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흐르는 카페
이곳은 무엇이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게시판입니다. (댓글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켰습니다.)
과거를 아는 이는 현재를 이끌어가고 미래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역사와 SF... 어딘지 어울리지 않을 듯 하지만, 그럼 점에서 둘은 관련된게 아닐까요?
SF&판타지 도서관 : http://www.sflib.com/
블로그 : http://spacelib.tistory.com
트위터 : http://www.twitter.com/pyodogi (한글) http://www.twitter.com/pyodogi_jp (일본어)
창작가는 굶기 딱 좋은 직업이라고들 말하죠. 소설가가 제일 대표적이지만, 다른 창작가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창작이라는 게 뭐 사회에 꼭 필수적인 생산 행위가 아니니까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창작가는 굶을 각오에 임하고 시작해야 하는 직업일 듯하지만…. 문제는 창작가 말고도 굶는 이들이 많다는 겁니다. 그렇게 굶는 이들이 많으니까 사실 창작이란 행위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개인이 하루에 몇 시간 정도 투자하면, 적어도 먹고 살 길이 트여야 하는데, 그것조차 이루어지지 않는 중이죠. 기본 소득이든, 최저 인건비를 높이든, 어떻게 하든, 현행 자본주의는 빨리 뜯어 고쳐야죠. 자본주의가 노리는 건 결국 사람이 아니라 자본 그 자체니까.
하지만 우리나라는 복지라고 하면 무조건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터라…. 이걸 시행하려면, 10년 정도는 지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야 사람들 사고 방식이 좀 바뀌겠죠. 전체주의 교과서 따위에 세금이 날아가도 다들 그려러니 하는 국민들이 사는 마당이니까요.
이런 경우는 생산성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울 것 같기도.....
왜냐하면 실력이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였고 정기적으로 맡아 하는 일이 있던 사람이니까요.
제가 보기에 이 경우는 생산성이 부족한 사람에게 기본 생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충분한 생산성을 가진 사람이 그만큼의 대가를 받지 못한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노동, 산업 시장을 보면 멸종 직전의 공룡들을 보는것 같아요. 돈 자체만을 좇다 보니 산업과 자본 구조가 단순하고 획일화 됐음.
덕분에 산업 다각화를 꾀하지 못한 채로 똑같은 산업으로 승부 건 중국에게 추격.....아니 추월당했고 산업 전체가 위기에 처했죠.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저 분이 스스로 삶을 내려놓은 것이 "사회상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라는 말로 읽혀질 수 있어 조심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저는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살했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사람의 소중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척박한 환경일 수록 더 소중함이 빛납니다.
모든 환경이 긍정적일 수 없습니다. 더 혹독한 환경일 수도 있었어요. 스스로 개척하려 노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게 저항하고 변화하려 노력하는 데서 발전의 가능성이 생긴다고 보아요. 그래서 자살하는 사람들이 매우 밉습니다. 그 사람을 바라보거나, 지켜보고 있던 사람은 어쩌라는 건지 생각도 하지 않은 거니까요. 정말 이 사회에서는 답이 없었을까요? 그렇게 단정짓고 그냥 무책임하게 떠난 느낌입니다. 누군가는 이 사람이 롤모델일 수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이 사람을 버팀목 삼아 성장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것도 없이, 어떠한 해결의 씨앗도 남기지 못하고 이렇게.
저는 별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사람이 자살 안 했으면 뉴스에 실렸을까요?
자살이란건 그게 옳고 그름을 따지는 걸 떠나서 보자면 가장 임팩트 있는 자기 표현 수단중 하납니다.
아마도 이 경우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삶과 대우에 대한 문제를 표현하기 위해서 자살한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만 결과적으로 이 사람은 자살해서 뉴스 한구석에라도 실렸고 그로 인해서 우리가 여기에서 일러스트레이터나 창작 관련 종사자들의 사회적 지위라던가 대우 운운 하고 있는거죠.
전태일이 자살 안 했으면 자살 안 하고 평생 노동운동 했을 때보다 더 영향력 있고 많이 기억됐을까요?
IF 에 불과한 일이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해결의 씨앗도 남기지 못했다고 하셨는데 각종 거짓과 찌라시가 난무하는 요즘 시대에 일러스트레이터의 삶과 대우에 대한 문제를 우리같은 보통 사람들은 평소 삶의 99.9 %는 전혀 무관심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 인간들이 이런 사이트에서 그 죽음을 놓고 이렇네 저렇네 하고 있죠. 그 사람이 안 죽었으면 존재하지 않았을 님이나 저의 이런 댓글들이 "해결의 씨앗" 이 될 수 없을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저 사람이 안 죽고 평생 저렇게 살았을 때 누군가가 저 사람의 처지나 삶 혹은 저런 사람이 존재라도 했다는 것을 알 확률과 그 누군가가 저 사람이 죽어서 발생한 뉴스라던가 이런 글을 보고 저 사람을 알 확률.......
둘중 하나에 배팅해야 한다면 저라면 후자에 걸겠습니다.
그 점도 굉장히 미묘합니다. 결국 누군가가 죽어야 끝나는 문제라고 고착시켜 버리면, 문제의 해결방식은 거기서 멈춰버리지 않나요.
그리고 한 순간의 자극으로 인해 부랴부랴 문제 해결이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해결을 내놓은 게 질이 있다고 보진 않습니다. 대부분의 일들이 화합보다는 사회의 갑이 화제를 돌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휘갈겨 쓰고 내놓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그게 깊게 접근한 걸까요. 갑이 가볍게 접근했다면, 화제가 돌아가면 갑이 상황을 다시 돌려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하다면 또 누군가가 죽어야 정신차리는 거죠. 그걸 식의 사회를 원한다면 길게 말 안합니다.
깊게 접근해야 쉽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러려면 경험자들이 뭉쳐서 접근해야 합니다. 자살이 아닌 생존자들이 경험을 나눠야 깊게 접근할 수 있는 문제라는 거죠.
현실은 누군가 죽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세상에 누군가가 죽어서 해결될 문제들 정도뿐이라면 애초에 세상에 문제거리는 별로 없었을겁니다
실제로는 누군가 죽어도 일이 부랴부랴 진행되는게 아니라 대중에 인식이 퍼지는 정도죠.
그리고 죽음이 없었으면 그것조차도 없었을거라는 거고요.
이게 뉴스 탔다고 일러스트레이터에 대한 대우나 인식, 더 나아가 창작 관련 종사자나 노동자들에 대한 환경이 나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 급작스러운 해결이나 가벼운 접근으로 인한 문제는 별로 걱정할 거리는 안 되리라 봅니다.
하지만 그런 개선을 위한 집단이 발생한다면 자신들의 입장을 어필하는데 이 사건이 중요한 근거나 단서가 될 수는 있겠죠. 그리고 이런 일이 뉴스를 탈때 본 대중들 역시 그런 집단에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높을 것이고.
죽음으로 일굴수 있는게 고작 그거냐고 할 수도 있을텐데 따지고 보면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씨앗 정도나 될 수 있는 거겠죠.
복지정책을 국가의 국민에 대한 "의무" 가 아니라 "시혜" 라고 생각하고,
기본소득을 시행하면 국민이 게을러져서 아무도 일안할것이라고 단정하는
우파정당이 집권하는 한, 아무리 좋은 복지제도라도 자리잡기 어려울겁니다.
아울러 그런 자들에게 표를 던지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은....
자기가 돈이 많아서 복지혜택을 받기 싫다는 것이겠죠. 아니면 ......
게다가 부유층이 복지정책에 대한 적대감과 공포감은 뿌리깊습니다. 그래서 온갖 공격을 펴서 좌절시키려 하지요. 어차피 국민들에 대한 복지정책은 자기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하거든요.
2천년 전 로마의 그락쿠스 형제들의 개혁도 자영농의 토지를 빼앗으려는 "자유" 에 반발한 로마귀족들의 반발에 실패했지요. 현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은 정부" 를 주장해서 재벌같은 경제 강자들의 탐욕을 추구할 "자유" 를 주장하는 것도 그 뿌리는 같지요. "내 돈으로 가난뱅이 먹어살리지 못하겠다"는 속내입니다.
이념이니 경제이론이니 하는 것은 그걸 좀 고상하게 표현하는 것 뿐입니다. 그들이 짜놓은 프레임에 속아서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은것이 슬플 따름이지요.
ps: 정부에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보상을 한다는 기사에 왜 내 세금이 거기에 들어가야 하냐고 흥분하는 자들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어리석고 잔인해질수 있는지 새삼 깨닫습니다. 아울러 그런 자들에게 어울리는 정부가 집권하고 있는것을 보면 세상사 뿌린대로 거둔다는 말이 절절히 와닿습니다.