
한국의 좌파가 중도 우파임에도 좌파 코스프레한다는 노란네모님 말은 상당히 귀에 거슬리네요. 사실 한국에서 좌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을 유럽식으로 분류하자면 사민주의자, 정치적 자유주의자 정도일 겁니다. 당사자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은 '좌파 빨갱이', '공산주의자', '맑스주의자', '종북좌파'라고 매도한 건 새누리당과 그 지지세력이죠.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정당한 비판도 모두 '좌파 빨갱이들의 이념 공격'으로 치부해 멀쩡한 사람들을 '종북세력'으로 몰아가는 것이 누군지 생각해보셔야 할 겁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과 민주당을 어떻게 분류해야 좌파가 되나요. 집권 당시 한미FTA, 노동시장유연화를 이끈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이끈 사람들인데요.. 허. 이쯤되면 무식해도 너무 무식한 겁니다. 새누리당이야 자기 반대 세력에 낙인을 찍으려고 '빨갱이', '종북좌파' 운운하는 거지만, 그걸 그대로 믿는 국민들의 수준은 한심하다 못해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벌거지님이 제기하신 울진 삼척 무장 공비 사건은 지금 평가해도 북한의 무모한 '테러'였다고 생각하고,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국 현대사에는 북한이 저지른 테러뿐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을 대상으로 저지른 테러 또한 존재하기에, 두 가지 부류의 사건들이 모두 공정하게 평가받고 양쪽 정부로부터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으로부터 사과받는 거야, '원체 말이 안통하는 꼴통 독재 정부'니 통일 되기 전까지는 어려울 것 같지만, 적어도 남한(대한민국) 정부는 한국전쟁 당시 저지른 민간인 학살이나, 광주민주화운동의 '테러'에 사과를 제대로 해야겠죠. 지금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틈만 나면 국군에 의해 자행된 보도연맹 사건, 제주4.3사건, 광주민주화운동을 부정하고 있죠. 마치 일본이 틈만 나면 조선에서 저지른 만행을 부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벌거지 님의 핵심은 비극의 가해자나 피해자를 떠나서 제 3의 남겨진 이들이 그것을 자신의 편의대로 이용하는 것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댓글에서 말하는 우파니 좌파니 하는 이야기가 본글에서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벌거지님의 정치적 정체성을 분석하거나 비판할 이유도 모르겠군요.
...
벌거지님이 지적한 모습은 꼭 한국사회라서이거나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념적으로든 입장이든 어떤 이익에 대한 것이든, 사람들이 여유가 없고 첨예하게 부딪힐 수록 더 심해지고 잦아지죠. 타인의 비극을 이용하는 이들 입장에서는 사람들간의 갈등이 심할 수록 더 이용하기 쉬워지고 동시에 갈등을 더욱 고조시키는 작용도 하구요.
기억 한편으로 사라졌던 일인데 벌거지님이 상기시켜주는군요. 우리나라의 교육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게 저 사간에 대해 중학교 이후로 배웠던 기억이 없는데 글을 읽으니까 바로 생각나는 문구가 하나 있습니다.
"공산당이 싫어요"
제가 졸업하던 해인가 6학년일때인가에 초등학교로 바뀐걸로 기억하는데 고학년때 배웠던 건 아닌 것 같고 저학년때 배웠던 것 같네요.
전쟁이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면 분노에 그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휴전 10년도 지나서 저런 민간이 학살이 일어난건 인간을 인간으로 안 본다는거겠죠. 아니면 세뇌교육이 철저해서 사고라는게 없던지요.
지금 생각하면 저런 말을 정말 했는지는 의문이긴한데 많은 사람이 살해당한건 사실이고 그나마 옛날이라 저정도 사상자가 발생했던건데 현재에 저런 일이 벌어진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사상자가 나올지는 끔찍한 일입니다.
오십보 백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오십보와 백보는 오십보 만큼 차이가 있지요.
오십보 백보가 다 똑같은것 아니냐, 그놈이 그놈 아니냐.. 라는 주장은, 자기들의 이익에는 항상 제로에 수렴하고 국민들의 이익과는 항상 백보만큼 떨어져 있는 자들에게는 참 기특하고 행복한 주장일 수 밖에 없겠지요.
그놈이 그놈이다.
뭐해도 바뀌지 않을것이다.
그래봤자 바꾸려고 하는 놈만 힘들것이다.
이것 모두 우파가 잘 써먹는 프레임이죠. 이제 제발 여기에 좀 속아넘어가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좌나 우나 그렇게 다 똑같으면 벌거지님은 투표 안하셔도 되겠군요. 다 똑같은 놈들인데 투표는 왜 합니까?
테러에 대해서는 우파 좌파의 문제를 거론하는게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테러'라는 말 자체가 사람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행위를 저지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테러를 저지르는 것은 대개 '신념'을 가진 사람입니다.
"나 만이 옳고 나머지는 모두 그르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렇게 생각할 때 현재 한국 정치 사회에서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이 가장 높은(그리고 실제로 테러를 일으키기도 한) 사람들은 이른바 '애국 투사'라고 자칭하는 일부 분들입니다.
그들은 우파나 좌파라고 나누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그냥 '광신도'라고 하는게 맞겠군요.
어떤 사회건 사회가 한쪽으로 치우쳐질때 테러는 발생합니다.
개인의 신념이 한쪽으로 치우쳐지는 것으로도 심각한데, 국가의 공권력이 한쪽으로 치우쳐지면 더욱 심각합니다.
1950~60년대 미국의 매카시 열풍처럼 말이지요.
바로 '정부에 의한 공공연한 테러가 자행되는 상황' 말이지요.
이번 시위에서 정부가 보여준 정도는 비교도 안 되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이미 오래 전 광주 사태나 제주 학살 사건 같은 상황 말이지요.
광주에서도 제주에서도 군인들은 어린이고 노인이고 봐주지 않았지요.
그것도 북한의 군인이 저지른 테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개인에 의한 테러를 우려하는 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보다도 '정부에 의한 테러'야 말로 더욱 끔찍하고 무서운 것임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서 바로 그러한 현상이 벌어져가고 있는 이상, 이를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학생이라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어째서 북파공작원 이야기가 나오고, 벌거지님의 정치성향을 지목하는 이야기까지 나오는지 모르겠군요. 이승복 어린이가 정치적 도구로 이용된건 사실이고(정부권력과 우파에겐 반북반공의 표상으로, 좌파에게는 어떤 일이 있어도 부정해야 할 적 또는 정부발 선동의 상징으로) 그런 도구가 되어버린 건 좌우를 떠나 최소한 "이건 좀 아니지"하는 반응이 나오는게 맞는 것 아닌지요?
그러므로, 사견이지만 이 글이 북파공작원이 테러를 해서 누구를 죽인 건 어째서 다루지 않았냐?고 편향성을 지적받는 것은 부당한 것 같습니다. 벌거지님의 글의 본질은 북한은 남파공작원 보냈으니 나쁜놈, 남한은 보냈더라도 죽인적 없으니 착한놈, 같은 선악구도 메이킹이 아니라... 테러로 사람이 죽으면 생명에 대한 존중 이전에 정치도구화에 바쁠 우리나라 좌우파의 현실에 분개하는 것 같습니다만.
벌거지님의 글은 대체로 뭔가 내용은 있는데 읽고나면 공허하더군요.
이번 글은 정치에 대한 허무주의를 발생시켜서 정치에 대한 관심을 끊게 만들만한 효과가 있는것 같습니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이트" 혹은 "웹"상 어디에서라도 이 글을 보고서 누군가가 정치에 관심을 끊게 된다면 결과적으로는 현 여당과 우파에게 유리해지겠죠.
특정 개인에 대한 비난이나 비판은 아니고, 통상적으로 경험해온 '경향성'에 근거해 한 말씀 올리자면요, "양비론"은 결국 "실제로는 중립적 지성을 가장한 가장 교묘한 기득권 옹호"라는 점입니다. 물론 벌거지님에게 이 이야기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공정치 않고, 좌든 우든 행동에 실책과 흠결이 있는 것도 어쨌든 사실이죠.
문제는, "양쪽 모두 잘못이 있다"는 부류의 견해가 중립성과 공정성을 띄기 위해서는 애초에 "그 양자 모두 동일한 선상에서 비슷한 정도로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기에 현실에 동일한 정도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며, 따라서 동일한 정도로 책임이 있다"라는 전제를 필요로 합니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서로 대치하는 두 세력이 모두 잘못하고 있을 때 그 양자의 책임을 함께 거론하는 것이 문제의 인식 및 그 해소를 위해 중요한 지적이 될 수 있어요.
그런데, 만약, 그 양자가 서로 그러한 균형상태에 있지 않을 때, "양자 중에서 명백히 어느 한쪽이 원인제공을 하고 있다"라는 판단이 서게 되는 경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특히, 두 세력의 충돌해버린 사건 그 자체가 애초에 그러한 불균형으로 인해 촉발된 것이라면 양비론은 그 불균형을 옹호해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어떤 평면 위에 저울이 놓여있다고 상상을 해보세요. 그 상태에서 저울의 양쪽을 손으로 붙잡고 있으면 저울은 좌로도, 우로도 기울지 않습니다. 따라서, 그 저울이 놓여있는 평면이 대지와 평행으로 놓여 있다면 양쪽 모두를 압박하는 이러한 행위는 '균형을 수호'합니다.
그러나, 그 저울이, 예를 들어, 오른쪽 아래로 급격히 기울어있는 경사면에 놓여있다고 가정해보세요. 그 상태에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손으로 붙잡고 있으면, 저울을 기준으로는 공평한 균형인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울이 심각한 경사면에 놓여있으니 한 발 물러나서 전체를 보면 저울을 붙잡고 있는 그 손은 결국, 대지를 기준으로 오른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그 상태를 유지하도록 붙잡게 됩니다.
이 비유에 대해 생각해보시면 같은 이슈에 대해 "양자 모두 각자 문제점을 내비쳤다고 해서 그 양자가 똑같이 잘못하고 있으니 어느 쪽도 편들 수 없고 양쪽 모두 혐오한다"라는 식의 견해는 사실, 공정하기는 커녕 불균형의 현상유지 status quo 를 옹호할 뿐임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
故 하워드 진 선생이 "달리는 기차에 중립은 없다"라고 한 말이 바로 이런 의미입니다.
못박혀버린 저울의 예시는 저도 보았습니다만, 그건 이미 저울이 아니라 저울 모양의 장식품이죠.
땅이 어느쪽으로 기울든 막대가 움직이지 않고 고정된 고장난 저울보다, 땅이 어떻든 '내 쪽으로 기운 저울이 공평하다'는 사람을 훨씬 많이 본 사람으로서, 저는 중립을 보고 고장난 저울이라 하는 경우는 독선, 더 나아가 독재로 이어질 수 있는 잠재적 위협으로 보고 더욱 경계하는 입장입니다.
중립은 진영에 대한 중간적 태도가 아니라 사건/사안에 대한 객관적 평가입니다. 무조건 양쪽 다 아니라고 하는 양비론이 아니라, 개별 사안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 직접 가치 판단을 하는 성향입니다. 그래서 중립이 많을수록 사회는 맹목과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사안 자체의 올바름을 판별할 수 있고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두게 됩니다.
저는 진영론자가 중립을 적대시하는 이유는 중립으로부터 평가받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신의 정의를 누군가 다른 사람이 '심판'하는 것을 못견뎌 하는 것이죠.
사실 중립은 중간이 아니고 심판도 아닙니다. 군중으로서의 중립은 하나의 세력이 아니라, 그저 개별적이고 자주적인 판단의 집합일 뿐이죠. 모든 사람이 모든 사안에 대해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한다면, 애초에 '중립'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될 수 없는 겁니다.
양쪽 진영론자 사이에 중립이 있는게 아니라, 진영론자의 반대편에 중립이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그래서 전체적으로는 일직선이 아니라 삼각형의 구도라는 것을 이해해야 중립이 고장난 저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중립은 중간에 서서 이쪽 편을 들었다 저쪽 편을 들었다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안이 아니라 집단을 기준으로 편을 갈라 대립하는 것을 반대하는 것입니다. (자칭) 보수와 (자칭) 진보가 서로를 반대 진영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중립은 진보든 보수든 진영을 가르는 것을 반대하는 진영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그 시절 북한과 남한의 차이는 북한 무장공비는 테러에 성공했고 남한 북파 공작원은 실패했다는 것 딱 하나 밖에 없어요.
벌거지님 본인은 잘 모르시는 모양인데, 이 와중에 50년 다 돼가는 북한 테러 드립치며 물타기하는 자체가 님이 우파라는 뜻입니다.
동족혐오 한다고 정체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